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18권 월광천추(月光千秋)편 :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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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18권 월광천추(月光千秋)편 : 3화


제180장. 의운중첩(疑雲重疊)

손풍은 지금까지 그리 길지 않은 동안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중 손풍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육 개월 전에 서안의 뒷골목에서 파락호들과 시비가 붙어 영문도 모른 채 칼에 찔린 일이었다.

당시 손풍은 집에는 한 달에 한두 번 들어가고 대부분의 시간을 화월루의 후원에서 먹고 자면서 보냈다. 당연히 소요되는 비용이 적을 리가 없었고, 이미 손노태야의 눈 밖에 나 있던 손풍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화월루의 주인인 화대부인은 손노태야의 체면을 생각해서 손풍에게 눈총을 주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외상값이 은자 천 냥을 넘어가자 아무리 뻔뻔한 손풍이라도 가슴 한구석이 찔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손풍은 손노태야 몰래 손가장의 다른 식솔에게서 돈이라도 융통할 생각으로 늘 머무르고 있던 화월루의 후원을 빠져 나왔다.

그날은 달도 뜨지 않은 컴컴한 밤이라 손풍은 투덜거리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제길, 하필이면 이런 음침한 날씨라니…… 이런 날은 그저 취향(聚香)이 속살이나 만지며 술 한 잔 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가 막 화월루에서 손가장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려 할 때였다.

그 골목은 낮에는 제법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나, 해가 떨어지면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골목 자체도 그리 넓지 않았고, 양의 창자를 연상케 하듯 미로(迷路)처럼 복작해서 밤에는 어지간한 사람들도 지나가길 꺼려했다.

하나 평생 누구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는 손풍이 그런 것에 구애 받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이 골목이 아니면 손가장까지 상당히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손풍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 나갔다.

“아악!”

그때 여인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손풍이 흠칫 놀라 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보니 골목의 컴컴한 한쪽 구석에서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두 명의 장한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자신이 호협(豪俠)하다고 자부하고 있던 손풍이 이런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아니 어떤 미친놈들이 감히 본 공자 앞에서 함부로 여인을 겁탈한단 말이냐?”

그가 버럭 노성을 지르며 달려오자 두 명의 장한들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하나 그들 중 한 명이 손풍의 정체를 알아차린 듯 나직하게 서로 수군거리더니 이내 음산한 흉소를 터뜨렸다.

“흐흐…… 누군가 했더니 손가장의 덜떨어진 망나니로군. 네 아버지를 봐서 이 형님들이 용서할 테니 그냥 조용히 지나가라.”

손풍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이런 말을 지껄이는 장한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분기탱천하여 덤벼들었다.

“이 죽일 놈들이 감히 본 공자를 능멸하려고 해?”

손풍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먹을 휘두르자 두 장한의 입가에 냉랭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놈이 자기가 잘나서 남들이 안 건드린 줄 안 모양이군.”

손풍은 나름대로 주먹질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두 장한은 어느 정도 무술을 배웠는지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손풍은 순식간에 대여섯 대를 맞고 개구리처럼 바닥에 쭉 뻗어 버렸다.

그런데 그때 장한들에게 겁간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던 여인이 그 틈을 노려 골목 밖으로 달려가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사람 살려요!”

여인의 비명 소리가 밤하늘을 찢어 놓았다.

장한들이 흠칫거리고 있을 때 손풍이 퉁퉁 부은 얼굴로 바닥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피 묻은 가래침을 뱉어냈다.

“퉤! 네놈들이 감히 본 공자를 건드리고 무사할 줄 아느냐? 네놈들이 어디에 숨든 지옥 끝이라도 쫓아가서 가만두지 않을 테다!”

손풍은 평소에 하던 대로 큰소리를 쳤는데, 그게 아마도 두 장한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사실 손풍이 손노태야의 눈 밖에 나서 버린 자식 취급을 당한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손풍이 진짜로 버림을 받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도 손노태야에게 자식이라고는 오직 손풍 한 사람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손풍이 이를 갈며 복수(復讐)를 하겠다고 소리치자 덜컥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서안에서 손노태야의 비위를 건드리고 무사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그들이 아는 한 없었다.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손풍에게 다가왔다.

손풍은 그때까지도 사태의 심각함을 모르고 있다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장한의 얼굴이 살기등등한 것을 보고는 내심 아차 싶었다.

더구나 두 장한이 품에서 날카로운 비수들을 꺼내 들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봐,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좋은 말 할 때 그거 내려놓고 그냥 꺼져라.”

손풍은 여전히 큰소리를 쳤으나, 기세는 조금 전보다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하나 두 장한은 이미 마음을 굳혔는지 더욱 빠르게 손풍을 향해 다가왔다.

아마 손풍을 이대로 놓아주어도 나중에 반드시 보복당하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럴 바에야 이 자리에서 살인멸구(殺人滅口)를 해버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도망간 계집이야 처음부터 겁에 질려 자신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지금 여기서 손풍을 죽이고 잠적해 버린다면 누가 자신들의 소행인 줄 알겠는가?

“어? 이봐! 정말 이럴 거야?”

손풍은 황당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그들을 제지하려고 손을 쳐들었다.

그때 두 장한 중 한 명이 그의 품으로 바짝 다가들었다. 그와 함께 무언가 차가운 것이 자신의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옴을 느끼고 손풍은 눈을 부릅떴다.

“이…… 이놈들이…….”

손풍은 장한이 손에 든 비수로 자신의 옆구리를 찔렀음을 알고 무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장한이 움찔하여 주춤거리는 순간, 손풍은 한 손으로는 비수를 쥔 장한의 손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너…… 가만두지 않겠다…….”

그때 다른 한 장한이 손풍의 머리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손풍이 몸을 뒤로 젖혀 그 손을 피한 것은 순전히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때 손풍은 장한의 손에 예리한 비수가 쥐어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 죽는다…….’

손풍은 바짝 긴장하여 옆구리를 비수로 찔린 고통도 잊고 자신의 앞에 있는 장한의 얼굴을 이마로 들이받았다.

빠악!

뼈와 뼈가 부딪치는 음향이 들리며 장한이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크윽!”

그 순간, 조금 전에 헛손질을 했던 다른 장한이 아무 소리도 없이 손풍의 앞가슴으로 뛰어들며 비수를 휘둘러 왔다. 손풍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벌러덩 누워 버렸다. 덕분에 장한이 휘두른 비수는 피할 수 있었으나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누운 격이 되어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더구나 옆구리에는 아직도 비수가 꽂혀 있어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풍이 채 바닥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다시 장한이 거친 숨을 내쉬며 비수로 목을 찔러 왔다. 손풍은 순간적으로 아찔하여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장한의 비수가 자신의 오른 팔뚝에 박혀 있었고, 자신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어떻게 골목을 벗어나 큰길까지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나중에 손풍을 치료하던 의원은 손풍이 두 개의 비수에 다섯 군데를 찔렸으며, 특히 목덜미를 스쳐 왼쪽 어깨에 나 있는 상처는 하마터면 대동맥을 자르고 지나갈 뻔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대동맥이 잘렸다면 숨 몇 번 내쉬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졌을 거라는 말과 함께.

손풍은 나중에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억울한 생각에 칼을 하나 구해 옆구리에 차고 그 골목을 몇 번이나 뒤지고 다녔으나, 두 명의 장한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나 그때 자신을 죽이기 위해 비수를 휘두르며 달려들던 그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손풍이 누군가의 살의(殺意)를 직접 당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크고 작은 시비(是非)에는 여러 번 휘말린 적이 있어도 그토록 맹렬한 살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적은 아직 없었다. 자신을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는 살기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느릿느릿 걸어오는 사람의 몸에서는 당시의 장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괴이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살기의 진득함은 손풍이 지금까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뱀을 본 개구리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사나이는 허름한 마의(麻衣)를 걸치고 머리를 허리 부근까지 치렁치렁하게 기른 봉두난발의 인물이었다. 비쩍 마른 얼굴에 두 눈만이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차갑던지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빙굴 속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손풍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꼼짝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의사나이는 어느새 손풍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이제 그가 손을 휘두르기만 하면 손풍은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피를 뿌리며 쓰러지게 될 것이다. 절대로 이 사나이의 잔혹한 살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의사나이의 손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광경을 손풍은 꼼짝도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금시라도 손풍을 향해 손을 휘두를 것만 같았던 마의사나이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다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손풍은 감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는 못했으나, 마의사나이말고도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

‘대체 오늘 이곳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어 있단 말인가?’

긴장되어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던 몸에서 맥이 탁 풀리며 될 대로 되라는 자조 섞인 심정이 되었다.

‘나오려면 한 놈씩 나오지 말고 한꺼번에 다 나와라. 괜히 찔끔찔끔 나타나서 사람 놀래키지 말고.’

손풍은 마의사나이의 시선이 향한 곳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었다.

“맹가야! 네가 형님을 구하려고 왔구나!”

손풍은 반색을 하며 그에게로 달려갔다. 나타난 사람은 뜻밖에도 맹천익이었던 것이다. 하나 그때 마의사나이의 신형이 갑자기 움직였다.

“위험해, 이 바보야!”

맹천익이 버럭 호통을 치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손풍은 무언가 차가운 기운이 맹렬하게 휘몰아쳐 오는 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렸다. 비록 무심결에 한 행동이었으나, 그것이 그를 살렸다.

파아아…….

무언가 형용키 어려운 괴이한 기운이 방금까지 손풍이 서 있던 공간을 휩쓸고 지나갔다.

손풍은 그 기운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으나 파공음만으로도 머리끝이 쭈뼛해지며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 기운에 조금이라도 격중되었다면 자신의 몸이 갈가리 찢겨지고 말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무리 겁이 없고 담대한 손풍이라도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을 것이다.

손풍은 아직도 어리둥절하여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으나, 자신이 조금 전에 큰일 날 뻔했다는 것만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는지라 한동안은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맹천익이 마의사나이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맹천익은 수중에 은빛의 기형검을 들고 있었는데, 검을 휘두르는 솜씨가 손풍이 보기에도 보통이 넘어 보였다. 그에 비해 마의사나이는 맨손으로 맞서고 있었는데, 마의사나이의 비쩍 마른 손이 움직일 때마다 괴이한 파공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경풍이 휘몰아쳐서 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었다.

‘힘내라, 맹가야! 네 검에 이 형님의 목숨이 달려 있다.’

손풍은 큰소리로 응원이라도 해주고 싶었으나, 그랬다가 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마음속으로 성원을 보내는 것에 그쳤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주위를 살펴보았다. 맹천익이 나타났으니 양중초를 비롯한 다른 세 사람도 이 근처에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모두 어디다 내팽개치고 저 녀석 혼자만 온 거야?’

그는 불안한 생각이 들어 다시 마의사나이와 싸우고 있는 맹천익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맹천익은 비록 마의사나이에게 용맹스럽게 맞서고 있었으나 마의사나이의 강맹한 장력(掌力)에 조금씩 뒤로 몰리고 있었다. 옷자락도 여기저기 찢어지고 단정하게 묶고 있던 머리카락도 반쯤 풀어헤쳐져 낭패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조금도 기가 죽거나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눈을 빛낸 채 기세등등하게 맞서고 있으니 과연 삼월보주의 아들다운 배짱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다른 두 곳에서의 싸움도 슬슬 결말을 향해 치달려 가고 있었다. 네 명의 고수들과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던 낙일방은 마의사나이가 손풍을 향해 다가갔을 때는 잠시 마음이 흔들려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나 맹천익이 나타나 손풍을 구하자 안정을 되찾았는지 더욱 맹렬하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벌써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격전을 벌였음에도 그의 몸은 별로 지치지 않았는지 처음보다 오히려 더욱 빨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에 비해 그를 합공하고 있던 네 명의 고수들은 낭패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제일 처음부터 낙일방과 싸웠던 청홍쌍귀 연씨형제는 내력(內力)이 바닥났는지 행동이 느려지고 창을 휘두르는 기세가 급격히 약화되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낙일방이 펼치는 낙뢰신권은 이름 그대로 벼락이 내리꽂히는 듯한 강맹한 위력을 담고 있어서 그 강력한 기운에 맞서게 되면 내력의 소모가 극심해지게 된다. 그런데 두 사람은 벌써 반 시진이 훨씬 넘도록 그 가공할 권법에 맞서고 있으니 체력은 물론이고 몸 안의 내력 또한 거의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낙일방은 그런 무시무시한 주먹을 한 시진 가까이 휘두르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그의 내공이 심후한 탓도 있었으나, 적을 대하는 그의 마음가짐과 결의가 그만큼 확고하기 때문이었다.

파팡!

마침내 연씨형제 중의 둘째인 홍귀 연일흔이 낙일방의 맹렬한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앞가슴을 주먹에 정통으로 격중당한 채 피를 뿌리며 삼 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크악!”

처절한 비명이 밤공기를 찢어 놓는 가운데, 다른 세 사람을 향해 낙일방의 폭풍노도 같은 십이권(十二拳)이 휘몰아쳐 갔다. 낙뢰신권 중에서도 절초인 뇌정만균(雷霆萬均)이 펼쳐진 것이다. 청귀 연일명을 비롯한 다른 두 명의 고수들도 모두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채 사력을 다해 그 가공할 권세에 맞서 갔다.

그 결과는 참혹한 것이었다. 연일명과 다른 한 명의 고수는 각기 옆구리와 복부에 이권(二拳)씩을 맞고는 허리를 숙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도끼를 휘둘렀던 다른 한 명은 비록 주먹에 정통으로 격중당하지는 않았으나 낙뢰신권에서 뿜어 나오는 가공할 경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입으로 폭포수처럼 피를 뿜어내며 금시하도 쓰러질 듯 연신 휘청거렸다.

낙일방의 모습도 그리 좋지 못했다. 낙일방은 비록 무서운 기세로 네 명의 고수들을 물리쳤으나, 왼쪽 옆구리를 연일명의 창에 꿰뚫렸고, 오른쪽 어깨를 도끼에 격중당해 상반신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래도 그는 쓰러지지 않고 두 눈을 매섭게 번뜩이고 있었다.

“휘익!”

갑자기 어디선가 예리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맹천익과 싸우던 마의사나이가 강력한 장력을 날려 맹천익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재빨리 바닥에 쓰러진 연씨형제들을 양쪽 팔에 하나씩 끼어 안았다. 도끼를 든 사나이도 다른 한 명을 들쳐 업고는 마의사나이와 함께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맹천익은 비록 마의사나이의 손에 쓰러지지는 않았으나, 그의 무서운 장력을 상대하느라 지쳐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쫓기는커녕 아직 바닥에 주저앉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헉헉…….”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동안 그 자리에서 헐떡거렸다.

손풍이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갔다.

“괜찮으냐?”

맹천익은 대꾸할 힘도 없는지 그냥 손을 흔들어 보였다. 손풍은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는 낙일방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낙 사숙님.”

손풍은 상반신이 온통 피투성이로 변한 낙일방의 모습에 놀라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그를 불렀으나, 낙일방은 무심한 표정으로 옆구리에 박힌 창을 뽑아냈다. 핏물이 솟구쳤으나 낙일방은 잠깐 눈썹을 찌푸렸을 뿐 신음성조차 내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단순한 피육(皮肉)의 상처일 뿐이다.”

“그래도 빨리 치료하시는 것이…….”

낙일방은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어깨의 상처를 지혈한 다음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 사형은 다친 곳이 없으십니까?”

전흠을 상대했던 두 명의 고수들 또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물러났는지 전흠은 유소응과 함께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전흠의 몸에도 여기저기 핏자국이 나 있으나, 낙일방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몇 군데 긁혔을 뿐이다. 그나저나 그놈들은 대체 누구냐?”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더군요.”

“그게 무엇이냐?”

“그들이 쓰는 무공은 중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흠의 얼굴이 무겁게 굳어졌다.

“역시 그렇군. 어쩐지 수법이 하나같이 괴이악랄하고 상궤(常軌)를 벗어난 것이어서 상대하기 무척 까다로웠다. 서장의 놈들일까?”

“그렇다고 봐야죠.”

“흑갈방의 놈들에 이제는 서장의 고수들이라…… 대체 우리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장문사형이라면 아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전흠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우리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 장문인은 괜찮을까?”

낙일방은 의외로 별로 불안해하지 않았다.

“꼴은 좀 우습게 됐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 무사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무사한데, 장문인께서 무사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너다운 천연덕스러운 말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장문인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장문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어 두 사람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동시에 맹천익에게로 향했다. 맹천익은 그때까지도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나, 조금 전보다는 한결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낙일방이었다.

“손 사질을 구해 주어서 고맙소.”

낙일방이 예의를 잃지 않고 말하자 맹천익은 씁쓸하게 웃었다.

“별말씀을. 너무 늦게 오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그나마 늦지 않아 다행이었소.”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겠소?”

마치 노련한 강호인처럼 침착하게 묻는 낙일방의 모습에 전흠이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예전에는 성질만 급한 애송이였다고 하더니 무공이 늘어난 만큼이나 능구렁이가 다 됐군.’

맹천익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도 정확한 건 모르오. 갑자기 일이 닥쳐 이리저리 휘말리다 보니 일행들이 모두 뿔뿔이 헤어져 버렸소.”

이어진 맹천익의 말은 중인들을 미혹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촌장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 맹천익 일행은 각기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두 개의 방에 투숙했다. 맹천익은 의숙(義叔)인 양중초와 한 방을 썼고, 다른 방에 양중초의 부인인 중년미부와 홍의여인이 머물렀다.

중년미부의 이름은 조인홍(朝引紅)이었고, 홍의여인은 삼월보의 대보주인 금월 선초의 딸로, 선약연(宣若燕)이라고 했다. 그들은 모두 며칠간의 선상(船上) 생활에 적지 않은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기에 저녁을 먹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삼경이 가까워 올 무렵에 맹천익은 이상한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나직한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그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워낙 주위가 조용했는지라 맹천익 같은 무공의 고수가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양중초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두 눈에 날카로운 빛을 뿌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촌장의 방에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촌장의 집에는 모두 세 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중 두 곳을 양중초 일행이 쓰고 촌장의 식구들은 모두 가장 큰 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맹천익이 촌장의 방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양중초가 제지했다.

“성급한 행동은 자제하거라.”

담이 약한 사람이라면 야삼경에 들려오는 흐느낌 소리에 꺼림칙한 생각이 들었겠으나, 양중초와 맹천익은 모두 뛰어난 무공을 지닌 강호의 고수들이니 두려움 같은 걸 느낄 리가 없었다.

단지 깊은 밤에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무작정 촌장의 방을 찾아가 볼 수도 없어서 맹천익을 말렸을 뿐이다. 자칫하면 남의 집 가정사에 외인(外人)이 끼어들어 쓸데없이 분란(紛亂)을 자초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맹천익은 흐느낌 소리를 듣고 있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젊은 여자 목소리 같은데요?”

양중초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촌장의 식구들은 모두 네 명으로, 칠십이 다 된 늙은 촌장 부부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두 아들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촌장의 식구들 중 젊은 여자는 없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나가 봐야겠구나.”

방문을 나서던 양중초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방금 전까지도 들려오던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그들이 방문을 나선 순간부터 뚝 그쳤던 것이다.
양중초는 주저하지 않고 촌장의 방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
촌장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분명 이 방에서 여자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건만, 방문을 열고 나오는 그 짧은 순간에 사람의 종적이 묘연해진 것이다. 아니, 그건 고사하고 촌장의 식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두 사람은 촌장의 방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그들의 실종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작은 핏자국도 없었고, 방안이 어질러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곳을 할 노릇이군요.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죠?”

맹천익이 의혹을 참지 못하고 양중초를 쳐다보았을 때 양중초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그녀들이 나와 보지도 않는 거지?”

이번에는 맹천익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이 촌장의 방을 뒤진다고 수선을 피웠는데도 조인홍과 선약연이 있는 방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급히 그녀들이 머무르고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아!”

방문을 연 맹천익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경호성이 흘러나왔다. 그녀들의 방 또한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실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공도 모르는 평범한 촌민들인 촌장 식구들과는 달리 그들 두 여인은 뛰어난 무공을 지닌 강호의 여협(女俠)들이었다. 특히 양중초의 부인인 조인홍은 양중초도 무시 못 할 놀라운 무공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녀들이 없어졌는데도 양중초가 아무런 낌새도 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맹천익은 거듭된 기사(奇事)에 놀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에 비해 양중초는 훨씬 냉정한 모습이었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방안을 샅샅이 뒤지다가 갑자기 바닥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부서진 작은 구슬 조각이었다. 반쯤 깨어진 구슬 조각은 은은한 은색을 뿌리고 있었다.

“그건 진주 조각이 아닙니까?”

맹천익이 묻자 양중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들이 머물렀던 방에서 진주 조각이 나온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들 두 여인 중 누구도 진주를 몸에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진주 조각은 누가 떨어뜨린 것이란 말인가?
양중초는 진주 조각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눈을 번뜩였다.
그것을 본 맹천익이 급히 물었다.

“삼숙부님, 무언가 아는 것이라도……”

“이 진주가 어디에 있던 것인지 알 것 같다.”

“그곳이 어딥니까?”

“운룡신차. 운룡신차의 문에 있던 주렴이 바로 진주로 만든 것이지.”

맹천익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렇다면……”

양중초는 진주 조각을 품에 넣은 채 몸을 돌렸다.

“운룡신차를 둔 곳으로 가 보자.”

두 사람은 신형을 날려 촌장의 집을 벗어났다.
운룡신차는 마을의 가장 외곽에 있는 후미진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촌장의 집에서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운룡신차를 보관한 창고에 도착하여 황급히 창고를 뒤졌으나 어디에서도 운룡신차를 찾을 수 없었다.
반쯤 부서진 데다 끌고 있던 말까지 모두 떼어내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운룡신차가 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맹천익은 거듭된 변고에 몹시 당황하여 허둥거렸으나, 양중초는 이미 그런 사실을 예측하고 있었던 듯 침착함을 잃지 않고 창고를 수색했다. 이내 그들은 창고의 뒤편으로 마차 바퀴 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본체만 남은 운룡신차에 다시 말을 묶어 끌고 간 모양이었다.
마차 바퀴를 자세히 살피던 양중초가 문득 맹천익을 돌아보았다.

“너는 일단 진 장문인에게로 돌아가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알려주도록 해라.”

“삼숙부께선…….”

“나는 이 흔적을 쫓아가 보겠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운룡신차를 끌고 간 자가 어떤 식으로든 그녀들의 실종과 연관이 있음이 분명하다.”

맹천익은 양중초가 혼자 마차 바퀴를 따라가겠다고 하자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이라면 제가 하는 것이……”

양중초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런 일이야말로 너보다는 내가 조금이라도 나을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진 장문인을 찾아가도록 해라.”

맹천익은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도가 없음을 깨닫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삼숙. 진 장문인께 말씀드려 곧 삼숙의 뒤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맹천익은 황급히 신형을 날려 진산월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집에 미처 당도하기도 전에 그곳에서 맹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싸우는 무리 중에 자신이 애타게 찾고 있는 진산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맹천익은 일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진행되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어지러웠으나, 그때 마침 손풍이 위기에 처하자 더 망설이지 않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맹천익의 말을 모두 들은 중인들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한층 더 무거워졌다. 그의 말에서 조금이라도 의문이 해결되기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사건은 오리무중, 대체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낙일방은 잠시 상념에 잠겨 있다가 물었다.

“그렇다면 양 대협은 지금도 그 마차 바퀴 자국을 쫓고 있겠구려?”

“그럴 겁니다.”

맹천익은 이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양중초의 뒤를 따라가자고 말하고 싶었으나, 진 장문인도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이들 또한 치열한 격전에 부상을 입고 있는지라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마음만 조급해졌다.
낙일방은 전흠을 돌아보며 물었다.

“전 사형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전흠의 강퍅한 얼굴에 한 줄기 난처함이 떠올랐다.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구나. 양 대협의 행방을 좇자니 장문사형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고, 그렇다고 장문사형을 찾고 싶어도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하구나.”

“그렇다고 이곳에서 무작정 가만히 있는 것만이 능사(能事)는 아닐 겁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장문사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 대협 일행의 안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장문사형을 찾는 일이 막막한 이상, 양 대협이라도 찾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차 바퀴라는 분명한 단서가 있으니 말입니다.”

전흠은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그렇긴 하다만……”

낙일방의 준수한 얼굴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본파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내버려둔다는 것은 본파의 규율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사형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종남은 결코 위험에 빠진 친구를 두고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을.”

낙일방을 쳐다보는 맹천익의 시선에 감격한 빛이 가득 떠올랐다. 전흠 또한 낙일방의 다른 모습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내가 장문사형 걱정에 잠시 본파의 제자로서 본분을 잊었구나.”

낙일방은 또렷또렷한 음성으로 힘주어 말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장문사형이 어떤 분인지 잊으셨습니까? 아무리 험한 시련이 닥쳐도 장문사형은 능히 뚫고 나오실 수 있을 겁니다. 겨우 이 정도 일에 좌절하려고 초가보와 그 지독한 싸움을 해온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낙일방의 말이 옳았다. 초가보에 비하면 위남과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은 싸움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것이었다. 초가보와의 그 처절하고 살벌한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은 자신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이내 운룡신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바퀴 자국의 끝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나 그들은 더 이상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든지 자신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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