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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19화


지크의 물음에, 수수께끼의 음성은 대답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대답이 없자, 지크는 인상을 쓰며 뒤로 돌아섰다.

“쳇, 출구나 찾아봐야지, 괜히 시간만 허비했잖아!!”

「안돼요… 제발… 저를 꺼내주세요….」

지크는 버럭 화를 내면서 문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봐! 어디인지 말을 해봐야 꺼내주던지 다시 처박아 버리던지 할 거 아니야!!! 사람 열받게 하지 말고 말해!!”

성질이 급하기로는 그의 동료들 중 최고인 그에겐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펄펄 뛰어도 수수께끼의 목소리로부터 반응은 없었다. 지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필요도 없는 기전력을 끌어올린 뒤에 문 앞에 서서 자세를 취했다.

“어디 두고 보자! 꺼내준 뒤에 더 깊숙이 처박아 버릴 테다!!! 하아아아앗!!”

쿠우웅!!

스파크가 흐르고 있는 지크의 주먹이 문의 중앙을 강타했고, 그 거대한 문은 곧 타격점부터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굉음을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 문이 부서지자 그 안의 냉기가 지크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공기도 얼어붙을 정도의 대단한 냉기였다. 아마 지크가 기전력을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바로 동태가 되었을지 모른다. 지크는 기로 냉기를 밀어내며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우왓! 이, 이건…!!”

생각보다 엄청난 냉기였다. 잠시 후 냉기가 사그라들자, 지크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 자신이 소리친 내용은 모두 잊고 있는 상태였다. 안쪽은 그야말로 신전처럼 꾸며져 있었다. 지크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진, 진짜 여신이라도 있는 건가? 어, 저건!?”

지크는 제단의 윗쪽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얼음덩이를 보고서 또 한 번 놀랐다. 그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었다. 지크는 곧장 뛰어 올라가 얼음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나체의 여성이 그 얼음의 안에 몸을 웅크린 채 잠자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지크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안에 있는 여성에게 물었다. 그도 반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저기… 춥지 않아요?”

안의 여성은 그야말로 여신과 같은 신비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에, 약간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눈을 감은 그 여성에게 지크는 어느 사이엔가 정신을 빼앗긴 것이었다.

「… 꺼내줘요… 제발….」

지크는 또다시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멍한 상태에서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는 행동이었다.

“아, 아차!!”

지크는 움찔하며 정신을 차린 후에 자신의 얼굴을 살짝 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자, 잠깐! 지금 말하는 사람이 얼음 안에 있는 당신인가?”

「… 꺼내주세요….」

“글쎄! 꺼내주는 건 둘째치고 당신이 도대체 누군데 내가 꺼내줘야 하는 거지?”

그 질문에 목소리는 역시 침묵을 지켰다. 지크는 한숨을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음의 뒤로 돌아가던 지크는 얼음덩이가 되어있는 미라를 보고 움찔했다. 가벼운 갑옷을 입고 있는 한 남자의 미라였다. 마치… 안에 있는 여성을 보호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 채 그는 죽어있었다. 지크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신전의 벽에는 정교하게 가공된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갖가지 모양의 괴수 조각들이었다. 그는 다시 얼음 안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 꺼내주면 어쩔 거지? 훗, 내 소원이라도 들어줄 건가?”

그러나 역시 답변은 오지 않았다. 답변을 싫어하는 여성이라고 지크는 생각했다. 지크는 어깨를 으쓱인 후 얼음에 손을 대면서 말했다.

“알았어, 꺼내주지.”

그가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얼음에서 증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그 얼음은 차차 작아지기 시작했다. 지크는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나, 난 이런 거 못 하는데…?”

푸슈우우우….

얼음이 모조리 증기로 바뀐 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얼음 안의 여성뿐이었다. 지크는 그 여성의 나체를 내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으윽!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어서 이 여자를 도와줘야지!!!”

지크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 여성의 몸을 감쌌다. 그러나 체구가 작지 않은 여성이어서 재킷 하나만으론 그녀의 몸을 가리기란 곤란했다.

“으으… 정신을 차리자!”

지크는 가급적이면 그녀의 몸을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재킷을 벗어 그녀의 몸을 감싼 지크는 빠르게 그 신전에서 벗어났다.


클루토와 세레나, 리카는 어느새 나무에 꽁꽁 묶여 사람들에 의해 실어 날라졌다. 나르는 사람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환도가 들려져 있었고, 세레나 일행들은 발버둥을 쳤으나 끈은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 [여신의 성전] 앞이다. 이제 고통을 줄여주지… 후후후.”

붉은 옷차림의 사제가 벽의 한 귀퉁이를 밀었고 그와 동시에 벽이 굉음을 일으키며 열려졌다.

“자아! 이제 너희들은… 어, 추워!”

사제는 말을 하려다가 안에서 쏟아지는 냉기에 인간적인 말을 하며 몸을 움츠렸다. 다른 사나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그러고 있을 때, 한 여성이 그들의 뒤에서 나타나 긴박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지크에게 얻어맞은 여성이었다.

“사제님! 침입자가 이곳에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제는 흠칫 놀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뭐라고! 침입자!?”

그때, 냉기가 쏟아지는 방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뛰어오는 소리였다. 잠시 후 누군가가 냉기를 헤치고 달려 나왔고 그를 본 세레나들은 기쁨에 환성을 지르려고 했으나 그가 안고 있는 여성을 보고서 실망의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지, 지크 씨!?”

지크는 냉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지크는 동료들의 표정을 보고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 하하… 안녕?”

리카는 눈꼬리를 올리며 지크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우리들은 죽기 직전까지 몰려있었는데 어디서 여자랑 놀다가 오는 거야!!! 그 정도로 우리가 우습게 보였어!!!”

지크는 그 말을 듣고서 할 말이 없었다. 일행을 구하려고 계단을 내려왔는데 누가 꺼내달라고 해서 꺼내주었고, 꺼내고 보니 옷을 안 입고 있는 불우한 여성이었다는 말이 리카와 일행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사제에게 다가갔다.

“어이, 친구. 옷 좀 벗어줘.”

사제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오, 옷이라고…?”

지크는 사제를 걷어차면서 그의 겉옷을 벗겼다. 꽤나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서 다행이라 지크는 생각했다.

“좋아, 냄새는 나지만 참아줘요 아가씨.”

지크는 여성에게 사제복을 입혀주고 나서 그녀를 세레나들이 있는 곳 옆에 눕혀두었다. 리카는 그 여성을 힐끔 보고 고개를 픽 돌렸다.

“흥! 얼굴만 예쁜 거지 뭐!!”

지크는 피식 웃으며 무명도를 이용해 일행들을 풀어주었다. 사제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경비병들에게 소리쳤다.

“뭣들 하고 있는 거냐! 저 무식한 녀석에게 제물을 빼앗길 거냐!! 어서 저 녀석을 잡아라!!!”

그의 명령과 동시에 거한들은 환도를 휘두르며 지크와 일행에게 달려들었고, 지크는 여유롭게 장갑을 죄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데 잘 되었지 뭐.”

“단순한 깡패 같으니라고… 흥!”

지크는 옆에서 중얼대는 리카를 한 번 쏘아본 후 달려오는 거한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속도가 빠른 사내들이었다. 그러나,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그는 판단했다.

“타앗!!!”

거한들이 휘두른 환도를 손쉽게 피한 지크는 거한의 팔을 붙잡고 그 팔에 매달려 몸의 중심을 실었다. 그러자, 지크보다 훨씬 큰 그 사나이의 몸이 지크의 중심에 맞추어 공중으로 치솟았고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바닥에 꽂혔다. 그 거한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 후, 거한은 편하게 누웠다. 다른 거한들이 다시 덤벼왔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환도를 휘두르는 거한의 오른팔을 잡아낸 지크는 그대로 몸을 앞으로 내밀며 주먹으로 거한의 명치를 밀어쳤다. 이렇게 저렇게 거한 네 명이 쓰러지자, 사제는 급히 그들이 나온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크는 그를 놓치지 않고 덜미를 잡으며 그에게 물었다.

“어이, 저기 안에 있는 신전은 도대체 뭐고 얼음에 갇혀있던 여자는 뭐지? 말해줘.”

지크의 물음에, 사제는 성심성의껏 답변하기 시작했다.

“그,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 안에 들어가 본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아, 교황님께서 아실지 모르겠군요.”

“교황? 그럼 너희들 교인이란 말이야?”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들은 성지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지요. 제물을 한 달에 한 번씩 바치라는 교황님의 명령에 저희들은 따랐을 뿐입니다. 그리고 맹세하는데 인간은 오늘이 시도해보려는 날이었습니다, 믿어주세요!!”

지크는 찜찜했지만 믿는 수밖엔 없었다. 자신이 맡은 냄새도 인간의 피 냄새가 아니어서였다. 지크는 그를 풀어주었고 사제는 곧장 어디론가 사라졌다. 얻어맞은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클루토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지크에게 물었다.

“지크, 저 여자분은 도대체…?”

지크는 자신의 붉은 재킷을 다시 입으며 대답해주었다.

“저 여자가 얼음 속에 저대로 있었다면 넌 믿겠냐?”

“얼음 속에요!?”

클루토는 믿지 못하겠다는 어투로 말했다. 지크는 그것 보라는 듯 한숨을 쉬었다.

“꺼내온 나도 못 믿겠다. 아, 세레나 씨, 그녀의 옷 좀 잘 고쳐주세요. 옷이 너무 크니 보기가 그래서요.”

“흠, 어차피 다 봤을 텐데 뭘….”

다시 리카가 옆에서 중얼대자 지크의 이마에 푸른 힘줄이 솟았다. 그러나 지크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쳇, 어쨌든 이 기분 나쁜 곳에서 나갑시다. 아, 그녀는 제가 업을게요.”

지크는 가볍게 정체불명의 여성을 업고서 출구로 향했다. 그가 내려온 방향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계단 따위는 아마 꼴도 보기 싫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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