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24권 모산지연(姆山之宴)편 : 2화
제 241장 무인기백(武人氣魄)
낙일방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묵령갑을 낀 양손이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왼손의 손가락 몇 개는 손톱이 빠져서 제대로 손끝까지 힘을 줄 수가 없었고, 오른손의 가장 중요한 엄지손가락은 이상한 각도로 구부러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왼쪽 어깨와 허벅지에도 이도(二刀)를 맞아서 운신(運身)이 자유롭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옆구리의 부상이었다. 왼쪽 옆구리가 마치 늑대에게 물어뜯기기라도 한 듯 한 움큼이나 뜯겨져 나갔고, 갈비뼈 몇 대가 부러져서 숨을 쉴 때마다 칼로 후벼 파는 득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나 그는 결코 자신의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두 구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자신의 옆구리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던 독수금륜 대일관은 대신에 관자놀이를 낙뢰신권에 정통으로 가격당해 칠공(七孔)으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두개골이 움푹 파여 들어간 모습이 흉측해 보였다.
파귀도 적광의 신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선불 맞은 멧되지처럼 낙일방을 도륙하기 위해 수비를 도외시하고 미친놈처럼 달려들다 저일 먼저 옥잠지에 미간을 관통당해 질펀한 뇌수를 뿌린 시신이 되어 있었다. 십육사 중의 두 명을 고혼으로 만든 대가라면 이 정도 부상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남은 자들이 한층 더 상대하기 힘든 고수들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등곽의 장력은 정말 무서웠다. 장력이 날아드는 기세가 은밀하면서도 강력했고, 순식간에 공간을 압축해 들어왔기 때문에 피하기도 수월치 않았다. 낙일방은 몇 번인가 정면으로 맞서 보았는데, 그때마다 상당한 위험에 빠지고 말았다. 대일관에게 옆구리를 허용하고 적광의 칼에 두 번이나 격중당했던 것도 모두 그때 격돌의 여파로 순간적인 빈틈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에도 자신의 옆구리를 가르느라 바짝 붙어 있던 대일관의 머리통을 부수기 위해 왼 주먹을 휘두르다, 때마침 날아든 등곽의 괴혈장을 오른손의 옥뢰신장으로 막았는데 엄지손가락이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흐으…..흐으…..”
낙일방은 옆구이의 통증을 잊기 위해 몇 차례 거친 숨을 몰아쉬고는 허리를 쭉 폈다. 머리를 산발한 등곽이 안광을 번뜩이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광경을 보았던 것이다. 등곽의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마에 매었던 노란색 두건은 어디론가 사라져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는데, 거무튀튀했던 안색은 큰 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창백하게 변했고 입가로는 실낱같은 핏줄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두 눈에서는 어느 때보다 무서운 신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짐금까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뒷짐을 진 채 다소 느긋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했던 교등도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등은 낙일방과 삼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오더니 유난히 얄팍한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너는 대단한 아이다. 벌써 누부를 몇 번이나 놀라게 하는구나.”
낙일방은 대꾸할 힘도 없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교등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낙일방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일전에 철혈쌍웅을 상대했을 때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고수가 되었구나. 그때는 이 정도로 권기(拳氣)가 강력하지 않았었는데….. 보아하니 임독양맥을 타통한 것 같은데, 종남파에는 내공을 급증시키는 무슨 묘한 방법이라도 있는 건지 모르겠구나.”
낙일방은 쓴웃음이 나왔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종남파가 이십년 동안이나 몰락의 길을 걷다가 본산마저 빼앗기는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등도 그 점에 생각이 미쳤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 것 같고…..네 재질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겠지. 어쨌든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재질을 가진자를 내 손으로 쓰러뜨리게 되었으니.”
낙일방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옆구리에 갖다 대었다. 딱! 부러진 갈비뼈가 맞춰지자 몇 자례 심호흡을 하고 난 낙일방은 숨을 쉬기가 한결 나아졌는지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할 수 있으면 해 보시오, 노인장.”
교등의 주름진 얼굴에도 엷은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살벌할 정도로 차갑고 냉랭한 미소였으나 왠지 흥겨워 보이기도 했다.
“흐흐…..기백이 대단하구나. 정말 아깝구나, 아까워. 네 나이에 이런 무공을 지니고 이런 기질을 가지고 있으니 훗날 강호제일 권사(江湖第一拳士)가 되는 게 꿈이 아니었을 텐데…”
교등은 천천히 자신의 양손을 들어 올렸다. 닭발을 연상시키는 쭈글쭈글한 주름이 잔뜩 나 있는 손이었다. 손톱이 조금 길고 군데군데 푸르스름한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늙은이의 손이었다.
“잘 봐라, 아이야. 이게 너를 저승으로 안내할 수라탈백조(修蘿奪魄爪)이니라.”
푸른 핏줄이 더욱 도르다지더니 손톱 끝에 희미한 빛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 빛이 번쩍거린다 싶은 순간, 어느새 교등의 주름진 손은 낙일방의 목덜미를 찍어 오고 있었다. 낙일방은 교등이 손을 들어 올릴 때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른손을 부채처럼 가볍게 든들었다.
단순한 동작이었는데도 구름 같은 수영(手影)이 일어나며 교등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진로를 완벽하게 봉쇄해 버렸다. 구반장법 중 어마각전(禦魔刻敵)이라는 초식이었다. 교등은 내밀었던 손을 거둠과 동시에 더욱 빠르게 앞으로 내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톱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진해지며 낙일방의 수영 속을 뚫고 무서운 속도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낙일방은 한 손으로는 그의 공세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직감하고 이번에는 손가락에 제대로 힘을 줄 수도 없는 왼손까지 사용해 금라천망의 식으로 교등의 공세를 막으려 했다. 교등의 손톱에서 흘러나오는 푸르스름한 빛은 더욱 짙어져서 나중에는 아예 손가락 전체가 푸른 물감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다.
그 푸르스름한 빛이야말로 교등을 서장 최고의 고수인 심이기의 한자리에 올려놓은 수라기(修羅氣)였다. 수라기가 응결된 수라탈백조는 이름 그대로 수많은 서장 고수들의 혼백을 앗아 간 무서운 무공이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십여 초의 맹렬한 공방을 벌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서로 간의 간격이 좁아지며 낙일방이 조금씩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양손을 모두 다쳐서 주먹을 쥘 수 없기에 자신의 가장 큰 장기인 권법을 사용할 수 없었던 낙일방이 구반장법으로 맞섰으나 아무래도 교등의 수라탈백조를 완벽하게 봉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찌익! 교등의 주름진 손가락이 낙일방의 어깨 부위를 스치고 지나가자 옷자락이 찢어지며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단순히 스치기만 했는데도 그 부위의 피부가 시커멓게 죽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괴이한 기운이 침입했는지 은은한 통증이 계속 낙일방을 괴롭히고 있었다. 낙일방은 무표정한 얼굴로 교등을 향해 오히려 빠르게 다가갔다.
그때 교등은 막 낙일방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던 손을 오므렸다가 다시 손가락을 모아 독수리가 병아리를 채 가듯 낙일방의 이마를 찍어 오고 있었는데, 그 위세가 실로 놀라워서 금시라도 낙일방의 머리가 박살이 나 버릴 것만 같았다.
교등이 펼친 것은 수라탈백조 중에서도 절초인 이신탈백(移神奪魄)이라는 초식으로,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이 손가락에 이마를 꿰뚫려 쓰러졌는지 모른다. 낙일방은 양손을 번갈아 가며 질풍처럼 내뻗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이마를 향해 다가오는 죽음의 손가락을 어떤 식으로든 막아 보려는 미약한 움직임처럼 보였다. 일견 무질서해 보이는 동작이었으나, 교등의 눈빛이 처음으로 살짝 변했다. 양손의 속도도 다르고 움직임 또한 전혀 다른 그 초식이 의외로 자신의 공세를 절묘하게 막고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교등은 이신탈백의 수를 추혼나백(追魂拏魄)으로 바꾸어 낙일방의 앞가슴 쪽을 세차게 찔러 갔다.
츠으읏…. 그의 시퍼렇게 물든 손가락이 낙일방의 양손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지나가자 괴이한 음향이 흘러나왔다. 경기와 경기가 서로 스쳐 가며 마찰음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소리만 보아도 지금 두 사람이 내뻗고 있는 초식에 담긴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막 교등의 손가락이 낙일방의 앞가슴을 강타하려는 순간, 낙일방은 손사래를 치듯 양쪽 소매를 위쪽으로 쳐올렸다. 가슴을 막기 위한 무의식적인 동작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토록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던 교등의 손이 그 소맷자락에 휩쓸리며 허공으로 치켜 올라가 버렸다.
“헛!”
교등의 입에서 짤막한 헛바람 소리가 새어 나오는 순간, 쳐들렸던 낙일방의 팔이 유연하게 굽으며, 꺾인 팔꿈치가 교등의 관자놀이를 그대로 가격해 왔다. 그것은 강호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한 교등으로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공할 연환 공격이었다. 때마침 등곽의 괴혈장이 날아오지 않았다면 교등은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관자놀이를 맞고 두개골이 부서져 버렸을 것이다. 막 팔꿈치가 교등의 관자놀이에 닿으려는 찰나, 낙일방은 자신의 등 뒤로 괴이한 기운이 무섭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그대로 몸을 옆으로 비틀어 버렸다.
파아아…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가 가공할 경력에 휩쓸리며 사나운 경기가 무섭게 휘몰아치고 지나갔다. 한쪽에 있던 등곽이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시기적절하게 괴혈장을 날려 왔던 것이다. 덕분에 교등은 간신히 백발성성한 머리통이 박살 나는 참변은 면했으나 안색이 시퍼렇게 굳어져 있는 것이 어지간히 놀랐던 모양이었다.
방금 전에 낙일방이 펼친 것은 구반장법 중의 연환삼수(連環三繡)라는 수법으로, 우랑장의에서 천손직금을 지나 금슬상화로 종결되는 이 연환 수법에 걸리면 천하의 누구라도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이백 년 전 천하제일수였던 소선 우일기 이후 실로 오랜만에 강호 무림에 다시 구반장법의 진수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낙일방의 주먹만 경계했지 설마 그의 수법 또한 이토록 무시무시하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교등은 모골이 송연해졌는지 한동안 그 자리에 석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다 이내 두눈 가득 살광을 번득이며 낙일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등곽 또한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 듯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들어왔다. 그들은 이번 기회에 낙일방의 숨통을 끊어 놓지 않으면 천추의 한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전신에서 지독한 살기를 뿜어내며 수비를 도외시하다시피 한 채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낙일방은 간신히 남아 있는 공력을 끌어모아 펼쳤던 연환삼수가 무위로 돌아간 후 급격히 체력과 내공의 고갈을 느꼈는지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고 계속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삽시간에 장내는 그들이 뿜어내는 경기와 손가락 그림자에 뒤덮여 버렸다.
다시 십여 초가 지나자 낙일방은 왼쪽 어깨를 수라탈백조에 가격당해 팔을 제대로 들어 올릴 수도 없게 되었다. 일전에 스치고 지나갔을 때는 그나마 피부의 상처에 불과했는데, 정통으로 맞게 되니 어깨뼈가 부서졌는지 왼팔 전체를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얼마 못 가 더욱 처참한 꼴을 당하게 될 거란 사실을 깨달은 낙일방은 결연한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낙일방이 왼쪽 팔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린 등곽이 예의 무시무시한 장력으로 그의 앞가슴을 사정없이 쓸어 왔다. 상대의 반격은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은 거칠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다. 낙일방은 피할 엄두도 나지 않는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우뚝 서 있다가 오른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엄지손가락이 힘없이 덜렁거리는 모습이 지금 처참한 상태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등곽은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승부를 내려는 듯 두 눈을 무섭게 번뜩이며 괴혈장의 공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산발한 머리가 허공으로 곤두섰고, 장포 자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낙일방의 왼쪽 어깨를 부수었던 교등은 두 사람이 마지막 승부를 벌이려는 걸 알고 막 낙일방의 옆으로 다가서던 몸을 잠깐 멈춰 세웠다. 충돌의 여파가 자신에게 밀려올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느릿느릿 내밀어 오는 낙일방의 오른손은 무서운 기세로 정면에서 다가오는 등곽의 쌍장(雙掌)에 비하면 너무도 미약하고 초라해 보였다. 하나 막 장끼리 부딪치기 직전, 등곽은 낙일방의 오른손에서 실로 괴이한 기운이 회오리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장심(掌心)에서 시작된 기운은 이내 손바닥 전체로 퍼져 나가더니, 종내에는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듯 눈앞의 거대한 공간을 장악해 버렸다. 등곽은 자신이 전력을 다해 내뻗었던 회심의 괴혈장이 그 기운에 닿는 순간 너무도 허망하게 사그라지는 것을 느끼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장공이…..’
그의 다음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괴혈장의 장세를 녹여 버린 그 기운이 가공할 압력으로 그의 전신을 짓눌러 버렸던 것이다.
쾅아앙!
“끄아아….!”
엄청난 폭음과 처철한 비명이 거의 동시에 장내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거센 경기가 사방을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갔고, 세찬 먼지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한쪽에서 두 사람의 격돌이 끝나면 바로 낙일방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교등은 막 몸을 날리려다 가공할 기세가 무섭게 휘몰아쳐 오자 안색이 시퍼렇게 변해 버렸다.
“이……이런…”
그는 황급히 뒤로 삼 장이나 물러섰으나 웃의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먼지를 전신에 뒤집어쓰는 낭패스런 몰골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교등은 경기의 여파로 흔들리는 신형을 바로 세울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전면을 주시하고는 그대로 몸이 굳어져 버렸다. 괴혈장 하나로 서장 무림을 질타했던 등곽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움푹 파인 바닥 한가운데에 피로 물든 혈구(血球)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이 먼지로 화해 으스러지고 겨우 조각조각 남은 옷자락만이 그 혈구가 한때 살아 있던 사람의 흔적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사방은 온통 폐허처럼 변해 있었는데, 단지 낙일방만이 그 자리에 오연히 서 있었다. 하나 그의 코와 입으로는 연신 시커먼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고, 늘 총기로 번뜩이던 두 눈은 탁하게 흐려져 있어 옥면신권이라는 외호와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숨결도 급격하게 약해져서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교등은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전신을 부르르 떨며 수십 차례나 안색이 변하고 있었다. 등곽이 누구인가? 단지 한 쌍의 육장(肉掌)만으로 서장의 최고고수들인 십육사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혔던 절정의 실력자가 아닌가? 그의 괴혈장은 교등도 두려워 마지않는 무시무시한 장공이었다.
그런 등곽을 단 일장(一掌)에 이런 몰골로 만들어 버린 장력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했으니 놀라움과 경악으로 그의 몸이 굳어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이백 년 만에 처음으로 강호 무림에 다시 등장한 종남파의 무적장공(無敵掌恭)인 태인장(太印掌)임을 그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낙일방은 왼손을 쓸 수도 없고 주먹을 쥐어 반격을 할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다시피 하여 아직 수발(手發)이 자유롭지 않은 태인장의 공력을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을 그토록 끈질기게 괴롭혔던 등곽을 어육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으나, 그 자신 또한 체내의 기혈이 역류한 데가 충돌의 여파에 휩쓸려 치명적인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의 그는 누군가가 가슴을 살짝 가격하는 것만으로도 가늘게 이어지고 있는 숨이 끊어질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교등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로 느릿느릿 그에게 다가갔다. 낙일방은 그때까지도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서 있었다. 바닥에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이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교등은 피투성이로 변해 더 이상 준수라다고 할 수 없는 낙일방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낙일방의 입과 코에서는 아직도 검붉은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피부는 시체의 그것처럼 푸르뎅뎅하게 변해 있었다. 눈빛 또한 흐릿해서 금시라도 꺼질 것 같았는데, 그런 상태에서도 낙일방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교등을 향해 피로 물든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한 웃음이었다.
교등은 수십 년간 서장 무림을 종횡하면서 수많은 고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다양한 죽음을 목격했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웃고서 있는 낙일방만큼 담대하고 기백이 뛰어난 자는 본 적이 없었다. 비록 적이지만 그는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탄식을 토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서 결코 굴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같은 것이었다.
“너는 진짜 무인(武人)이다. 너 같은 자를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구나.”
교등은 느릿느릿 주름진 손을 쳐들었다. 그의 손은 손가락만이 아닌 손등까지 전체가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수라기를 극성으로 끌어 올린 상태에서만 나타난다는 청속수라수(靑玉修羅手)였다.
“너를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 주는 것만이 지금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찬사일 것 같구나.”
이어 그는 들어 올린 손으로 낙일방의 가슴을 후려쳐 갔다. 막 그의 시퍼렇게 변한 손이 낙일방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하나의 방울이 그의 뒤통수 쪽으로 날아들었다.
딸랑!
듣는 이의 심혼(心魂)을 얼릴 듯한 괴이한 방울 소리가 울려 나오며 교등의 신형이 한 차례 휘청거렸다. 심신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번개같이 몸을 돌리며 낙일방의 가슴을 가격하려던 푸른손으로 다급하게 자신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오는 방울을 후려쳤다.
쾅!
방울과 청수(靑手)가 부딪치면서 굉량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교등은 다시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입으로 한바탕 피를 게워 냈다.
“우엑!”
그때 삼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던 방울이 예의 괴이한 음향을 내며 다시 그에게로 날아왔다.
딸랑….
그 기경할 광경을 본 교등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섭혼령(攝魂鈴)…..”
그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평소의 그답지 않은 조심스런 음성을 내뱉었다.
“천수관음이시오?”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하나의 방울이 더 나타나서 두 개의 방울이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본 교등은 몇 차례나 안색이 변하더니, 한쪽에 비틀거리며 서 있는 낙일방을 힐끔 쳐다보고는 알 듯 모를 듯한 무거운 탄식을 토해 냈다.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몸이 사라지자 두 개의 방울은 천천히 숲의 한쪽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소리도 없이 하나의 날씬한 인영이 나타나서는 두 개의 방울을 가볍게 받아 들었다. 잡티 하나 없이 아름다운 손이었다. 손의 주인은 초록색 궁장(宮裝)을 입은 삼십 대 초반의 미부(美婦)였는데, 깨끗하고 아름다운 손만큼이나 새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수려했고, 특히 눈빛이 너무나 맑아서 그 눈빛을 정면으로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감히 추한 잡생각 따위는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궁장 미부는 손으로 받아 든 두 개의 구슬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는 낙일방에게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각사각…..
그녀의 궁장이 쓸리는 소리가 장내의 고적한 침묵 속을 묘하게 뒤흔들었다. 그때 다시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천신에 타는 듯한 붉은 홍의를 입은 날씬한 몸매의 소녀였다. 나이는 대략 십오육 세 정도 됐었을까? 두 눈이 유난히 커서 천진난만해 보였으나, 그만큼 영악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홍의 소녀는 궁장 미부의 뒤를 따라 재빨리 낙일방 쪽으로 몸을 날렸다. 영악한 인상만큼이나 민첩하고 경쾌한 동작이었다.
낙일방은 그때까지도 계속 몸을 휘청거리며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여인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궁장 미부는 그의 앞으로 지척까지 다가오고 나서야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속삭이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이제 그만 쉬어도 됩니다. 누구도 당신을 해치치 못할거예요.”
눈빛만큼이나 곱고 맑은 음성이었다. 천상(天上)의 옥음(玉音)이란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 음성을 듣자 낙일방의 눈빛이 금격히 흐려졌다. 그러더니 곧 눈이 감기며 그의 몸은 허물어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막 그의 몸이 바닥에 닿으려는 순간, 그녀는 손을 내밀어 낙일방의 몸을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몸을 바닥에 뉘여 상세를 살피기 시작했다. 홍의 소녀는 그녀의 등 뒤에서 고개를 삐죽 내밀고 그 모습을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가 짤랑짤랑한 음성을 내뱉었다.
“죽었나요?”
궁장 미부는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계속 낙일방의 몸을 살피며 짤막하게 대꾸했다.
“죽지 않았다.”
“숨을 안 쉬는 것 같은데요?”
“부러진 갈비뼈가 기도를 막아서 그런 것이다.”
궁장 미부는 옥수(玉手)를 들어 낙일방의 가슴을 살짝 어루만졌다. 그러자 툭 튀어나온 가슴 부위가 정상으로 돌아오며 거의 끊어졌던 낙일방의 숨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궁장 미부는 다시 몇 군데 그의 몸을 어루만지듯 쓰다듬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그의 명문혈에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잠시 후에 금시라도 숨이 끊어질 듯 핏기 한 점 없던 낙일방의 얼굴에 조금씩 붉은 기가 보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제야 손을 거두며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태로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니, 정말 기백이 대단한 사람이구나.”
홍의 소녀는 귀여운 얼굴을 갸웃거렸다.
“상태가 어땠는데요?”
“심맥이 거의 끊어지고 기혈이 뒤틀려서 보통 사람이었다면 진즉에 죽고 말았을 것이다. 설사 내공이 뛰어난 내가 고수(內家高手)라 할지라도 이 정도면 의식을 잃고 빈사지경에 처했을 텐데, 이 사람은 끝까지 교등을 향해 투지를 잃지 않았으니 정말 놀라운 사람이 아니냐?”
“대사저(大師姐)가 이토록 남자 칭찬을 하는 걸 보는 게 더 놀라운데요?”
홍의 소녀가 엉뚱한 대답을 하자 궁장 미부는 그녀를 힐끔 흘겨보았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심심해진 모양이구나.”
홍의 소녀는 배시시 웃으며 예의 짤랑거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서장의 최고 고수들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수백 리를 쫓아왔는데, 제법 힘 좀 쓸 것 같은 자들은 모두 죽어 나자빠지고 하나 남은 늙은이는 꼬리를 말고 도망쳐 버렸으니 맥이 빠지잖아요.”
“교등은 결코 호락호락한 늙은이가 아니다.”
“그럴 리가요? 대사저의 섭혼령을 보자마자 사부님이 오신 줄 알고 대경실색하여 허겁지겁 도망쳐 버렸잖아요.”
“교등은 잠사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수단을 지니고 심계가 뛰어난 인물이다. 아마 섭혼령을 사용한 사람이 사부님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도망친 거예요?”
“그건 그가 이미 이 사람과 싸울 때 적지 않은 내상을 입어서 몸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부님이 아니라 그분의 제자라 해도 지금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지. 그리고….”
궁장 미부는 아직도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낙일방을 내려다보았다.
“어쩌면 굳이 이 사람에게 살수를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홍의 소녀는 가뜩이나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이 사람을 죽이려고 여기까지 달려온 거잖아요?”
“교등 정도의 나이를 먹은 자들은 자신보다 훨씬 젊고 전도양양한 청년 고수들에게 두 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다. 부러움과 대견함이 그것이다. 부러움이 강할 때는 시기하는 마음 때문에 상대를 향해 거침없이 살수를 쓰기도 하지만, 대견한 마음이 더 강해지면….”
홍의 소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굳이 자신의 손으로 상대를 죽이고 싶지 않은 거로군요.”
“그래. 상대가 더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지. 참으로 묘한 사람의 심리이긴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단다.”
“그래서 그 늙은이가 떠나기 전에 그렇게 묘한 눈으로 이 사람을 쳐다보았던 거로군요. 난 또 그가 남자를 좋아하는 변태인 줄알았어요.”
“또 그런 말을…..대체 어디서 그런 엉뚱한 소리를 주워들은거냐?”
궁장 미부가 엄격한 눈으로 쏘아보았으나 홍의 소녀는 혀를 날름거리며 배시시 웃었다.
“나도 알 건 다 알아요. 대사저는 아직도 내가 어린애로 보이겠지만 나도 이제 열다섯 살이나 먹은 꽃다운 나이라구요.”
“어련 하겠느냐? 하지만 내 앞에서 어른 행세를 하려면 앞으로 사오 년은 지나야 할 것이다.”
“그 나이가 되면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을 텐데, 그때가 되어야 어른 대접을 해 주겠다면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그렇게 빨리 시집을 가고 싶은 게냐?”
“적어도 대사저나 다른 사저들처럼 시집도 못 가고 황금같이 젊은 시절을 그대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궁장 미부의 이마가 슬쩍 치켜 올라가며 부드러웠던 얼굴에 추상같은 기운이 서렸다. 홍의 소녀는 말을 해 놓고도 아차 싶었던지 재빨리 그녀의 팔을 잡으며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사저처럼 아름답게 나이를 먹고 싶은 마음이 없지도 않아요. 지금 대사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대사저 본인도 모를거예요. 그렇죠?”
“말은 잘하는구나. 입술에 침은 바르고 하는 소리냐?”
홍의 소녀는 붉은 혀로 살짝 자신의 입술을 축였다.
“이제 발랐어요. 됐죠?”
궁장 미부는 차마 더 화를 내지 못하고 피식 웃고 말았다.
“정말 어느 남자가 너를 데려갈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구나.”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낙일방의 몸을 안아 들었다. 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커다란 남자를 드는 데도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한 모습이 아니었다. 홍의 소녀는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다시 재잘거렸다.
“그를 어디로 데려가려고요?”
“이대로 두었다가는 설사 살아난다 해도 내공에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될 뿐 아니라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철면군자 노신의(盧神醫)가 계신다고 하니 그분께 가려는 것이다.”
“어머. 그럼 소연(小燕)언니도 있겠네요?”
홍의 소녀가 반색을 했으나 궁장 미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연은 다른 일 때문에 곽구 쪽으로 갔다고 하더구나.”
홍의 소녀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에이, 그러면 가 보았자 재미있는 일도 없을 텐데…… 노 신의는 너무 성격이 딱딱해서 상대하기 영 불편하단 말이에요.”
“너는 사람을 재미로 만나느냐?”
“그래도 이왕이면 만나서 재미있는 사람이 더 좋잖아요.”
“아무튼 더 늦기 전에 노 신의에게 가야겠다. 다시 숨소리가 가늘어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서두르는 게 좋을 듯하구나.”
궁장 미부가 몸을 날리자 홍의 소녀는 재빨리 그녀를 따라가면서도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
“그런데 이 사람이 바로 그 강북 제일의 미남자라는 옥면신권이에요?”
“그렇다. 종적을 꼭꼭 숨기고 있던 서장의 고수들이 갑자기 황급하게 이동을 하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쫓아왔는데, 설마 옥면신권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을 줄은 미처 몰랐구나.”
홍의 소녀는 피로 범벅이 된 낙일방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진저리를 쳤다.
“별로 잘생겨 보이지도 않는데요.”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그들의 상대가 옥면신권이라고 해서 내가 얼마나 기대를 했는데요.”
“왜? 강남의 미남자들만으로는 부족한 거냐?”
“강남의 남자들은 너무 예쁘장하기만 하고 남자다운 패기가 없어서 별로 눈에 차는 사람이 없어요.”
궁장 미부는 피식 웃었다.
“언제는 그들의 그런 부드러움이 마음에 든다고 하더니…..”
“금방 싫증 내는 건 미녀의 특권이라는 것도 몰라요?”
“여기 미녀가 어디 있는데?”
홍의 소녀는 두 눈을 상큼하게 치켜뜨고 그녀를 쏘아 보았으나, 그녀가 워낙 빨리 몸을 움직이고 있는지라 따라가는 것도 벅찬지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나 이내 참지 못하고 다시 입을 나불거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장의 고수들이 왜 그토록 종적을 드러내면서까지 다급하게 몰려와서 이자를 죽이려고 한 것일까요?”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다만 종남파가 초가보와 싸울 때 서장 무림과 상당한 악연(惡緣)이 생긴 모양이더구나. 그들은 강호로 출도한 이후 서장의 고수들과 몇 번이나 크고 작은 싸움을 벌여왔다.”
“나도 그 소식을 들었어요. 그러고 보면 종남파도 참 운이 없군요. 간신히 문파를 부활시키자마자 서장의 고수들과 계속 싸움을 벌여야 하니….. 어떻게 생각하면 중원을 대신해서 그들이 서장무림과 싸우고 있는 모양새잖아요.”
궁장 미부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홍의 소녀는 그것이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궁장 미부가 앞서서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궁장 미부는 여전히 단정한 얼굴이었으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빛은 어느 때보다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종남파가 서장 무림과 싸우는 것이 단순히 운이 없기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