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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392화


829화

슬쩍 돌아본 알단테의 표정은 치털링 감시조에 대한 사고에 대한 확신으로 이미 굳어 있었다.

“조장의 생각은 어때?”

“적에게 당했거나, 이동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거나 두 가지 경우뿐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이유가 아니라면 목숨을 걸고 합류 시간을 지켰을 거라는 치털링 감시조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다.

이드는 그런 알단테를 유심히 살폈다. 저런 표정, 저런 말은 일개 조장이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부하요. 내 감시조의 조장이지.’

지금은 그것만 중요할 뿐이다.

이드와 알단테가 지도를 펼쳐 들었다. 저쪽에서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쪽에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치털링 감시조가 정신의 관을 감시하고 있는 위치는 알고 있나?”

“중요 포인트는 51개입니다. 시간에 따라 포인트를 이동하고, 환경이 변하면 포인트를 이동하기도 하지만, 주요 포인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51개라.”

생각보다 많았다. 아무래도 작전부가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럼 거기서 협곡으로 오는데 가장 사용할 확률이 높은 경로를 예상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51개의 포인트도 정신의 관을 감시하기 위한 것일 뿐이지, 포인트를 벗어나 협곡으로 향하다 보면 경로는 충분히 좁힐 수 있습니다.” “세 개까지 좁힐 수 있나?”

“두 개로 좁히겠습니다.”

이드가 자신과 감시조 두 개로 나누려고 했던 것인데, 알단테는 거기서 하나를 더 줄였다.

그 말에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도로 파고들듯 고개를 박은 알단테가 포인트와 협곡을 잊는 수십 개의 선을 확인하더니 최종적으로 두 개에 선을 남겼다.

크게 떨어지지 않은 두 개의 선은 숲과 산의 능선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드는 그것이 알단테가 최종적으로 계산한 치털링 감시조의 이동 경로라는 것을 알았다.

“이 경로라면 치털링 감시조가 다른 경로를 탔더라도, 흔적은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고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는 조장이 뽑은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치털링 감시조를 찾는다. 단 유의할 것은 치털링 감시조가 당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도 감시조도 당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최대한 조심해라. 치털링 감시조의 흔적을 찾거나, 적을 보게 되더라도 나서지 말라는 말이다. 알겠나?”

“충.”

“그럼 인원은 나와 병사 하나. 그리고 나머지 일곱의 둘로 나누기로 하지.”

마음 같아서야 혼자서 빠르게 움직이고 싶은 이드였지만, 치털링 감시조가 협곡에 남긴 표식과 같은 흔적을 남길 경우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한 명은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인원은 감시조가 많았지만, 오히려 위험한 것은 감시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알단테는 조원 중 눈썰미가 가장 좋은 조원을 이드에게 붙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벤을 데려가십시오. 조원 중 눈이 가장 좋습니다. 단장님의 이동 속도에 맞춰서 주변을 살필 수 있을 겁니다.”

“좋군. 딱 내가 원하던 병사다.”

이드가 만족하며 웃었다.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조건의 병사였다.

“그럼 흔적을 찾지 못할 경우, 경로가 가까워지는 이 지점에서 합류하지. 전투가 일어날 경우에는・・・・・・ 알릴 방법이 있나?”

이드의 물음에 알단테가 품에서 호각과 스크롤을 꺼내 보였다. 감시조에서 사용할 마법 통신구는 없는 모양이었다.

“감시조에서 사용하는 신호용 호각과 파이어볼 스크롤입니다.”

“호각은 몰라도 숲에서 파이어볼이라. 확실한 신호가 되겠군.”

동시에 숲이 불타며 적의 시야도 어느 정도 가려 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적에게 들켰을 때고, 들키지 않았을 때 사용할 방법도 필요하다.

이드는 혹시 싶어서 미리 챙겨 꺼내 두었던 물건을 알단테에게 주었다.

“무전기라는 것으로, 여기 버튼을 누르면 내게 신호가 온다. 치털링 감시조의 흔적을 찾으면 두 번, 위험한 상황에 움직일 수 없으면 세 번 눌러라. 전투가 벌어졌을 때는 그냥 파이어볼을 쓰고, 주의할 것은 다른 건 건들지 말라는 것.”

이드가 주의점을 힘주어 말했다. 혹여 볼륨이라도 만져서 은신 중에 치지직, 삐빅거리는 무전기 특유의 소리가 나서 들키면 농담이 되지 않으니까. “주의해서 사용하겠습니다.”

“그럼 출발하지.”

준비를 마친 이드와 감시조가 협곡을 나섰다.

감시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숲속으로 스며들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드는 여전히 기감에 감지되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신을 따라오는 벤이라는 병사를 보았다.

“지금부터 자네가 할 일은 오로지 경로상에 있을지 모르는 흔적을 찾는 일이다.”

“충.”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묻겠다.”

“예. 말씀하십시오.”

“자네, 직접 발로 뛰면서 흔적을 찾는 게 빠른가, 아니면 마차에 타고 흔적을 찾는 게 빠른가?”

“….예?”

이 협곡과 숲, 산이 이어지는 험지에서 갑자기 마차라니? 명예 후작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한 벤이 멍청한 얼굴로 되묻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대답은?”

“아…… 예. 전 눈이 좋아서 마차나 말을 타더라도 빠르게 살필 수 있습니다.”

천천히 상세히 살피는 것이 아니라면, 보통은 직접 달리며 무언가를 찾는 것이나, 말이나 마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며 무언가를 찾는 것. 똑같이 쉽지 않은 일이다.

숨차게 달리는 것이나, 마차의 빠른 속도나 똑같이 인간의 눈과 집중력으로 쉽게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은 가능했다. 알단테가 괜히 그를 이드에게 붙여 준 것이 아니다. 물론 그도 경계병 수준의 굉장한 기감을 가진 이드의 거침없는 이동 속도를 생각하고 한 말이지, 이어질 이드의 행동까지 예측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 자네 눈을 믿도록 하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이드의 내력이 움직여 벤의 몸을 휘감았다.

“어엇!”

다음 순간 벤이 헛숨을 들이키며 기겁을 했다. 그의 몸이 허공에 떠서 앞을 향해 엎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벤이 그 기운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에 힘을 주었지만, 몸은 거인의 손에 잡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놀랄 것 없다. 내 내공으로 자네를 띄운 거니까. 빠르게 움직이려면 이 방법이 가장 좋아서 택한 방법이다. 자넨 다른 곳 신경 쓸 필요 없이 오로지 흔적만 찾으면 된다.”

“아으,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차라리 똑바로 세워 주십시오. 그 편이 더 찾기 쉬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평소 무언가를 살필 때와 눈의 높이나 시야가 다르기 때문인 듯하다.

이드는 즉시 벤을 똑바로 세웠다. 뻣뻣하게 굳어서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이, 배경만 밤이었으면 무슨 유령이나 뱀파이어처럼 보일 것 같지만 어차피 주변엔 놀라 줄 사람도 없다.

혹시 숨어 있던 적들이 보고 놀라 주면 경사스러울 것 같다.

“그럼 이동하겠다.”

이드가 말하자 벤이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바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스슥.

동시에 이드의 몸이 지도에 표시된 경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드와 벤의 몸이 감시조와 다른 방향의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빠르게 숲을 관통한 두 사람은 곧 산의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리던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벤이 빠른 속도에도 충분히 주변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종적으로 안정된 속도는 말이 달리는 수준. 이드는 그 속도를 유지하며 산의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잠깐 뭔가 있습니다. 조금만 속도를 줄여 주십시오.”

중간중간 벤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속도를 줄이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자네, 이런 속도에서 저런 작은 물건까지 볼 정도면 그냥 눈이 좋은 것이 아닌데. 그 정도면 초인기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드도 보자 하면 벤보다 더 멀리,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무공이 있기 때문이지, 맨눈으로 그런 시력은 나오지 않는다. 저기 몽골에 생활하는 사람과 같은 괴물 시력에, 뛰어난 동체 시력은 물론 분석력까지 동시에 지녀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말을 많이 듣기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미 먼저 확인을 해 본 모양이다. 하기야 누가 봐도 보통이 아닌 눈이니까.

“여기서는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좀 더 빠르게 이동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이드는 벤의 말에 속도를 더 올렸다.

그런 빠른 이동 때문에 이드와 감시조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감시조는 혹시 남겨져 있을지 모를 흔적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이동과 함께 적의 잠복이나 함정까지 주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드 쪽은 주변을 살피는 것을 뺀 모든 것을 이드가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빠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십 분 후.

이드는 약속했던 합류 지점에 도착했다.

“이쪽 경로에선 아무것도 없군.”

“조장님 쪽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유령처럼 뻣뻣하게 허공에 뜬 벤이 말했다. 얼마나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살폈는지 두 눈에 벌게져 있었다.

이드는 벤을 묶고 있던 내공을 풀고는 물통을 주었다.

“고생했다. 눈을 식히도록.”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빨리 달리느라 먼지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눈에 물을 부으며 벤이 말했다.

이드는 그를 두고 알단테가 오고 있을 경로와 정신의 관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번갈아 보았다.

“조장과 감시조가 도착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군.”

“숲은 탐색하기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숨을 곳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말은 살펴야 할 곳도, 조심해야 할 곳도 그만큼 많아 시간이 두 배로 든다는 뜻.

다시 지도를 펼쳐 보던 이드는 지도를 접어 넣고는 벤을 보았다.

“그럼 감시조의 일을 좀 줄여 주도록 하지. 여기 그냥 있는 것보다 그게 낫겠어. 대신 자네 눈이 좀 더 고생해야겠어.”

“문제없습니다. 물통은 감사히 사용했습니다.”

벤이 주는 물통을 건네받은 이드는 다세 벤을 허공에 띄우고는 숲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스스슥.

풀잎과 마른 나뭇잎이 이드의 발아래 깔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열심히 주변을 살피던 벤은 그 모습에 이드를 신기하게 여겼다.

무공의 고수들 중에 기척 없이 움직이는 자들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어떻게 바짝 마른 나뭇잎을 밟고도 소리가 나지 않는지. 또 나뭇잎이 바스라지지 않는지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자신을 포함한 감시조도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지만, 저렇게 빠르게 소리 없이 움직이라면 고개가 흔들어졌다. 저런 적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면 굉장히 무서울 것 같았다. 대신 지금은 그런 굉장한 능력자가 같은 편이라는 사실이 든든했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생각하는 벤은 아직 모르는 사실 이 있었다.

두 사람과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면 이드는 물론 벤까지 흐릿하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허공에 뜬 벤까지 합하면 완벽한 숲속의 유령이다.

이드가 자신과 벤을 중심으로 기살로 공간을 죽여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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