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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2화


슈는 천천히 자신의 장비를 챙기며 병원을 나설 준비를 했다. 담당 의사가 극구 말렸으나 10일간의 휴식으로도 충분하다는 말 한마디로 의사의 입을 다물게 한 슈는 얼마 후 병원의 문을 나서서 퍼니오드의 거리를 다시금 걷고 있었다. 오랫동안 거리의 활기참을 몸으로 느끼는 슈는 이제야 살 것 같다는 듯이 자신의 아마색 단발을 흔들어 보았다.

“앗…!”

갑자기 짧은 신음소리를 낸 슈는 자신의 귀를 만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의 말로는 공간이 일그러질 때 엘프족의 귀에만 들린다는 특별한 음파라고 한다.

“…아무 일도 없잖아?”

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 건물의 그늘진 곳에서 큰 키의 사나이가 걸어 나왔다. 그 사나이의 뒷편에는 거대한 팬터그램이 아직도 빛나고 있었다. 사나이는 크게 미소를 띠우며 중얼거렸다.

“안 걸렸지? 후후후…”

짙은 금발의 그 사나이는 거리로 머리를 살짝 내민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복장이 자신과는 약간 달랐지만 그런대로 활동하는 데 지장은 없어 보였다.

“좋아, 가자!”

사나이는 자신 있게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자신의 복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으… 급히 오는 바람에 청바지와 재킷을 그냥 입고 왔어. 왜 그 할아범은 성격이 그리도 급한 거지? 옷 좀 갈아입고 그 녀석을 도와주면 어디가 덧나나?”

사람들은 그 사나이의 복장보다는 머리 스타일과 그가 장비하고 있는 도검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등허리에 돌려 차고 있는 긴 태도(太刀)… 이 도시의 사람들에겐 처음 보는 검의 형태였다. 날씬한 칼집에다 대검보다 약간 짧은 헝겊과 가죽이 감긴 칼자루 등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가며 약간씩 길어지는 짧은 머리 스타일. 역시 그 사람들에겐 처음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 이외엔 별다른 신기한 점은 없었다.

“어, 저기 있는 여자는…?”

그 사나이의 눈엔 슈의 모습이 단번에 들어왔다. 그의 타입에 딱 맞는 여성상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좋아, 어차피 이런 시대엔 지식이 전무하니까 일행을 만들어도 상관은 없겠지. 따라가 보자.”

그 사나이는 슈가 가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지의 양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그때 저편에서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봐! 모두 비켜요, 브라마이트 한마리가 미쳤어요!!”

슈는 흠칫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지축을 울리며 브라마이트 한마리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브라마이트는 도시에서 수송용으로 사육하는 거대한 동물이었다. 그야말로 집채만 하다 라는 말이 사실일 정도의 이 거대 포유류는 덩치에 걸맞게 힘도 말 80마리에 필적할 정도였다. 성격도 온순해서 사육사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으나 병으로 한번 폭주하기 시작하면 말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의 피해는 집 몇십 채가 엎어질 정도여서 사육사들은 병에 대해선 어떠한 동물보다도 관심을 쏟아주었다. 그런 동물이 결국엔 병에 걸려 슈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까짓것 피하면… 헉!!”

슈는 피하려고 몸을 빠르게 움직이려다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허리의 통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통증이 신경도 마비시켰는지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브라마이트의 거대한 다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 리오…!!”

슈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고통은 잠시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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