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3화
“차아아앗―!!”
쿠웅―
누군가의 커다란 기합성과 무엇인가가 충돌하는 소리가 슈의 귓가에 들려왔다. 슈는 살짝 눈을 떠 보았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한마디로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청색에 거친 질감을 가진 바지와 붉은색 겉옷을 입고 있는 한 사나이가 브라마이트를 정면으로 붙잡은 것이었다. 80마리 말의 힘으로 돌진한 그 거구의 포유류를 약간 큰 키의 인간이 가로막은 사실을 주위의 목격자들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사나이는 한숨을 한 번 쉰 후 양손에 힘을 다시 넣었다. 파지직 소리와 함께 거대 포유류의 전신에 푸른색의 스파크가 일었고 브라마이트는 힘을 잃고 쓰러졌다. 사나이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슈를 향해 돌아섰다.
“어이, 다친 데 없어요?”
슈는 더더욱 말을 잃었다. 약간은 마른 편이었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누군가와 얼굴 생김새가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 리오?!”
그 사나이는 머리를 긁으며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자세히 보라는 뜻이었다.
“봐요, 내 눈썹은 까만색이고요 리오의 눈썹은 붉은색이에요. 그리고 내가 그 녀석보다 얼굴살이 약간 없고요. 그리고 내 이름은 지크에요. 지크 스나이퍼라고요. 알았어요?”
슈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과 똑같네요. 말투나, 덩치나, 그리고 어디에서 인지 모르게 솟아나는 굉장한 힘이나…”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흠…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아가씨 어디 아파요? 계속 누워만 계시네.”
슈는 얼굴을 펴면서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허리의 통증이 너무나도 심각했다. 지크는 혀를 차며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나쁜 생각은 없어요. 잠시만 기다려요.”
지크는 눈을 감고서 슈의 허리에 놓인 오른손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팔뚝부터 전류가 흐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음… 리오 녀석이 간단히 치료를 한 것 같은데요, 맞죠?”
슈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의 능력으론 신경 치료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요. 기전력(氣電力)을 끌어올리는 것은 할 수 있는데 치사량을 넘어설 정도이기 때문이에요.”
지크는 팔에 힘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말을 계속 이었다.
“하지만 이 `바람의 지크’는 다르답니다. 후후후…”
순간 슈의 허리에는 전류가 섞인 지크의 기가 강하게 흘렀다. 슈의 입에선 헉 하는 소리가 나왔고 그녀의 미간은 일그러져 있었다.
“자, 이제 걸을 수 있을 거예요. 일어나 봐요.”
지크는 일어서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슈는 지크의 손에 의지하여 가뿐히 일어설 수 있었다. 슈는 신기하다는 듯 다리와 허리를 조금씩 움직여 보았다. 등에 타격을 입기 전과 같이 힘이 들어가 주었다. 씻은 듯이 나은 것이다.
“자, 어때요?”
지크는 빙긋이 웃어 보이며 물었다. 슈는 살짝 윙크를 해 보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아, 그리고 치료비 말인데요…”
슈는 순간 뜨끔했다. 돈이라고는 며칠치의 숙박료 밖에는 가지지 못한 그녀였다. 지크는 멋쩍은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대신에 안내 좀 해주시겠어요? 리오 녀석을 만나야 하는데 이곳의 지리는 통 모르거든요. 하하하…”
슈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음… 좋아요. 어차피 혼자 가기엔 심심했는데 잘됐군요. 저도 어차피 리오를 만나야 하거든요.”
“아, 예…”
갑자기 활달해진 슈를 바라보며 지크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제 이름은 슈예요. 기억해 둬요.”
지크는 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손에 끼고 있는 검은 가죽 장갑을 더욱 죄었다. 그의 버릇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