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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17화


변명(辨明).

-나는 착하게 생겼길래…-

『그 어떠한 일이든 온 힘을 다해 몰두하는 체질(體質)인.. 가령 패는 것 에도 온 힘을 다하는 푸주간의 소철(蘇鐵)이 용삼(龍蔘)에게…』


“자! 떨이예요! 떨이..!”

“아줌마 이거 얼마예요?”

“아! 이거 왜이래? 안된 다니까?”

“왜그러슈? 장사 하루 이틀 하고 살았슈?”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는 시기에 시끌 벅적한 저자 거리를 한 소년이 비틀 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소년은 좀 특이하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몸을 비틀거리는 가운데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던 소년은 걸어 가면서 혼잣말로 중얼 거리며 마치 넋이라도 나간 듯이 말을 했다.

“하늘이 어두워 지려 한다.. 부잣집 망나니나 무가의 개자식들도 공자(公子)님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는데 나처럼 능력있고,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소년이 초라하게 하인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 하다. 아! 저 하늘이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구나…!”

옆에서 지나가던 사람 중 한명이 동천이 하는말을 유심히 듣다가 동천을 바라보며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머리에 대고 빙빙 돌리면서 지나 갔지만 동천은 의젓하게 무시하고는 지나갔다.

“나도.. 나도 존댓말을 한 번 쯤은 들어보고 싶은데…”

동천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문득 눈앞에 객점이 보이는 것이 보였다.

“창(蒼)… 원(遠).. 제일루(第一樓)…”

멍하니 주루의 현판(懸板)을 쳐다보고 있던 동천은 순간 눈을 반짝 이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듣도록 소릴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귀청이 떨어지게 소릴 질렀던 동천은 주저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올해로 점원(店員) 생활을 7년이나 해온 용삼(龍蔘)은 문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딴곳을 멍청히 보고 있다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려다… 말았다.

“어서! 오.. 너라.. 무슨 일로 왔냐?”

동천은 우선 황당함을 느꼈다. 그 이유는 눈앞의 점원 새끼가 손님을 몰라 보고 반말을 해댔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아니 꼽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런 것을 동천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도대체 여기 주인은 장사를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점원이 어디다.. 웁.. 으-우읍..!”

동천의 당돌한 말에 처음에는 뭔소린가.. 하고 멀거니 쳐다보던 용삼은 멀거니 동천이 하는 짓을 쳐다보고 있다가 자신의 얘기가 나오자 찔끔한 나머지 얼른 동천의 입을 가로 막았다. 그런데 입을 가릴려고 동천의 근처로 가자 용삼은 지독한 술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으이그-! 어떤 자식이 애 새끼한테 술을 먹였길래 왠 술냄새가 이리도 지독하게 나는거야? 그리고 술을 먹여 놨으면 끝까지 책임을 질것이지 왜 밖으로 나와서 여기까지 오게 하는 거냐구!’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점원 경력 7년이라는 것이 무색하지 않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하하하! 왜 이러시나.. 무슨 일 때문에 온 것 같은데..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서 말을 하자구..”

동천은 그래도 이 자식이 끝까지 존대말을 안하고 개기고 있자 슬슬 열이 뻗치는 것을 느꼈다.

“끄-응! 좋아! 들어가서 얘기 하자고요.”

일단 화를 삭힌 동천은 점원이 이끄는데로 안으로 들어갔다. 주루의 안은 제법 컸다. 우선 삼층이나 되는데 일층은 그저 그런 손님들만 있는 곳이고 이층은 꽤 고급 손님들이 오는 곳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삼층은 손님들의 숙식소 였다.

“좋아. 여기에는 왜 왔지?”

용삼이 동천에게 여기에 온 이유를 묻자 동천은 웃기지도 안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요! 당신 점원 생활이 도대체 몇년이야?”

용삼은 아무리 술에 취하고 어리다고 해도 지금 이 꼬마 자식이 지금 해대는 말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참내! 어이가 없어서.. 뭐? 당신 점원 생활이 몇 년이야? 으이구 열받어! 이걸 콱!’

표현은 자신의 생각대로 하고 싶었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평소 노랭이 라고 소문이 난 이 객점의 주인인 우왕(雨枉)의 철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참을수 밖에 없었다. 그 철칙이 뭐냐하면, -오는 손님 붙잡고, 지나가는 손님 붙잡고, 이미 온 손님은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고, 가는 손님은 미련없이 보낸다- 였다. 그 철칙에 걸맞게 지금도 계산대(計算臺)에서 두 눈으로 날카롭게 이쪽을 쳐다 보고 있었다. 그러니 철칙 대로라면 이 꼬마의 코 찔찔이 돈을 우려 먹기 위해서 한 대라도 칠수가 없는 것이었다.

“응? 나? 한.. 7년 정도 됐는데..?”

그 말에 동천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을 했다.

“치일녀언? 아니, 점원 생활을 그정도나 해왔으면 아무리 손님 이 어리다고 해도 존댓말을 해야될거 야녀요오! 내말이 맞아요. 틀려요?”

용삼의 주먹은 지금 부르르! 떨고 있었지만 듣고 보니 맞는말이기 때문에 하는수 없이 참았다.

“그..렇구우나..!”

점원의 새빨개진 얼굴을 바라보며 동천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동전 두냥을 꺼내서 점원에게 건네 주었다.

“자! 이거 가지고 이 돈에 걸맞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세요. 그리고 내가 손님 이란걸 잊지 마시고요.”

“예-에..”

용삼은 웃으면서 그 돈을 받고난 후 뒤돌아 서서 인상을 구겼다.

‘으-으! 내가 이러고도 살아야 하다니.. 어이구! 분통터져! 그리고 두냥이 뭐야? 두냥이! 이걸 갖고 통 만두 하나 밖에는 안되겠다.. 내가 저 노랭이 우왕만 아니 었으면 벌써 한 대 쳤을텐데…’

동천은 용삼의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자서 콧 노래로 흥얼 거렸다.

“랄랄라! 하늘이 안보이지만 구름이 흘러 갈테고.. 그 구름은 언젠가 이곳을 지나갈테고.. 그전에 내가 시킨 음식이 나오겠지… 그러면 나는 행복할 텐데..! 행복 할텐데…!”

그렇게 동천 혼자 흥얼 거리고 있을 때 용삼이 접시 위에 달랑 만두 하나를 올려 놓고 동천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자…!”

접시를 식탁 위에 내려 놓고는 점원 자식이 딸랑 그말만 하고 뒤돌아 가자 동천은 당황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이렇게 돌아가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 이었다.

“이봐요! 점원 아저씨!”

용삼은 아저씨라는 말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꾹! 참고 뒤돌아 서서 웃으며 말을 했다. 물론 존댓말은 안하고 말이다.

“뭐 또 시킬 거라도..”

점원의 말에 동천은 뾰루퉁한 얼굴로 말을 했다.

“그런건 아닌데 말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 될거 아녀요!”

용삼은 앞의 꼬마 자식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끝끝내 존대말을 안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했다.

‘요 꼬마야. 너보다 내가 한수 위다. 니가 암만 말을 시켜봐라. 내가 끝까지 말을 하나..!’

“하하하! 내가 지금 바빠서…”

그러나 사실과는 다르게 지금은 저녁을 먹을 시간대 인데도 사람이 뜸한게 꽤 한산했다. 그것을 알기에 동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동천의 의식구조(意識構造)에서 바라 봤을ᄄ 그것은 분명히 열받는 일이었다.

“하하하! 바쁜거 같지도 안은데..!”

열이 뻗칠대로 뻗친 동천도 은근히 말을 흐리며 반말을 하기 시작 했다. 이를 모를리가 없는 용삼은 어디 누가 이기냐는 식으로 화를내기 보다는 오히려 능글 맞은 얼굴로 말을 했다.

“에이! 안 바쁘긴.. 난.. 꽤 바뻐..”

말 싸움이 일어나면 화를 안내는 쪽과 화를 내는 쪽의 입장에서 볼때 당연히 화를 안내는 쪽이 더 오래 버티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천은 화를 안내려고 무지한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동천의 개같은 성격에 더 이상 참는 것은 무리였다.

“하하하! 아저씨. 이제 말장난은 그만 하시고 이리좀 가까이 와 보시겠어요?”

용삼은 이 꼬마 아이가 의외(意外)로 쉽게 단념(斷念)을 하는 것 같자 한순간 의심(疑心)이 들었지만 곧 어린 아이라는 생각에 의심을 풀어 버렸다.

“응? 왜…”

“아이! 긴히 할 말이 있다구요!”

할말이 있다는 말에 용삼은 꼬마 아이에게 귀를 가까이 대며 다가 갔다.

“이정도면 됐을까…?”

여전히 존대말을 안하는 점원 자식의 능글맞은 얼굴이 다가왔지만 아직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동천은 더 가까이 오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아-이! 제가 말하기에는 거리가 좀 멀쟎아요!”

용삼은 꼬마 아이가 더욱더 애교 스럽게 말을하자 다시 의구심이 생겼지만 애써 그런 생각을 지우고는 꼬마의 얼굴 근처까지 가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아! 이제야 됐네요. 그럼 그 자세로 한 번 눈을 감아 보시겠어요?”

동천의 이상한 요구에 용삼은 옆으로 돌렸던 고개를 앞으로 돌리면서 동천에게 말을 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지? 눈을 감으라니..?”

동천은 자칫 잘못하면 일이 틀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히 말을 했다.

“아저씨는 우리말도 몰라요? 눈.좀.감.아.보시라구요.”

동천이 또박또박 알아 듣게 말을 했지만 용삼 으로써는 당연히 궁금해 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내가 눈을 감아야 하냐구?”

눈앞의 점원 새끼가 눈을 감으라면 감지 감기는커녕 오히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을 향해 물어오자 애써 참았던 분통(憤痛)다시 터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동천은 여기서 자신이 화를 내면 도로아미 타불 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인내심(忍耐心)을 가지고 말을 했다.

“헤헤헤! 만약에 아저씨가 눈을 감으면 제가 근사한 선물(膳物)을 주려구요..”

용삼은 선물 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 했지만 그나마 잠시 뿐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 초라한 몰골의 꼬마 아이가 자신에게 줄 것이 단! 하나도 없게 보이기 때문 이었다. 그래서 그는 시큰둥하게 말을 했다.

“에이! 니가 줄게 뭐가 있다고 나에게 준다는거냐?”

그 말에 동천은 최대한 의미 심장한 얼굴로 실실! 웃으면서 말을 했다.

“흐흐흐! 아저씨가 뭐라고 하시든 간에 지금 눈을 안감으시면 나중에 평생 후회하게 될겁니다.”

술냄새가 풍기는 아이를 믿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평생 후회”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인 용삼은 눈을 감기로 했다.

“흠흠! 좋아.. 그럼 눈을 감을테니 빨랑 줘야 한다!”

동천은 속으로 올타쿠나 하면서 주먹을 살며시 폈다 쥐었다 하면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럼요! 그럼요! 일단 감아만 보시라니까요!”

동천은 점원 새끼가 드디어 눈을 감아 버리자 살며시 의자(椅子)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도망가기 좋게 엉덩이를 있는대로 빼고는 오른쪽 손바닥을 한껏 뒤로 제켰다. 물론 만두를 챙기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동천과 용삼의 행동을 주위의 사람들이 자뭇 신기하게 쳐다 봤지만 동천은 쪽팔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주위의 사람들을 향해 손까지 흔들어주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었다.

“자.. 조금만 더 눈을 감아 보세요..!”

용삼은 시간이 흐르자 조금 짜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도데체 언제 까지..”

그때 듣기에도 상쾌한(?) 소리가 객점 내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짜-악!”

“으-엑!”

“후다닥!”

용삼의 비명 소리와 더불어 동천은 발에 땀이 나도록 객점 밖을 향해 달려 나갔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웅성 거렸지만 그런것에 상관할 동천은 아니었다. 조금 후에 그 뒤를 용삼이 쫓아 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야! 이자식아! 거기서!”

당연히 설 리가 없는 동천은 후련 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을 했다.

“히히히! 이자식아 일을 그따위로 하니까 한 대 얻어 맞은거야! 나니까 뺨만 맞고 말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너는 뒤지도록 얻어 맞았어!”

확실히 어른의 보폭(步幅)과 어린 아이의 보폭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뒤늦게 쫓아나온 용삼은 순식간에 동천의 뒤를 따라 올수 있었다.

“헤헤! 이 꼬마 자식아, 너는 잡히는 그 순간이 죽는날 이다!”

그러나 잡힐 것 같은 상황(狀況) 에서도 동천은 당황 하기는 커녕 오히려 놀이를 하는 것처럼 즐기고 있었다.

“그래! 잡을수 있으면 잡아봐라! 니까짓게 감히 나를 잡을수 있을 것 같으냐? 히히히! 벼엉신 새끼! 히히히히!”

용삼은 화내기 이전에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어린놈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입심이 굉장히 거칠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씹쌔를 봤나! 누구는 욕을 못해서 이러고 있는줄 알어? 너 이자식 잡히기만 하면 죽-을줄 알어!”

동천은 점원이 이제 한 일 이장(二丈)의 차이를 남겨두고 뒤쫓아 오자 마음이 다급해 졌다. 동천은 우선 어떻게든 따돌릴려고 주변에 집히는 것이 있으면 아무거나 집어 던지며 말을 했다.

“너 이자식! 너 개띠지?”

동천이 던지는 물건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열심히 뒤쫓아 오던 용삼은 애새끼의 말에 자뭇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확실히 자신은 개띠였기 때문이다.

“꼬마야! 너 그거 어떻게 알았냐?”

용삼의 말에 이제는 서서히 지쳐가던 동천은 히죽! 웃으면서 말을했다.

“헥! 헤-엑! 에구 지친다. 임마 너는 그것도 모르냐? 지금 니가 미친 개새끼처럼 쫓아 오고 있쟎어!”

“으아악! 너 이 씨팔-! 잡히면 죽어!”

그 말에 동천은 아랑곳 하지도 않고 말을했다.

“니가 지금 나한테 잡히면 죽는다고.. 헥헥.. 몇.. 번 말한줄 알어? 세 번이야! 헉헉! 에구, 지친다. 너는 아는 말이 그것 밖에 없냐? 그러니까.. 니가 그 꼬라지로.. 헉헉! 더는.. 더는 못하겠다..”

그 순간 용삼의 오른 손이 아슬아슬 하게 동천의 뒷덜미를 스쳐갔다. 원래 잡을수도 있었는데 동천이 힘이빠져 고개를 살짝 숙인 순간 그 손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 용삼에게는 아까운 일이었고 동천에게는 다행 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때 동천에게 다행 스럽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힘이빠진 나머지 미처 발 끝에 걸리는 돌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 이었다.

“억!”

“떼굴 떼굴!”

동천이 쓰러지며 구르자 그제서야 용삼은 한숨을 돌린 뒤 천천히 동천을 향해 득의의 웃음을 흘리며 다가갔다. 옆에서 장사꾼들과 지나가던 행인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그 둘을 쳐다봤다.

“흐흐흐! 요놈! 내가 아까 뭐라고 했지? 잡히면 죽는다고 했지? 너 어디 한 번 죽어봐라!”

용삼이 마지막 말을 마치고 험악(險惡)한 얼굴로 다가오자 두려움을 느낀 동천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렀다.

“으으으.. 으아-아-악!”

그때 푸주간을 운영(運營)하고 있던 소철(蘇鐵)은 한 어린 아이의 애처로운(?) 비명 소리를 듣고는 그 큼직한 손으로 고기를 썰다가 칼을 쥔채 소리가 난 쪽으로 후다닥! 달려 나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소철이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 나가자 그곳에는 사람들이 웅성대며 둥그렇게 몰려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소철의 무식하게 생긴 얼굴과 더 무식하게 생긴 칼을 보고는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소철은 사람들이 물러나자 드디어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알수가 있었다. 앞에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하나는 건장한 청년 이었고, 또 하나는 가엽게 생긴 어린 아이였다. 그때 마침 청년이 오른손으로 어린 아이의 앞섬을 쥐고는 거뜬히 들어 올리는 것을 볼수가 있었다.

“그래! 어디 다시한번 개새끼라고 해 보시지? 응? 이번에는 왜 아무말도 못하는거지? 다시한번 해보라니까?”

허공(虛空)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동천은 이제 맞아 죽었구나 싶어 어떻게든 덜 맞으려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먹 거렸다.

“흑흑! 아저씨, 잘못 했어요. 제가 잘못 했으니까 좀 봐주시면 안되 겠어요?”

동천의 말에 용삼은 기도 안막힌 다는 표정으로 말을했다.

“이자식이 미쳤나? 너같으면 봐줄수 있을겄 같냐? 에라이 자식아!!”

“으아아악!”

용삼이 왼손을 들어 때리는 척을 하자, 동천은 지레 겁을먹고 큰 소리로 울부 짖었다. 동천이 악을쓰며 지르는 소리를 용삼은 바로 앞에서 들었기 때문에 귀가 따가왔다.

“이자식이! 시끄러워 임마!”

“짝!”

“아-악! 살려줘요! 사람 죽여요! 나는 아직 죽고싶지 않다구요! 내가 죽으면 분명히 추연이 슬퍼하고 미미는 좋아 할꺼 라구요!”

동천은 볼때기가 화끈해지자 허공에서 다리와 손을 바둥 거리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채 소리를 질렀다. 용삼은 동천의 잎을 틀어 막기위해 다시한번 손을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질 않는 것을 느꼈다.

“뭐야?”

용삼의 신경질 스런 말을하며, 뒤돌아 보자 뒤에서 용삼의 손목을 잡았던 소철은 으스스한 목소리로 말을했다.

“뭔지 궁금하냐..?”

그제서야 자신의 손목을 잡았던 사나이를 자세히 보게된 용삼은 얼떨결에 동천을 떨어 뜨리고 말았다.

“쿵!”

“아야!”

우락 부락하게 생긴 소철의 모습을 보자 두려움을 느낀 용삼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왜.. 그.. 러세… 요!”

소철은 꼬마 앞에서는 당당하고, 자신의 앞에서는 비맞은 개새끼처럼 처량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보자 속으로 역겨움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너..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줄 알아?”

용삼은 아직까지 오른손에 무식하게 생긴 식칼을 들고있는 소철을 바라 보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모.. 모르겠는 데요..”

소철은 떨고있는 용삼의 얼굴에 자신이 들고있던 칼을 들이대면서 나직히 말을 했다.

“바로.. 너같이 어린애를 구타(毆打)하는 족속(族屬)들이야..”

그말에 용삼은 깜짝 놀랐다.

“예? 제.. 제가 언제 애들을 구타 했다는 겁니까?”

용삼의 어이없어 하는 질문에 소철은 용삼의 눈 앞에서 왔다 갔

다 했던 칼을 동천을 향하게 하면서 말을했다.

“니 눈깔엔 저 가엽어 보이는 아이가 안보이냐?”

소철의 말에 뒤를 돌아본 용삼은 동천의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을 볼수가 있었다. 확실히 지금 동천의 모습은 아까전에 개새끼라든가 병신 새끼라든가 하는 모습은 눈을 씻고봐도 찾아 볼수가 없었다. 지금의 동천은 눈물이 글썽이다 못해 넘쳐흘러 줄줄! 흐르고 있었다.

마침 용삼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친 동천은 더욱더 무섭다는 표정으로 옆으로 기어가다가 후다닥! 달려서 소철의 뒷편으로 숨어들었다.

“흑흑! 아저씨.. 무서워요…! 저.. 흑흑! 저기 아저씨가 매일마다 동냥을 해오라고 시켰는데.. 더이상..! 으아앙!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도망을 치다가… 도망을..!”

동천이 목이 매여 더 이상 말을 못하고 흐느끼자 소철은 눈물을 글썽이며 동천을 살며시 자신의 품에 안았다. 주위의 사람들도 저마다 이 기가막힌(?) 사연을 듣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단 한사람인 용삼만 빼고 말이다.

“저.. 저자식이!! 여러분! 저 간교한 어린애의 말장난에 속지 마십시오! 저녀석은.. 끄-엑!”

“퍼-억!”

눈치가 없는 용삼은 가만히 있었으면 맞지나 않았을 것을(물론 가만히 있어도 조금 있다가 맞았을 테지만.) 쓸떼없이 혼자 격분(激憤)을 느껴 입을 나불 거리다가 열이 받을대로 받은 소철에게 면상을 그대로 얻어 맞았다.

그래도 분이 안풀리는지 소철은 동천을 조심스레 뒤로 물러나게 하더니 칼을 바닥에 푹! 꽂아 놓고, 본격적(本格的)으로 용삼을 패기 시작했다.

“퍽! 퍽! 퍼-억!”

“이새꺄..! 이새꺄! 죽어봐라! 죽어! 너같은 새끼는 죽어도 싸! 에라이..!”

“억! 으엑! 사.. 살려.. 우욱!”

이빨 한 두 개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며 피가 사방으로 튀겨나가자 피를본 주위의 사람들도 흥분을 느끼더니 한두명씩 용삼을 향해 다가 가서 저마다 한 번씩 욕을 하면서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한 노년(老年)의 사내가 말을 하며 발길질을 했다.

“죽어!”

한 중년(中年)의 사내가 말을 하며 발길질을 했다..

“에라이 후레 자식아! 너같은 놈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다니.. 자알 걸렸다. 죽어라 이새꺄!”

한 초년(初年)의 사내가 말을 하며 발길질을 했다…

“나도 애새끼를 많이 때려 봤지만 너같이 저렇게 어린애에게 동냥질은 시키지 않았다! 이 싸가지 없는…”

그 초년의 사내는 옆에서 용삼과 같이 맞게 되었다….

“끄엑! 내가.. 억! 내가 아닌디..!!”

어찌됐든..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동천은 사태가 커지자 얼른 도망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거참 무지하게 맞는구만? 어쨌든 일이더 꼬이기 전에 토껴야 겠다…’

“으에-엑~!”

“끄으-악~!”

두명의 사내들이 처절하게 맞고 있는동안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저자 거리를 한 아이는 만면(滿面)에 웃음을 머금고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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