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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326화


763화

“잘 다녀오셨습니까, 명예 후작님.”

아침에 떠나갈 때와 똑같은 자리로 돌아온 이드가 처음 본 것은 얌전히 고개를 숙이는 비올라의 모습이었다. 이드는 낯선 그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다 언제나처럼 자신을 반갑게 맞아 주는 라미아를 향해 눈짓해 보였다.

“쟤 왜 저래? 좀 전까지만 해도 빽빽거리는 걸 내가 들었는데.”

[어제 주기로 했던 재료를 방금 줬거든요. 조금 구하기 어려운 것들로. 그랬더니…….]

즉, 욕심을 채우고 배가 불러서 조용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재료를 내어 준 라미아의 주인이 이드이기 때문에 정중히 반기는 것이고, 마법사이면서 어쩜 저렇게 행동 양식이 단순할 수 있는지. 

“그래서 나쁠 건 없지만.”

옆에 두기에는 속을 알 수 없는 인간보다, 저렇게 솔직한 사람이 오히려 편하니까. 이드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뭘 깜빡했다는 거예요? 여기다 꺼내 놓은 물건도 없는데.]

“있어도 네가 올 때 가지고 오면 되니까 그런 걸로는 직접 오지 않지.”

이드는 라미아와 함께 에단들이 있는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의 뒤를 마법 재료가 든 주머니를 아기처럼 소중하게 안아 든 비올라가 얌전하게 따랐다.

[그럼 뭔데요?]

“그 요새 주변을 감시하는 기운 있잖아. 에단이 은색 기사단이 공격받을 때도 봤다던 거. 그걸 좀 파악해 보려고. 중요한 시점에 나타나는 것 같으니까 나중을 위해서도 미리미리 확인해 둬야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라미아가 ‘오’ 하고 감탄하며 이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꼼꼼하게 그런 것도 챙기고, 기특하네요. 확실히 정체불명의 적이라면 조금이라도 파악해 둘 필요가 있죠.]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적을 잘 알아야 하고, 현재 이드는 그것을 실천 중인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분석이 빨리 끝났네? 자정까지라고 하더니.”

[그렇죠? 저도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어요. 확실히 일하는 중에도 당분을 보급한 게 효과가 있었나 봐요. 대신 빨리 끝낸 만큼 보너스로 보름치 디저트를 더 지급했죠. 앞으로도 무조건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하더라고요.]

스톤이 부정하던, 디저트를 받고 의뢰에 나서는 검은돌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가성비 좋은 정보 분석가를 얻었네.”

[사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다시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지구산 디저트를 생각하면 절대 싼 게 아니라고요.]

아무리 디저트라도 구할 수 없으면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 먹을수록 비축분이 줄어 귀해지는 디저트. 환상적일 정도로 귀족들의 허영심을 채워 줄 수 있는 디저트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방문한 오두막 앞에는 에단과 기사들이 나와서 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방 돌아오셨네요, 마스터.”

“볼일이 있어서. 그나저나 왜 나와 있어. 들어가자고.”

손을 휘휘 저으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던 이드는 오두막 안에 서 있는 스톤과 에린을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턱까지 늘어진 에린의 다크서클 때문이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반나절 만에 저렇게 된 건지. 하지만 반대로 두 눈은 만족감에 반들반들거리며 윤이 났다.

이드는 그것이 지금도 그녀가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이름 모를 디저트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쩐지 똑소리 날 것 같던 그녀의 첫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상해서 더 먹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요.”

슬쩍 우려를 담은 이드의 말에 에린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눈깔사탕 크기의 유리구슬을 들어 보였다.

“우물우물우물……”

말로는 이쪽 계통에 오래 있으면 감을 따라야 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때랍니다.”

“음・・・・・・ 마음에 걸리면 일단 뒤져 보는 건 어때?”

“그러고 싶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추적하던 놈들과 이 소수의 팀이 동시에 요새를 나갈 것 같습니다. 둘 다 추적하려면 아무래도 인원을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에단은 말하면서도 찝찝한 감을 떨치지 못한 표정을 했다. 그의 감은 소수를 가리키는데, 이성은 여기까지 추적해 온 자들을 계속 쫓으라고 하니 말이다.

인원을 더해서 나누면 둘 다 쫓을 수 있지만, 에단이 정말 고민하는 부분은 자신이 어느 쪽을 따라가느냐는 것이었다.

이드는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는 질문을 받은 아이처럼 깊은 갈등에 빠진 에단을 보다가 황녀에게서 받은 정보를 떠올렸다.

북서쪽 방향으로 이어진 흔적 발견.

황녀가 준 가장 최신의 정보였고, 핵심이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그 정보가 검후와 이어진 것인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뭐, 이미 검후에 대한 정보로 밝혀졌다면 황녀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 눈에 밟히는 팀이 가는 곳이 혹시 북서쪽 방향이야?”

“어? 그걸 어떻게?”

이드의 질문에 에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래도 운 좋게 제대로 된 맥을 짚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드가 말했다.

“우연히 얻은 정보가 좀 있어. 그쪽으로 가 봐. 사실, 그 서류는 나도 묘하게 신경에 거슬려서 챙긴 것이거든. 알지? 그레이트 소드 이상의 실력자가 가진 감이 그냥 감이 아니라는 거.”

“물론 알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와 대장은 북서쪽으로 향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던 문제의 답을 찾은 듯 에단이 속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단번에 정해 버렸다.

“그 외에는 특별히 내가 알아야 할 건 없지?”

“네. 없습니다.”

그러나 기운찬 에단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라미아가 이드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챘다.

[알 게 없기는 왜 없어요? 여기까지 온 김에 에린의 보고는 받으셔야죠. 이대로 가면 디저트 값이 아깝잖아요.]

라미아에게 붙잡힌 이드는 결국 삼십 분간 에린의 정보 해설을 듣고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칫, 에단의 말대로 내가 알아야 할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뭐라고요?]

“아니, 이제 내 볼일 보러 가자고.”

투덜거리던 이드는 라미아가 새초롬하게 돌아보는 모습에 조용히 입을 닫아야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톰이 조용히 속삭였다.

“네 이야기대로 명예 후작님께선 굉장한 공처가…………….”

“쉿! 마스터께 들린다고요. 누굴 죽이려고 그런 말을 합니까!”

에단이 기겁해서 톰의 입을 틀어막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이드가 들어 버린 후다.

까딱까딱.

손짓으로 에단을 부른 이드는 그의 정강이에 시퍼런 멍을 만들어 주며 말했다.

“또다시 날 음해하는 소문을 퍼트리면 용서 없다.”

“옙!”

“좋아. 알았으면 같이 나가자. 요새 주변을 경계하던 황금빛 기운. 그거 아직 있는 거 맞지?”

“2시간 전까지 제가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혹시 이드 님이 다시 방문하신 건 그 기운이 목적이십니까?”

“그래. 어디서 부딪힐지 모르는데. 알아 둬야지. 그런 의미에서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옙!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드는 조인트 하나로 이등병처럼 바짝 기합이 들어간 에단과, 옆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던 라미아를 데리고 오두막을 나섰다.

이전 한번 오른 산의 입구까지 다가간 이드는 아공간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 들고는 에단에게 사냥감 하나를 몰아오게 만들었다. “사냥꾼인 척하고 접근하시려고요?”

“그래. 이상할까? 마을 사람들 중에 사냥꾼은 없어?”

“아니요. 사냥꾼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요새 근처까지는 잘 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요새에 있는 초인들이 두려운 탓이겠죠.”

동물은 공격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지만, 인간은 접근했다는 사실만으로 목숨을 노려 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

마을의 사냥꾼들은 요새에 모여든 수많은 초인이 뿜어내는 위압감을 통해서 요새가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냥감을 쫓다 자기도 모르게 접근한 사냥꾼을 죽이겠어? 일단 상단으로 위장하고 있는 놈들인데 거기다 이보다 적당한 접근 방법도 없잖아.”

이드의 말은 확실히 그럴 듯했다.

무엇보다 다른 대안도 없이 반대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

에단은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즉시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간파의 눈을 가진 에단에게 사냥감을 찾는 일은 간단한 일이었다.

에단은 한창 땅을 파헤치고 있는 멧돼지를 찾아 이드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해 보니, 저쪽에서 마스터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스터도 이제는 유명, 아니 이전부터 유명했지만, 일단 지금은 공식적으로 얼굴이 알려져서 각국에 마스터의 초상화가 돌고 있을지 모른다고요.”

“당연히 그것도 대비했지.”

이드는 말을 마치고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라미아에게 주고 자연체로 섰다. 그리고 전신 관절에 내력을 집중했다.

우드득!

그러자 이드의 몸에서 뼈마디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응?”

갑자기 옷을 벗는 이드의 모습에 호기심을 가지고 보던 에단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흠칫했다.

이드는 눈이 동그래지는 에단을 보며 피식 웃고는 몸을 바꾸는 작업에 집중했다. 그에 이드의 전신에서 우드득거리는 섬뜩한 소리가 나고, 근육이 연신 자리바꿈을 하더니 이드의 체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키가 작아지고, 팔다리와 몸통이 굵어졌으며, 머리카락이 짙은 금색으로 변했다.

이드는 체형과 머리카락의 색이 변한 것을 느끼고는 마지막으로 턱과 인중의 모낭에 생기를 주입해서 수염을 자라게 만들었다.

꺼끌꺼끌한 수염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자라 얼굴을 가린 이드의 모습은 누가 봐도 덩치 좋은 동네 사냥꾼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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