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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336화


773화

초인력을 흡수하는 초인기를 가진 초인.

요새의 초인들이 예상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인 이유이며, 이드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그 일은 절반 정도 성공했다.

이드가 앞에 나서서 자신이 사건의 당사자인 척했고, 또 어지간해서는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졌음을 증명했으니까.

‘하지만 저들을 완전히 믿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 모자라지.’

제국 초인 기사단장과 연결되어 있고, 검후를 납치한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들이다. 이후 에단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절대 어설프게 끝낼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들이 찾고 있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강력한 힘보다 더 그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

바로 초인력을 흡수하는 힘.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드가 초인력을 흡수하는 초인기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짐작되는 흡성대법도 익힌 적이 없다.

‘공짜로 줘도 배우지 않겠지만.’

정말이다. 배우는 순간 강호공적이 되는 흉악한 무공을 굳이 익힐 필요는 없다. 물론 그냥 버리지는 않는다. 지독하긴 하지만 강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무공이니, 그 안에 든 심오한 원리와 심득만은 취사선택하여 흡수하고 태워 버려야지. 뒤처리도 깔끔하게.

좌우간,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슷하게 만들어 볼 수도 있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오행대천공의 만류상생이다. 이 만류상생은 화경의 극인 이화접목의 무리를 깊이 담고 있다.

외부의 힘을 끌어와 자신의 것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외부의 힘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과 충분히 비슷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화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더욱더.

그리고 마침 만류상생을 사용하기 딱 좋게 외부의 힘이 주변에 가득 찬 상태가 되었고, 이드는 그 기회를 고맙게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초인기로 이드를 묶고 있던 초인들이 그 이상을 가장 먼저 느꼈다.

“이…… 이게 뭐야…….”

“허어억! 초인력이 빠져 나가고 있어?”

어리둥절해 하던 초인들이 경악해 외쳤다. 그들은 자신의 힘이 강제로 뽑혀 나가는 느낌에 질겁했다. 자신의 힘이 강제로 뽑혀 나가는 느낌은 일종의 혐오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그들은 이 현상의 원인이 이드에게 있음을 바로 알았다.

“머, 멈춰! 당장 그만두지 못해!”

“바보냐. 멈추란다고 멈출 것 같았으면 시작도 안 하지.”

거한 코웃음과 함께 누군가의 요청을 비웃어 준 이드는 만류상생의 흐름을 격렬하게 이끌어 흡입력을 높였다.

“허어억…… 우웩!”

그 반발로 생겨나는 불쾌감을 견디지 못한 자들이 구역질을 했다. 그에 위기감을 느낀 누군가는 헹크의 명령도 없이 생존본능에 따라 초인기를 멈추려 했다.

“뭐야! 왜 멈춰지지 않는 건데!”

하지만 그의 뜻과 달리 멈춰지지 않는 힘의 흐름에 울상이 되고 말았다.

“뭐? 그럴 리가.”

그에 초인들은 자신들도 초인기의 중단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당황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누가 좀 도와줘! 풀어 달라고!”

“헹크! 헹크 대장! 저 악마가 우리 힘을 잡아먹고 있다고!”

하나둘 당황하기 시작한 초인들은 순식간에 오합지졸의 신입 병사와 같이 변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저들의 반응은 이미 예상한 것이었다.

“화경의 흐름이 경지에 이르러 멈추지 않는 강물이 되면,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게 되는 법이지.”

저들만 몰랐을 뿐 만류상생에 의해 하나 된 힘의 통제 권한은 강물이 흐르기 시작한 직후부터 이드의 것이 되어 있었다.

더구나 어지간히 내공 운용에 뛰어난 무인도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흐름이다. 그것을 각성한 초인력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초인들이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있나.

그렇게 소란스러워지고서야 헹크가 이쪽을 돌아보며 이드와 눈이 마주쳤다.

이드는 단숨에 상황을 파악하고 입이 벌어지는 그를 보며 한데 모인 힘에 의미를 부여했다.

“폭풍이 되어라.”

쿠르르릉!

도도하게 흐르던 강물은 와류가 되고, 회오리가 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강기의 폭풍과 다른, 마치 그랜드 스톰이라는 7클래스 마법과 닮아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법처럼 보이는 초인기처럼.

“어, 엎드려!”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엎드리냐! 이 멍청한 새꺄!”

아름드리나무도 뽑아 올릴 것 같은 강력한 회오리가 이드 주변에 있던 적을 휩쓸었다. 그렇지 않아도 힘의 흐름에 잡혀 꼼짝하지 못하던 그들은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바람의 손에 잡혀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초인력을 흡수한 것인가.”

뒤늦게 그 모습을 확인한 헹크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직접 본 초인력이 흡수되는 모습은 비참하고도 신비했다. 농담처럼 떠돌던 초인기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런 감상은 오래갈 수 없었다.

이드의 것이 되어 도도히 흐르던 초인력이 폭풍의 초인기가 되어 부하들을 유린했다. 강력하고 거대한 힘의 흐름에 헹크는 감히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이를 악물어야 했다.

“뿌드득! 지원만 오면・・・・・・ 그분만 도착하신다면 그때는!”

그러나 헹크의 바램과 달리 라울이 있던 방에는 성주가 홀로 있을 뿐이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던 성주는 멀리서 느껴지는 힘의 파동에 놀라 황급히 창을 열었다. 그러자 저 멀리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발산되는 거대한 힘의 파동을 탄 바람에 나뭇가지와 커튼이 흔들렸다. 

“저 방향이면 조사를 나간 방향인데・・・・・・ 일 났다. 하필 라울 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신 틈에 일이 벌어지다니.”

성주는 안절부절 발을 동동 굴렀다.

그의 말처럼 조금 전까지 이 방을 지키고 있던 라울은 중앙의 급한 연락을 받고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라울은 그 특유의 능력으로 대륙에 퍼져 있는 초인들을 서로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하필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이 터진 것이다. 거기에 긴급으로 연락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평소 라울과 연결을 담당하고 있던 라울의 비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되면 성주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초인들을 더 지원해 주고 싶어도 요새의 모든 병력이 출동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라울이 있었다면 그 자체로 굉장한 힘이 되었겠지만, 없는 사람 아쉬워해 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일.

“제발 부탁이다, 헹크, 라울 님이 오실 때까지만 버텨라!”

성주는 조사 임무의 책임자인 헹크를 믿었다.

뭐・・・・・・ 현장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쿠아아아

이드가 만들어 낸 회오리는 점점 커지고 거세졌다.

“우와악~ 날아간다~~~~”

“살~~~ 려~~~ 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휘말린 초인들이 회오리바람에 갇혀 허공을 날았다. 회오리 속에는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같이 떠오른 돌과 나무, 흙 등은 바람과 회전이 강해질수록 더욱 빠르게 휘날렸다. 초인들은 강하게 날아오는 그것들에 맞아 고통스러워했다.

저벅.

이드는 주변의 초인이 말끔하게 사라지자 가볍게 발을 내디뎠다.

우워어어-

그러자 회오리가 이드를 따라 움직이며 괴물처럼 울부짖었다. 이드는 지금 이 회오리의 눈이 된 것이다.

이드가 헹크를 보며 다가갔다.

이드와 함께 강해지는 바람을 본 헹크는 질겅질겅 입술을 씹다 두 발을 땅에 박아 넣으며 초인기, 오우거 폼을 발동시켰다.

꾸드드득!

전신의 뼈와 근육이 압축과 분열을 반복하며 진짜 오우거처럼 거대해졌다. 앞서 땅에 박은 헹크의 다리는 기둥처럼 변해 회오리에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했다.

“신체를 변형하는 초인기인가. 의외로 흔한 모양이네.”

강해지던 바람이 잦아들고 이드가 헹크 앞에 섰다.

“그런 당신은 뭐지? 얼굴도 바꾸고, 초인력도 흡수하고, 굉장한 신체 능력에 불꽃도 다루더니……………. 이제 바람까지 보였지 않은가. 설마 다섯 개의 초인기를 다루는 다중 능력자라도 된단 말인가?”

거대화한 헹크의 목소리가 그릉그릉거리며 울려 나왔다.

“에이, 설마. 세 개 이상의 능력을 가진 다중 능력자는 없다던데?”

“초인력을 흡수하는 초인기도 없는 줄 알았다.”

“뭐. 세상에 초인기만 있는 건 아니니까.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 것이 세상이야. 그렇게 알아 둬.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이드는 말과 함께 헹크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이드를 중심으로 이동한 회오리바람의 영역에 들어 필사적으로 바람을 버티고 있는 초인들이 있었다.

“더, 더는……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실시간으로 바람에 날려 가고 있다.

헹크가 그 모습을 보며 주먹을 말아 쥐자 이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내 경고에 귀를 기울였어야지. 어떻게 된 것이 꼭 똥인지 된장인지 입에 처넣어 줘야 아는지 몰라.”

부웅-

이드의 말이 끝나기 전 고개를 돌리고 있던 헹크의 손이 이드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오우거 폼이 된 헹크의 팔은 과장 없이 성인 여성의 허리만큼이나 굵고 쇳덩이처럼 단단했다. 성벽도 무너트릴 것 같은 팔에 이드는 검지를 폈다.

푸극.

무언가 흙덩이가 무너지는 묘한 소리와 함께 이드를 향해 떨어지던 헹크의 팔이 멈추었다. “미련인가?”

이드가 거대한 팔을 받친 손을 옆으로 옮기며 말했다.

“내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확인이다.”

이드는 제법 멋진 대답에 들고 있던 팔을 내렸다. 그러자 이드의 손가락에 깊이 찔린 자국이 나타나며 헹크의 손이 힘없이 덜렁거렸다. 이드의 손가락이 그의 팔목 뼈를 부숴 버린 것이다.

헹크가 한마디 신음도 없이 팔을 내렸다.

그 사이 다시 몇 명이 바람에 날려 가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웃긴 것은 회오리에 날려 가지 않기 위해서 라미아의 실드를 끌어안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톰과 암살자들은 그들을 찌르고 싶은 심각한 유혹을 참아야 했다.

이드가 적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 확인 후에 할 일은 뭐지?”

이드가 헹크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긋이 바라보며 묻자 헹크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부디 자비를 바랍니다.”

“분명 내가 경고할 때는 듣지 않고, 당신들 마음대로 시작하고 마음대로 끝내겠다?”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슬쩍 비꼬는 말에도 헹크의 고개는 들리지 않았다.

완전한 패배의 인정이다.

“…….”

이드는 묵묵히 그 모습을 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몇 가지 묻자.”

헹크의 얼굴에 긴장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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