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6화
“윽?!”
리오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았다.
“왜 그래?”
바이칼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뭔가가… 누군가가 날 부르고 있어!”
리오는 황급히 자신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누구의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이상하군.”
타르자는 주문을 다 외운 듯 붉은 기운을 오른손에 집중시켰다. 그리고는 서서히 레나의 얼굴에 오른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레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무서워하지 말아. 아프진 않을 테니까, 호호호…”
그때, 흰빛이 타르자의 뒤에서 그녀의 머리를 노리고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나 타르자는 고개를 약간 옆으로 비키며 그 빛을 간단히 피했다. 그 빛은 탕 소리를 내면서 타르자의 앞에 있던 탁자에 꽂혔다. 단검이었다.
“거기서 멈춰라 마녀!”
타르자는 조용히 자신에게 소리를 친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녀의 얼굴에선 차가운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호오… 왕국 7호장 중 최강이라는 슐턴이었군, 나에게 볼일이라도 있는 건가?”
슐턴은 자신의 검을 빼어들었다. 그리고선 분노가 어린 목소리로 타르자에게 외쳤다.
“당장 사술을 풀고 공주님을 놔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용서치 않을 것이다!”
“후훗!!”
타르자의 눈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하지만 슐턴은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옆으로 몸을 굴리면서 그 공격을 피해냈다. 슐턴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타르자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크악-!!”
비명소리가 알현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호호호… 너같이 다혈질인 기사에겐 이런 것이 잘 통하지. 어떤가… 자신이 던진 단검에 자신이 찔린 느낌은? 그리 좋지는 않을 텐데…?”
타르자의 말대로 슐턴의 오른쪽 가슴에는 단검이 갑옷을 뚫고서 깊숙하게 박혀있었다. 타르자의 눈빛은 처음부터 단검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비, 비겁한…”
슐턴의 입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졌다. 슐턴은 다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몸이 이상하게 말을 듣지 않았다.
“잘 됐어, 이 아름다운 광경의 참관인이 하나 더 늘어났으니가… 호호호!!”
리오는 아무래도 불안한 듯 성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오르만이 리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어딜 함부로 가려는 것이냐!”
“어디긴 어디야, 왕궁이지.”
리오는 오르만을 돌아서 성문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오르만은 쉽게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오기인 듯했다.
“무엄하군, 기사라고 해서 함부로 왕궁에 출입을 허가할 줄 알았느냐?”
“뭐라고? … 어엇?!”
리오는 다시 자신의 가슴을 스쳐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는 그 내용이 확실하게 들리는 듯했다.
리오! 도와줘요!!
리오는 눈을 부릅떴다.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레나!!”
리오는 성문을 향해서 뛰어가려고 했으나 오르만은 끝까지 막아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오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저리…!”
리오는 오르만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오르만은 즉시 얼굴에서 리오의 손을 떼어내려고 하였으나 그러지는 못하고 오히려 번쩍 들어 올려지고 말았다.
“… 비키지 못해!!”
리오는 간단하게 오르만을 땅에다 내다꽂았다. 오르만은 아무런 반항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도 순간적인 일이었다. 리오는 즉시 성문에다 검으로 큼지막한 구멍을 내고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보초들은 갑작스럽게 성문 안에서 나타난 리오를 보고서 멈추라고 소리를 쳤다.
“멈춰라! 병사들, 병사들!”
그러나 보초들이 부른 원군이 도착했을 때 리오는 벌써 성의 알현실을 향해서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병사들은 곤충이 돌 위에 뛰어 올라가듯 가볍게 성의 건물 사이를 통과하는 리오의 모습에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자아… 이제 넌 너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는 영광을 맞게 되는 거야. 알겠지 레나 공주? 후훗…”
타르자는 왼손으로 다시 레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레나는 타르자의 하얀 손길이 자신에게 닿을 때마다 조금씩 몸을 움찔거렸다. 타르자는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자, 이제…”
그때.
창문이 부서짐과 동시에 타르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알현실을 가득 메웠다. 타르자는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무엇인가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으… 으윽!!”
순간적인 진공파에 의해서 떨어져 나간 타르자의 왼손이었다. 타르자와 레나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 할망구.”
창문을 타고서 리오는 빠르게 알현실로 들어왔다. 오른손에는 검을 든 상태였다.
“리오 스나이퍼!! 빌어먹을…!!”
“리오!”
두 명의 여자가 동시에 리오의 이름을 외쳤다. 억양은 물론 달랐지만…
“이봐! 공주님에게서 빨리 떨어져라!”
“시끄럽다!”
타르자의 눈이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붉게 빛이 났다. 리오는 재빠르게 양손을 교차시켜서 무엇인가를 막아내었다. 퉁 소리가 나면서 리오의 헝겊 아대에 붉은빛의 스파크가 일었다.
“네 마법은 나에겐 소용이 없어! 순순히 내 검을 받아라!!”
리오는 재빠르게 타르자의 가까이로 접근해 갔다. 그때 지면에서 붉은빛이 또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당했다!”
붉은 뇌전이 리오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고 리오는 안에서 약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훗, 마법 지뢰 주문을 걸어놓길 잘했군.”
타르자는 손이 떨어져 나간 왼팔을 땅에 떨어진 왼손을 향해서 뻗었다. 그러자 왼팔의 단면에서 핏줄과 근섬유들이 튀어나오며 왼손의 단면에 달라붙더니 다시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일종의 ‘재생’이었다.
“의외로 빠르게 몬스터들이 전멸당했군. 하지만 괜찮아, 목적은 이룰 수 있으니까.”
타르자는 천천히 레나에게 자신의 오른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어깨에 손을 가져갔을 때 라가즈는 자신의 양팔을 뻗으며 마법을 사용했다.
“쉽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다크 스피어!!”
검은색의 기운이 뾰족하게 변해가며 빠른 속도로 타르자에게로 돌진해 들어갔다. 타르자는 깜짝 놀라며 왼손으로 그 주문을 받아내었다. 타르자의 몸은 주문의 힘으로 인해서 뒤로 강하게 튕겨져 나갔다.
“크아악!!”
때를 맞추듯이 리오의 눈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아아아앗!!”
리오는 몸에 있는 기를 한순간에 폭발시키며 마법 지뢰의 효과를 단숨에 무산시켰다.
“각오해라!!”
리오는 검을 움켜쥐고 타르자를 향해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검으로 타르자의 가슴을 정확하게 찍었다. 그러나…
“… 어엇!”
리오가 찌른 타르자의 몸은 연기를 내면서 알현실에 장식되어있던 빈 전신갑옷으로 변했다. 리오는 아차 하면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 아아…!!”
리오에게서 잘 볼 수 없는 경악의 표정이었다. 리오는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