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09화
리오가 손을 들고 투항하는 것처럼 자신들에게 다가오자 메탈자켓들은 리오도 같이 포위하고 포신을 겨누었다.
“크리스, 괜찮아요?”
리오는 메탈자켓에게 손을 붙들려있는 크리스에게 안부를 물었다.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은 애꾸눈을 코피가 날 정도로 후려치고는 오늘은 영 힘이 없어 보이는군요. 나중에 뛰기 연습 좀 해두세요.”
리오가 크리스를 보고 계속해서 말을 해대자 메탈자켓의 대장이 스피커를 통해 리오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봐! 잡담은 금물이다!!」
리오는 흘끔 메탈자켓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서 손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양손으로 검을 거머쥔 자세를 취하였다. 크리스를 비롯한 메탈자켓의 탑승자들은 의아한 눈으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자, 만난 기념으로 멋진 묘기를 보여주지요, 크리스.”
리오는 크리스를 잡고 있는 메탈자켓의 기계 손을 향해 팔을 뻗었다.
「뭐 하는 거냐! 설마 맨손으로 메탈자켓의 손을 자르려는 건 아니겠지? 와하하하!!」
그 말을 들은 리오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맨손으론 당연히 못하지… 후훗.”
리오는 기합과 함께 팔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메탈자켓의 팔이 잘리며 크리스의 팔이 자유로워졌다. 크리스와 메탈자켓의 탑승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리오는 팔을 풀고서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마치 무언가를 조종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팔이 한 번 흔들릴 때마다 메탈자켓의 동체들에 금이 그어졌다. 조종사들은 혼비백산해 조종간을 제대로 잡고 있지를 못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 아, 아니!!!”
자신의 머리 위… 그러니까 메탈자켓의 위쪽에 보라색의 검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을 메탈자켓의 조종사 중 한 명이 볼 수 있었다. 리오는 그들의 시선이 공중에 떠있는 디바이너에 고정되어 있자 어깨를 으쓱였다.
“엇, 들켰잖아… 그럼 쇼할 필요가 없겠군.”
리오가 팔을 풀자 공중에 떠 있는 디바이너가 리오의 앞 땅바닥에 박혔다. 그는 다시 검을 잡고서 크리스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자, 어서! 빠져나가자고요!!”
크리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리오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같이 뛰기 시작했다. 메탈자켓의 해치가 열리고 탑승하고 있던 군복의 사나이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리오는 자신의 뒤쪽을 흘끔 보고서 움찔했다.
“총!?”
리오가 신음하듯 중얼거린 그대로, 군인들이 잡고 있는 것은 총이었다. 리오는 크리스를 자신의 앞쪽으로 보내고서 메탈자켓을 향해 돌아섰다. 그것을 본 군인들은 리오를 향해 자신들이 배운 대로 정확히 총을 조준했다. 대장이 소리쳤다.
“쏴라! 볼 것 없이 쏴랏!!”
리오도 그냥 있지는 않았다. 주먹에 기를 돌리고 머리 위로 쳐들었다.
“이거나 먹어랏!!”
쿠우웅!!!
리오가 지면을 내려치자, 굉음과 함께 메탈자켓의 바로 밑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군인들은 메탈자켓의 좌석 바로 위에 서 있는 상태라 조금만 흔들려도 중심을 잡기 힘든 상태였다.
“뭐, 뭐냐!!”
콰아악!
다시 한번 땅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지면의 바로 밑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돌덩이가 지면을 뚫고 그 위의 메탈자켓들을 장난감 넘어뜨리듯 쓰러뜨렸다. 그 위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말할 바가 아니었다. 메탈자켓에 깔린 군인도 있었고 튕겨져 날아간 군인도 있었다. 근처나 건물 위에서 구경하던 시민들은 물론, 저쪽까지 달려갔던 크리스도 그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리오는 주먹을 쓰다듬은 후 쓰러져 있는 군인들을 비웃으며 크리스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하핫! 그런 장난감에 의지하면 못 쓴다구!!”
리오에게 무참히 패배당한 대대의 대장은 땅을 치면서 분개했다. 대인용으로 최고의 무기라고 굳게 믿어오고 있던 자신들의 메탈자켓들이 이렇게 박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해서였다.
한참을 뛰어가던 크리스는 뒤에 뛰어오는 리오에게 잠시 멈추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리오는 주위를 둘러보고서 크리스에게 잠시 쉴 틈을 주었다.
“후우. 검이 불법 무기일 줄은 몰랐네. 그런데 이상하네요?”
“?”
크리스는 무엇이 이상하냐는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제 검은 망토 안에 쏙 들어가는 편이라서 눈에 잘 띄질 않거든요. 그런데 그 녀석들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정말 이해가 안 가네요.”
크리스는 빙긋 웃으며 리오에게 수화로 말했다. 누가 고발했을지도 모르니까, 간수를 잘 하라는 뜻이었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 녀석들이 다시 쫓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니 어서 갑시다. 수도로 가자고 했죠? 으음… 마을 바깥쪽의 날씨는 훨씬 추울 테니까, 두꺼운 외투를 준비하는 게 좋겠어요, 서둘러요.”
크리스는 알았다는 수화를 리오에게 전했다. 리오와 크리스는 근처의 상점에서 크리스용의 외투와 몇 가지 물품 등을 산 뒤에 마을을 서둘러서 빠져나갔다.
그날 밤, 메탈자켓 대대는 비상이 걸렸다. 메탈자켓 여섯 대를 웃음거리로 만든 한 사나이 때문이었다.
“쳇,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다음에 이 꼴을 당하다니! 신고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 그런 녀석을 우리에게 맡기다니…!”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대장에게 앞의 부관이 군대식의 또렷한 발음으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예, 신원 미상의 여성이었습니다. 인상착의와 특징까지 정확히 알려준 것을 보아 아마도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계획 중에 하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대장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 그런데 어떻게 땅속에 있는 바위를 쳐올린 거지…? 상식으론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어….”
마법이라는 것을 믿어도 인간의 힘에 대해선 한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제국의 상식으로는 물론 납득이 안 가는 일이었다. 대장은 부관에게 검은색의 디스크를 주며 명령했다.
“이 데이터를 상부에 보고하게. 아침의 전투가 들어있는 디스크야. 특히, 붉은 머리 녀석은 반드시 지명수배를 첨부하도록. 알아들었나?”
부관은 디스크를 받고 거수경례를 절도 있게 했다.
“명령대로!”
부관이 디스크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자, 대장은 자신의 서랍 안에 있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니코틴에 의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어서일까. 연기를 후우 뿜어내며 그는 중얼거렸다.
“두 왕국의 기사라는 녀석들이 모두 그 정도라면…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겠군.”
다시 담배를 입에 가져가며 그는 걱정이 담긴 숨을 들이쉬어 보았다.
1부 [벙어리 미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