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21권 철혈행로(鐵血行路)편 :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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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21권 철혈행로(鐵血行路)편 : 8화


제 216장 전화위복

그날 저녁.
거리에 하나둘씩 등불이 내걸릴 때 과연 누군가가 종남파의 고수들이 머무르는 숙소를 찾아왔다. 죽립을 깊게 눌러쓴 그 인물은 훤칠한 체구에 등 뒤에 검을 멘 전형적인 무인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죽립인을 본 손풍이 호들갑을 떨었다.

“저자입니다. 저자가 유 사형을 납치해갔습니다.”

그때 죽립인의 뒤에서 하나의 작은 인영이 걸어 나왔다. 그는 다름 아닌 유소웅이었다.

“어? 유 사형, 무사했군요.”

손풍이 반색을 했으나 유소웅은 별반 표정 없는 얼굴로 그에게 살짝 고개를 까닥거리고는 진산월에게 다가가 머리를 조아렸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사부님.”

“불편한 곳은 없느냐?”

“예.”

유소웅은 여전히 견정검을 가슴에 안은 모습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혈색이나 표정에서 어떠한 이상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진산월의 시선이 그에게서 죽립인에게로 옮겨졌다.
죽립인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종남파 고수들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 진산월과 시선이 마주쳤는데, 죽립 사이로 번뜩이는 안광이 얼음처럼 차갑고 예리하게 느껴졌다.
진산월은 조용한 시선으로 그의 칼날 같은 눈빛을 마주보다가 담담한 음성을 내뱉었다.

“성락중 사숙이십니까?”

죽립인은 천천히 죽립을 벗었다. 드러난 얼굴은 검은 수염을 기르고 이목이 청수한 준수한 용모의 중년인이었다. 나이는 갓 사십을 넘었을 정도였으며, 중년 특유의 여유와 침착함이 배어 있는 얼굴이었다.

“내가 바로 성락중일세.”

진산월은 그를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종남파의 이십일대 장문인 진산월이 사숙을 뵙니다.”

그는 이미 상대의 정체에 대해 대충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거나 당황해하지 않았다.
종남파의 무공에 능숙한 사십대의 중년인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진산월은 종남파를 떠나기 전에 전풍개로부터 혹시라도 중원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를 두 명의 사숙에 대해 언질을 받았던 것이다.
낙일방과 동중산이 황급히 그에게 인사를 했다.
성락중은 전풍개의 두 명의 제자 중 첫째였다. 전풍개가 말한 대로 그의 인상은 비범해 보였고, 태도는 장중해서 절로 호감이 일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간단한 술상을 준비했습니다.”

성락중은 주저하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술이 일 순배 돌자 그제서야 진산월은 성락중을 향해 오늘 일에 대해 물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찾아오시게 되었습니까?”

성락중은 검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진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나에게 사제가 한 명 있다는 것은 사부님께 들어서 알고 있을 테지?”

“그렇습니다. 하동원 사숙이라고 들었습니다.”

성락중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 때문에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렸네.”

원래 성락중과 하동원은 같은 고향 출신이었다. 나이는 성락중이 다섯 살이 많았으나, 어려서부터 워낙 흉허물 없이 친하게 지내온 사이인지라 친형제나 마찬가지였다.
처음 전풍개의 눈에 뜨인 사람은 성락중이었다. 전풍개는 성락중의 나이답지 않은 의연한 태도와 침착한 성품에 호감을 느끼고 그를 제자로 삼았다. 뒤늦게 그것을 안 하동원이 울고 불며 떼를 써서 자신도 전풍개의 제자로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전풍개의 성격에 어린아이가 떼를 쓴다고 받아들일 리는 없었고,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에 몸이 유연한 하동원의 재질을 나름대로 인정한 결과였다.
전풍개의 제자가 된 후 두 사람의 무공은 무섭도록 상승하여 전풍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기산취악의 일을 당한 후, 그들은 전풍개를 따라 해남도로 거처를 옮겼다. 해남도에서 두 사람의 처지는 판이하게 달라지게 되었다.
낙천적인 성격의 하동원은 금세 시름을 떨치고 해남도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 반면, 성락중은 크게 의기소침하여 두문불출하다시피 하고 무공 연마에만 주력했다. 가뜩이나 성락중이 조금 앞섰던 두 사람의 무공 실력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천양지차로 벌어지게 되었고, 그럴수록 전풍개는 성락중을 더욱 가혹하게 채찍질했다.
성락중이 전풍개의 혹독한 다그침에 시달리고 있을 때 하동원은 해남도를 자기 집 안마당처럼 들락거리며 많은 사람들을 친구로 사귀었다. 워낙 성격이 밝고 구김살이 없어서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동원과 절친한 친구 사이인 채일상이란 인물이 시체로 발견되어 해변으로 떠내려 왔다.
채일상은 하동원과 동갑으로, 얼굴이 준수하고 성격이 시원시원한데다 술을 잘 마셔서 하동원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이었다. 두 사람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그야말로 죽마고우보다 더욱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니 하동원이 얼마나 분노하고 슬퍼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동원은 채일상의 복수를 위해 그를 죽인 범인을 미친듯이 찾아다녔다. 그러다 결국 채일상이 죽기 전날에 해남도에서 멀리 떨어진 남사군도의 해적 집단인 남해방의 해적선 한 척이 근처를 지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성락중이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하동원은 채일상의 복수를 위해서 단신으로 배를 구해 남사군도로 떠난 뒤였다.
성락중은 사부인 전풍개에게 알릴 사이도 없이 하동원의 뒤를 따라 남사군도로 향했다. 하동원 혼자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남해방의 해적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성락중은 하동원이 남사군도에 도착하기 직전에야 간신히 그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들은 남사군도에서 암약하고 있는 남해방의 수적들을 은밀하게 제거하기 시작했고, 근 두 달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남해방을 무너뜨리고 채일상의 복수를 이루게 되었다.
하나 해남도로 다시 돌아온 그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부인 전풍개가 종남파가 멸문했다는 소문을 듣고 분기탱천하여 손자인 전흠만을 대동한 채로 중원으로 떠나버렸던 것이다.
더욱 그들을 허탈하게 한 것은 채일상의 복수를 마쳤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채일상의 집으로 갔을 때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채일상이 남해방의 해적들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전날 지나치게 과음하여 해안가 절벽에서 실족했음을 알게 되었다. 낙천적인 성격만큼이나 성급했던 하동원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경솔한 판단을 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맥없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부랴부랴 행장을 꾸려 전풍개를 찾아 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이미 전풍개가 중원으로 떠난 지 두달이 지난 후였다.
중원에 와서도 그들의 고난은 계속되었다.
근 이십 년 만에 중원땅을 다시 밟은 감격에 취했는지 하동원은 가는 곳마다 술판을 벌여 가뜩이나 마음 급한 성락중의 발길을 늦추었다.
그러다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하동원이 다른 무리들과 시비가 붙어 커다란 싸움을 벌인 것이다. 강호에서 무인들끼리 칼부림을 하는 것이야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나빴다.
하필이면 광동성에서 최고의 성세를 자랑하는 백학문의 소문주와 시비가 붙은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술이 잔뜩 취한 상태였으나, 그래도 뚱뚱한 체구 덕분에 주량이 남달랐던 하동원이 좀 더 빨리 술기운을 몰아내고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동원은 자신과 시비가 붙은 젊은 녀석을 실컷 두들겨 패서 그동안 묵혔던 울분을 마음껏 털어냈다.
하나 술이 깬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성남 백학문주의 추명첩이었다. 그제서야 자신이 어제 반쯤 묵사발을 내놓았던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 녀석이 백학문주의 애지중지하는 외동아들임을 알게 되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하동원은 그저 두 발이 보이지 않게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성락중은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 하동원을 따라 도망다녀야만 했다. 두 사람이 백학문의 끈질긴 추적을 피해 광동성을 벗어났을 때는 이미 이십 일이 넘는 시일이 경과된 후였다.
그 뒤로는 하동원도 정신을 차리고 사고를 저지르지 않아 열흘 만에 그들은 세 개의 성을 지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다 하남성을 지날 때 그들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멸문한 줄 알았던 종남파가 이미 몇 달 전에 훌륭하게 재건되었을 뿐 아니라, 종남파의 장문인과 몇몇 고수들이 강호로 나와 비무행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 그들은 반신반의했으나 이어지는 소문은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종남파의 당대 장문인은 일검에 구름을 일으키는 초절정의 검객으로, 백년 동안 강북에서 배출된 검객 중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사제들 또한 하나같이 뛰어난 절정고수들이어서 강호에 나오자마자 점창파의 고수들을 물리쳤고, 소림사에서는 삼파비무를 벌여 백중세를 이루었다는 소문이 그들의 귀를 따갑게 했다.
두 사람은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삼파비무가 벌어졌던 소림사로 향했다. 하나 그때는 이미 종남파의 고수들은 소림사를 떠난 후였다.
그들은 서로 상의 끝에 하동원은 사부인 전풍개를 찾아 종남산으로 가고, 성락중은 비무행을 벌이는 종남파 고수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성락중은 종남파 고수들이 여남에서 청의방과 비무를 벌이기로 한 소식을 전해 듣고는 부지런히 신형을 놀린 끝에 간신히 비무에 늦지 않게 여남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비무를 직접 보았고, 강호의 소문이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종남파의 젊은 장문인은 정말로 일검으로 구름을 일으키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때 성락중의 가슴에 휘몰아쳤던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성락중이 비무의 흥분에서 깨어나 종남파 고수들을 찾았을 때는 이미 종남파는 청의방 총단을 떠난 뒤였다. 성락중은 종남파 고수들이 아직 여남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알고는 여남의 구석구석을 뒤지며 종남파 고수들의 행적을 수소문했다. 그러다 오늘 오후에 저잣거리에서 비무장에서 먼발치로 잠깐 보았던 종남파의 어린 제자들을 발견한 것이다.
성락중의 시선이 한쪽에서 열심히 술을 홀짝거리고 있는 손풍을 향했다.

“그런데 잠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저 녀석이 다짜고짜 내게 소리를 지르더군. 그래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려고 손을 썼는데, 곧 저 녀석이 무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생판 초짜임을 알게 되었지.”

손풍은 자신이 화두에 오르자 몸을 움찔하더니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헤헤… 저는 며칠 전부터 운기토납법을 배우고 있으니 사숙조께서 제 실력을 보시려면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할 겁니다.”

성락중은 손풍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어이가 없는지 한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하 사제가 보면 무척이나 좋아하겠구나.”

“예? 왜 그렇습니까?”

“그놈은 너같이 어딘가 모자라거나 특이한 구석이 있는 자들을 보면 아주 환장을 하고 좋아한다. 자신이 그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 너를 보면 아마도 네 옆에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손풍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제길. 새로 사문의 어른이 생겼다고 좋아했더니 이들도 정상은 아니로구나. 아! 본 파에는 정녕 제대로 된 인물은 아예 없는 것일까?’

손풍이 나름대로 사문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을 때, 성락중의 시선이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는 유소웅에게로 이동되었다. 한동안 유소웅을 보고 있던 성락중이 진산월을 향해 물었다.

“저 아이는 자네 제자인가?”

“그렇습니다.”

“몹시 특이한 아이더군.”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놀라지를 않아. 내가 갑작스럽게 손을 써서 공격을 했을 때도 침착했고, 내 손에 제압당해 끌려왔을 때도 전혀 두려워하거나 흥분된 기색이 없었네. 일부러 두려움을 참는 것이 아니라 아예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네.”

진산월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성락중은 고소를 머금었다.

“나중에 내 신분을 밝히고 이것저것을 불어보았을 때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더군.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하긴 하는데,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네. 아마도 내 정체를 완벽하게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겠지. 그러니 정말 아이답지 않은 모습 아닌가?”

듣고 있던 손풍이 점잖게 한마디를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를 애늙은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동중산이 제발 그 입 좀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이미 손풍은 할 말을 모두 내뱉은 후였다.
성락중은 손풍의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에도 조용한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하나 성락중의 성격이 전형적인 외유내강임을 알았다면 손풍도 지금처럼 넉살좋게 웃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성락중이 문득 정색을 하고 진산월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흠아의 상세가 심각하다고 들었네. 내가 볼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진산월은 자신이 직접 성락중을 전흠이 누워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전흠은 비단 금침이 깔린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낯빛이 시체처럼 핼쑥했고, 가슴은 두툼한 붕대로 칭칭 동여매어져 있었다. 성락중은 그의 상세를 살피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때 비무장에서 보기는 했지만 이토록 상세가 심할 줄은 미처 몰랐군. 비무가 끝난 지 벌써 삼 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니… 아마도 상대의 도기가 심맥을 침투하면서 머리 쪽을 지나는 경맥이 충격을 받아 막힌 것 같군. 처방은 어떻게 했나?”

“저희 중에는 의술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일대에서 제일 용하다는 의원 몇 사람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별 차도가 없군요.”

“막힌 경맥을 뚫기 위해서는 영약을 쓰는 게 가장 효과적인데, 특별히 복용시킨 영약이라도 있나?”

“본 파에는 남아 있는 영약이 없습니다.”

성락중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몰락한 지 이십 년이 넘었는데 쓸 만한 영약이 남아 있을 리가 없지. 그래도 용케 본 파를 부흥시켰으니 자네의 재주가 실로 놀랍네.”

“저 혼자가 아닌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였습니다.”

“그렇겠지. 어쨌든 아직 영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내가 써볼 만한 방법이 하나 있군.”

성락중은 품속에서 작은 곽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러자 청량한 향기가 실내에 감돌았다.
성락중이 조심스레 곽을 열자 그 안에는 어린아이의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금빛 환약이 담겨져 있었다. 환약에서는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달콤하면서도 청아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성락중은 신중한 표정으로 그 금환을 집어 들어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전흠의 입으로 가져갔다. 입술을 살짝 열고 금환을 넣지 금환은 스스로 녹아 전흠의 목구멍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흐음…”

성락중은 탄성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고는 침상옆에 앉아서 공력을 끌어올려 전흠의 몸을 추궁과혈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진산월을 돌아보았다.

“오늘 밤은 이 녀석을 위해 땀을 좀 흘려야겠으니 자네는 그만 가서 볼일을 보도록 하게.”

“추궁과열이라면 저도 할 수 있습니다만..”

“내가 이 녀석의 부친에게 신세진 것이 조금 있네. 이번 기회에 그걸 갚지 않으면 언제 갚을지 모르니 자네가 양보해주게.”

진산월은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성락중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걱정 말게. 해남에 있을 때부터 이 녀석의 몸은 지겹도록 지켜보아서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말일세.”


전흠이 정신을 차린 것은 새벽의 여명이 조금씩 주위를 밝혀오고 있을 무렵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전흠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몰라 몇 차례 눈을 깜박거렸다. 주위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천장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가 전흠은 비로소 자신이 청의방과의 비무에서 장호의 칼을 가슴에 맞고 정신을 잃어버린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패했단 말인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검이 장호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알았지만 그때는 이미 도저히 장호의 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역시 그때 옆구리가 아니라 처음 노렸던 대로 목을 찔렀어야 했을까?’

전흠은 비무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으나 이미 승부는 끝이 났고 결과는 정해진 상태였다.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지?’

전흠은 일어나려고 몸을 뒤척이다가 가슴이 뽀개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고통스런 신음을 토해냈다.

“윽!”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가슴이 단단한 붕대로 감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일어나려고 바둥거리고 있을 때 하나의 손이 다가와 그의 가슴을 가만히 눌렀다.

“무리하게 일어나지 말고 누워 있거라.”

누군가가 침상의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흠은 그 음성이 어딘지 모르게 귀에 익음을 알고 누구의 음성인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그의 눈이 점차 크게 뜨여졌다.

“혹시…”

그는 사력을 다해 고개를 돌려 침상 옆에 앉아 있는 인물을 쳐다보았다.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 덕분에 그 인물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성 사숙…”

성락중은 부드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전흠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눈을 깜박거리고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성락중은 그를 제지하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직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게 나중에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

그 말에 전흠은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침상에 반듯하게 누웠다. 하나 그의 시선은 줄곧 성락중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성 사숙께서 어떻게 이곳에 오셨는지…”

“네 녀석을 찾아 제법 먼 길을 달려왔다. 그 안의 복잡한 사정은 나중에 차차 설명하도록 하마. 지금은 일단 한잠 푹 자두도록 해라.”
성락중이 오른손을 내밀자 전흠이 황급히 말했다.

“아직 여쭈어 볼 말이 많이…”

하나 그가 채 말을 맺기도 전에 성락중은 내밀었던 오른손으로 그의 수혈을 짚었다.
전흠이 잠에 빠져들자 성락중은 그를 내려보고 있다가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자신이 먹은 것이 어떤 것인지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낙일방은 태인장의 행공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동안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꿈으로만 여겼던 태인장을 익힐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 이상 단 촉각의 시간도 헛되이 보낼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의 피나는 수련으로 그는 옥잠지와 폭섬결의 공력을 끌어올리는 동작을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마다 전신의 내공이 끓어오르는 것은 이제는 두렵다기보다는 오히려 은근한 쾌감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가만, 이 상태에서 태인장을 펼칠 수 있다면 천단신공도 펼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는가?’

낙일방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천단신공의 팔대신결 중 호심결을 먼저 운용하기 시작했다. 몸을 보호하고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데 최고의 효능을 지닌 호심결을 먼저 끌어올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막 호심결의 구결을 암송하자마자 가뜩이나 들끓고 있던 체내의 진기가 미친듯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마치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전신의 내공이 마구 용솟음치는 것이다. 그 흔들림의 정도는 옥잠지와 폭섬결을 운용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것이었다.
낙일방은 덜컥 겁이 나서 호심결의 구결 암송을 멈추었는데도 끓어오르는 진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기세가 맹렬해지는 것 같았다.

‘큰일 났구나.’

낙일방은 사색이 된 채 진기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진기를 가라앉히려면 공력을 운용해야하는데, 가장 안전한 호심결로도 이처럼 진기가 들끓어 오른 상태에서 다른 공력을 운용한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낙일방이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하는 동안에도 몸속의 진기는 더욱 심하게 요동을 쳤다. 이제는 가만히 앉아 있는 그의 몸이 진기의 요동과 함께 들썩거릴 정도였다. 이 상태에서 조금만 더 진기가 심하게 움직인다면 경맥이 견디지 못하고 훼손되어 치명적인 상태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낙일방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떠오를 때 갑자기 그의 귓전으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당황하지 말고 다시 호심결을 운용하도록 해라.”

낙일방은 그 음성이 진산월의 것임을 알자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하늘처럼 믿고 있는 진산월이 옆에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에 가득 찼던 마음이 급속도로 가라앉은 것이다.
낙일방은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다시 호심결의 구결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진기가 맹렬하게 요동을 쳐서 그의 경맥을 뒤흔들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력했던지 낙일방의 몸은 경련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떨리고 있었다.

“진기의 흐름을 억제하지 말고 내버려두도록 해라.”

진산월의 음성이 다시 들려오자 낙일방은 몸을 덜덜 떨면서도 진기의 통제를 풀어버렸다. 그러자 마치 성난 해일이 몰아치듯 들끓었던 진기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의 경맥 속을 치달려 갔다.
낙일방은 불로 달군 거대한 쇠꼬챙이가 자신의 경맥 속을 지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어야만 했다.

“절대 입을 벌리지 말고 계속 호심결을 운용해라.”

낙일방은 전신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억누르면서 계속 호심결의 구결을 암송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낙일방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러던 한순간, 낙일방은 자신이 고통스러운지 아닌지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너무나 고통이 심해 신경이 모두 죽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고통이 사라져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무념의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
하나 그러는 와중에도 무심결에 암송하는 호심결을 따라 격탕하는 거대한 진기가 그의 몸속을 이리저리 휩쓸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영대에서 미미한 진동이 시작되더니 미칠 듯 요동치던 진기가 일제히 그쪽을 향해 돌진해가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쿵!
거대한 쇠망치가 돌벽을 부수는 듯한 음향이 그의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그와 함께 낙일방의 몸이 앉은 자세 그대로 허공으로 붕 솟구쳐 올랐다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낙일방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 신비로운 광채가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임독양맥을 타통했다…’

낙일방의 마음속에 커다란 희열이 감돌았다. 살아나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엄청난 기연을 얻게 된 것이다.
미친 듯 들끓어 올랐던 진기가 호심결을 따라 경맥을 넓히며 불순물을 제거하더니 종내에는 무림인들이 꿈에라도 뚫기를 원한다는 임독양맥을 뚫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낙일방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구석의 미세한 부분이 너무도 일목요연하게 시야에 들어왔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바람의 흐름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낙일방은 한동안 새로운 세계의 흥취에 빠져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창문을 올려다 보았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쯧. 서너 시진은 족히 흐른 모양이구나.”

그는 자신이 너무 지체했음을 알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일어나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도 그의 신형은 깃털처럼 가볍게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아무래도 이 몸에 적응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걸릴 것 같구나.’

낙일방은 신기한 생각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문득 진산월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과연 방문 밖에는 진산월이 벽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장문사형!”

낙일방은 반가운 외침을 지르며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진산월은 낙일방의 몸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수고가 많았다. 이제 비로소 절정고수라 불려도 손색이 없게 되었구나.”

낙일방은 고마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머리를 조아렸다.

“모두 장문사형의 덕분입니다. 장문사형께서 때마침 올바른 지시를 내려주지 않았다면 저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하다가 심맥이 터져 죽고 말았을 겁니다.”

“네가 그만큼 열심히 기초를 단단히 닦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진기가 요동치는 순간에 경맥이 손상되어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천단신공은 정말 알면 알수록 대단한 무공 같습니다. 호심결이 아니었으면 아무리 제 경맥이 탄탄했다고 해도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옳은 말이다. 천단신공의 팔대신결은 각각 따로 놓고 보아도 어떤 신공에도 뒤지지 않는 놀라운 절학들이다. 임독양맥이 타통된 이상 네가 그 팔대신결을 자유롭게 수발할 수만 있다면 강호에서 너의 적수가 될 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낙일방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지 준수한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으나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당당한 음성으로 말했다.

“장문사형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배가 고플 텐데 나가서 식사라도 하도록 해라.”

낙일방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배가 고프긴요. 겨우 반나절을 굶은 정도인걸요.”

진산월은 가만히 그를 쳐다보더니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나는 가서 잠시 쉬어야겠구나.”

“그러십시오.”

낙일방은 진산월이 자신을 지켜보느라 새벽부터 지금까지 꼬박 서 있었음을 깨닫고 죄송스런 표정을 지었다.
진산월이 떠나자 낙일방도 후원으로 걸어 나왔다. 파란 하늘이 눈을 찌르자 낙일방은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전신에 활력이 너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문득 생각이 나서 자신의 몸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얼마 전에 입었던 상처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더구나 최력의 윤회금강슬에 당해서 피부가 시커멓게 죽어 있던 양쪽 옆구리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말끔하게 나아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 때, 마침 후원 저편에서 낙일방의 방으로 오고 있던 동중산이 그를 발견하고는 반색을 하며 황급히 다가왔다.

“낙 사숙, 진심으로 경하드립니다.”

동중산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표정으로 인사를 하자 낙일방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당신도 알고 있었어요?”

“저뿐이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지난 이틀 동안 낙 사숙이 무사히 연공을 마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낙일방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이틀이라니요?”

“모르셨습니까? 낙 사숙께서 연공에 드신 지가 이틀하고도 반나절이 지났습니다.”

낙일방은 멍한 얼굴로 동중산을 보고 있다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닫고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군요.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황급히 진산월이 떠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장문사형은 지금까지…”

동중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인께서는 낙 사숙의 연공이 방해받지 않도록 호위하느라 지난 이틀 반나절 동안 꼬박 그 자리에 서 계셨습니다.”

낙일방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진산월이 떠난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전흠은 나직한 음성으로 투덜거렸다.

“이것으로 저 녀석과의 간격이 더 벌어지게 생겼군.”

그는 지금까지 낙일방의 방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서 낙일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성락중이 조용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부러우냐?”

전흠은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

“저 나이에 벌써 임독양맥을 타통했는데 부럽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지요. 그 전에도 이미 수준차를 조금씩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는 쫓아가지도 못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성락중의 얼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제가 조금 더 노력해볼 수밖에요.”

전흠의 말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성락중은 그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너는 내가 너를 깨우기 위해 먹인 게 무엇인지 아느냐?”

전흠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사숙께서 추궁과혈을 해서 제가 정신을 차린 게 아닙니까?”

“추궁과열로 일어날 정도였으면 장문인이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

그제서야 전흠은 호기심이 이는 모습이었다.

“제게 무슨 희대의 영약이라도 먹이셨습니까?”

그는 반쯤 농담으로 물었는데 성락중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게 무엇인데요?”

“금령단이다.”

그 말에 전흠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그건 해남검파의 비전영약이 아닙니까? 그걸 제가 먹었다구요?”

“그렇다. 너나 사부님에게 최악의 경우가 닥치면 사용하라고 네 아버지가 특별히 건네준 것이다.”

전흠은 멍하니 서 있다가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건 겨우 세 알밖에 남지 않아서 아버지가 목숨처럼 아끼는 것인데…”

“금령단이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어찌 자신의 부친과 자식보다 귀할 수 있겠느냐? 너는 네 아버지의 고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흠은 복잡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성락중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니 남에게 뒤처진다느니 쫓아가지도 못한다느니 하는 맥 빠진 소리는 하지 마라. 네가 금령단의 약효를 온전히 네것으로 할 수만 있다면 내공으로는 그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멍하니 있던 전흠의 눈에 점차로 강렬한 신광이 번뜩였다.

“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그를 추월할 수도 있겠군요.”

성락중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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