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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91화


안으로 들어간 소연은 몇 번 찾아와서 익히 알고 있는 수련의 방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쥐가 이층에만 있다고 생각한 수련은 긴장하면서도 어느 정도 안심을 하며 언니를 따라 자신의 방으로 갔다. 두 자루의 목검이 있던 자리에는 지금 한 자루밖에 있질 않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한 자루는 그때 경황이 없어서 미처 생각지 못하고 버려둔 후 도망쳐 나왔던 것이다. 들어간 건 나중이었지만 목검을 잡는 건 먼저였다.

“여기 있어요.”

동생이 건네준 목검을 이리저리 휘둘러보던 소연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이 아까전에 수련이 했던 행동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알까? 소연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꽤 좋구나? 이만하면 한 방에 끝날 것 같다 얘…”

언니의 자신 있는 말에 수련은 어느 정도 안심이 됐는지 기운차게 말했다.

“자, 언니. 어서 그 못된 쥐를 잡으러 가요!”

“호호, 그래.”

둘이 기분 좋게 웃으며 이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하지만 이층에 올라가서 웃고 있는 건 이젠 소연 하나뿐이었다. 수련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올라갔지만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지 몸을 움츠리며 소연의 옷자락 끝을 꼭 쥐었다.

“수련아, 괜찮아?”

수련은 자신의 심장이 벌렁거리는 걸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문제 없어요. 후우…”

보기에는 문제 있는 것 같은데 말로는 문제없다고 해주자 소연은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소연이 두 번째 손님용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얼마 못 열고 막힐 수밖에 없었다. 수련이 그녀를 막은 것이다.

“왜 그래?”

수련은 언니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거기가 아니라 이 옆방에서 쥐를 봤어요.”

“그래?”

수련이 그렇다고 말해주자 소연은 미련 없이 잡았던 문고리를 놓고 옆방으로 갔다. 그녀들이 조심스레 지나간 후 얼마 안 가서 벌어진 문틈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재빠르게 지나갔다.

“조심해요…”

자신의 뒤에서 몸을 움츠리며 말하는 수련의 모습에 소연은 팔을 걷어 부치며 씩씩하게 말했다.

“알았어. 내가 단숨에 잡아줄게.”

소연은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짝에서 거친 소음이 울려 나오자 문을 연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뒤에 숨어있던 수련이 놀라 했다. 그런 수련의 모습에 웃으며 들어왔지만 그래도 조금은 긴장이 됐는지 주위를 돌아보는 소연의 눈초리는 진지했다. 요리조리 살펴보던 소연은 커다란 구멍을 보고 놀라 했다. 소연은 문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수련에게 다가가 물었다.

“수련아!”

안에서 나오며 자신을 부르는 언니의 목소리에 두 손을 꼭! 잡고 주위를 서성이던 수련은 기대감(期待感)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다.

“잡았어요?”

지레짐작하는 수련의 말에 소연은 고개를 옆으로 저어주었다.

“아냐. 그게 아니라 저 커다란 구멍은 뭐니?”

쥐를 잡은 게 아니자 수련은 실망했는지 처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물어본 소연이 다 무안할 정도였다. 수련은 말했다.

“쥐구멍이예요.”

예상치 못한 큰 구멍에 소연은 당황해했다.

“뭐? 정말이야?”

수련이 자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주자 잠시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소연은 다시 말을 이었다.

“좋아. 어쨌든 여기에는 없으니까, 다른 곳을 찾아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리던 수련은 무엇이 생각났는지 소연을 바라보았다.

“근데 천정도 살펴 봤어요?”

“응? 천정? 아니, 안 살펴봤는데?”

“가서 살펴봐요.”

아까 수련이 천정에서 쥐가 떨어져 내려왔다고 했지만 쥐가 정말로 천정에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거기까지 미처 생각을 못했던 소연은 꼭 보아달라는 수련의 부탁에 미적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가 살펴 보았다. 고개를 들어 천정을 살펴본 소연은 잠시 후에 어깨를 으쓱! 하며 걸어나왔다.

“없어.”

그래도 수련은 못 미더운 눈치였다.

“정말요?”

어지간히 의심이 많은 동생에게 소연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이야. 정 못 믿겠으면 네가 가서 확인해봐.”

수련은 괜찮다고 말해준 뒤 헤헤 웃으며 다른 곳을 찾아보자고 했다. 아까 처음에 열어보다 만 곳으로 다시 되돌아간 둘은 조금 열려있는 문고리를 잡은 후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언니 혼자 들어가게 하는 게 미안했던지 같이 들어가겠다고 자처했다. 그러면서도 언니의 뒤로 숨는 것을 여전히 잊지 않았다.

“찾았어요?”

“아니야.. 아직, 못 찾…. 어?”

언니가 놀라는 소리에 수련은 소연에게 착! 달라붙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있어요?”

“있긴 있는데.. 쥐가 아닌 것 같아.”

“예?”

수련은 소연의 뒤에서 떨고 있다가 쥐가 아닌 것 같다는 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빼꼼! 내밀고 소연을 올려다보았다. 소연은 고개를 내려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수련은 그 턱짓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의자 위에서 시커먼 동물이 또아리를 틀고 가만히 있는 것이 보였다. 그 크기를 보아하니 고양이만 했다. 아니, 고양이가 확실했다. 순간 수련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기뻐했다.

“혹시.. 언니. 저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은 거 아니에요?”

듣고 보니 그랬다. 일이 의외로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자 소연은 기뻐하며 목검을 내려놓고 동생과 두 손을 마주 잡았다.

“호호호! 그런가 보다. 호호! 잘됐네.”

“야호!”

둘은 서로 기뻐서 방방! 뛰었다. 그중에 수련이 훨씬 더 기뻐했다. 한동안 둘이서 서로 얼싸안던 그녀들은 어느 정도 감정이 수그러들자 서로 떨어졌다. 이제 겁날 것이 없었던 수련은 당당하게 방안을 활보하면서 좋아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심보일까? 떡 하나를 무난히 얻어먹은 수련은 또 다른 떡을 먹고 싶어서인지 이제는 필요가 없어진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수련은 검지 손가락으로 또아리를 틀고 있는 고양이의 옆구리를 꾹꾹! 내리눌렀다.

“야.. 야. 쥐 잡아먹었으면 이제 네 집으로 가.”

누른 게 어느 정도 효과를 봤는지 엉덩이 밑으로 숨이었던 꼬리가 살랑.. 살랑… 흔들렸다. 그것을 본 수련은 호오..? 하는 눈치였다. 신기했던 것이다. 고양이 꼬리에 털이 하나도 없다니…

쫑긋-!

꼬리에 털 없는 고양이가 고개를 들더니 둥근 귀를 까딱! 거렸다. 오오.. 수련의 입은 천천히 벌어졌다. 또 신기하게도 고양이의 귀가 고양이 귀답지 않게 둥글고 널적했다.

“찍찍…!”

이번에는 어라? 하는 눈치였다. 고양이가 꼴에 쥐 잡아먹었다고 주제넘게 자기 목소릴 안 내고 쥐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다. 뒤에서 언니가 자신의 소매를 끌었지만 수련은 이 신기한 현상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갔다. 수련은 좀 더 탐구하고픈 마음에 자신의 소매를 더욱 세게 잡아끄는 언니의 손길을 뿌리쳤다.

“잠깐만요.. 이 고양이가 신기하단 말이에요.”

눈앞의 고양이는 머리를 들었다.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뒤에 있던 수련은 할 수 없이 뒷머리만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수련은 다른 것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지금 것만 이상히 여겼다. 그 이상한 게 뭐냐하면 고양이가 예상 외로 털이 짧다는 것이다. 수련이 그것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드디어 고양이가 고개를 돌렸다. 온몸이 시커먼 이 당연히 얼굴도 시커멓고 두 눈은 빨간 게 소름 끼쳤다. 날카로운 앞니 두 개가 방긋! 웃었다. 이상한 고양이는 코를 벌름거렸다. 입을 벌린 채로 눈앞의 이상한 고양이를 멀거니 보고 있던 수련은 천천히 고양이의 옆구리를 찔렀던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코앞까지 올려다보았다. 수련의 손가락이 부르르르… 떨렸다. 눈알이 서서히 돌아가며 흰자위를 드러냈다. 머릿속에서 환한 폭죽이 터졌다.

“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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