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2장 – 땅의 울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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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12장 – 땅의 울음 (6)


쥬어 센은 공정당당한 사람이었다. 그는 부탁받은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나가 군대로부터의 보호를 애원하는 불신자들에게 돈을 받고 그들의 주의가 다른 곳으로 돌아간 틈을 타 그들을 살해한 쥬어의 사업도 그런 그의 성격으로 설명된다.

<그것이 불신자들과 맺은 약속이라도 저는 반드시 지켰습니다. 이제 아무도 그들을 죽일 수 없게 되었지요.>

비아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가벼운 농담이었다.

<그런 식으로 돈을 모으셨군. 그런데 겨우 그 정도로 하텐그라쥬의 선량한 여인들을 놀라게 할 만한 치부가 가능했다는 건가?>

<그건 시작이었지요. 그 돈으로 무기와 장비를 사서 의용군을 조직했습니다.>

<의용군이라고?>

<저도 이 위대한 전쟁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한 일은?>

<원래 하던 사업을 대규모로 확장했지요.>

비아스는 알 것 같았다. 불신자들은 인본주의자로 태어난 것 같은 나가들의 등장에 감동했을 것이다. 무의미한 학살을 막기 위해 당신들과 함께 싸우겠노라고, 정의와 양심을 위해 동족의 가슴에 칼을 겨누겠노라고 강변하는 고매한 나가들에게 자기 고향의 방비를 맡긴 불신자들은, 그들의 성벽과 울타리 안에서 신속하게 살해되었다. 낭만적인 이야기를 지나치게 좋아했던 것이 그들의 문제였다.

<약속을 지킨 것이군.>

<아무도 그들의 마을을 침범할 수 없게 되었지요.>

<불신자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절대로 머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멍청한 이야기를 정말 믿는다는 말이야?>

<아, 모르십니까? 그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는 꽤 인상적으로 들립니다.>

<무슨 니름인지 알겠군.>

쥬어는 빙긋 웃었다. 비아스는 주위를 한 번 쓱 둘러보았다.

<그런 사업으로 이 모든 재산을 다 모았나?>

<그 외에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비아스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쥬어의 재산을 가늠할 수 있었다. 쥬어는 어느 가문을 방문하는 대신 자신의 거처를 만들었다. 물론 그가 하텐그라쥬에 자신의 집을 짓는다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오만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렇기에 쥬어는 하텐그라쥬 외곽의 공터에 야영지를 만들었다. 니름이 야영지였지, 바깥 생활의 불편함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웬만한 집 한 채를 덮을 수 있는 크기의 천막이 쥬어의 거처였고 그 주위로도 무수히 많은 천막이 쥬어의 ‘의용군’이라는 패거리들을 수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활은 모두 풍족해 보였다. 하텐그라쥬의 다른 여인들은 아마도 그 모습에서 ‘남자 주제에 하인을 많이 데리고 있다’는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몇 년을 보낸 덕분에 비아스는 다른 여인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사실을 간파할 수 있었다. 쥬어는 그 시점에서 하텐그라쥬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패거리들은 분명히 실전 경험이 풍부할 것이라는 판단은 비아스에게 많은 상념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일을 했는데?>

<글쎄요. 마케로우. 상당히 많은 일을 했다고만 닐러 드리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을 많이 얻었겠군. 내게 흥미 있을 만한 것도 있을까?>

쥬어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쥬어는 소메로 마케로우가 겪어야 했던 갈등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쥬어는 마케로우 가문의 실제적인 가주를 향해 닐렀다.

<제 보잘 것 없는 수집품을 보아 주신다면 더없이 영광이겠습니다.〉

쥬어는 몇 사람을 시켜 그의 천막에서 상자를 들고 나오게 했다. 상자는 크고 묵직한 것이었다. 쥬어는 직접 상자를 열었다. 휘황찬란한 광경이 펼쳐졌다. 온갖 진귀한 물건들이 상자 안에 가득했다. 비아스는 특별히 고른 물건들로 내용물을 채웠음을 짐작했다. 모두 가볍게 집어갈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쥬어는 그녀의 짐작대로 닐렀다.

<마음에 드시는 것이 있으시면 가지십시오.>

비아스는 쥬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도 되나?>

<물론입니다.>

비아스는 다시 미소 지었다. 쥬어는 보물을 하나씩 들어 보이며 그것을 어디에서 가져왔다는 둥의 이야기를 꺼냈고 비아스는 매우 관심이 동한다는 표정으로 그 설명을 들었다. 선물용으로 준비된 물건들이 이 정도이니 쥬어의 실제 보물은 몇 배로 막대할 것이다. 비아스는 그 사실에 만족했다. 그리고 유창하게 이어지던 쥬어의 설명이 갑자기 중단되었을 때는 더욱 만족스러웠다. 쥬어는 당황하여 야영지 저편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무장한 나가들이 야영지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지저분한 의복에 지친 모습들이었지만, 숫자가 많았다. 야영지 곳곳에서 쥬어의 패거리들이 당황하여 일어서거나 무기를 집어 들었지만 병사들은 그쪽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쥬어는 비아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침착하게 앉아 있는 비아스를 보며 뭔가를 깨달았다.

<저자들은 누굽니까, 마케로우?>

<저건 내 군단이다.>

<당신의 군단이요?>

<음. 닐러 주지 않았던가? 나는 마호가니 군단의 군단장이다. 쥬어. 하텐그라쥬 방어를 위해 돌아왔지.>

쥬어는 허를 찔린 표정으로 비아스를 바라보았다. 비아스는 쥬어의 보물 상자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어 바라보았다. 용의 모습으로 도안된 손잡이에 그 머리의 뿔이 칼날을 이루고 있었다. 닮은 점이 거의 없었지만 그 모습은 비아스에게 아스화리탈을 상기시켰다.

<재미있게 생긴 물건이군.〉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일로…….>

<이 전쟁에서 일익을 담당하게 된 자네에게 축하를 보내지. 쥬어.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이 여기 다 있군. 자네 야영지를 징발하고 자네의 의용군을 내 군단에 편입시키겠다. 자네 부하들 중 쓸 만한 자들을 추려 주게. 그리고 자넨 내 부관으로 삼겠다.>

<마케로우. 저는…………….>

<센 가문에는 분명히 기지와 추진력을 갖춘 가주가 필요하겠지.>

예상치 못한 일을 맞아 준비된 대응이 없을 땐 보통 그러듯이, 쥬어는 정신을 닫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쥬어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적이었다. 쥬어는 비늘을 눕히려 애쓰며 닐렀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케로우.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비아스는, 비록 근엄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쥬어의 충성 선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텐그라쥬의 여인들은 건방진 남자를 다루는 비아스의 솜씨에 감명을 받을 것이다. 언젠가 사모 페이를 추방했을 때와 같은 찬사가 돌아올 것을 예상하며 비아스는 흥겨운 기분마저 느꼈다. 비아스는 그런 찬사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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