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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53화


메탈 아머의 크기는 메탈 재킷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점은 인간이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닌, 무선에 의한 원격 조종이라는 것이었고 그로 인하여 조종자는 맞는 것에 상관없이 마음껏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었다. 메탈 아머 열대를 남겨둔 수도는 천천히 공중에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리오와 휀은 요새를 추격하려 했으나 메탈 아머들에 막혀 구경만 하는 수 외엔 도리가 없었다.

“젠장! 이것들을!!”

리오는 거칠게 내뱉으며 마법진을 양손에 그리기 시작했고 휀은 자신의 힘을 개방하며 전투에 대비했다.

“좋아! 다섯씩 맡아 보자구!”

리오는 양손 위에 떠오른 마법진을 앞쪽으로 내밀었다. 마법진에선 푸른색의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고 리오는 소리치며 마법을 전개했다.

“3급! [브랏슈가]!!!”

뇌격계 3급 주문인 브랏슈가의 푸른색 불꽃은 마법진으로부터 강하게 뿜어져 나와 리오를 정확히 겨누고 있는 메탈 아머의 복부에 정확히 꽂혔다. 엄청난 충격을 입은 메탈 아머는 브랏슈가의 전기력에 의해 동력계에 이상이 생긴 듯 이상한 행동을 취하다가 이내 폭발하여 사라져갔다. 그러자 다른 메탈 아머들은 새로 장착된 매직 배리어를 가동시켰고 약간 투명한 막이 메탈 아머의 주위를 감쌌다. 그리고 그들도 곧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양쪽 어깨 부위에 장치된 대 구경 엘리마이트 빔포가 충전 시간 없이 리오와 휀에게 연속으로 발사되었고 둘은 몸을 움직여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엘리마이트 빔을 피하였다.

“이 녀석! 이거나 먹어라!! 3급, 브랏슈가!!!”

리오는 다시 한번 마법을 사용하여 메탈 아머를 공격했으나 아까 같지는 않았다. 메탈 아머 주위에 둘러쳐진 매직 배리어에 의해 마법 공격이 무산되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마법이 사방으로 튕겨나가자 움찔하며 다시 날아오는 빔포를 피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리오는 어쩔 수 없이 전법을 바꾸어 마법진을 거두고 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 휀은 적절히 방출된 자신의 빛을 양손에 모아 메탈 아머를 조준하였다.

“받아랏! 필살, 광황포!!!”

휀의 양손에서 뿜어진 거대한 빛의 기둥은 목표가 된 메탈 아머를 집어삼켰고 메탈 아머는 흔적도 없이 증발되어 사라져갔다.

“간다! 크아아아앗!!”

리오는 자신의 몸에 축적되어 있던 기를 한꺼번에 폭발시켰고 그 힘은 갈라졌던 대지를 다시 한번 진동시켰다. 그때, 곁에서 역시 힘을 모으던 휀은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리오 스나이퍼가 이렇게 강했었나?’

그가 여러 동료들에게 듣던 것 이상으로 리오는 강했다. 아니, 강해져 있었다. 기를 분출시키며 날아오른 리오는 기가 극한으로 실린 디바이너로 메탈 아머의 몸을 그어 내렸다. 매직 배리어와 상관이 없는 직접 공격이었기에 메탈 아머는 두 조각이 나며 폭발했고 리오의 눈은 다른 메탈 아머에게로 돌려졌다.

“훗, 질 수야 없지.”

휀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검, 플랙시온을 뽑아 들고 메탈 아머에게 돌진했다. 그가 검을 들고 달려오는 것을 확인한 메탈 아머는 엘리마이트 빔과 다른 여러 병기를 그에게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휀은 그것들을 검으로 가볍게 쳐내고 계속해서 돌진해 들어갔다.

“타아앗!”

그의 기합성과 함께 플랙시온에선 디바이너에 지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검기가 찬란히 뿜어져 나왔다. 그 검기에 의해 잘려진 메탈 아머는 두 조각으로 나뉘어지며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역시 강한데 휀!”

리오 역시 또 한 대의 메탈 아머를 박살내며 휀을 돌아보고 소리쳤다. 휀은 리오에게 엄지 손가락을 펴 보인 후 계속해서 메탈 아머를 동강내기 시작했다. 둘은 역시 강하였다. 메탈 아머들이 실전 훈련을 거치지 못한 것에도 이유가 있긴 했지만 그들의 파워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됐어! 마지막 한 대!”

플랙시온의 검기에 마지막 메탈 아머 역시 동강이 났고 그들을 잠시 막았던 메탈 아머들은 모두 부서져 사라졌다.

“자, 그럼 수도를 따라가 볼까? … 어엇!?”

수도가 날아간 방향으로 가려던 리오와 휀은 자신들의 뒷쪽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에 숨을 죽였다.

“끝은 아니다 리오, 그리고 휀…!”

둘은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색의 마기를 무서우리만치 뿜어내고 있는 마도사 복장의 여인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얼굴에 베일을 쓰고 있는 상태였다.

리오는 기를 잠시 거두고 자세를 풀며 그녀를 태연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타르자. 오늘은 또 무슨 계책을 가지고 나오셨나?”

“….”

타르자는 리오의 질문에 말 대신 마법탄으로 답변을 해주었다. 갑자기 날아온 마법탄에 리오는 흠칫 놀라며 피하였다.

‘뭐야 이건!?’

상상 외의 마력이 담긴 마법탄이었다. 정면으로 맞았었다면 아무리 리오 자신이라도 큰 충격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나의 대답이다 리오 스나이퍼… 그리고 휀. 나를 이런 몰골로 만들고도 무사하리라 생각하진 않았겠지…?”

리오와 휀은 타르자가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베일을 벗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얼굴 일부분이 광황포의 열기에 증발되다가 만 듯,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타르자는 보통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기를 뿜어대고 있었고 리오와 휀은 진지한 얼굴로 자세를 취하였다.

“여기서 끝내자 리오 스나이퍼… 너도 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나와 완전히 결판을 내는 것 말이지.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너와 나의 악연에 끝을 내는 거다!!”

리오는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타르자의 말을 듣고 많은 장면이 주마등처럼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타르자와의 첫 대결, 레나의 죽음, 그리고 또 다른 레나가 자신의 눈앞에서 타르자에 의해 수정으로 변해가는 모습….

리오는 휀에게 뒤로 물러서라는 손짓을 보내었다. 100년간 자신의 가슴속에 맺혀있던 그 이름을 푸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휀 역시 이해한다는 얼굴로 플랙시온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1대 1이다 타르자, 네 말처럼 난 기다려왔지… 정말 긴 시간이었다. 소원대로 오늘 완전히 끝내주마…!”

휀은 지상에 내려와 둘을 조용히 올려다보았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 700년 전만 해도 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럼 오늘 확인해 주겠네. 자네에게 ‘최강’이라는 이름이 붙을 자격이 있는지 말이야.”

리오는 디바이너를 놓았다. 지면에 던진 것이 아니고 공중에 띄운 것이었다. 공중에 디바이너를 띄운 리오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올려본 후 다시 디바이너를 잡았다. 정신 집중의 한 방법이었다.

리오는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디바이너의 끝을 타르자에게 돌렸다. 보라색의 날이 살기를 띄운 것이 보이는 듯했다. 리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너라.”

예전에 이리프와 싸울 때와는 달리 리오도 이번만큼은 전력을 다해 싸울 생각이었다. 봐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런데 말이야 리오 스나이퍼. 내가 말 안 해준 것이 하나 있거든?”

“뭐…?”

리오는 자세를 취한 채 가만히 타르자를 바라보았다. 타르자는 독이 담겨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손으로 죽인 레나 말이다… 20여 년 전에 다시 환생했거든? 이 세계에 인간으로서 다시 말이야. 나도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었지. 하지만 확실한 건, 레나 공주는 환생체가 아니라는 거다.”

리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타르자를 쏘아보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한 가지 덧붙여줄까? 그 레나 공주의 환생체는 너의 동료들 중에 한 명이다. 난 그것을 알고 그녀가 어렸을 때 조치를 취해두었지… 다시 100년 전의 레나로 돌아올 수 있게 말이야. 자… 내 말을 한번 따라준다면 100년 전의 레나로 되돌아오는 주문을 가르쳐 주겠다. 어떠냐…?”

리오는 가만히 타르자를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100년 전에 죽었던 사람이 거의 완벽하게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후훗… 아하하하핫!”

리오는 디바이너를 내리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타르자도 역시 일그러진 얼굴이긴 했지만 웃음을 짓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푸훗… 난 이제 레나란 여자에게 관심 없어. 착각을 심하게 하고 있었군 타르자. 그리고 그 주문을 알아서 ‘그녀’를 레나로 되돌린다고 해봤자 그녀가 과연 행복해할까? 그리고 레나가 다시 살면 내가 얼씨구나 하고 좋아할 것 같아?”

리오는 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분노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나에겐 그런 시시한 감정 따윈 없다. 100년 전에 사라진지 오래야…! 난 너만 없애면 그것으로 끝이야!! 없애버리겠다!!!”

디바이너를 움켜쥔 리오의 오른팔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타르자는 거의 반사적으로 방호망을 전면에 집중시켰고 거대한 충격이 방호망을 덮쳐왔다. 초음속의 충격파였다.

“으읏!?”

타르자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리오 스나이퍼와 파괴력의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기계인간들로 개조된 오마 장군에 의해 간접적으로 느낀 것보다는 훨씬 강렬한 파워였다.

“이, 이 녀석!!”

“그 잘난 너의 마법을 한번 써보시지. 다 박살내 줄 테니까…!”

휀은 리오의 그 말을 듣고서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투쟁 본능’…인가?’

리오는 원거리에서 쉴 새 없이 디바이너를 휘둘러 충격파로 타르자를 공격했다. 주문을 위해 틈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타르자는 리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전 마력을 방호망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타르자는 순간 자신이 리오에게 놀잇감이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잇! 이 녀석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

타르자는 방호망의 방어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다음에 그 안에서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급의 마법 주문이었다. 타르자는 광소와 함께 자신의 주위에 거대한 입체 마법진을 그렸다. 미친듯이….

“여기서 죽을 것 같군… 난 말이야, 호호호호홋!! 그러나 너도 함께 죽는 거다 리오 스나이퍼!! 마법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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