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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1061화


1496화

순식간에 찾아온 위기.

하지만 스폴이 인정한 여름 기사단의 위명은 헛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능숙한 대처로 위기를 넘겼다.

소수의 공격조가 나서서 적의 눈을 돌리고, 일부 전력을 와이번 경계로 돌린 후, 포위진을 다시 구성했다. 그렇게 두 마리 족장급 오크가 진 안에 갇히자, 다른 기사들이 그 뒤에 있는 오크들을 공격해 들어갔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은 정련된 움직임.

이런 정확하고 간결한 움직임은 피나는 훈련의 결과물이었다.

“쟤들도 나름 노력했네요.”

제법 인상적이었는지, 스폴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바로 수치심으로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여름 기사단장이었다.

“빠득, 겨우 오크 따위에 밀리다니. 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그에 있어선 상대가 족장급이란 것도, 와이번의 지원이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적이 오크라는 것이었다.

“평범한 오크놈들이 아닌 탓입니다.”

옆에 있던 부단장이 부하들의 입장을 변호하고 나섰다.

“오크가 그래봤자 오크지.”

“그레이트 오크는 다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특히 저 두 놈은 오우거 급의 중형 몬스터로 분류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여름 기사단이 오우거를 보면 물러나야겠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적의 외형만 보고 판단한 기사들이 당황했을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부단장의 말에도 여름 기사단장의 얼굴은 쉬이 풀어지지 않았다.

대신 분노는 어느 정도 가라앉은 모습이다. 그도 부단장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저건 오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기존에 자신들이 알던 오크가 아니었다. 일단 덩치가 두 배 이상 크고, 근력은 네 배 이상으로 보였으며, 순간순간 뿜어지는 마나의 출력은 다섯 배나 높아 보였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나면 그냥 서로 다른 종이라고 해도 이상하다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성과 달리 감성의 입장은 달랐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오크는 오크였다. 자신의 기사단이 오크 따위에게 밀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적이 아무리 케론 협곡에서 올라온 돌연변이 그레이트 오크라고 해도 말이다. 이건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문제였다.

“사신단이 이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이런 꼴불견이라니.”

특히 저 사신단을 통해 검후의 귀에 이 전투에 대해 알려질 것을 생각하자,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저는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아니었으면 사신단의 기사들도 무너졌을 겁니다. 그러니 저 오크들의 특이성에 대해서는 저들도 잘 알 겁니다.”

검후의 사신단도 오크에게 밀리긴 마찬가지였다.

여름 기사단장은 그 말을 듣고서야 겨우 얼굴이 풀어졌다. 물론 미간의 주름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부디 그러길 바라지. 그나저나 왜 아직 저놈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건가?”

다시 진형이 갖춰지고 십 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두 마리 족장급 오크는 여전히 날뛰는 중이다.

놈들이 워낙 강력한데다, 두 마리의 합이 잘 맞아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저놈들 집단 전투에 매우 능숙해 보인다.’

그랬다. 협곡에서 기어 나온 주제에, 같은 몬스터만 상대했을 놈들이 기사들의 검술에 매우 익숙해 보였다.

하긴 그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 오크들이 얼마 전까지 켄타우로스 부족과 전쟁을 하다 나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켄타우로스의 창술은 어지간한 기사의 검법만큼 위협적인 무기술이었으니.

기사들로서는 만만찮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그 외에도 이유는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하늘에 있는 와이번입니다. 놈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의 맥을 끊어내고 있습니다.”

“그럼 와이번부터 처리해! 초인 기사들을 움직여!”

“예!”

기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즉각 부단장이 움직였다. 그는 소속 기사들 중 대공 능력을 갖춘 초인 기사들을 추려 와이번을 떨어트리도록 했다. 비록 마법사는 없지만, 보유 중인 초인 기사들의 전력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잠시 후 와이번 전력으로 분류된 기사들이 즉각 하늘에 있는 와이번 요격에 나섰다.

퍼펑!

와이번을 향해 원거리 초인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

꾸워어어억!!

하지만 하늘에 있는 와이번을 타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거리도 거리였지만, 와이번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하늘에서 매우 재빨랐다. 놈은 자신을 향한 색색의 공격을 능숙하게 피해내며 거리를 벌렸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백전노장. 하늘의 지배자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놈이 백전노장이라지만, 물량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십 수명의 초인 기사들이 쏟아내는 공격이 점점 화망을 좁히며 와이번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

마침 그런 공격들 중 하나가 와이번의 가슴에 직격했다.

퍼어엉!

화끈한 열기와 함께 일어난 불길에 와이번을 휘감는 순간 초인 기사들은 불끈 주먹을 쥐었다.

“됐어. 명중이다!”

“추락하는 즉시 완전히 숨통을 끊어!”

“그런데………… 왜 안 떨어지지?”

이상한 일이었다.

불길에 휩싸인 와이번이 추락하질 않는다. 오히려 힘찬 날갯짓으로 고도를 높인다. 그와 함께 흩어지는 불길.

다시 모습을 드러낸 와이번은 너무도 멀쩡했다. 조금의 타격도 받지 않은 모습.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몰라! 일단 다시 공격해!”

이에 당황도 잠시. 초인 기사들이 다시 공격을 쏟아냈다. 과정은 아까와 같았다. 화망을 형성한 후, 운신의 폭이 좁아진 와이번을 타격한다! 터엉!

이번에도 성공이었다.

이번은 불길이 아닌, 흰색 마나구에 의한 공격이었다. 덕분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얀 에너지체가 와이번의 몸통을 두드리는 순간.

불그스름한 기운이 솟아나 와이번을 보호하는 장면을 말이다.

“보호막이라고?”

“와이번이 무슨…… 그런…….”

초인 기사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보호막을 펼치는 와이번이라니. 그런 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혹시 저놈도 돌연변이일까. 아니면 혹시 드래곤의 유희?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의심이 솟구치는 중에 누군가 합리적인 의견을 꺼내 놓았다.

“어쩌면 저건 와이번 라이더의 짓이 아닐까요?”

“와이번 라이더가 어떻게? 마법사라도 된다고?”

“네, 와이번 라이더가 오크 주술사라면 가능합니다.”

“・・・・・・ 그러고 보니, 방금 그 보호막도 오크 놈들이 사용하는 주술과 많이 닮았어.”

순간 초인 기사들은 같은 심정이 되어 와이번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저걸 어떻게 떨어트리지?’

미친놈들이었다.

인간도 와이번 라이더로 마법사를 쓰진 않는데, 저놈들은 그걸 해버린 것이 아닌가. 어쩐지 아래쪽에 있는 놈들보다 라이더의 덩치가 좀 작다 싶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보다. 그나저나 골치 아프게 되었다.

저 보호막이 주술사 때문이라면 이젠 주술사의 공격이 떨어질 것도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오히려 지금까지 공격에 나서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겨야 옳았다. 어쩌면 놈은 족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 아닐까.

놈들도 이런 의심을 알았을까.

아니면 주술사의 존재를 들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상황을 지켜보던 족장이 다시 나섰다. 놈은 거대한 목소리와 함께 팔을 들어 뭔가를 지시했고,

그 손가락이 향한 방향은 분명 하늘 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순간 하늘 위에서 찢어지는 목소리와 함께 정체 모를 가루들이 허공으로 뿌려진 후.

화르르르르륵!

기사들의 머리 위로 불의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 불의 크기 하나하나는 작았지만, 숫자가 많고, 범위가 전장 전체를 덮을 정도로 넓었다.

“막아!”

“요격해!”

대공 능력을 가진 초인 기사들이 화들짝 놀라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비를 요격하기 위해 초인기를 쏟아냈다.

콰르르르릉!!

불비와 초인기가 하늘에서 충돌하며 하늘에 불의 장막이 펼쳐졌다. 당연히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하늘에서 찢어지는 목소리와 함께 정체불명의 가루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이번엔 바람의 화살이 생성되어 떨어졌다.

그에 초인 기사들은 와이번에 대한 공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적의 공격을 요격하는 일에만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일순간에 초인 기사들의 전력이 묶여버린 것.

이런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족장이 여름 기사단의 등장에도 도망치지 않은 것이었다.

“크후하하하!! 너희는・・・・・・ 취익! 여기서 다 죽는다!”

자신만만해진 족장이 오만한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이드가 없어도 그의 의도대로 일을 풀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여름 기사단에는 분명 그만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뜻밖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디테일이 조금 아쉽네요.”

스폴이 혀를 찼다.

“스폴 경이라면 저 와이번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드가 물었다.

주술사 와이번 라이더라니. 여름 기사단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스폴은 이런 물음 앞에서도 당당했다.

“어렵지 않죠.”

“그럼 스폴이 해결할래요?”

“이 전력으로는 힘들죠. 제 기준은 어디까지나 은색 기사단일 때의 이야기니까요. 특히 검후 님이 함께라면 저런 놈들은 한 방거리도 안되죠.”

“검후라. 그럼 여기선 검후 대신 내가 좀 거들어 줄까요?”

“네? 직접 나서시게요?”

“저 문제의 와이번만요. 여름 기사단에 실례가 되는 건 아니겠죠?”

“실례는 무슨, 목숨을 살려주시는 일인데요. 감사할 일이죠.’

그럼 됐다.

스폴에게 확인을 마친 이드가 하늘을 종횡하고 있는 와이번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

빠직,

직후, 그의 손가락 끝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싶은 순간이었다.

퍼어엉!

하늘 저편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직후 붉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와이번과 그 라이더의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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