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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화. 귀환자 메드레이 (1)
귀환자 메드레이.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수십 명의 귀환자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희소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메드레이는 다른 귀환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성질을 보유하고 있었다.
[마력과 마력이 연결됩니다!]
아이템이 발동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귀환자를 불러올 수 있는 수단이 갖춰졌다.
우우우웅!
그 어느 광휘보다 눈부시게 빛나는 빛줄기가 쏟아졌다.
진혁이 살짝 초조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귀환자 메드레이를 불러올 수 있긴 했지만, 반강제적으로 소환하는 것에 반감을 갖는다면 거센 후폭풍이 일어날 터.
다행히.
좀처럼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메드레이가 이번 일에 흥미를 느낀 모양이다.
잔잔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게이트가 완성되었다.
[귀환자 ‘메드레이’가 부름에 응답합니다!]
절대선.
그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신념을 관철하는 귀환자가 현현했다.
파치칙!
자욱한 연기가 걷히며 서서히 그 형태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첫 모습은….
웅장하다.
그 말 외에 더 이상 잘 표현할 말이 없었다.
약 2m에 이르는 근육질의 체구.
대자연을 그대로 머금은 듯한 신비로운 모습에선 여유와 기품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게 시련의 탑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드루이드인가.
‘탐식의 눈’이 재빠르게 메드레이를 살폈다.
띠링!
[메드레이]
레벨: 301
직업: 드루이드
고유성창: 레인보우 브릿지
고유능력: 자연의 부름
특징: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절대선의 추구자. 신수와 환수들의 사랑을 받는 드루이드는 일선에 나서기 보다는 한 걸음 뒤에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복사조건: 메드레이는 절대선을 추구하는 자. 그런 메드레이의 능력을 복사하려면 그가 정한 기준의 ‘선(善)’을 충족해야만 합니다.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마음이 하늘에 닿을 때에만 비로소 메드레이를 감복시킬 수 있을 터. 그 정도에 따라 복사할 수 있는 고유성창과 고유능력 그리고 스킬이 달라집니다.
빌어먹을.
복사조건을 읽은 진혁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지금까지 시련의 탑을 오르면서 다양한 종류의 말도 안 되는 억지 조건들을 달성해왔지만, 단언컨대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걸 고르라면 이것일 거다.
다른 놈도 아니고.
메드레이가 추구하는 선함의 기준을 맞추라니.
스티븐 호킹 앞에서 양자역학을 논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진혁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시작부터 넘어야 할 산이 가득 쌓인 기분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헤쳐나가는 수밖에.
“나를 부른 게 그대인가?”
메드레이가 진혁을 바라봤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진혁이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요정과 정령수들이 평화롭게 사는 협곡이 침입자들에 의해 더럽혀지고 있는 이때, 그 누구보다 조화를 중시하는 당신이라면 저희를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
진혁의 말에 메드레이가 주위를 살폈다.
쿠쿠쿠쿠쿠!
검게 물든 하늘과 탐욕에 물든 귀환자들.
거기에 태고의 보랏빛 기운까지 곁들인 마경은 그야말로 한 층계의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무언가 잘못되었군. 귀환자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였다고 했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메드레이에겐 현상금 이벤트가 오지 않은 건가?
어차피 수락할 일이 없으니까 애초부터 배제해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왔다고 해도 관심 자체가 없었거나.
어찌 됐든 분위기를 보니 메드레이가 균형을 잡기 위해 합류해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당연히 도와줄 거라 생각했던 메드레이가 의외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분명, 어느 쪽이 그릇되었는지는 명확할진대, 대체 이유가 뭐지?
이유는 곧바로 밝혀졌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선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는 절대악 때문에 메드레이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 상태였던 것.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가장 순수한 눈인 ‘조화의 눈’은 이미 진혁의 본질을 꿰뚫어본 상태였다.
그리고 진혁 역시 ‘탐식의 눈’을 통해 메드레이가 자신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악의를 수치화하자면 저기 모인 귀환자들의 악의는 1,000,000이 넘는다. 한데 어째서 눈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자는 홀로 그와 비슷한 악의를 지니고 있단 말인가?]
메드레이의 표정이 더욱 혼란으로 얼룩졌다.
만약 정령왕들에게서 받은 가호만 아니었다면 제일 먼저 진혁을 가장 큰 적이라 단정하고 공격했을지도 몰랐다.
‘x벌.’
진혁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나름 착실하게 살아온 것 같은데 왜 항상 이런 대접을 받게 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적에게는 나름 자비가 없는 편이긴 했지만 아군에게는 언제나 따뜻한 정으로 대해줬는데 말이지.
애써 멘탈을 다잡은 진혁이 근처에 있던 운디네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리고 품에 꼭 끌어안으며 주머니에 넣어둔 마정석도 몇 개 건네줬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좀 쉬면서 해. 그리고 항상 나랑 함께해줘서 고마워.”
“주인 미쳤어?”
“…….”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질 뻔했다.
다행히 그전에 진혁의 일그러진 얼굴을 본 운디네가 정신을 차렸다.
“헤헤. 나도 주인. 사랑해!”
거짓된 연극일지라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조금이라도 메드레이의 호감을 올리기 위해선 그 어떤 거라도 해야만 했으니까.
“끄응….”
메드레이가 정령수들과 진혁을 번갈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
한편.
메드레이의 현현을 목도한 귀환자들 사이에서도 거대한 동요가 일어났다.
“저자가 여길 어째서….”
“현상금 따위엔 관심 없던 것 아니었나?”
“아니면 설마, 우리를 막으려고…?”
의심과 혼란의 감정이 점점 더 격하게 퍼져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해선 보기 힘든 메드레이가 이곳에 온 걸로도 모자라 상대편으로 넘어가려 했으니까. 다 잡은 승기를 깨뜨리려는 최악의 방해꾼이 등장하자 모두의 신경이 자연스레 날카로워졌다.
“메드레이! 이건 네가 끼어들 필요가 없는 싸움이다. 물러가라!”
클레망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스스로의 자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싸움에서 승리할 필요가 있었다.
“크오오오!”
“그오오오!”
클레망스의 감정 변화에 언데드 병사들이 반응했다.
일그러진 검은 양과 염소와 섞인 언데드는 이미 50층의 사역마에 가까워져 있었다.
“재밌네. 진짜로.”
유일하게 앙헬리스만이 진혁이 꺼낸 카드에 박수를 치며 흥미로워했다.
“뭐가 그리 좋은 거야? 저 골칫덩어리가 저쪽에 합류해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뭐, 까다로워지긴 하겠지.”
메드레이의 고유성창 ‘레인보우 브릿지’는 사물에 ‘색(色)’을 넣을 수 있는 능력. 거기에 자신이 귀환한 세계의 지원까지 얻게 된다면 이 싸움은 더 이상 전투가 아닌 대규모 전쟁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 외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능력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몰랐다.
하지만.
“그래봤자 귀환자 한 명이 넘어간 거야.”
이곳에 모인 모든 귀환자들 역시 난공불락의 세계를 평정하고 온 영웅들.
조금 특별한 1인이 적이 됐다고 해서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메드레이를 적으로 돌리면 얼마나 짜릿하고 스릴 넘칠지 그걸 경험하고 싶은 거였지만.
“전부 뭉개버려.”
모두의 의견 따위는 듣지 않은 앙헬리스가 선제 공격을 명령했다.
좋든 싫든.
이 첫발을 기점으로 피아가 구분되어질 것이다.
[앙헬리스가 특수 스킬 ‘일제 사격’을 발동합니다!]
우우웅!
행성들의 표면에서 줄곧 에너지를 모으고 있던 주포들이 일제히 점멸했다.
기존에 함선들이 달고 있던 것과는 달리 직경만 수십 미터에 이르는 대항성용 주포였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붉은 빛줄기가 그대로 대기를 가로질렀다.
스치는 모든 것들을 증발시키면서 진혁과 메드레이를 통째로 없애버릴 기세였다.
그런데.
거침없이 질주하던 빛이 어느 지점을 끝으로 사라졌다.
[메드레이가 ‘남색 나방’을 소환합니다!]
남색으로 물든 거대한 날개.
“치이짓.”
특이한 공명음과 함께 겹겹이 쌓인 파장이 주포를 상쇄시켜버렸다.
남색 나방이 분진을 흩뿌리면서 허공 높이 솟구쳐 올랐다.
[조화의 기운이 상처 받은 이들에게 스며듭니다.]
우우우웅!
부상당한 정령수들과 요정들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었다.
황폐화된 협곡을 따라 녹음이 돋아나며 저주받은 기운에 맞서는 새로운 색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저게 그 유명한 색을 입힌 신수인가. 하지만 나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앙헬리스가 ‘신의 철퇴’를 발동합니다!]
위성에서 텅스텐으로 만들어진 신병기가 떨어졌다.
쿠쿠쿠쿵!
이번에는 진혁이나 메드레이를 노린 것이 아닌 응집해 있던 정령수들과 요정들을 노린 공격이다.
중력을 무시한 투사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면에 도달했다.
“모기이이!”
고구마가 날개를 활짝 폈다.
“미요오!”
“어딜!”
후라이드와 말랑흑두루미 역시 마력을 끌어모으며 하늘을 향해 각자가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기를 퍼부을 준비를 끝마쳤다.
‘흐음.’
진혁이 턱을 긁적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것마저 완벽하게 상쇄시켜버리면 조금 곤란하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선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한 법이었으니까.
‘아직 메드레이가 날 완전히 신뢰하고 있지 못하니 조금 그럴듯해 보이는 상황은 만들어줘야겠어.’
진혁이 모두에게 공급하던 마력을 일제히 끊어버렸다. 그걸로도 모자라 오히려 대상의 마력을 이쪽으로 흡수해버렸다.
당연히.
상쇄시키기 위해 스킬들을 준비하던 고대종과 신수에겐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 형국이 될 수밖에.
콰콰콰콰콰쾅!
“모기이이!”
“미요오오!”
“크아아악!”
고구마와 후라이드 그리고 말랑흑두루미가 그대로 화염 속에 집어삼켜졌다.
“얘들아!”
진혁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겉바속촉이 되어버린 숯덩이들을 향해 한 걸음에 달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흐르는 뜨거운 눈물.
“어떻게 인간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얘네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아이를 잃은 어미처럼 입에서 검은 연기를 모락모락 뿜고 있는 애들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직 어떤 게 옳고 그른지 판단하긴 힘들다만, 그대들의 적의가 선을 넘었다는 건 알겠군. 그래도 영웅이라 추앙받던 자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메드레이가 귀환자들을 꾸짖었다.
“우리가 과하기는. 현상금 이벤트 못 봤어? 저 녀석들만 처리하면 소원을 들어준다잖아? 괜히 가식 떨지 말고 말해 봐. 너에게도 이루고 싶은 소원 하나 정도는 있을 텐데?”
“소원이라….”
메드레이가 클레망스의 말을 조용히 곱씹었다.
“물론… 나에게도 있다.”
“거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랑 함께 저 녀석들을 처리하자고! 그 소원이 무엇이든 시스템이 이루어줄 테니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희생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건 아니야.”
마침내 메드레이가 결정을 내렸다.
소중한 동료들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진혁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짓밟아버리겠다는 귀환자들.
둘 중에 어느 쪽에 설지가 정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