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14권 15화 – 화산규약지회의 개회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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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14권 15화 – 화산규약지회의 개회 선언!

화산규약지회의 개회 선언!

– 노야 혁중 등장!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윤준호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그 목소리에는 사춘기 소년 같은 설렘이 가득 담겨 있었다.

“드디어 오늘이로군요.”

“그렇게 좋은가?”

장홍이 물었다. 윤준호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물론이죠. 누가 뭐래도 강호 최대의 대회 아닙니까. 모든 젊은 무림인들이 갈망하는 꿈의 제전. 아아, 설마 나 같은 게 이 화산규약지회에 참가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눈 시퍼렇게 뜨고 있다가도 몇 번씩이나 볼을 꼬집어본다니까요. 혹시 지금이 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요.”

아직도 이 심약한 청년은 자신감이 부족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대회에 참가하러 와서도 심드렁하게 잠만 퍼질러 자는 누군가보다는 훨씬 나았다.

“뭐, 젊다는 건 좋은 것이지.”

그는 그렇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윤준호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흑도 녀석들에게 백도 남아의 기개를 보여주라고!”

마천각 대표들이 모인 숙소에서도 한 소년이 떠오르는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무척이나 앳된 얼굴에 귀여움이 넘실거리는 소년이었다. 며칠 전 비류연 일행이 홍매곡에 들어올 때 처음 만났던 소유라는 이름의 소년이었다.

“드디어 시작입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화산규약지회가요! 천무학관 녀석들에게, 자신들이 잘났다고 뻐기고 다니는 정파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어요.” “기대하지.”

왼쪽 뺨에 상흔이 있는 사내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며칠 전 비류연 일행의 복장을 뒤집어놓은, ‘이사형’이라 불리던 사내였다.

그에게는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다. 이 얼음장을 피부 대신 쓰는 듯한 사내의 신경을 그렇게까지 집중시키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목숨을 맡겨야 하는 애병을 손질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제가 어엿한 한 남자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어요.”

평소 자신의 소녀 같은 외모에 불만이 많았던 소년은 다짐하듯 말했다.

“그래.”

다시 한번 성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소년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을 보며 맹세했다.

“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말겠어요. 그들을 쓰러뜨리고 저 자신을 증명해 보이겠어요. 백도 녀석들에게 흑도 남아의 기개를 보여주겠어요! 정말 확인시켜 주겠어요!”

그러나 이때만 해도 이 소년은 자신이 품었던 기대가 그렇게 멋지게 산산조각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좌백, 우흑.

좌우 반반, 흑과 백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그 흑백포는 바로 율령자의 증거라 할 수 있는 예복이다.

좌(左)의 백(白)이 양(陽), 우(右)의 흑(黑)이 음(陰)

이 옷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에는 음양의 조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흑백의 조화.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그들의 의무와 사명을 상기시키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지금 홍매곡에 위치한 제1연무장의 단상 위에서는 이 음양흑백포를 몸에 두른 수십 명의 율령자들이 열을 맞추어 좌우로 도열해 있었다. 대부분이 세수(世壽)를 측정하기 힘든 만큼의 긴 세월을 품에 안고 있는 듯, 나이를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노회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개중에 젊은층―이라고 해봤자 기본이 오십대였 다―이 보였지만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노인들이 함께 모여 뿜어내는 존재감은 드넓은 홍매곡을 꽉 채운 느낌을 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율령자들이 저렇게나 많았나? 지금까지 다들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거람?”

남궁상은 문득 치솟는 호기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곳에 들어온 지 벌써 사흘이나 지났건만 그들이 본 율령자들의 수라 해봐야 한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이다.

“글쎄…,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있었나보지.”

대수롭지 않은 투로 현운이 대답했다. 그의 시선은 지금 한 곳을 향해 집중되어 있던 터라 다른 곳에 신경을 분산시킬 겨를이 없었다.

“저 가운데 있는 자리는 뭐지?”

율령자들이 좌우로 도열하고 선 중앙은 누군가를 위해서 비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궁상의 시선이 친구를 따라 움직였다.

“아직 나올 사람이 있다는 건가?”

바로 그때였다.

“응?”

맨 처음 그 사람을 발견한 것은 고개가 모로 삐뚤어져 있던 비류연이었다.

“어?”

오와 열을 맞춘 관도들의 앞에 선도하듯 서 있던 염도의 고개가 앞으로 쑥 내밀어졌다. 보이지 않는 귀신의 손이 그의 목을 사정없이 잡아뽑기라도 한 듯한 과격한 동작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그의 눈이 화등잔만큼 크게 떠졌다. 그렇게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볼 수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이런 일이…….”

시선을 날아 꽂듯 박아넣은 것은 빙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의 피나는 수행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 심장에 큰 이상박동을 느낀 참이었다.

“얼래? 저 할아버지는…….”

졸음에 반쯤 감겨 있던 비류연의 눈이 번쩍 떠졌다. 노인의 등장이 한 발짝만 늦었어도 그는 이미 몽국기행(夢國記行)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뚜벅, 뚜벅, 뚜벅!

줄줄이 도열해 선 호호백발의 율령자들로부터 최고의 경의를 당연한 듯 받으며 거침없이 걸어오고 있는 백발의 노인. 비류연은 물론이고 염도와 남궁상 또한 그 노인의 얼굴이 무척이나 낯익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다 해도 며칠 전까지 그들과 함께한 노인을 벌써부터 과거의 망각 속에 묻기엔 시간이 너무 짧고 촉박했다. 지금 노인이 몸에 두르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빛나는 음양흑백포라는 것을 부정할 눈 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노인이 걸음을 멈춘 자리는 바로 비어 있던 중앙의 태사의였다.

연무장에 도열해 있는 백도 흑도의 기재들을 바라보는 노인의 측량할 길 없는 심원한 두 눈동자에는 깊은 사랑과 자애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환영하네, 흑도 백도를 떠나 전 무림의 자랑스러운 기재(奇才)들이여! 그대들은 백도 흑도라는 소속이나 출신을 떠나 현 무림의 가장 뛰어난 젊은 영재들을 그러 모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에 충분히 명예와 긍지를 느껴도 좋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소속과 출신을 떠나 찬탄하고 감탄하게. 그것은 그대들의 당연한 권리이 자 의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

노인의 목소리에는 세월을 이겨내는 심원한 힘이 가득 넘치고 있었다.

“본인은 영광스럽게도 제10회 화산규약지회의 운영 총책임을 맡게 된 혁중이라고 하네. 젊은 그대들의 혈기와 영기와 재기발랄함을 바로 곁에서 체험할 수 있다 는 것은 낡은 노구를 지닌 이 노친네에게는 크나큰 기쁨이자 즐거움이며 행운이 아닐 수 없다네! 앞으로는 이 노부를 그냥 혁 노야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네.”

저 작은 노인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척이나 힘 있고 생기 넘치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는 진정으로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때문에 그 진정은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들뜨게 하고, 즐거움과 생동하는 기쁨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의 기쁨은 지금부터였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는 불행으로 여겨질 만한 일이었다. 노인의 시선이 또랑또랑하게 눈을 빛내고 있는―물론 몇몇 사람은 그렇지 않지만ᅳ 좌중을 한번 쭉 훑어보았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를 이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그것은 먼 미래가 아니기에 곧 결과를 알 수 있을 터였다. “급작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또 당황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마침내 혁중이 말을 시작했다.

“이제 노부는 이 자리에 모이도록 선택받은 그대들에게 숨겨왔던 이야기를 하나 해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네. 아마 이 이야기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받 아들이기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네. 그들은 무척 혼란스러워할 것이 분명하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게. 그것들은 당연한 반응이니깐. 다만 거부하거나 부정하지는 말게나. 왜냐하면 그것은 미래의 한 걸음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라네!”

잠시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도 주듯 노인은 한 호흡을 쉬었다. 그러고는 모든 이의 마음을 뒤흔들 만한, 지난 백 년에 걸쳐 결정된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것은 바로 이번 화산규약지회에 대해 숨겨진 진실된 목적에 관한 이야기라네!”

진실된 목적?

화산규약지회의 목적은 천무학관으로 대표되는 정파의 인재와 마천각으로 대표되는 흑도의 기재가 10년마다 한자리에 모여 일신상에 지닌 무공공부의 우열을 가 리며 서로서로 경쟁하여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있을지 모를 천겁령의 부활에 대비해서. 물론 그 이면에서는 10년마다 있는 이 대회를 통해 강호상에

서 차지하는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고 주도권을 갖기 위해 암중으로 겨루기도 한다.

“룡룡, 자네는 그게 뭔지 알아?”

비류연의 질문에 효룡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룡룡은 가끔 비류연이 효룡을 장난스럽게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었다.

“내가 그런 걸 알 리가 있겠나!”

그는 오늘 따라 한층 더 음침한 모습이었다. 그의 산발한 머리모양이 더욱 기괴해진 탓이다. 이 정도면 정말 특출난 안목을 지닌 자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그의 얼 굴을 알아보지 못하리라.

“아저씨는 어때요?”

“진정한 목적이라…….”

장홍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게 있었나?”

아무리 머릿속 기억의 서랍장을 뒤져봐도 그런 것은 찾을 수 없었다.

“확실히 저번엔 그런 거 없었는데.

그의 중얼거림은 사실이었다.

“이번에 멸겁삼관이라는 관문도 그렇고, 백주년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어떤 거대한 의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노인은 그 진실을, 그 실체를, 그 정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산전수전 다 겪은 장홍으로서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자네들 중 많은 이들이 이 화산규약지회를 그냥 흑도와 백도가 만나 그저 무공만으로 자웅을 겨루는 대회라고 생각하고 있을걸세.”

‘당연한 것 아닌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네. 기존의 여타 무림대회들은 전통적으로 항상 무력이 중시되어 왔으니 말일세. 이 화산규약지회도 이전 회까지는 마찬가지였고 말이야. 하지만 우리들은 마침내 무력만을 궁극의 잣대로 생각하는 강호의 상식은 이 화산규약지회가 처음으로 만들어질 때 안배되어 있던 기본 정신을 크게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 우리는 그동안 ‘삽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좌중이 숨죽인 가운데 혁중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물론 우리는 무공을 경시할 생각은 없네. 원래 이 화산지회 또한 양측의 경쟁을 통해 서로의 실력을 상호보완 발전시키자는 좋은 의도를 지니고 있으니 말일세. 하지만!”

노인이 잠시 강조하듯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무공실력을 최상의 가치로 상정했을 때는 많은 폐해가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한 참가자가 물었다.

“무공 겨룸은 너무나 극단적으로 사람들의 투쟁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일세. 공정한 경쟁의식을 넘어서버린 투쟁의식은 악의를 불러일으키지. 그것이 중대한 문제였던 것일세. 그리고 무공 상호증진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 모두가 간과해왔던 일이기도 하지.”

““비무대회라는 게 당연히 그런 거 아닌가요? 화산지회 역시 무공 이외에 무엇으로 우위를 가릴 수 있겠습니까?”

또다시 질문이 터져나왔다. 혁 노야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이쯤에서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자네들 이번 화산지회를 뭐라고 생각한 건가? 설마 네모 반듯한 사각 판때기 위에서 누가누가 더 센지 잔뜩 겨루는, 그래서 상대를 자기보다 더 많이 상처 입히거 나 장외로 떨어뜨리거나 하면 간단하게 이길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대회로 생각했던 건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는 그런 말투였다. 그리고 반발을 용납지 않는 기백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저번 회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은데…….”

장홍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건 그렇게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네! 전 무림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대회가 그렇게 험악하고 무식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나?”

갑자기 보편적인 비무대회들이 몽땅 무식해져버리는 순간이었다. 모두들 침묵으로 답을 대신하자 다시 노인이 외쳤다.

“그것은 큰 오산일세! 게다가 서로를 인정하고 수용하지 않고, 외면하고 배척하고 쓰러뜨리려 하는 행위는 화산규약지회 대삼원칙에 크게 위배되는 행위이기도 하네. 그 사실을 깨달은 우리들은 우리가 범했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네. 백 년이 지나서야 겨우 알아차린 것이지.”

그런 게 있었나?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까지도 이런 의문을 품었다. 당연히 질문이 나왔다.

“대삼원칙(大三原則)?”

혁중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바로 우정과 화합, 그리고 평화일세.”

순간 시간이 정지하고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엄청난 정신적 대공황이 찾아왔다.

노인의 선언대로 그 진실은 사람들의 얼과 넋을 동시에 빼놓을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그렇겠지!”

“미친 짓이야!”

‘뭐, 그렇게 보여도 할 수 없지!’

“그런 바보 같은..

‘하긴 바보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

“거, 거짓말이야! 그딴 거짓말 난 믿을 수 없어!”

‘역시나! 뭐, 무리도 아니지!”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할 것까지는 없잖아!’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소속과 출신, 남녀를 떠나 같은 생각을 공유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그건 미친 짓이야! 그건 불가능해! 그딴 게 가능할 리 없잖아!”

이곳 제1연무장에 모인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이 이 말에 열렬히 동의하고 있었다.

그 반응은 정말 예상했던 대로 뜨거운 것이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공통된 일념. 하지만 미안하게도 현실은 현실, 진실은 진실이었다. 부정한다 해서 바뀔 수 있는 편리한 것이라면 이미 진실이라 할 수 없다.

다행히 집단광란 상태로까지 사태가 거듭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집단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어 펄펄 끓지 않게 하기 위해 소모되고 고갈된 심력은 막대한 양 이었다. 평정을 유지하는 데만도 엄청난 정력이 낭비되었다.

그것은 이들 참가자들이 평생 동안 쌓아온 가치관을 송두리째 갈아엎는 행위였던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가치관의 전면 개조를 위해 드는 힘이 얼마나 막대할 것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혁중은 잠시 중인들의 젊은 혈기가 폭발되어 우왕좌왕하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다. 혼란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분위 기가 안정되자 다시 말을 꺼냈다.

“자네들의 놀람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네!”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오히려 그들의 당황과 혼란을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화산지회를 여타 다른 시시한 비무대회랑 같이 취급하지는 말아주게. 상대만 무조건 때려눕히고 피 흘리게 만들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그런 비무대 회들 말일세! 우리는 그런 비무대회를 통해서는 절대 앞으로 나갈 수 없고, 언제 다가올지 모를 미증유의 겁난(劫亂)에도 대비할 수가 없네!”

무척이나 무시무시한 경고였다. 다시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있습니다! 그 다가올 미증유의 겁난이란 게 무엇입니까?”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노인의 다물어진 입을 향해 쏠렸다.

기다렸다는 듯 잔혹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은 바로 천겁령(天劫靈)의 부활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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