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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355화


355화. 패도의 왕관 (3)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하……운드 대장이 당했다고? 저런 애송이에게?”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던 올드 가드들의 입에서 경악스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수없이 많은 극악의 임무들을 처리해 오면서…….

언제나 그 앞에서 팀원들을 이끌었던 게 바로 하운드였다.

니알라토텝의 사냥개라는 이명에 걸맞게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 오던 게 바로 대장이란 말이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신화 속 영웅들을 처리하던 랭커가 일개 플레이어 따위에게 패배한 거란 말인가?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일격필살의 화살.

무기를 파괴해버리는 고유 능력을 발동하고도 상쇄하지 못했던 일격은 규격 외를 아득히 넘어선 종류였다.

마치, 태고의 존재들이 직접 움직였을 때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거기에 왕관을 이용해 모든 함정들을 짜놓은 것 또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반면.

진혁의 활약에 고인물 코퍼레이션은 한껏 사기가 올랐다.

“이제 겨우 해 볼 만해졌군.”

천유성이 작게 한숨을 돌렸다.

지독하게 몰아붙이는 셀리 덕분에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졌는데.

드디어 반격의 시간이 도래했다.

테레사와 유아시스도 한결 편해진 얼굴로 공격을 준비했다.

이제 곧, 진혁이 합류해 줄 거란 믿음에 없던 힘까지 저절로 솟아난 것이다.

“흐응. 뭐. 제법이네. 아, 아니다. 당연히 내 계약자라면 그래야지. 맞아.”

엘리스도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제대로 된 말을 하진 않았지만, 만면에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해 보였다.

“모오오기이이!”

“역시, 우리 악마 같……은이 아니라 실력 넘치는 주인다워.”

“이래서 정령은 줄을 잘 서야 한다니까. 혹시라도 도망쳤으면 우리 전부 큰일날 뻔했어.”

“그랬다간 장대에 거꾸로 묶여서 365일 내내 민트초코만 먹었을 거야.”

고구마와 정령수들 역시 기세를 몰아 단숨에 마수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키에에에!”

“크오오오!”

전신이 구멍투성이가 된 마수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직접 명령을 내리던 셀리가 하운드의 패배로 인해 패닉에 빠지자. 모든 체계가 혼란에 휩싸여버렸다.

“이 싸움. 우리가 이겨.”

프레이가 두 개의 단창을 빠르게 휘둘렀다.

푸른색 머리카락과 함께 창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콰아앙!

콰콰콰쾅!

하나하나가 급소를 노린 절초였다.

“……큭!”

로이팽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주먹에 실린 속성 마법이 미세하게나마 흔들렸다.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

쿠웅.

하운드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이미 한계를 넘어선 극통은 이성까지 마비시켜 버렸다.

“끄으으…….”

가까스로 신음만 내뱉을 뿐.

이제는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이렇게나 고통스러울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죽…여 다…오.”

하운드의 입에서 결코 나와서는 안 될 말이 튀어 나왔다.

고문에 대응하는 법이야 이미 오래 전에 익혔었지만, 지금 전신을 집어삼킨 감각은 지금까지 겪어 왔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이건…….

자격이 없는 자를 벌하기 위한 왕관의 저주였으니까.

“나도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는 걸 즐기는 성격은 아닌데, 미안하지만 아직 안 돼.”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능력 복사.

아직, 해결해야 할 마지막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어. 한 가지만 해결해 주면 편하게 해 줄게.”

“어떤…… 거냐?”

이 고통을 끝낼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심지어 영혼까지 팔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대검. 그거 넘겨.”

서열 4위 올드 가드가 가지고 있는 애병기.

이거라면 틀림없이 능력을 복사하는 데 필요한 요구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검……을?”

하운드가 순간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알……겠다. 넘기도록 하지. 넘길…… 테니 제발. 어서 끝내기나 해다오.”

[무기의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었습니다.]

[대검 ‘필멸자의 집행검’을 획득하셨습니다!]

스윽.

진혁이 한 손으로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과연. 2m가 넘는 대검임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초경량화 마법에 룬어로 새겨진 수십 개의 ‘각인’까지 새겨진 거겠지.

이거라면…….

[필멸자의 집행검을 희생하였습니다.]

[허용치를 초과한 요구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하운드’로부터 능력을 복사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역천(逆天)의 륜]

내용: 고대 룬어들의 가호를 받아 대상을 파괴하는 능력입니다. 숙련도에 따라 그 대상은 생명체에서 성유물까지 그 폭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역천의 륜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근력 스탯이 +20만큼 상승합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

역시나!

송곳니보다 훨씬 상위격인 무기를 제물로 바치니 효과가 있다.

허용치를 넘긴 덕에 드디어 고유성창까지 손에 넣었구나.

“약속……을 지켜라.”

“아…….”

그래. 약속했었지.

무기만 넘기면 이 고통을 끝내 주겠다고.

그렇게 애걸하지 않아도 이런 거물이 왕관에게 잡아먹히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명예의 전당은 둘째 치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경험치를 포기할 순 없었으니까.

진혁이 어금니에 화살 한 발을 더 걸었다.

그리고 그대로 시위를 해방시켰다.

퍼억!

깔끔한 파육음과 함께 하운드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미간을 정통으로 관통 당했으니, 더 이상의 고통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을 증명하듯.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무수히 많은 상태창들이 나타났다.

10레벨.

드디어 치열했던 싸움이 종막으로 접어들었다.

‘다른 놈들도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군.’

진혁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리더를 잃어버린 블랙록과 로이팽 셀리가 재빨리 몸을 피하는 게 보인다.

추격하자면 할 수 있지만, 최우선 목표는 놈들이 아니다.

‘능력을 복사하는 것도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될 테니 상관없어.’

이번 일을 알게 된 니알라토텝이나 하스팅이 다시 움직일 거다.

그러니 이쪽은 느긋하게 대비만 잘하면 된다.

[고유 능력 ‘별의 가호’와 ‘만다라’가 발동됩니다!]

파츠츠….

따뜻한 기운이 전신에 스며들었다.

하운드가 했던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떨어진 체력과 마력을 완벽하게 회복시킬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 ‘진태청화랑심법’을 운용하자 마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잠깐 생겨난 틈.

진혁이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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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레벨: 154

힘 109 민첩 91 체력 67 마력 402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106.25

보유한 스탯 포인트: 30

보유한 코인: 9,241,358

직업: 룬의 지배자

고유 성창: 역천(逆天)의 륜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태초의 불꽃’, ‘혈폭(血爆)”검은 눈물’, ‘툼그레이브의 다리’, ‘괴력난신(怪力亂神)’, ‘군단의 핵’, ‘고대 결계’, ‘천마신공(天魔神功)’, ‘멘트라 테이밍’, ‘니힐리즘’, ‘멸천만독(滅天萬毒)’

스킬: 스킬의 내용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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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이 조금 달라진 상태창을 보며, 주먹을 살짝 쥐었다.

고유 능력의 카테고리 위에…….

‘고유 성창’이란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거주자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이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성명절기.

그 필살의 능력들마저 무한의 서고에 기록되기 시작했다.

‘이젠 스탯 분배를 좀 할 차례군.’

무려 10레벨.

당연한 말이지만, 거물급답게 주는 경험치도 차원이 다르다.

하긴, 거대 신화에 소속된 영웅 중 하나를 처리한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패도의 왕관 때문에 공적치를 전부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의 성과야.’

문제는…….

스탯을 어디에 분배하느냐인데.

송곳니가 없어져 버림으로써 생긴 공백.

태양의 사구 안에 있는 그 무기를 얻으려면 다소의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민첩이 91 → 121로 상승합니다!]

30포인트를 전부 민첩에 투자했다.

사박….

모래를 밟는 감촉이 확연이 달라졌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달까?

이 많은 포인트를 쏟아 부은 보람이 느껴진다.

정확히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잠시 후에 확인할 수 있을 터.

진혁이 몸 상태를 점검했다.

‘좋아.’

이제 마력과 체력도 어느 정도 돌아왔다.

드디어 슈브 니구라스와 천마의 싸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고생을 한 결과물을 확인할 시간이 왔다.

천천히.

손끝이 모래 위에 있는 검은색 왕관으로 향했다.

[패도의 왕관의 소유자가 정해졌습니다!]

[소유자는 플레이어 강진혁입니다!]

[상위 세력들이 당신에 대해 눈치 채기 시작합니다.]

[패도의 왕관]

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구도: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부서지지 않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모든 스탯: +30

치명타 확률: 30%

신격을 상대할 경우 스킬 레벨이 +3단계씩 상승합니다.

전대 소유자의 고유 능력을 극성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제한 시간: 3분)

왕관은 역대 소유자들에 따라 세부적인 스탯이 달라진다.

시련의 탑을 10번 플레이했다면, 왕관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치도 상이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왕관은 지금껏 보아온 그 어떤 왕관들보다도 스펙이 뛰어났다.

대박이다.

“캬아!”

진혁이 터져 나오는 함성을 참지 못했다.

***

시련의 탑 43층.

끝없이 솟구친 산과 그 주위를 드리운 구름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풍경을 초월하고 있었다.

올림포스.

최근 적극적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거대 세력의 본거지이다.

그리고.

타닥……. 타닥.

신전의 중앙에 놓인 화롯불 주위로 여러 명의 남녀가 서 있었다.

바로, 올림포스의 주신들이다.

“패도의 왕관의 소유자가 정해졌다.”

검은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입을 열었다.

‘왕관의 주인이 정해졌다.’ 그 사실에, 주위의 분위기가 한껏 소란스러워졌다.

“탑에 온 지 2년밖에 안 되는 플레이어가 왕관을 얻은 적이 있었나?”

“아니, 우리가 탑에 들어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가장 빨리 왕관을 얻은 것은 7천 년 전 에덴 쪽 천사들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마저도 10년은 넘게 걸린 걸로 알고 있어요.”

역대 최단 기간.

보통 왕관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믿기 힘든 결과였다.

그들에게 있어 현재 등반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애송이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됐다. 변변찮은 세력도 없는 인간 따위가 왕관을 얻었다 한들. 오래 지키지도 못할 거다.”

상석에 앉아 있던 거구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제우스.

올림포스의 주신들을 이끄는 최고위급 신이었다.

제우스의 말에, 웅성이던 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헤르메스.”

“예. 아버지.”

“강진혁이란 놈에게 전령을 붙여라.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조심해서.”

“감시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 다른 세력 놈들도 냄새를 맡은 이상, 놈에게서 왕관을 빼앗으려 할 터. 우리는 그놈들이 서로 물고 뜯는 걸 지켜보다 마지막에 개입할 거다.”

굳이 맹수들이 드글거리는 곳에 먼저 발을 들일 필요는 없다.

힘이 다 빠지고 지쳤을 때.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테니.

바로 그때.

콰앙!

굉음과 함께. 신전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황금색 갑주로 전신을 무장한 전사. 전쟁의 신 ‘아레스’다.

“준비가 전부 끝났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산 아래에서 단숨에 도약해 올라온 아레스가 머리를 조아렸다.

“병사들과 그 ‘무기’도?”

“예. 완벽합니다. 직접 한 번 보시죠.”

“흐음.”

제우스가 천천히 일어나 올림포스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상엔 엄청난 수의 대군이 집결해 있었다.

전신을 갑주로 무장한 정예 병력들이 신들의 명령이 내려지길 기다리는 중이다.

“좋아. 지금부터 북유럽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놈들이 지배하고 있는 층계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겠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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