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3 : 인간 장준후의 불완전한 계획 [징벌자와 구원자 탄생 2시간 후] : 4화 – 인간 장준후의 불완전했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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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3 : 인간 장준후의 불완전한 계획 [징벌자와 구원자 탄생 2시간 후] : 4화 – 인간 장준후의 불완전했던 계획


인간 장준후의 불완전했던 계획

사실 준후는 많은 부분에서 거짓말을 했다. 실제로 시간 여행 에 대한 생각은 준후가 오래전부터 해 온 것이었다. 연희를 살려 보려고 온갖 생각을 하다가 나온 것이고, 이것을 승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너무도 막막해 포기했다. 그런 큰 힘을 얻을 길부터 없었던 것이다. 실행할 수단도 없으면서 막 연하게, 불완전하게 구상만 했던 계획이었다. 당연히 우연히 대화 한승현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일이 잘 풀렸다. 무엇보다 구세의 권능이 주 어진 것이 느껴졌다. 신들과 소통하던 준후였지만, 군중 앞에서 당당하게 한 말처럼, 그들은 친구처럼 부르고 대화할 수 있는 대 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교의 진전도 이어받은 준후는 이것이 바 로 우화등선의 기회라는 것을, 초월의 경지에 진입해 다른 차원으 로 갈 수 있는 기회임을 알았다. 심지어 준후 자신의 생명은 일주 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준후는 그 권리를 포기했다. 그 대신 자신이 예전에 ‘말 세에 임할 자’로 나서기 위해 생각했던 그 힘을 원했다. 그러자 그 에게 권능이 부여됐다고 알려 주고 우화등선을 권한 신적인 존재 조차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 존재는 분명 가능은 하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때부터 불완전했던 계획은 퇴마사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먹고 순식간에 엉성하게나마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퇴마사들의 진정한 부활을 원한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그게 실질 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준후 자신이 더 잘 알았다. 물론 혹시나 싶어 그것부터 알아보려 했지만, 역시나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이 었다. 그렇기에 차선책으로 시간 여행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준후의 생각에도 막대한 힘이 필요했다. 그것만은 초 원의 권능으로도 어쩔 수 없었다. 수련을 계속한다면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해밀턴과 대화하지 않았는데, 그건 죽은 이를 살리려는 시도를 가장 죽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마사들의 최후를 같이하는 과정에 서 준후는 자연히 해밀턴과 마음이 통하게 됐다. 그 후 준후는 퇴 마사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시간 역행에 있는 것 같다고 해밀턴 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걸 실행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때 해밀턴은 로파무드가 블랙 서클의 기술을 이어받고 있다 는 것을 말했다. 사실 로파무드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블랙 서클의 아주 미약한 기운을 읽어 낼 수 있는 사람은 해밀턴뿐이었다. 그 리고 그것을 역으로 뒤집어서 다른 사람에게 능력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걸 통찰한 이도 해밀턴이었다. 준후는 블랙 서클의 존재나 변화 방법을 전혀 몰랐다. 그런데 해밀턴이 그 기술을 매개체로 하면 힘을 얻는 게 가능할 것 같다며 찾아보겠다고 말한 것이다. 불완전한 계획이었으나 의외의 조력, 그것도 과거 최강의 적 중 하나였던 마스터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인과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둘은 어느 정도의 가능성에 대해서 미리 확인했다. 오히 려 죽음을 간절하게 바라고 준후와 같이 박 신부를 구하고 싶어 하던 해밀턴이 오히려 시간 여행을 더 권한 판이었다. 마음 약한 준후는 그때까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너무 불완전하고, 위험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호의 희생을 본 순간, 준후는 정말로 분노했다. 그리 고 비로소 인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결단을 내렸다. 준 후가 사람들을 위압해 모든 눈길을 끈 사이 해밀턴은 로파무드와 마음의 대화를 나눠 블랙 서클을 그의 몸에 직접 옮겨 변화시킨 다음 넘겨주는 일을 했다. 무척 어려운 일이었지만 해밀턴은 이천 년의 연륜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술사였기에 해낼 수 있 었다.

그렇지만 준후에게 권능이 옮겨 갔다는 것은 해밀턴의 허풍이 었다. 실제로 준후에게 권능을 옮기려 시도는 했지만, 옮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총알이 비껴가 마치 준후가 불사의 권능을 얻은 것처럼 보인 것은 해밀턴이 ‘후의 생사가 나의 생사와 마찬가지 다’라고 강하게 암시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준후와 해밀턴 의 거짓말이었다. 제아무리 준후가 초월의 경지에 들어섰어도 본 신의 힘은 백 수십 명의 능력자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불사의 해밀턴조차도 제압하지 못했다. 준후를 옹호하는 자들도 있지만, 모든 능력을 빼앗긴다고 했을 때에도 그들이 여전히 준후 의 편에 선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준후는 아하스 페르 츠의 불사성과 자신이 얻은 권능을 통해 아무도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했다. 이것이 준후의 또 다른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너무도 다행스럽게 승현은 준후와 나눴던 대화를 기억 하고 있었다. 승현은 비록 능력은 없지만 워낙 똑똑한 편이라 대 처를 잘했다. 그는 곧 준후의 의도를 짐작하고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시타 교수와 황달지 교수와 입을 맞춰 시간 역행설을 들고나 왔다. 준후가 직접 말하는 것보다 교수 직함을 가진 이들이 말하 는 것이 특히 신뢰가 갈 것이었다. 그래서 분위기도 좋게 흘러갔 다. 더구나 승현이 썩 연기를 잘 해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렇게 각지의 능력자들이 순순히 힘을 내놓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로 운이 따른 것이었다. 계획 자체는 너무도 급조되고 불완전했지만 결국은 준후의 의도대로, 그리고 해밀턴의 의도대로 진행됐다. 사실 해밀턴은 오래전부터 인간들 에게 과하게 들어간 능력들을 없애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 었기에 이번 일에 더 적극적이었다. 그런 힘이 없어져야 자신도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월자가 된 준후가 남지만, 시간 역 행이 너무도 위험한 계획인 데다 어차피 준후의 수명은 거의 남지 않았기에 세상을 위해서도 그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말로 믿을 수 있는 박 신부나 현암, 승희의 능력은 남겠지만, 그들이야말로 더 이상 인간들과의 슬픈 투쟁을 하지 않고 조용히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준후는 모 든 걸 희생할 각오가 돼 있었다. 어쩌면 영생의 길일지도 모를 우 화등선을 포기하고, 이번에야말로 자신을 희생할 결심이었다. 마지막 순간이 왔다. 준후의 몸에는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 의 힘이 가득 차 있었다.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갖가지 진 기한 술법들이 머릿속에도 넘쳐 났다. 해밀턴도 준비돼 있었다. 시간을 돌파하는 일종의 추진력은 준후가 내고 해밀턴의 영혼이 업혀 가기로 했는데, 그는 일종의 방패였다. 어지간한 섭리라면 그의 불사성으로 준후를 감싸 지킬 수 있을 것이며, 설령 잘못돼 도한 점 후회 없이 기쁘게 세상을 등질 것이다. 해밀턴은 최소한 한 번은 어떤 난관에서도 준후의 영혼을 지킬 수 있다 믿었고, 충 분히 그럴 만했다.

그렇게 둘은 조용한 장소에 정좌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수아가 조마조마하게 불러낸 정령들이 그들의 몸을 지켰고, 그 주변을 준 후와 가까웠던 한국 도인들이 원형으로 감싸 지켰다. 이미 능력을 잃은 사람들이 조금 거리를 둔 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 리를 둔 것은 최후까지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영적, 주술적 능력은 잃더라도 육체적 단련을 거친 자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능력과 힘이 옮겨 갔더라도 몸에 새겨진 단련의 결과마저 도 사라질 수는 없었으니까.

더구나 이런 전대미문의 사태에 어떤 악마나 악령이 나타나 방해를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모두가 최고로 긴장했 으며, 비록 다른 능력은 다 잃었더라도 육체적 기술을 지닌 무련 이나 사천왕, 조경의 힘마저도 스스로 내놓은 아라, 승현까지도 주축이 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상황에서 가장 강한 이는 청홍검을 쥔 무련일지도 몰랐다.

잠시 후 준후와 해밀턴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준후라면 몰라 도 해밀턴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전에 없던 것이라 모두의 마음은 불안해졌다.

불안해진 아라는 승현에게 넌지시 아주 작은 소리로 물었다.

“결과를 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그 말에 승현은 조용히 대답했다.

“정말 성공한다면 결과는 곧 나올 겁니다. 그냥 현실이 그 결과로 바뀌어 있을 테니까요.”

그때 준호도 눈을 감은 채 작게 말했다.

“시간 여행이 되면 차원이 새로 생성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는데, 그렇게 된다 해도 사부가 돌아올 수 있는 건가요?” 

그 말에는 승현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 역시 가능성 중 하나죠. 모든 것이 아직은 하나의 가설일 뿐입니다. 아직 아무도 성공은커녕 시도조차 못 한 일이니 더더욱 그렇죠.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엔…………….”

그때 준후와 해밀턴의 고개가 풀썩 꺾였다. 영혼이 빠져나가고 연결조차 끊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와 동시에 조금 떨어진 능력자 무리 중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떠났다!”

그것은 아마도 영능력 체질을 타고났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모 든 능력을 내주었어도 육체적 힘은 남은 것처럼, 원래부터 영에 민감한 사람의 체질까지는 전이되지 않는다. 그래서 영혼의 기척 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당장 두 명의 육체에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 들은 대부분 육체가 무사한 것에 안도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승현의 얼굴빛은 급속히 어두워졌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혼잣말 까지 새어 나왔다.

“이게 아닌데……………!”

승현의 생각으로는 이 일은 준후가 겪고 있는 과거나 경로의 시 간과 별개로 현재의 시점에서는 즉각 결과가 나타나야 했다. 시간 을 거슬러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승현이 속한 현재에 즉각 반응 이 나와야만 했다. 만약 이들의 위치가 변경되는 일이 있어도 모 두가 자연스레 그걸 받아들이게 바뀌거나, 그런 사실조차도 자연 스레 받아들여지게 돼야 했다.

물론 아까 이야기한 양자 복원 원리가 작동하고 준후가 성공했 다면, 퇴마사들은 살아나고 당연히 이전에 준후가 했던 행동까지 도 모조리 잊혀 없었던 일이 돼야 했다. 그렇게 되면 승현의 기억 조차도 변조되겠지만, 준후가 시간을 역행하고자 했다는 것을 기 억하고 있는 것을 보아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됐다면 그 사실조차 잊고 자연스레 퇴마사들의 생환을 반기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 상.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준후 시주…… 결국 불완전한 계획이었던 건가요? 결국 이렇게…….’

다른 누구보다 시간 역행 계획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승현이었기 에 오히려 누구보다 불안했다. 그러나 뭔가의 이유로 시간이 걸리 는 것뿐이라고, 아니면 준호의 말대로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빠지는 것이 시간 역행의 실제일지 모른다고 애써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아무도 예상치 못 했던 일이 생겼다. 준후와 해 밀턴의 두 육체가 갑자기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불길은 너무도 거셌고, 능력조차도 모두 잃은 사람들뿐이라 뭔가 할 수도 없었 다. 힘을 잃지 않은 유일한 능력자인 수아는 너무 어린 데다가 놀 라는 바람에 아무 손도 쓰지 못했다.

무서울 정도로 강렬한 불길은 불과 일이 초 만에 둘의 육체를 완전히 전소시켜 버렸다. 유골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강렬해서 가 까이 있던 몇몇 사람들은 화상을 입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시간을 거슬러 뭔가 해 보려던 계획은 처참히 실패한 것이다. 심지어 불사의 존재인 해밀턴의 육 체마저도 재가 돼 사라졌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이제 시간을 따 라오건, 다른 방법으로건 둘의 영혼이 돌아올 길은 사라졌다.

넋을 잃고 거의 기절하듯 주저앉은 승현부터 오열하는 아라.

눈물을 쏟으며 합장하고 독경만 하는 무련, 그 외에도 수많은 사 람이 각각 충격과 혼란에 빠져 버렸다.

세 명의 퇴마사뿐 아니라, 장준후와 해밀턴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외의 내로라하던 거의 모든 세계의 능력자들도 힘을 잃 었다. 이것은 거의 이 세계의 영능력 자체가 남김없이 사라져 버 린 것과 비슷했다. 몇몇은 힘을 간직하고 있겠지만 수많은 전승을 이어받은 강력한 자들이 없었다면 맥이 끊기게 될 것이다. 주변 모두가 희생을 감수하고서 얻은 결과는 그들로는 통제 불가능한 해밀턴과 장준후가 사라져 버린 것에 불과했다. 그것만으로도 만 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이로써 나름대로 전승되던 영능력 체계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 셈이었다.

인간 장준후가 모든 심력과 그동안 연관된 수많은 인연을 바탕 으로 만들어 낸 불완전한 계획은 처절하게 실패한 것이다. 이렇게 부정할 수 없는 결과 앞에서 아무도 입조차 열지 못했다. 절망만 이 모든 공간을 장악해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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