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02화
“으으윽…!”
더블 스펠에 의한 마법 공격도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게다가 영급마법…리오에게 있어서도 위험한 상황이었고 이리프에게 있어서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분명히 누구 한 명이 죽던가 아니면 둘 다 죽던가의 상황이었다.
“꼭 이렇게 해서라도 날 쓰러뜨려야 하겠나!”
리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리프는 계속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이미 주문은 반 이상 외워진 상태여서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지크는 온몸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몸도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흐윽!”
지크는 숨을 들이쉬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머리맡에서 세레나가 회복 주문을 사용해주고 있었다.
“아, 일어나셨나요?”
지크는 고맙다는 표정을 짓고 벌떡 일어서서 리오와 이리프가 대치하고 있는 현장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이런… 이젠 막을 수가 없어! 또다시 녀석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때, 세레나의 옆에 있던 티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저, 저건! 이리프 누나!!!”
세레나는 대강의 내용을 티퍼에게 전해 들은 상태여서 이리프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세레나는 다소 안심한 표정을 짓고 지크에게 말했다.
“그, 그럼 둘이 싸울 필요가 없을지도…?”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굳은 얼굴로 세레나에게 말해주었다.
“…아니에요.”
“예?”
지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유일한 연인도 자신의 손으로 없앤 녀석인데, 하물며 일주일도 안 만난 사람을 설득해 가며 살려둘 것 같아요…?”
세레나는 그 말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크는 전음으로 세레나에게만 말을 전하였다.
<이 얘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당신들이 온 여행로 대로라면 아마 드워프족의 마을을 지났을 겁니다. 거기에서 레나란 여자의 무덤을 본 적이 있었지요?>
세레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지크는 말을 이었다.
<100년 전에 죽은 그 여인… 바로 그 여인을 요절하게 만든 사람이 우리가 보고 있는 리오 스나이퍼란 인물입니다….>
세레나는 넋이 빠진 표정으로 지크에게 소리쳤다.
“어, 어떻게! 사람이 100년 이상 살 수가 있지요?!”
지크는 아무 말 없이 잠시 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가즈 나이트라고 들어보셨지요…?>
세레나는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리오가 100년 전의 레나씨를 살해할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군요. 그때도 레나씨는 엄청난 마력으로 리오와 싸우려고 했었지요. 물론 리오가 설득을 해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녀의 마법에 의해 한 도시의 시민들이 모두 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리오는 이성을 잃었지요. 아니, 잃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결국 리오는 전투 끝에 레나씨를 죽였고, 그 충격으로 인해 리오는 거의 폐인의 상황까지 가고 말았지요.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리오는 다시 활력을 찾았고 그 옛날에 마황제를 쓰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 당신이 리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알고 있습니다만 리오는 결코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자신의 손에 묻은 레나씨의 피를 보고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으니까요….>
지크는 팔짱을 낀 채 공중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고, 세레나는 가만히 땅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크는 마지막으로 전음을 했다.
<리오에겐 사랑이란 감정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있을지 모르지만요. 만약 누군가가 그의 감정을 깨뜨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요….>
“허억!”
이리프는 주문을 외우다가 나지막이 비명을 질렀다. 리오의 디바이너가 어느 사이에 그녀의 목에 들어와 있었다. 한 번만 팔을 움직이면 이리프의 목은 날아갈 것이 뻔했다. 이리프는 눈을 감았다.
“… 끝났군… 어서 죽여라.”
리오는 팔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으나 몸은 떨리고 있었다.
‘100년 전의 자세군….’
이리프는 이상하게 여겼다. 분명히 리오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면 자신의 목을 이미 날리고도 남았을 것인데 그는 주저하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빨리 목을 치라고!!”
리오는 검을 이리프의 목에서 치웠다. 그리고는 뒤로 물러섰다. 이리프는 그를 뒤돌아보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머, 멍청한! 이것으로 승부는 지어진 거야!!”
그러나 리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리오는 방어 자세를 취하며 이리프에게 말했다. 의지가 뚜렷한 말투였다.
“다시 한번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거다 타르자! 넌 분명 듣고 있겠지, 그 싸구려 수정 구슬로 말이야!! 들을 수 있다면 들어라… 난 꼭 해낼 것이다, 이 소녀의 정신을 꼭 정상으로 돌릴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할 거야…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리오는 디바이너의 검은색 코어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부탁한다 귀염둥이! 봉인 해제, 세인트 디바이너!!”
디바이너의 보라색 날이 갈라져 땅으로 떨어지고, 검은색의 코어가 반으로 벌려지며 흰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물질로 화하며 검을 이루었다. 검에서 나오는 기가 리오의 몸에 전해졌고 리오의 몸은 흰색의 오오라로 덮여갔다.
“자아, 얼마든지 쏴 보라구….”
이리프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보이긴 했지만 그녀는 리오에게 마법 공격을 개시했다. 리오는 검을 세우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이, 일급 마법! 프레아!!!”
진홍색의 거대한 빛줄기가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리오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지상에 있는 사람들은 눈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폭발음이 수도 저편에서 들려왔고 폭풍이 수도를 덮쳐왔다. 폭풍에 의해 왕궁은 다시 한번 부서졌고 높은 건물들도 윗동이 날아가 버렸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파괴력이었다. 폭풍이 잠잠해지고,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눈을 뜬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도의 뒤에 위치하고 있던 산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산이 없어진 곳에는 거대한 용암지대가 대신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두 배로 늘어난 프레아의 위력이었고, 이것이 엔션티드 엘프의 초 마력이었다. 세레나는 하늘을 두리번거리며 리오를 찾았다.
“리오씨는, 리오씨는 어디 있죠!”
지크도 리오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간이 일그러진 탓에 제대로 기를 찾을 수 없었다.
“죽지… 않았겠지?”
지크는 중얼거리며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크아앗!!”
바이칼의 입에서 선혈이 튀었다. 루브레시아에게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방어만 한 탓이었다. 루브레시아는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날카로운 그의 공격은 과연 초룡이라 불릴만했다. 복부에 결정타를 맞은 바이칼은 기를 잃고 몸을 웅크렸다. 루브레시아는 차갑게 조소하며 손에 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후후후… 용제 주제에 정에 얽매여 공격 한번 제대로 못해보다니…. 하긴, 너의 아버지도 그랬지. 용제라는 자리를 포기하고 환수계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야. 자아, 이제 너와 제대로 전투를 해보고 싶구나….”
바이칼은 루브레시아의 손바닥에 모여있는 거대한 기의 구체를 보고 소리쳤다.
“너, 너!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루브레시아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아래의 인간들이 없어지면 너도 좋지 않으냐. 난 제대로 너와 대결하려고 이러는 것뿐이야… 아버지의 친구가 베풀어주는 친절을 거절할 테냐? 후후후….”
바이칼은 그것을 막으려고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제대로 따라주질 않았다. 루브레시아는 그것을 즐기는 듯, 그대로 구체를 야룬다 요새를 향해 집어던졌다.
“우하하하하! 이 정도의 기면 요새는 안내 간판으로 변할 것이다! ‘요새의 유적’이라고 말이야! 하하하!!”
그때, 루브레시아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체가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이었다.
“으음?! 이게 어찌된 일이냐!”
게다가 구체가 다시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것을 보고 루브레시아는 몸을 틀어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그가 더욱 놀란 것은 그의 뒤에서 들려온 음성을 듣고서였다.
“‘요새의 유적’이 아니고 ‘루브레시아의 무덤’이 어떨까… 멋지지 않나?”
무뚝뚝한 말투, 바이칼은 그 말투의 주인공을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네, 네가 어떻게?!”
요새의 사령탑 위에 앉아있던 사나이였다. 그의 옷은 공중에 떠있는 상태여서 더욱 펄럭였다. 그의 창은 푸른색의 빛을 내면서 상대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다른 공간으로 가다가 잠시 들린 건데 여기에 떨어진 거다. 리오와 지크는 어디서 놀고 있길래 네가 여기서 싸우는 거냐?”
바이칼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턱으로 북쪽을 가리켰다. 사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그녀석들과 상봉하기 전에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을 좀 요리해야 하겠어. 넌 잠시 쉬어라.”
사나이는 루브레시아의 앞에 서서 자신의 창을 두어 번 돌린 후 자세를 잡았다. 루브레시아는 그 정체불명의 사나이에게 소리쳤다.
“이 녀석! 넌 누구길래 이 싸움을 방해하는 거냐!!”
사나이는 여전히 무뚝뚝하게 말했다. 샤프한 얼굴과는 대조적이었다.
“가즈 나이트… 중에 한사람, 슈리메이어 반 스나이퍼다. 내 형제들은 간단히 슈렌이라고 부르더군. 하지만 네가 슈렌이라고 해도 상관하진 않으마.”
그는 천천히 자신의 기염(氣炎)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지크의 몸에 스파크가 흐르는 것처럼, 슈렌의 몸에도 불꽃이 타올랐다.
불의 슈렌, 가즈 나이트 중 유일하게 창을 사용하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수도의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연기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일그러졌던 공간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젠장! 어디에도 없어!!”
지크는 거칠게 내뱉으며 공중에 떠있는 이리프를 분노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저 녀석…! 내 손으로 없애주겠다!”
그때, 옆에 있는 세레나가 눈을 뜨고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살아있어요, 리오가 살아있다고요!”
지크는 세레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예?! 어디예요!”
지크는 그 말과 동시에 강한 기가 다시 한번 허공에서 발산되는 것이 느껴졌다.
“!!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