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76화
“으아아아악―!!”
의무병 마차 안을 뒤흔드는 바이나의 목소리에 근처에서 걸어가던 병사들까지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곧 볼 수 있던 장면은 지크가 마차에서 뛰어내려 앞열로 도망치듯 사라지는 것이었다.
“오늘만 두 번째로 당했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더욱더 목소리를 높여 울고 있는 바이나를 두 명의 의무병이 진땀을 흘리며 달래고 있었다. 티퍼도 역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불 안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샤먼은 자신의 말인 스루프 위에서 직무를 처리하길 좋아한다. 오늘도 예외 없이 지도를 펼치고 정찰병으로부터의 보고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대장님! 보고입니다!”
한 정찰병이 앞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샤먼은 지도를 잠시 접어두고 그의 보고를 받았다.
“응? 넌 이 부대의 병사가 아니잖은가? 어느 부대 소속인가?”
“아, 주력부대 소속입니다. 로이슨(태라트)님의 긴급 전갈을 가지고 왔습니다. 역시 여기서 뵙게 되는군요.”
병사는 한 장의 종이를 샤먼에게 건네주었다. 샤먼은 그것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음…. 전황이 위태로운가?”
“아, 아직은 아닙니다.”
샤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곧 도착한다고 로이슨님께 전하게.”
병사는 경례를 한 후 다시 말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샤먼은 부관을 불러 세웠다.
“부관, 기마병들을 집결시켜주게. 내가 먼저 본대와 합류해야 하겠어.”
샤먼의 부관은 근심 어린 얼굴로 샤먼을 바라보았다.
“로이슨님이 설마… 위험하신 겁니까?”
샤먼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 돌파 작전 기마병이 좀 부족하다고 연락을 하신 거네. 그분은 절대 쉽게 쓰러지실 분이 아니야. 걱정 말게나.”
“예, 그럼 명령대로.”
부관은 경례를 한 후 샤먼의 명령에 따라 기마병들을 집합시켰다.
기마병들이 앞열로 이동하는 것을 본 란지크는 무슨 일이 있다 생각하고 자신도 앞열로 향했다. 도중에 란지크는 지크가 운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붉은 재킷을 벗은 채 마차 위의 수송용 상자 위에서 지크는 열심히 땀을 흘리며 운동을 했다. 마른 얼굴에 비해 꽤 두꺼운 근육질을 자랑하고 있었다. 두께로 볼 때 란지크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균형이 잡혀 있어서 보기엔 나쁘지 않았다. 란지크가 보았을 때 지크는 한 손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란지크로선 불가능한 동작이었다. 마차가 돌에 걸려 심하게 흔들려도 지크는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왼팔을 마치고 오른팔로 동작을 바꿀 때에도 발을 땅에 대지 않았다.
“대단한데 자네?”
란지크는 감탄하며 지크를 불러 세웠다. 지크는 그를 힐끔 보더니 왼팔로 옆에 벗어놓은 재킷을 집은 후 마차의 아래로 뛰어내렸다. 고양이가 공중에서 중심을 잡는 것처럼 지크의 공중 동작은 완벽에 가까웠다. 란지크의 앞에 가볍게 착지한 지크는 왼쪽 어깨에 재킷을 걸쳐 놓으며 오른손으로 땀을 닦았다.
“대단하긴요, 그런데 어디 가고 있었어요?”
“음, 기마병들이 앞열로 가길래 무슨 일이 있나 해서. 그런데 자네 구체적인 직업이 뭔가? 기사라고 보기엔 몸이 너무 가벼운 것 같고, 무기도 그렇고, 전투 방식도 기사와는 전혀 다르던데….”
지크는 피식 웃으며 머리칼의 땀을 털어내었다.
“기사는… 아닌가? 아무거면 어때요, 잘 싸우면 끝이지. 저도 같이 가요 그럼, 심심한 참이었으니까.”
둘은 걸음을 재촉했다. 모든 기마병이 집결해 앞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맨 앞에 샤먼이 서 있었다.
“자! 우리 기마대가 먼저 본대와 합류한다! 하루 만에 달려가야 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자, 가자 제군들!”
기마대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샤먼은 란지크를 보고서 그에게 다가왔다. 란지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본대와 합류하다니 무슨 소린가?”
“음, 태라트님께 전갈이 왔다네. 기마병만 빨리 끌어다 달라는 부탁이셨어. 나 대신 자네가 좀 힘을 써주게나. 바이나도 부탁하네, 알겠지?”
란지크는 미소를 띠었다.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미소였다.
“지크, 자네도… 하여튼 열심히 해 주게나! 그럼 나중에 보세!”
지크는 달려가는 샤먼을 향해 다정히 손을 흔들어 주었다.
“걱정 말아요 콧수염!”
샤먼은 달려가며 뒤에서 들려온 콧수염이란 말에 움찔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다시 미소로 바뀌었다. 걱정이 섞인….
“후훗, 저 녀석도 데리고 갈 것을 그랬나? 적 중에 가즈 나이트가 끼어 있다고 태라트님이 적어 놓으셨던데….”
독립 부대의 기마대는 쉬지 않고 요새를 향해 달려갔다. 노을이 서서히 그들의 얼굴을 붉혀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