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62화
지크를 끌고 리오가 간 곳은 드워프족의 마을이었다. 마을 안에 들어선 지크는 귀를 매만지며 동굴 내부에 마련되어 있는 그 마을의 전경을 둘러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우와! 굉장한데!”
그러나 그렇게 감탄하는 것도 잠시, 드워프족의 환영 인파가 그들을 향해 몰려나오자 지크는 안색을 바꾸며 뒤로 돌아섰다. 자신의 반쯤 되는 신장의 드워프 여성들을 본 까닭이었다. 그와는 달리 리오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리, 리오님! 어쩐 일로!?”
그 인파를 비집으며 한 노인이 둘의 앞에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 노인은 반가움과 놀라움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잘 만났습니다 족장님. 급한 일이 생겨서 찾아왔거든요? 아, 여기 서있는 녀석은 제 형제인 지크입니다. 야, 인사해.”
리오는 다시 지크의 귀를 잡아당기며 재촉하였고 지크는 족장을 향해 돌아서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쳇, 지크라고 합니다.”
족장은 지크의 얼굴과 체격을 한번 본 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아아… 몸이 굉장히 빠르실 것 같군요. 천부적인 몸입니다, 허허허….”
지크는 금방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그의 특성 때문에 그 일은 잠시 접어둔다.
“자, 그럼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족장의 집으로 안내된 리오는 의자에 앉자마자 그에게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물었다.
“공간의 약점에 대해서 알고 있나? 지금 상황이 급하네, 알면 말해주게나.”
“공간의 약점이요…?”
족장은 자신의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무엇이 생각난 듯 서재로 달려가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 한 권을 꺼내어 리오의 앞에 펼쳐놓았다.
“… 아, 여기 있군요. 이 고원 어딘가에 떨어졌었던 고대 유적에 관한 글입니다. 굉장히 오래된 일이라 책에만 나와있군요. 으음….”
리오는 그 글을 천천히 내려 읽어 나갔다. 그 책엔 600년 전에 이 고원에 떨어졌다던 ‘신의 전차’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예전에 이 고원을 지날 때 머셀에게 얼핏 들었던 기억이 리오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 그렇다면 이것 때문에 이 근처의 공간이 불안정할지도 모른다, 이건가?”
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하지만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저도 잘 알지 못한답니다. 그저 어딘가에 당신이 말씀하신 공간의 약점이 있을 수도 있다 이거지요.”
리오는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대로 제국군을 기다리란 말이야? 말도 안 돼!”
지크는 혀를 차면서 집 밖으로 나섰다. 성격이 급한 탓이었다.
리오는 한숨을 쉬며 책에 그려져 있는 고원의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 쳇, 아무것도 없어….”
머리를 긁으며 책을 덮은 리오의 모습을 본 족장은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리오가 처리하고 있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생각이 촌장에게 들었다.
“후우.”
한숨이나 쉬고 있을 무렵, 밖에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폭음 소리였다. 무엇인가를 느낀 리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고 그와 동시에 한 드워프가 집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공포로 상기되어 있었다.
“족, 족장님! 이상한 모습을 한 거인들이 마을의 입구를 마법으로 폭파시켰습니다! 아무도 나갈 수가 없는데다가 다른 손님 한 분이 밖에서 고립되어 계십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합니까!!”
그 말을 들은 리오의 표정은 돌처럼 굳어졌다.
“… 강철로 된 거인들 말입니까?”
소식을 전해온 드워프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곧바로 다시 물었다.
“그 이외에 다른 것은 없었습니까? 공중에 떠다니는 요새나… 아니면 그밖에 거대한 것들을.”
그 질문을 들은 드워프 남자의 뇌리 속엔 거인들의 머리 위를 지나 북쪽으로 향하던 거대한 물체의 모습이 기억났다. 그는 손바닥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습니다! 거대한 물체들이 수도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 것 같습니다!!”
리오의 눈은 확신으로 가늘어졌다. 그는 급히 드워프 남자와 함께 족장의 집을 나섰다.
“막힌 곳은 어디요!”
지크는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있는 메탈 재킷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엔 자신만만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여기까지 말 타고 오는데 힘들었다고 황제 폐하께서 ‘운동 기구’를 다 보내주었군.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인데? 헤헷.”
그러나, 지금 지크의 앞에 있는 메탈 재킷의 탑승자들은 보통의 인간들이 아니었다. 화학 물질과 음파에 의식을 개조당한 전투병이었다. 그들의 시신경과 반사 신경은 인간을 초월하고 있었다. 더욱 무서운 점은 ‘공포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 이상하다? 반응이 이게 아닌데…?”
지크는 메탈 재킷의 안에 탑승하고 있는 사람에게 인간의 기가 느껴지지 않자 장갑을 조이며 여유를 버렸다. 그는 천천히 옆으로 이동해 보았다.
메탈 재킷의 아이-렌즈가 자신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잡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 자식들!!”
지크는 기전력을 사용하지 않고 메탈 재킷을 향해 대시했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잡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메탈 재킷의 앞까지 다가갔던 지크는 흠칫 놀라며 다시 뒤로 물러섰다.
다가서는 순간 메탈 재킷의 기계 팔이 자신의 두상을 노리고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메탈 재킷 탑승자와는 차원이 틀렸다. 무술로 하자면 ‘고수’라고나 할까…. 결국 지크는 양팔에 힘을 가하며 몸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치잇! 간다아앗!!”
푸른색의 스파크와 함께 지크의 몸에는 기전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보통의 메탈 재킷은 이 상태라면 맨손으로도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의 몸에서 기전력이 뿜어져 나오자 메탈 재킷들의 가슴에선 기관총의 불꽃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수백여 개의 불똥이 지크에게 향하였고 지크는 그것들을 피하며 다시 한번 메탈 재킷을 향해 달려들었다.
“칠백식! 몽환(夢幻)!!”
순간, 지크의 몸은 메탈 재킷의 아이-렌즈가 따라갈 수 있는 속도를 뛰어넘었고 몇 개의 잔상만이 메탈 재킷 사이를 오고갈 뿐이었다. 곧 지크의 모습이 공중에 나타났을 때는 여섯 대 중 세 대의 메탈 재킷이 산산이 분해되는가 싶더니 화염과 함께 폭발하였다.
그때, 나머지 메탈 재킷에서 불똥이 공중에 있는 지크에게 날아들었고 지크는 움찔하며 오른손을 아래쪽을 향해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