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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49화


바이런은 가만히 서서 자신이 들고 있는 메이린을 바라보았다. 메이린의 그 말을 들은 직후 바이런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었고 그 표정은 지금까지 바이런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보았다면 경악할 정도의 표정이었다. 물론 보고 있던 리오의 일행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메이린은 그것 보라는 듯 웃었고 바이런은 곧 표정을 바꾸고 메이린을 내려놓았다.

“… 흥, 그렇게 사람을 못 알아본다면 속고만 살거다. 리오 녀석이 없으니 오늘은 그냥 가지. 나중엔 가만히 두지 않는다….”

바이런은 자신의 모자와 검은색의 롱 코트를 다시 입고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세레나는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크리스 역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고 벽에 의지하여 겨우 서 있었다.

“질렸어… 어떻게 저런 살기를 띨 수가 있는 거야?”

히렌은 메이린의 옆에 다가가 아직도 웃고 있는 메이린의 이마에 손을 대어 보았다.

“어머? 왜 그래 히렌?”

“괜찮은 거야? 너 진짜 저 사나이가 무섭지 않았어?”

메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행을 둘러보며 그들에게 말했다.

“저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절 구해줬다는 것 말고도요. 일부러 자신을 나쁘게 보이려는 듯했어요. 전 순간적으로 나쁜 일을 싫어하는 그 아저씨가 나쁜 일을 하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생각해 보았어요. 그래서….”

세레나도 아까 전에 바이런의 표정을 다시 떠올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럴지도. 하지만 어째서 자신도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서 하는 걸까…?”

일행은 잠시간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리카가 말을 꺼내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이대로 리오를 기다릴 거예요?”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면서 말했다.

“아니, 찾아봐야지. 요우시크까지 이곳에 돌아다닐 정도인데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안 그래요 비실한 수녀님?”

세레나는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요우시크 정도의 사람들이 돌아다닐 정도인데 저희가 함부로 움직이면 오히려 리오 씨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요.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크리스 씨.”

클루토는 두 미녀 사이에서 불똥이 튀기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의 의견을 내었다.

“저도 기다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운이 좋아서 바이런… 씨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이곳은 제국의 영토니까요.”

히렌과 리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는 힘이 빠지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다구, 오늘은 당신이 이겼어요 세레나 양. 후우….”

세레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고 네 아이들은 무엇을 이기고 졌다는지 알 길이 없었다.


타르자는 주변의 유리창이 파손된 광장에 도착하여 리오를 찾기 시작했다. 광장 중앙에 쓰러져 있는 리오의 모습을 보고서 타르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기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군. 이제 너의 최후다 리오 스나이퍼… 저번엔 죽은 지 3개월 만에 다시 살아났지? 이번엔 널 죽이지 않아… 돌아올 수 없는 아공간에 널 유폐시켜 버릴 테다!!”

그녀는 마법진을 그리면서 자신의 마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 색깔보다 더 짙은 붉은색의 마기가 분출되기 시작했고 주위의 땅이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져나가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리오 스나이퍼!!!”

검은색의 거대한 구체가 타르자의 앞에서 생성되었고, 그녀의 마기와 함께 구체는 리오에게로 쏘아졌다. 구체는 리오의 위에서 정지했고 거대한 구멍으로 변해 그를 삼키기 시작했다.

“천하의 리오 스나이퍼가 이 꼴이라니… 기대 이하인걸?”

그 목소리를 들은 타르자는 빨려 들어가는 리오 앞에 나타난 하얀색 코트의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뭐냐 너는!! 방해하지 마라!!!”

타르자는 무수한 마법 탄을 사나이에게 쏘아댔지만 사나이의 한 손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광탄에 밀려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구멍은 그사이 리오를 다 빨아들여 닫히는 중이었다. 타르자는 웃으며 소리쳤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늦었다! 설마 공간의 벽에 힘으로 대항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겠지!! … 아, 아니!?”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그 사나이는 닫히는 구멍을 양손으로 붙잡고 다시 벌리기 시작했다. 사나이는 천천히 힘을 방출하기 시작했고 그의 몸 주위엔 거대한 오오라의 원이 생성되었다. 고대 성인 같은 사람들의 머리 뒤에 떠오른다는 그런 것들보다 훨씬 컸다. 곧 공간의 구멍은 완전히 벌어졌고 사나이는 리오를 그곳에서 꺼내는 데 성공하였다. 리오를 꺼낸 사나이는 곧바로 힘을 소거했고 공간의 구멍은 언제 열렸냐는 듯 닫혀 사라지게 되었다.

“휴우~ 다행이군. 자… 이제 본격적으로 너와 대결을… 아니!?”

타르자는 그사이 2급 마법 주문의 마법진을 그려놓은 상태였다. 사나이는 흠칫 놀라며 다시 한번 힘을 방출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굉장하군! 설마 공간의 힘을 이기는 사나이가 또 있을 줄이야… 너도 리오만큼 강한 녀석이구나. 죽기 전에 이름이나 말해보겠나?”

광휘에 둘러싸인 사나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름을 말했다.

“휀 라디언트. 말은 더 이상 필요 없겠지, 간다!!!”

휀은 자신의 등 뒤에 모여있는 후광을 체내에 끌어들인 후 다시 손바닥에 모아 타르자를 향해 조준했다. 타르자 역시 마법진을 완전히 전개하였다.

“사라져라, 그 저주스러운 녀석과 함께!! 2급 주문, [데몬 프레스]!!”

“성스러운 힘의 위력을 몸으로 느껴라! 필살!! 광황포(光皇砲)!!!”

휀의 양손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광구와 타르자의 마법진에서 발사된 푸른색 두개골 모양의 마법 탄들이 광장의 중앙에서 충돌했고 그 힘에 의해 광장의 분수대와 바닥을 덮고 있던 타일들이 모두 증발하고 말았다. 마법과 필살기의 대결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생각 외로 압도적인 휀의 광황포가 타르자의 데몬 프레스를 소거시키고 타르자까지 밀어내기 시작했다. 빛에 휩싸인 타르자는 육체가 증발되는 상황에서 다시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며 그녀의 성으로 도망쳤다.

“크, 크아아아앗!!! 기억하겠다 휀 라디언트!!!”

휀은 타르자가 사라지자마자 양손을 풀어 광황포를 마무리 지었다. 다행히도 근처에 피해 입은 사람은 없는 듯했다. 휀은 한숨을 지으며 리오를 어깨에 들쳐 메고 디바이너를 리오의 칼집에 쑤셔 넣었다.

“흐음… 도와주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그냥 갈 수는 없겠군. 네 일행은 본 적이 있으니까 데려다주지.”

리오를 들쳐업고 광장에서 사라진 휀은 건물 위에 앉아서 자신들을 보고 있는 한 검은 옷의 사나이를 볼 수가 있었다. 그 사나이는 자신의 등 뒤로 손가락질을 한 뒤에 곧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이런… 너도….’

휀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바이런이 가리킨 건물로 향했다. 한 여관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휀의 눈에 들어왔다.


13장. [바람의 이름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크는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샤오민, 샤오린 자매를 찾았다. 샤오민은 그가 주방으로 들어오자 활짝 웃으며 그를 맞아주었고 샤오린은 언니의 그러한 행동과 지크를 번갈아 본 후에 씁쓸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세요? 이렇게 일찍 일어나시고….”

그녀의 밝은 표정을 본 지크는 차마 오늘 떠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내었다.

“저어… 전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챙그랑!

지크는 이 정도로 샤오민의 반응이 클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샤오민은 지크가 떠난다는 말을 듣고서 그만 들고 있던 유리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샤오린 역시 식사를 멈추고 일어서서 지크를 바라보고 말했다.

“아니, 떠나시다니요? 몸은 괜찮으신 거예요?”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샤오민은 괜찮지 않은 듯했다. 지크는 내심 미안해하면서도 오늘 떠나지 못하면 영영 떠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해드린 것도 없이 폐만 끼치고 가는군요. 샤오민 씨나 샤오린 씨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럼 전 이만….”

“잠깐만요!”

지크는 샤오민이 자신에게 소리치자 흠칫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샤오민은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지크에게 조용히 말했다.

“… 아침 식사는 하고 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지크는 가만히 서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그냥 보고 갈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지크는 어쩔 수 없이 샤오린과 마주 앉아 식사를 기다려야만 했다.

샤오민은 지크의 식사를 만들면서 계속 표정에 그늘을 드리웠다. 지크는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지크라면 오늘쯤에 다 회복되었겠군.”

슈렌은 거리를 거닐면서 중얼거렸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근처의 여성들은 휘파람을 불어대었고 남자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슈렌을 바라보았다. 그는 두 개의 짐을 헝겊에 감고 있었다. 하나는 그의 키보다 컸고 하나는 큰 것의 반쯤 되는 것이었다. 걸어가다가 메탈 재킷의 분대를 본 슈렌은 조각과 같은 인상을 찡그리며 건물 뒤로 숨었다. 그리고 청각을 확대시켜 군인들의 얘기를 들었다.

“들었어? 저번에 외곽에서 죽었다던 그 감전된 자식 말이야. 다시 살아나서 판 치고 다닌다는데?”

“그래? 그래서 이렇게 가는구나… 근데 어디에 있대?”

“가정집에 숨어있다고 하던데?”

그들의 대화를 들은 슈렌은 인상을 찡그린 채 주먹을 쥐었다.

“아니, 어떻게 안 거지…? 어쩔 수 없군, 이러긴 싫지만 비신사적인 행위를 해야 할 수밖에.”

슈렌은 복면을 하고 긴 짐을 풀었다. 그의 창, 그룬가르드가 오래간만에 빛을 구경하는 듯 작은 공명음을 냈다.

“좋아, 가볼까.”


지크는 한숨을 쉬며 샤오민 남매의 집을 나섰다. 마지막까지 샤오민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그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자, 무명도부터 찾아볼까?”

숨을 깊게 들이마신 지크는 저쪽에서 오는 마차를 본 후 피하려고 몸을 틀었다. 그러나 마차는 지크가 피할 필요 없이 식료품점 앞에서 멈추었고 지크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엔장… 누가 타고 있는지 얼굴이라도 후려 치고 싶… 아앗!?”

지크는 마차에서 내린 흰색 드레스의 여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바로 그가 찾는 한 물건과 한 사람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프, 프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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