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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10화


동천은 자신이 왜 그 늙은 할망구에게 맞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다리에 충격이 오더니 그때부터 쪼글 쪼글한 주먹이 자신을 구타(毆打)하는데 늙은 생강이 맵다는 말은 뻥! 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동천의 생각을 단 한 번에 뒤집어 놓을 정도로 무지하게 얻어 맞았다. 사정화가 한 대만 치라고 했지만 늙은 할멈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신바람 나게 동천을 투드려 팼다.

어느정도 맞고 동천이 뻗어버리자 그 늙은 할망구는 고년(사정화.)한테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묻자 그 싸가지 없는 계집애는 무정하게 그냥 가자고 말을 했다. 그리고 잠시후 쓰러져서 움직일 수도 없는 동천에게 수련이 달려와서 동천을 힘겹게 업더니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하면서 대략 십여장(30M)정도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으아악! 야! 살살 좀 발라봐! 아퍼죽.. 으아악! 아퍼! 아프단말야!!”

동천은 금창약(金瘡藥)이 자신의 살갖에 닿을 때마다 엄청난 통증을 느끼면서 수련에게 꽥꽥! 소리만 질렀다.

“으이그! 가만히 있어봐! 그러고도 니가 사내냐? 사내자식이 고것도 못참고 커서 뭐가 될래? 그리고 너 말야! 내가 반말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지! 에라이!”

수련은 다른 것은 몰라도 동천이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귀에 거슬렸기 때문에 심술이 났는지 동천에게 금창약을 발라줄 때 살갖에 꾹! 꾹! 누르면서 심통을 부렸다. 당연히 어떠한 소리가 날지는 안들어도 뻔한 이야기 였다.

“으아-악! 이년아! 내가.. 끄악! 아.. 알았어! 알았다구! 누나-! 누나-! 이제 됐지? 이제 부터는 누나라고 할테니까 잘좀 발라줘.. 그래.. 거기! 옳지! 잘한다! 어–! 시원타! 하하! 너정말 잘바른다. 어떻게 내가 아픈곳.. 으윽! 알았어! 알았다니까? 누나 한 번만 봐줘!”

수련은 누나라는 말을 하다가 다시 반말하고 또다시 누나라고 하면서 어떻게든지 금창약을 자신이 직접 바르지 않고 누워서 호강을 하려는 동천을 바라 보면서 아까전에 자기가 왜 나서서 발라주겠다고 했는지 후회(後悔)가 막급(莫及)했지만 애써 분한 것을 참으며 말했다.

“흥! 내가 너한테 누나 대접 받으려고 이러는줄 알어? 나는 다만 세상을 살아 가려면 순리(順理)를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리켜 주려는거야. 알았으면 다시한번 누나라고 해봐!”

수련이 무시 무시한 눈빛으로 금창약을 검지 손가락에 듬뿍! 바르며 아프게 바를 준비를 하자 동천은 적지 않게 위축 됐다. 그정도로 쓰라림이 대단 했던 것이었다.

‘이게 꽤 강하게 나오네? 할수없지. 착한 내가 이번에는 져줘야지…’

“야! 누나라고 해보라니까!”

수련은 동천이 대답이 없자 재촉을 했지만 이미 자기 생각에 빠져버린 동천에게 수련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그 늙다리 할망구.. 어디 두고보자 늙어서 죽을 때가 되면 그때가서 복수를하고 말테니까.. 가만? 지금처럼 늙어도 기운이 펄펄! 나던데 더 늙는다고 그 많은 주름살에 티 하나 안날테고.. 얼마만큼 더 늙어야 기운이 없어질까..?’

수련은 대답이 없자 화가 나서 말을 했다.

“이.. 이게! 야!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지?”

‘그러고 보니 그 할망구 이름이 뭔지 모르겠네? 하긴 내가 할망구 이름 따위를 알아서 뭐하겠어? 나하고 연애(戀愛)를 하겠어 뭐하겠어?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한다고 진 할아범이 그랬는데 그 늙은 할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동천이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동천에게 물어도 물어도 대답을 안하자 다시 소릴 지르려던 수련은 아까 밥 먹고 나서 동천이 하던말이 생각났다.

“휴-! 혼자 생각할땐 아무소리도 귀에 안들어 온다더니 사실인가 보네? 그나저나 저렇게 맞고도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게 신기하단 말야? 에라, 모르겠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할 일도 많은데.. 얼른가서 잠이나 자야지.”

수련은 동천을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나갔다.

동천은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계속 하다가 수련이 없자 자기한테 말 한마디 안하고 갔다고 씨부렁 거리다가 잠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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