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8장 – 열독 (16)
티나한은 케이건에게 부딪힐 뻔했다.
단지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실제로는 도저히 부딪힐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없이 확대되어 있던 공간이 갑자기 축소되며 정상적인 거리가 되는 순간 티나한은 케이건이 ‘날아오듯이’ 가까워진다고 느꼈다. 티나한은 엉겁결에 케이건을 받아 내려고 했다.
물론 케이건이 그에게 날아와 부딪치지는 않았다.
승려들은 당황하여 웅성거렸다. 티나한은 재빨리 륜의 상태를 살폈다. 륜은 여전히 만다라 가운데 서 있었다. 티나한은 륜에게 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케이건에게로 달려갔다. 한 번 껑충 뛴 다음 티나한은 케이건 옆에 무릎을 꿇었다.
“케이건?”
땅을 향해 헐떡이고 있던 케이건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너무 급하게 머리를 든 것 때문에 다시 현기증이 찾아왔고 케이건은 구토할 뻔했다. 티나한은 온몸의 깃털을 곤두세웠지만, 다행히 케이건은 구토하지는 않았다. 케이건을 만지려던 티나한은 그 몸이 땀에 젖어 있는 것을 깨닫고는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그때 케이건이 말했다.
“륜을 막으시오…….”
“왜지? 왜 륜을 막으라는 거야? 저 나가들이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을 어떻게 죽일지 알아내어야 하잖아?”
케이건은 분노했다. 그러나 자신이 깨달은 사실을 다른 사람도 깨닫지는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은 무익하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케이건은 앞으로 쓰러졌고, 그리고 땅에 등을 대고 누웠다. 좀 쉽게 말하기 위해서였다.
“티나한. 그들이………… 여신을 죽일 리가 없소.”
“뭐라고!”
“그들도 아오. 그 수호자들도 알고 있소. 그자들도…………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이 사라지면 세상이 반드시 더워질 거라는……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지 않소.”
티나한은 더할 나위 없이 당황하여 더듬거렸다.
“그, 그렇다면 여신은 안전한 거야?”
“아니오.”
“무슨 소리야!”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은 안전하오. 하지만 발자국 없는 여신의 경우는 그렇지 않소.”
“나, 나가의 여신 말이야?”
“그렇소. 그들이 노리는 것은………… 나가의 여신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둬! 놈들이 왜 자기들의 여신을 죽이려 한다는 거야!”
케이건은 입속에서 쇠맛이 나는 것을 느끼며 안간힘을 다해 말했다.
“죽이려는 것이 아니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신체요.”
“신체? 신체라니?”
“발자국 없는 여신은 륜을 만나러 이곳에 오기 때문에 하텐그라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소. 그들은 여신의 관심이 이곳에 쏠린 틈을 타 신체를 장악할 거요. 그리고, 아마도 신체에서 영을 빼 버릴 거요. 그들에게 군령자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지.”
티나한은 오레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경악 속에서 벼슬을 떨었다. 케이건은 힘겹게 말했다.
“그렇소. 그렇게 할 거요. 육 없는 영은 존재할 수 있소. 도깨비들의 어르신처럼. 하지만 영 없는 육은 존재할 수 없소. 살아있는 육에는 잠시도 영이 부재할 수 없소. 신체에서 영이 빠져나가면, 여신은 강제로 그 육으로 소환될 거요. 그리고 그 육 안에 갇히게 될 거요.”
“여신을…… 가둔다고? 왜?”
케이건은 가슴을 쥐어짜듯 외쳤다.
“그들은 여신을 가둬두고 여신의 힘을 마음대로 쓸 작정이오! 왕이 없는 이 땅에서 온갖 놈들이 왕의 이름이나 그 재산을 제멋대로 이용하는 것처럼!”
다음 순간 티나한은 륜에게로 날아가고 있었다.
티나한은 필요하다면 륜의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킬 각오까지 한 채 륜 앞에 내려섰다. 하지만 티나한은 위로 치켜든 주먹을 내리지 못했다. 륜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티나한은 공포 속에서 질문했다.
“륜. 여신과 대화 중이야?”
“아니요. 여신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 때문에 거리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난처한 듯 말하던 륜은 티나한의 얼굴을 보곤 당황했다. 티나한은 벼슬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렇다면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