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7장 – 독수(毒水) (22)
하늘치의 등 위에서, 티나한은 벅찬 감동을 가누지 못했고, 그 때문에 상당히 괴로워했다. 그는 자신이 하늘치의 등을 밟고 있 다는 사실에 기쁨을 억누르지 못했다. 자신이 최초의 등정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티나한에게 괴로움이 되지 않았다. 레콘은 자신 이 원하기에 숙원에 매달리며, 다른 사람보다 먼저 성공하기 위 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티나한의 기쁨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걱정과 번민이 지나치게 많았기에 티나한은 자신의 기쁨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티 나한은 차라리 즈라더를 돕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심장탑 꼭대기에서 즈라더는 나가들에게 계단을 만드는 법을 설명해 주며 간혹 자신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가들을 직접 옮겼다. 티나한과 다른 레콘들 몇 명이 가담하자 점점 자신의 발 보다는 레콘에 의해 올라가게 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심장탑 꼭대기에서 계속 올라오는 나가들 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호왕이 올라오는 자를 모두 받 아주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나가들은 경계심을 감추지 못한 채 올라섰지만 북부군은 말없이 회오리를 한 번 가리켜보였다. 나가 들은 비늘을 부딪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늬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하늘치가 그토록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스바치, 보트린을 구해 내었던 나늬는 이제 하늘치의 등 위에서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비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간단 한 수화를 보내었다.
‘너 미쳤니?’
나늬의 대답은 간단했다.
‘빛이 탄로났다.’
비형은 그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가 로저었다.
사모는 마루나래의 허리에 기댄 채 힘없이 앉아 있었다. 갈바 마리와 금군들이 그녀의 주위를 삼엄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 나 금군들은 카루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용 납했다. 사모는 슬픔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무 곳도 바라보지 않 은 채 앉아 있었다. 카루는 어떻게든 그녀에게 니름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녀를 방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카루는 스바치 를 돌아보았다.
스바치는 카린돌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린돌의 몸은 시 체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스바치는 가슴이 저며오는 느낌에 비늘을 세웠다. 그곳에는 카린돌의 영이 없었다. 스바치는 자신 이 그녀가 깨어나지 않는 것을 무서워하는지 깨어나는 것을 더 무서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스 바치는 본능적인 경계심으로 다가오는 자를 바라보았다.
시우쇠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아기를 안은 괄하이드 규 리하가 함께 서 있었다. 아기가 말했다.
”스바치. 그녀를 죽여야 해.”
”뭐라고요?”
스바치의 몸에서 비늘이 부딪쳤다. 그 말을 들었던 사람들 모 두가 우려의 표정을 지었고 카루의 경우에는 스바치를 돕겠다는 듯이 걸어왔다. 아기는 차분하게 말했다.
”다가오는 회오리가 보이나? 나는 저 회오리를 멈추려 했고 시 우쇠도 그렇게 했다는군. 하지만 둘은 막을 수 없어. 세 번째가 필요해. 그 몸이 아직까지도 여신을 구속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어. 어쩔 도리가 없어. 그 몸을 파괴해서 발자국 없는 여신이 다른 자에게 전령되도록 해야 해. 셋이 하나를 상대하지. 셋이 된다면 저 회오리를 멈출 수 있어. 저대로 놔두면 심장탑은 파괴되고 말아. 그러면 하텐그라쥬 출신의 나가들도 다 죽게 돼.”
스바치는 비늘을 부딪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우 쇠는 스바치의 눈에서 거부를 읽었다. 그는 괄하이드를 한 번 돌 아보았다. 아기가 그를 볼 수도, 그 또한 아기를 볼 수 없었지만 시우쇠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시우쇠는 두 손을 모았다. 공을 감싸쥐듯 모인 두 손 가운데서 불길이 일렁거렸다. 스바치는 이 를 악물며 사이커를 찾았지만 그 사이커는 냉동 장치에 꽂혀 있 었다. 스바치는 카린돌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시우쇠가 화염으로 그를 꾸짖으려 했을 때였다.
모든 이를 놀라게 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륜!”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사모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갑 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에서 다시 상처에서 피가 스며나왔다. 사모 는 몇 번 비틀거렸고 두억시니들이 황급하게 그녀를 부축했다. 사모는 그들의 부축을 거의 깨닫지 못한 채 정신없이 걸어갔다. 그녀는 하텐그라쥬를 둘러싸고 있는 회오리를 바라보았다. 그녀 의 입에서 또다시 비통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녀는 니르면서 동 시에 외치고 있었다.
”<륜!>”
괄하이드는 그제야 깨달은 사실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황급히 하텐그라쥬를 둘러싼 숲의 한 지점을 보려 했다. 하 지만 륜과 아스화리탈이 있던 지점은 이미 회오리 저편으로 사라 져 보이지 않았다. 북부군은 멍한 표정으로 회오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