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8장 – 열독 (15)
갈로텍은 카린돌의 의식이 조금씩 깨어나는 것을 느끼며 득의만만한 니름을 보내었다.
<우리가 왜 여신을 죽인단 말인가. 스바치, 카루.>
스바치와 카루는 경악했다.
<뭐라고? 하지만 너희들은 사원을……….>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우리들 또한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사원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하지만 설령 어디 있는지 알았더라도 여신을 죽이지는 않아. 맙소사.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이 사라지면 이 세상이 무슨 꼴이 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바로 그런 이유에서 그들을 저지하려고 했던 카루와 스바치는 기가 막혀 니름이 나오지 않았다. 카루가 격한 호흡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닐렀다.
<우리를 속인 건가?>
<아니. 자네들과 하인샤 대사원의 땡초들까지 속였지.>
<그렇다면 너희들이 원하는 것은 뭐냐?>
갈로텍은 대답하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카린돌이 정신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외투를 열어젖혀 냉기를 가득 받아들인 갈로텍은 고통스러운 정신으로 카린돌에게 다가섰다.
카린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눈을 뜨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카린돌은 눈앞에 보이는 암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다시 니름이 들려왔다.
〈베카린도렌 마케로우!>
저것은 나의 이름이다. 카린돌은 이름이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없는 기분이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자 익숙함과 안온함이 느껴졌다. 카린돌은 자신의 이름을 반복했다.
<베카린도렌 마케로우.>
그러자 상대방도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베카린도렌 마케로우.>
<너는 누구지?>
<친구다.>
카린돌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베카린도렌 마케로우라고 부르고 있는 상대방은 당연히 친구일 것이다. 그것은 아무나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다. 카린돌은 자신의 이름이 카린돌이라는 것도 알 수 없었지만 그 사실에 개의치 않았다. 카린돌은 상대방의 니름을 반복했다.
<친구>
<그래. 친구다. 지금 어떻지?>
카린돌은 자신이 어떤지 생각했다.
<춥다. 어둡다. 무섭다.〉
〈계속 그렇게 있겠어?>
카린돌은 모든 정신으로 거부했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가?>
<벗어나고 싶다.〉
<그럴 줄 알았어.>
카린돌은 그럴 줄 알았으리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니름은 고통에 차 있었다. 상대방은 그녀의 고통에 대해 슬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왔다.>
<그래서 네가 왔어.>
<그곳을 벗어나, 나에게 오겠어?>
<이곳을 벗어나, 너에게 가겠다.〉
<내게로 와.>
카린돌은 움찔했다. 무엇 때문에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카린돌은 자신이 느낀 것이 불안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닐렀다.
<그런데 너는 누구지?>
<베카린도렌 마케로우의 친구야.>
카린돌은 동의했다.
<너는 베카린도렌 마케로우의 친구야.>
〈그래. 내게로 오겠어?>
<네게 가겠다.>
카린돌은 그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