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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97화


진격하는 저항군을 처음 맞은 것은 예상대로 스켈레톤의 대부대였다. 템플 나이트는 원래 그런 부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부대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검에 화염의 면실유를 발랐다. 마법검처럼 효과를 지속할 수 없는 게 흠이었지만 스켈레톤에겐 쥐약이었다. 창끝에 바르는 자도 간간이 보였다. 라칸의 검은 원래 약간의 마법력이 깃들어 있어서 그런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나, 스켈레톤들은 템플 나이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양측으로 갈라져 뒷열의 중보병 부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중보병 부대는 용감히 맞아 싸웠지만 검 계통은 잘 통하지 않는 스켈레톤들이었다. 란지크의 해머 프레일 같은 파괴 무기라면 효과를 볼 수 있었으나 그런 무기를 애용하는 보병들은 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곳저곳에서 병사들의 비음이 들려왔다. 템플 나이트 중 몇몇이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방향을 돌리려 했으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두 부대, 아사신 나이트와 트로이 나이트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세 개의 부대는 곧 충돌했고 맹렬한 전투를 벌이는 듯싶었으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뿐이었다. 라칸은 가짜 전투가 한창 벌어지는 중에 트로이 나이트의 대장이자 절친한 친구인 발·루이가온을 찾아 말을 걸었다.

“이봐, 발! 나일세, 라칸이야!”

둘은 서로에게 다가와 싸우는 척을 하면서 얘기를 주고받았다.

“블레이크님은! 아직 오셨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네!”

다른 한 사람이 또 그곳에 끼어들었다. 아사신 나이트의 대장인 브론·타이아크였다. 2 대 1의 전투를 벌이는 척하면서 그들은 계속 얘기했다.

“선배님, 블레이크님은요!”

“나도 모르겠군, 하지만 오신 건 확실해! 느낄 수 있어, 확실히 느낄 수 있어! 조금 더 기다려보세나!”

그들 사이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한층 전투는 더 격렬해졌다. 그러나 세 기사단 사이에서는 이때까지 희생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성벽 뒤에 몸을 붙인 리오 일행은 숨을 죽여가며 천천히 이동했다. 리오는 지도를 들고 행동을 개시할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음! 여기다!”

리오는 일행을 정지시켰다. 바이나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알기론 이런 장소에 비밀통로가 있지 않아서였다.

“아니, 정확한 거야 빨간 머리? 이곳엔 비밀통로가 없다구!”

리오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아까 전부터 모아둔 기를 오른손에 돌리며 말했다.

“통로? 지금 만들 거야.”

그가 성벽에 손바닥을 가져가며 기를 방출하자 성벽은 안쪽으로 폭발했고 리오의 말대로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바이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 구멍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이럴 수가…!!!”

리오는 바이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중에 고치라고 태라트님에게 말해주지. 자, 들어가자!”

그들이 성 안으로 들어서자 폭발음을 들은 병사들이 그들을 맞아주었다. 지크는 신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꺾었다.

“와우! 좋았어, 환영 인파다!!!”

바이칼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리오에게 물었다.

“저 녀석들은 죽이면 안 되는 거냐 리오….”

리오는 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바이나를 앞으로 떠밀었다.

“자아, 여기는 공주님이 맡아야지, 안 그래? 자자, 병사들을 설득시키라고.”

바이나는 자신이 없다는 표정을 지은 후 병사들을 막아섰다. 성 안의 병사들은 모두가 근위병이기 때문에 바이나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터였다.

“바, 바이나 공주님!”

근위대장인 듯한 자가 바이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바이나는 의외로 효과가 좋다는 것에 기뻤다.

“아, 일어나요 어서! 당신들은 무사하셨군요!”

근위대장은 마음이 약한 사람인 듯, 눈물을 훔치며 바이나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공주님이 나가신 후 왕께선 그 요망한 왕비의 꼬임에 넘어가신 듯, 저를 비롯한 모든 장성들의 이름도 잊으시고 꼭두각시처럼 행동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왕비의 친위대라는 자들이 나타나 근위대뿐만 아니라 모든 군대의 군비를 삭감하여 자신들의 향락에 사용하였고… 흐흐흑…!”

바이나는 근위대장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당신, 정확히 말하세요! 우리들을 궁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할 건가요!”

근위대장은 바이나의 뒤에 있는 세 명의 청년을 보았다. 각자가 편한 자세로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저, 저 사람들은…? 아, 알겠습니다! 성 안의 근위대는 여기 있는 100명이 전부입니다, 안에는 왕비 친위대의 괴물들이 꽉 차있지요. 자, 통과하십시오, 말씀만 하시면 저희들도 돕겠습니다!”

리오와 일행은 ‘통과’란 말을 듣자마자 앞으로 뛰어나갔다.

“자, 가자 공주! 시간이 없다구!!”

바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위대장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이나에게 물었다.

“저 사나이들은 누굽니까 공주님?”

그녀는 살짝 윙크하며 말했다.

“… 안에 있는 괴물보다 센 괴물들이에요! 자, 당신들은 대피하세요, 빨리!!”

바이나가 뛰어가는 뒷모습을 본 근위대장은 경례를 올리며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다른 근위대들도 같이 경례를 올린 후 리오가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밖으로 대피했다.

리오가 성문을 열어젖히자, 그 안에 포진해있던 괴물들이 모두 일행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자! 목표는 계단이다! 각자 맡아라!!”

리오는 디바이너를 종횡무진 휘두르며 괴물들을 쓸기 시작했다. 바이칼과 지크도 지지 않겠다는 듯 무기를 뽑아들고 전투를 개시했다. 그들이 집중한 탓인지, 왕궁 홀에 있던 괴물 50여 마리가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바이나는 그때 동안 괴물을 단 한 마리밖에 없애지 못했다.

리오는 왼쪽의 계단에 발을 내밀며 일행에게 외쳤다.

“자, 아까 말한 대로다! 행운을!!”

바이칼은 오른쪽 계단으로 몸을 옮겼고 지크와 바이나는 중앙 계단으로 몸을 옮겼다.


“뭐라고! 제국이 손을 떼면 우리는 어떡하냐 말이야!”

왕비는 자신들의 부하와 마법진을 이용해 떠나려고 하는 철가면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철가면은 돌아서며 말했다.

“타르자가 우리에게 전한 그대로이다. 우리는 여기서 철수한다, 황제 폐하의 명령도 있었지…. 타르자는 너 혼자서도 그 녀석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하던데…. 어쨌든 우리는 철수한다. 그럼….”

자신의 부하 십여 명과 함께 마법진 안으로 들어선 철가면은 조용히 사라졌다. 왕비는 분노를 터뜨리며 방 안에 있던 탁자를 손으로 내리쳤다.

“어, 어떻게 타르자님이…!!! 설마 그걸 사용하라는 건가…? 그것이 아니면 리오 녀석들을 막을 수가 없는데…!”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며 왕비는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 앉아있던 왕은 여전히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


“잘 왔다 리오 스나이퍼! 그러나 여기서 한 발자국도 더 못 나갈 것이다!!!”

리오를 맨 처음 맞아준 왕비의 친위대는 비스트 테이머 발렌트였다. 양손에 채찍을 들고 넓은 방에서 리오를 맞닥뜨린 그는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리오는 손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어이, 어이. 진정하라고 친구…. 그렇게 화내면 몸에 안 좋지 아마?”

발렌트는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그는 더더욱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역겨운 말투는 면하지 않았구나…! 이제 끝이다 이 녀석…!!!”

발렌트는 양손에 든 채찍을 허공에 휘둘렀다. 그러자 채찍이 발렌트의 몸에 휘감겼고 그 장면을 본 리오는 디바이너를 빼 들었다.

“너… 미쳤군…!!”

발렌트가 지금 한 행동은 의도적인 것이었다. 바로 비스트 테이머에게 전해 내려오는 초비술을 사용하려는 준비 동작 중에 하나였다.

“흐흐… 이 방법을 사용하면 영원히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너란 녀석을 없앨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발렌트의 몸을 뒤덮은 채찍은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애벌레를 덮는 고치처럼…. 리오는 그 광경을 보고 빙긋 웃으며 디바이너를 옆의 바닥에 꽂고 팔짱을 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자세였다.

“여기서 널 없애버릴 수도 있지만 참아주지.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말이야… 후후훗.”

채찍으로 만들어진 고치는 짧은 시간 안에 크기를 더해갔고 몇 분이 흐르지 않아서 고치는 방의 ¼을 뒤덮었다.

찌찍―.

고치가 찢어지자 그 틈에선 놀랍게도 짐승의 털이 나타났다. 리오는 천천히 디바이너를 오른손에 거머쥐고 자세를 취했다.

“키메라… 인가?”

리오의 중얼거림대로 고치 안에선 거대한 키메라가 나타났다. 세 개의 머리와 사자의 몸, 뱀으로 된 꼬리 등은 도저히 발렌트라고 믿을 수가 없는 형상이었다. 정신 또한 이미 인간의 정신이 아니었다.

“쿠오오오오―!!”

키메라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리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에 비해 굉장히 빠른 동작을 가지고 있었다. 리오는 한 차례 검을 휘둘러 키메라를 공격했지만 그 짐승은 간단히 그 일격을 피해 뒤쪽으로 달아났다. 리오가 달려들며 공격을 하자 키메라의 꼬리, 즉 뱀의 머리가 속사되는 창처럼 리오를 역으로 공격했다.

“쳇, 이 녀석!”

뱀의 사정거리 밖으로 리오가 조금 물러서자 이번에는 사자의 머리가 입에서 화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범위가 매우 넓은 공격이어서 리오는 어쩔 수 없이 방어를 해야만 했다. 왼손에서 뿜어지는 반탄력으로 화염을 막아낸 리오는 멀찌감치 떨어져 키메라의 움직임을 살폈다.

“젠장, 짐승 주제에 머리는 많아가지고… 그렇다면 속전속결이다!”

리오는 키메라를 향해 전력으로 대시를 했다. 사자의 머리가 불을 뿜기 위해서 입을 벌렸다.

“쿠워어어어!!!”

“시끄러워엇―!!”

막 불이 뿜어져 나오려는 사자의 턱에 리오의 왼손 어퍼가 작렬했고 불을 뿜으려 했던 입이 강제로 닫히자 사자의 코와 귀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키메라의 몸이 약간 들려졌고 리오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가라아앗!!!”

오른손에 들려있던 디바이너로 키메라의 흉부를 그대로 올려치자 엄청난 양의 혈액과 함께 키메라의 내장 기관이 가슴에서 튀어나왔다. 리오는 다시 뒤로 물러서 양손을 모으고 주문에 들어갔다.

“4급! 대폭렬 주문 파이 브레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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