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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71화


마법의 힘을 빌린 말스 왕국의 지상군은 메탈 재킷을 상대로 정말 대단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물론 머신건이 안 통해서 그렇다는 점도 있었지만 란지크나 슐턴 같은 장성급 전사들의 활약이 큰 탓도 있었다. 란지크의 해머 프레일은 메탈 재킷의 장갑을 양철 구기듯 구겨 놓았고 슐턴의 검기는 기계들을 야채 썰 듯 잘라 놓았다. 그 밖의 장성들 역시 이에 뒤지지 않을 파워로 메탈 재킷을 요리하였다.

제국의 2차 지상군이 거의 괴멸되자, 제일 앞 열의 왕국군들은 승리의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어떤 이는 투구를 벗어 하늘에 던졌고 어떤 이는 자신의 무기를 치켜들며 기뻐했다.

그때였다.

잠깐, 저게 뭐지?

왕국군 사이에서 들려온 어떤 병사의 외침이었다. 순간 병사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열 개가 넘는 점이 요새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크기는 왕국군들이 상대했던 메탈 재킷과 거의 비슷한 정도였지만 그 겉모양에서 풍기는 요사스러움은 병사들의 기쁨을 공포로 뒤바꿔 놓기에 충분하였다.

형형색색의 갑옷을 입은 생체 병기, 이른바 제국의 최종 병기라 불리우는 존재 <루가프>들로 이루어진 제국 최강, 최후의 부대 <본 크로우>였다.


왕성 안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 있었다. 계속되는 승리의 소식 때문에 그런 것이다. 왕성을 지키는 병사들이나 장성들의 표정은 처음 침공의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물론 왕과 황태자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너무나 잘해주고 있네 모두들! 역시 마의 힘은 정의를 이길 수 없어!”

그러나 너무 빠른 확신이었던가, 곧 한 병사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상태로 회의실의 문을 열고 뛰어들어와 말스 국왕에게 성의 외곽에서 벌어지고 있는 괴변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구, 국왕 폐하! 제국의 괴물들이 아군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말스 국왕은 다시금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병사에게 호통을 쳤다. 너무나 궁금했고, 너무나 허망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소린지 확실히 보고하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아나!”

왕의 호통에 병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진정시킨 후에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슈, 슐턴 장군님께서 전사하셨다고!”


“크, 크아아아악!”

슐턴은 확실히 느꼈다. 자신의 복부를 뚫고 있는 이물질의 감각을… 그리고 죽음의 느낌을.

슐턴이 공격당하자 옆에 서 있던 란지크는 고함을 지르며 슐턴을 찌른 루가프에게 덤벼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크기인 루가프의 목을 양팔로 단단히 감은 수인 란지크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으로 루가프의 목을 꺾으려 했다.

“키히히히히-“

푸우웃!

란지크의 눈은 순간 초점을 잃어버렸고 그의 입에선 선혈이 튀었다. 루가프의 등에 달려있는 용의 날개가 란지크의 몸을 찌른 것이었다. 그의 급소를 모두 찌른 그 일격으로 란지크는 소리 없이 절명하였고 슐턴 역시 곧 힘을 잃고 몸을 늘어뜨렸다.

두 명의 장성을 한꺼번에 잃은 말스 왕국군의 사기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열두 마리의 루가프는 원래 바탕, 드래곤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후퇴하는 병사들의 몸을 단숨에 조각내었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살점과 피가 어지러이 춤을 추었고 20여 분이 채 되지 않아 말스 왕국의 제1 지상군은 아까와는 달리 반대로 전멸 위기에 몰렸다.

“이런, 지상군이!”

약간의 힘을 회복한 마법사들은 분노에 떨며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루가프들에게 마법탄을 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의 손에서 발사된 광탄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루가프 한 마리에게 적중되었고 마법사들은 폭발광을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키아아아아악!”

순간, 마법탄에 맞고 가루가 되었어야 할 루가프가 폭발광을 뚫고 마법사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을 기초로 하였으니 루가프에게 3급 이하의 마법은 소용이 없었다. 직접 공격 앞엔 등불 신세인 마법사들은 결국 괴수의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라가즈는 탄식하며 자신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고 날아오는 루가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라가즈는 목숨을 잃지 않았다. 이리프가 쏜 2급 주문 <파이 게이바>에 의해 루가프가 멀찍이 날아간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날아온 또 한 마리의 루가프의 공격으로 인해 라가즈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성의 외곽까지 단숨에 돌파한 루가프 부대는 놀라운 속도로 말스 왕성까지 돌진해 들어왔다. 왕성 상공에서 마법을 발사하며 그들을 막아보려던 이리프는 2급의 주문에도 죽지 않고 다시 날아오는 루가프들에게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의 특성만이 아니라 고대 문명의 힘까지 가지고 있는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말스 왕국엔 있지 않았다.

결국 이리프는 말스 왕성의 결계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고 결계와 충돌한 루가프들은 입에서 브레스를 뿜어대며 결계의 힘을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어째서 저런 괴물들이!?”

말스 국왕을 비롯한 성 내의 모든 사람들은 루가프의 그 공포스러운 전투력에 전율을 금치 못했다. 제1 지상군이 열 마리의 루가프에게 전멸을 당한 이 상황에서 다른 군대를 내보낸다는 것은 살인과 다름이 없었다.

“방법이 없는 건가… 크읏!”

말스 국왕은 안타까움에 고개를 떨구었고 그것을 보고 있던 태라트 역시 분노에 몸을 떨었다.

“치잇, 그들만 있다면!”

성과 결계 사이에 있는 이리프는 루가프들이 결계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마법으로 막는 중이었다. 엔션티드 엘프인 만큼 아직까지 마력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열 마리가 넘는 루가프에게 2급 이상의 주문을 연속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중노동과 다름이 없었다.

“하아, 하아… 제발 떨어져 줘!”

그녀는 애원하듯 말하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 사이, 한 마리의 루가프가 전력을 다해 결계에 몸을 부딪혔고 결계의 한 구석은 결국 깨지고 말았다. 깨어진 틈으로 머리를 내민 루가프는 살기가 흐르는 눈으로 이리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브레스를 뿜기 위해 입을 벌렸다.

“나 좀 볼까.”

순간, 브레스를 발사하려던 루가프의 목을 잡아 결계 밖으로 강하게 내동댕이치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존재 때문에 날려간 루가프는 분노가 실린 음성을 내보내며 그 존재를 쏘아보았다.

“역시 인간들은 약해… 이 몸이 도와주러 온 것을 황송하게 여겨라.”

그리고 말스 왕성의 상공엔 구름을 비집고 내려오는 거대한, 섬이라고 불려도 될 요새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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