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4장 – 왕 잡아먹는 괴물 (5)
륜이 한 발을 내디뎠다. 티나한이 벗겨준 나무껍질을 씹어 먹던 나늬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륜을 향해 뿔을 내밀었다. 륜은 겁먹은 얼굴로 비형을 돌아보았지만 비형은 염려 말고 계속 걸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륜은 심호흡을 한 다음 다시 한 발을 내디뎠다. 나늬는 나무껍질을 포기하며 뒤로 물러났다. 케이건은 놀라지 않았다. 세 번째로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케이건은 약간 짜증스러워하는 눈으로 비형을 쳐다보았다.
“수화로 물어보시오. 왜 륜을 피하는 건지.”
“당신이 오기 전에 이미 물어봤어요. 대답하지 않던데요?”
“한 번 더 해보시오.”
비형은 어깨를 으쓱인 다음 나늬에게 다가갔다. 도깨비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케이건은 딱정벌레의 더듬이를 응시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딱정벌레는 그 더듬이를 움직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형의 반복되는 수화에도 불구하고 나늬의 더듬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턱을 받친 채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케이건은 비형을 돌아보았다. 그 눈초리는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비형은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비형은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음, 어, 하늘치를 본 딱정벌레와 비슷한 반응이에요. 딱정벌레가 절대로 하늘치에게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는 아시죠?”
티나한이 참지 못하고 외쳤다.
“알다마다! 그 때문에 내가 아직 하늘치의 등에 오르지 못했는데! 하지만 륜이 하늘치냐?”
“반응이 비슷하다는 거예요. 하늘치에게 왜 가까이 가지 않냐고 물어보면 딱정벌레는 아무 대답도 안 하지요. 지금도 그렇지요?”
“지금껏 한 달이 넘게 함께 여행한 사이니 나가가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 테고, 거참.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군.”
케이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머지 일행들은 그의 입을 주시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그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케이건은, 아마도 나늬의 기행을 꾸짖거나 불평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케이건은 그러했다.
“걸어야겠소. 여러분. 대사원에서는 좀 더 기다려야겠군.”
티나한이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다시 같이 여행하는 거야. 케이건?”
“걷는 일이라면 내가 필요할 거요.”
모두의 얼굴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너 때문에 늦어지게 되었잖아, 도대체 왜 이런 고집을 부리는 거야?”
비형은 나늬를 꾸짖으면서도 그 얼굴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륜의 웃음은 조금 묘했다. 나가의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케이건이 그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륜의 묘한 표정은 들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늬의 이상 행동에 대한 억측들을 교환하고 있을 때 륜은 손을 허리 뒤로 돌려 자신의 배낭 아래쪽을 살짝 쓰다듬었다.
‘이것 때문인가?”
그때 배낭이 꿈틀했다. 깜짝 놀란 륜은 비명을 내질렀다. 다행히 마음속의 외침이었기에 아무도 륜의 비명을 듣지는 못했다. 륜은 일행들을 죽 둘러보고는 다시 배낭에 닿은 손바닥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손바닥에는 더 이상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 움직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