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동천(冬天) – 5화


동천은 자신의 앞으로 오는 것을 멀거니 보고 있었다.

개(犬)였다.. 평소 같으면 개구나 하고 지나 갔을 테지만 이 개는 좀 이상했다.

첫째, 좀 말랐다.(사실은 많이 말랐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음– 이 개는 지금 나에게 동정심(同情心)을 유발 시키려 하는구나…’

둘째, 좀 비틀 거렸다.(사실은 많이 비틀 거렸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음– 지금 나에게 이 개는 동정심을 유발(誘發) 시키려 하는구나…’

셋째, 좀 괴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사실은 되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음– 나(我)에게 이 개는 지금 동정심을 유발 시키려 하는구나…’

이 세가지를 종합(綜合) 해본 그는 처량한 눈빛으로 말했다.

“불쌍한 것.. 못먹어서 마른 너를 동정(同情)한다… 못먹어서 비틀 거리는 너를 이해(理解)한다…. 못먹어서 괴로워 하는 너에게 조의(弔意)를 표한다….. 아… 도와주지 못하는 나를 용서해다오……”

그러고는 그냥 지나쳐 갔다. 앞을 보니 사람들이 늘어 났지만 자기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온거겠지.. 하고, 무심코 나아갔다.

“끼잉.. 끼.. 잉… 꾸우웍.. 크오엑…”

지나가는 동천의 뒤에서 개 같지도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할 수없이 동천은 눈쌀을 찌푸리며 돌아섰다.

“아.. 너는 나를 그냥두지 않는구나…”

그런데 동천이 눈쌀을 찌푸리며 돌아서자 그 강아지는 힘겨워 하면서도 입을 쫘악! 벌리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자세가 이상해 보여서 자세히 보니 그 개는 뭘 토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탁-!.”

그것을 본 그는 오른 주먹을 왼손 바닥에 치며 중얼 거렸다.

“아하-! 알겠다.. 토하고 싶은 거구나….”

그러자 그 개가 동천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통스런 와중에도 고개를 끄떡였다. 동천은 그 개의 행동을 보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걱정마라 내가 너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마.”

그러고는 다가가서 왼발을 힘껏 쳐들었다.

사비혼은 7장(21M) 밖에서 동천이 하는 짓을 별 생각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동천의 말도 다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동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할 때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 했다.

‘재미있는 놈이군…’

암흑마교의 부교주나 되는 인물(人物)이 하는 생각 치고는 좀 이상한 생각 이었지만, 그런 동천을 보며 다른생각을 하는 자가 또있었으니.. 바로 만추였다.

‘그냥가라.. 제발 그냥가라…’

이때 일혼이 사비혼에게 말했다.

“주군,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말에 사비혼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골치 아프게 ᄃ군…’

사비혼이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개의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깨깽-깽깽– 쿠오엑!”

그리고는 어떠한 물건을 토해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토사물(吐瀉物)로 향했다.

“어? 이게뭐야!”

만추는 개가토한 물건을 나뭇가지로 휘졌고 있는 동천을 보며 탄식(歎息)을 했다.

“아– 모든게 끝났구나…”

그리고는 천령개를 치면서 스스로 자결을 했다.

“퍽-!”

“엇-!”

개의 토사물을 뒤지던 동천은 소나무 옆의 노인이 스스로 머리를 쳐서 죽는 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하던일을 멈추고 멍하니 만추의 시신(屍身)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우욱–“

“우-우욱–“

“우-웍– 우으웍–!”

동천은 쏟아져 나오는 오물을 보며 아침에 미미에게 주려고 밥상을 들고가는 사이에 몰래 훔쳐먹은 닭다리를 먹으며 즐거워 했던 그 순간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웠다. 동천에겐 닭다리 처럼 귀한 음식을 먹을 만한 기회(機會)가 그리 많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더니…’

동천은 옛 성현(聖賢)들의 가르침을 새삼 만끽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렇게 옛 성현들의 말씀을 만끽하고 있던 동천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토사물과 개의 입에서 나온 토사물들이 절묘하게 서로 섞이는 것을 보자 거의 멈춰가던 구역질이 다시 목구멍에서 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우웩! 우으엑!”

“스스슷–!”

그러는 사이에 동천의 주위에 1장(3M)의 사이를 두고 사비혼과 사혼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만추의 자결(自決)과 개의 내용물을 보고 자신들이 찾는 것임을 알수 있었다. 그것은 한지(韓紙)에 기름을 묻혀서 둘둘 말아 놓았기 때문에 속은 안전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인간의 천성(天性)은 어쩔수 없는지라 더러워서 접근을 하고 있지를 못했다.

불쌍한 강아지는 동천의 옆에 나동그라져 다리를 부르르르 떨면서 입에 말 그대로 개 거품을 물고 할딱거리 더니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흐윽-흑흑– 우웍–!”

동천은 이제 헛구역질만 나왔다.

“꼬마야.”

사비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제서야 동천은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된 얼굴로 사비혼을 쳐다봤다.

그러자 사비혼은 토사물에 섞인 물건을 보며 다시 말했다.

“그것을 나에게 다오.”

사비혼의 말에 동천은 훌쩍 거리면서도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사비혼을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훌쩍-! 싫어요..”

동천의 말에 사비혼은 무심한 얼굴로 동천에게 물어 보았다.

“왜냐?”

동천은 무심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비혼의 눈빛을 받자 마음이 어느정도 차분해 지는 것을 느꼈다. 왜그런지는 몰랐지만 동천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되자 다시 말했다.

“아저씨 같으면 저 더러운 것을 줍겠어요?”

옆에서 저 한지 속에 들어있는 것이 무얼까..? 하고 생각하던 한섬은 동천의 말을 듣고는 기겁을 했다.

‘어이쿠–! 저자식 저러다 뒤지겠구나…’

이렇게 생각한 한섬은 속으로 앞에있는 꼬마아이가 죽지 않기를 바랬다. 저 꼬마아이가 불쌍한게 아니라 꼬마가 죽으면 아무래도 저 더러운 것을 자신이 주워야 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섬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 말을 들은 사비혼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롭게 동천을 쳐다 보았다.

“그렇군…”

잠시 말을 뜸들이던 사비혼은 동천에게 다시 물었다.

“너의 이름은?”

자신의 이름을 묻자 동천은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하늘이예요.”

동천이 하늘을 보며 대답을 하자 사비혼과 그 일행들은 너도 나도할 것 없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사비혼만 빼고는 다시 시선을 내리더니 지금 우리가 뭐하고 있는 거냐는 식으로 서로들 바라만 볼 뿐 아무말도 하질 않았다. 끝까지 하늘을 쳐다보던 사비혼은 문득, 하늘이 무척 맑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 그러면 천(天)이란 말이냐?”

자신의 이름만을 가르쳐 주었던 동천은 드디어 자신의 성까지 가르쳐줄 기회가 오자 신이 난 듯 대답했다.

“예! 그것도 맑디 맑고, 푸르디 푸르며,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겨울하늘 이랍니다!”

여기 까지 대답한 동천은 아까일은 잊어 버린 듯 불필요한 것 까지 두서(頭緖)없이 이야길 하면서 자화자찬(自畵自讚)을 늘어 놓으며 혼자 흥분하고 있었다.

“동천(冬天)이라… 괜찮은 이름이군….”

사비혼의 칭찬 하는 듯 한 말을 듣자 동천은 더욱더 신이나서 말을 했다.

“그렇죠! 그렇죠! 하지만요 미미 고 계집애는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 이 이름이 마음에 안든대요! 에이.. 싸가지없는 기집애!”

황룡미미를 욕하던 동천은 문득 생각나는게 있는지 주위를 쭈욱! 둘러 보더니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는 사비혼을 바라보며 말을했다.

“제가 미미를 욕했다는 것을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요. 알았죠!”

동천의 말에 사비혼은 궁금하다는 식으로 물어 보았다.

“흐-음-! 미미가 누구지?”

미미 라는 말에 동천은 인상을 구기더니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아아– 걔요? 생긴건요.. 생긴건…”

“음..”

“으음..”

“저기..”

“거시기…”

“그러니까….”

동천이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성격이 다혈질(多血質) 이었고, 동천 같이 시간을 끌어서 대답을 늦게하는 사람은 그냥 두고만 볼수 없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여건상 함부로 나설수가 없던 비운(悲運)의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한섬 이었다.

‘으으.. 저자식! 한 번만 더 끌기만 해봐라…’

한섬은 자기도 모르게 불끈 쥐어지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새삼 사부가 생각이 났다. 사부가 자신을 가르치실 때의 심정(心情)이 아마 지금 자신이 느끼는 것과 별 차이가 나질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부니이임—–!’

한섬은 마음속으로 사부님을 외치며 동천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동천은 한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칫..! 예쁜건 인정하고요.. 성깔은요 내 앞에있는 것 보다 더 더럽구요..”

그 순간 모두들 동천의 걸작품(오물.)을 보더니 짜기라도 한 듯, 인상들을 팍-! 구겨 버렸다. 어쨌든 동천의 말은 다시 이어져 같다.

“세가(世家)에서 제일 성질이 더러워요.. 아주 더러워요.. 아주 아주 더러워요.. 진짜 더러워요.. 끔찍히 더러워요.. 지랄 맞게도 더러워요.. 요.. 요.. 요…”

한섬의 귀에는 더 이상 동천의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더러움의 한계를 모르는 저 아이에게 경의를 표한 뒤 멈출 줄을 모르는 저 입술을 향해 한 대 갈기고만 싶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마음속의 외침 뿐이었다.

‘사부니이이임—-!’

폭발 하려는 한섬의 마음을 아는 듯 동천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사비혼이 중단 시켰다.

“세가라고? 이근처에서 세가라고는… 황룡세가(黃龍世家)말이냐?”

“예.”

동천의 말에 사비혼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물어 보았다.

“거기서 일하는 아이냐?”

“예.”

“흐음…”

“예.”

“아무말도 안했다.”

사비혼의 말에 동천은 히죽 히죽!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나도 알고 있어요.”

“….”

사비혼은 단순한 아이의 말 장난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똘아이 기질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 했지만 일단 넘어 갔다. 그는 아무리 황룡세가지만 하인 신분인 꼬마아이 하나 없어졌다고 해서 그리 큰 소란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천아 나를 따라가지 않겠느냐?”

“예?(동천.)”

“어?(한섬.)”

“흠칫-!(그외.)”

“뭐라구요? 다시한번 말해주시겠어요!”

동천은 단순히 다른 생각을 하다가 못들어서 물어 봤지만, 한섬은 머리를 굴리느라고 골치가 찌끈 거렸다.

‘저 부교주가 미쳤나? 아니면 저꼬마가 절세의 근골을?’

그외는 아무생각이 없었다.

“나를 따라가지 않겠느냐?”

동천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비혼과 그외 사람들을 주-욱! 쳐다보다 다시 사비혼을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아저씨들 유괴범이죠? 문지기 강 아저씨가 어디 같이가자는 어른들은 모두 조심하라고 그랬는데 맞죠? 그죠?”

순간 모두들의 얼굴이 어떠했을지는 말안해도 짐작이 갈것이다. 아무래도 그들중 사비혼의 얼굴이 제일 볼만했다.

사혼대는 다음에 벌어질 일을 알기라도 하듯 눈을 내리 감았고, 한섬은 마음 속으로 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갈 불쌍한 한 아이의 영혼을 달래주리라고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豫想)을 뒤업고 사비혼은 한껏 웃어댔다.

“하하하하하—!”

모두들 이 상황에서 놀랬지만 특히 사혼대가 더욱 더 놀랬다. 항상 무표정하고 싸늘하기만 했던 자신들의 주인이 웃는 것을 여지껏 단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 이었다.

사비혼은 오래간 만에 마음껏 웃어 봤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의 나이 78세.. 마도(魔道)의 길을 걸어오면서 냉정(冷情)과 무심(無心)만이 험난(險難)한 무림(武林)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만 배워온 그가 이렇게 마음껏 웃어본다는 것은 정말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상념(想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왜웃어요? 인정한다는 것인가요?”

동천의 말에 마음껏 웃어 제끼던 사비혼은 짐짓 신색을 굳히더니 동천을 바라 보면서 물어 보았다.

“아니다. 그보다 한가지만 물어보자.”

사비혼의 물음에 동천은 꽤나 궁금한 듯 조바심 나는 듯한 얼굴로 얼른 물어 보았다.

“뭔데요?”

동천이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어 보자 사비혼은 이상 야릇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너는 하인(下人)의 신분으로 평생을 썩어가다 일생을 마치고 싶으냐?”

그 말에 동천은 흠칫하며 사비혼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쉬더니 쓸쓸한 얼굴로 말을했다.

“아니오..”

사비혼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렇다면 나를 따라와라. 내가 너에게 힘(力)을 주마!”

힘이라는 말에 동천은 더욱더 궁금해 했다.

“힘이요?”

“그렇다. 너는 무공(武功)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

무공 이라는 말에 동천은 자신이 생각하는 무공과 사비혼이 말하고 있는 무공이 같은 것인지를 알고 싶었던지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에 관하여 물어 보았다.

“무공이요? 저기.. 하늘을 날아다니고,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집채만한 바위도 들어 올릴수 있고, 에.. 어쨌든 그런걸 말하는 건가요?”

사비혼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단다.”

그 말에 동천은 무엇이 그리도 기쁜지 코에서 콧김이 쌩쌩! 날정도로 흥분(興奮)을 해서 대답 했다.

“예! 배우고 싶어요! 아주 많이 배우고 싶어요!! 정말 가르쳐 줄건가요?”

동천은 아주 흥분해서 말을 했다. 사실 동천같은 신분의 하인들은 무예(武藝)를 배울 기회가 왠만하면 주어지질 않는다. 어쩌다가 근골(筋骨)이 괜찮은 아이들이나 가끔 눈에 띄어 추천을(그게 바로 하천(夏天)이다.) 받지만 동천 같은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가 오는 것이 하늘에서 별따기 였다.

평생동안 일만 하다가 자신과 똑같은 신분(身分)의 하인 이라는 자식을 낳고, 그렇게 되물림 하면서 일생을 마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하인들의 바램은 신분의 상승 이었다.

그러나 동천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박대를 받아본적이 없어서(미미만 빼고.) 신분 상승 보다는 무공의 습득 이라는 제의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이유는 추연(秋蓮) 때문 이었다.

왜냐하면 추연의 이상형(理想形)이 현 세가의 가주이신 황룡굉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동천의 주위가 하얗게 변하더니 십년 후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넓고 탄탄하게 떠억 벌어진 어깨. 어디 한곳 흠잡을곳 하나없는 다부진 몸매.. 부리부리하게 빛나는 안광(眼光)… 동천은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추연의 앞에 내려선다.

역시 추연도 십년 후의 모습으로 세가 뒷뜰에서 물을 기르고있었다.

추연은 깜짝 놀라며 말을 한다. (누.. 누구세요..?) 쪼금 겁에질린 표정. 에구에구 증말로 귀여워라… (나야! 동천.) 나의말에 추연은 깜짝 놀라며 나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얼굴을 환하게 활짝 피며 나에게 달려온다.. (도옹처언—!.) 나에게 안긴다. 둘의 눈빛과 눈빛이 부딪치며 서로를 그윽히 응시한다… 서로의 숨결이 가빠와 지며 입술과 입술이 다가온다(위의 동천의 생각은 옆방에 사는 춘삼이 형과 세가의 뒷채에서 일을 하던 정향이 누나가 은밀한 곳에서 하던짓거리를 토대(土臺)로 상상한 것임).. 그순간…

“따라오겠느냐?”

아—! 환상이 깨진다… 입술이 멀어져간다… 그러나 동천은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동천의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사비혼의 얼굴이 경직 되더니 처음의 냉막한 얼굴로 돌아가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했다.

“대신 이제부터는 나의 말에 절대적(絶對的)으로 복종해야 한다.”

동천은 절대적인 복종이라는 말이 조금 거슬렸지만, 원래 그렇게 살아 왔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네!!”

대답을 듣는 순간 사비혼은 일혼에게 전음으로 명령을 내렸다.

『한섬은 너희가 알아서하고 비급을 챙겨서 곧 뒤따라 와라!..』

사비혼의 말에 일혼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있었지만 전음 으로는 예의 절도있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존명!」

이는 곧 비밀을 위해 한섬을 처리하라는 말이었다. 이제 한섬이라는 이름은 무림사(武林史)나 강호인명록(江湖人名綠)에서나 간간히 등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문파의 가주(家主)나 장로(長老)들중 한명이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무림인에 대해서 말을 한다.

“옛날 옛날에 한섬이라는 추적술에 능한자가 있었는데.. 사부에게 직살나게 얻어맞고 살았지만 그래도 사부를 사랑한 괜찮은 사람이 있었단다.” 그러면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그래서요?” 그 어린 손자는 그 뒤에 나올만한 이야기를 상상 하면서 기대에 가득찬듯한 목소리로 물어볼 것이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손자를 멀거니 쳐다 보다가 말을한다.”…..그만자자.” 그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무림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다가 문득 한섬이 생각이 나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막상 말을 하다보니 할 얘기가 없었던 것이였다.

그 할아버지는 한섬의 이야기를 꺼낸 것을 후회(後悔)하며 손자에게 잠을 자라고 예기한다는 그런식으로 이야기는 끝날 것이다.

“가자.”

“파팟–!”

“으-음–!.”

사비혼은 동천의 수혈을 쳐서 재워 놓고는 옆구리에 끼고는 사라졌다. 그가 왜 동천을 데려갔는 지는 두고볼일 이었다. 오직 그만이 알 뿐이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