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75화
20장 [위기]
바이칼은 자신들의 부하들과 함께 조용히 지상에 내려와 있는 다섯 명의 고신들을 바라보았다.
다섯 명 중 둘은 여신이었다. 그들의 피부색은 갈색을 띠고 있었고, 어딘지 모르게 강력함을 풍기고 있었다.
과연 신이라 할만 했다.
공중에 떠서 자신들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바이칼을 본 고신 중 한 명, 여신인 <아크로>는 조용히 바이칼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훗, 건방지게 우리들의 머리 위를 날고 있다니… 잘생겼지만 사라져줘.”
순간,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그녀의 손에서 방출되었고 그 충격파를 정면으로 맞은 전룡단 단장들은 큰 충격을 입은 듯 피를 토하며 말스 왕성의 결계막에 날아가 충돌했다. 드래곤 중에서도 강한 전사들만을 모아 편성한 전룡단의 단장들마저 그렇게 간단히 당하고 만 것이었다.
“크아아아악!”
단장들은 괴로운 듯 계속 피를 토하며 몸부림을 쳤고 지상에 내려와 있던 세레나가 긴급히 회복 마법을 그들에게 사용해 주었다. 간신히 위기를 넘긴 단장들은 몸을 일으키며 바이칼을 찾기 시작하였다.
“와, 왕이시여!”
그러나, 바이칼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바이칼은 그 충격파에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듯 팔짱을 낀 채 그 자리에 가만히 떠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이칼의 눈이 살기로 알 수 없는 색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 날 건드렸나.”
충격파를 쏘았던 아크로는 손을 입에 가져가며 멋쩍은 듯 웃기 시작했다. 그냥 보았다면 착한 인간의 여자라 착각했을 정도로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다.
“어머? 보통이 아니었잖아, 호호호홋…. 역시 생긴 값을 하는데?”
그녀의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여신, <라기사크>는 피식 웃으며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정말 그렇군 아크로. 그건 그렇고, 저기에 있는 성 말이야… 너무 더럽게 생기지 않았어? 난 마음에 안 들어. 다시 부활하자마자 저런 것을 보다니, 박살내고 싶어!”
약간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라기사크는 손을 앞으로 뻗었고, 그녀의 가녀린 몸에 맞지 않는 거대한 에너지파가 말스 왕성을 향해 날았다.
“!”
날아오는 거대한 에너지파를 본 바이칼도 한 팔을 뻗어 자신의 에너지, <메가 프레아>를 뿜어 라기사크의 에너지파를 간단히 막아내었다. 라기사크는 자신의 에너지파가 호리호리한 미청년에게 간단히 막히자 자존심이 상한 듯 아크로를 바라보았다. 아크로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흥, 날 우습게 보다니, 용서하지 않아!”
아까와는 달리, 라기사크는 양손을 모아 에너지파를 압축하여 다시 한번 말스 왕성을 향해 발사했다.
“칫, 별것 아닌 것이… 으읏!?”
다시 한번 메가 프레아를 이용하여 에너지파를 막으려던 바이칼은 무엇인가가 자신의 몸을 강하게 잡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양손을 포박당한 바이칼은 자신을 묶고 있는 누군가를 돌아보았다. 아까 자신의 부하들과 자신을 향해 에너지파를 쏘았던 여신이었다.
‘어느사이에!?’
결국 바이칼에 의해 막아지지 못한 에너지파는 기세 좋게 말스 왕성의 결계를 쳤고 결계는 달걀 껍질 부서지듯이 조각조각 깨지기 시작했다.
“1급! <스트라이>!”
순간, 깨어진 결계의 안쪽에 새로운 방호 망이 생겨났고 그 방호 망에 의해 라기사크의 에너지파는 다시 한번 소득 없이 사라져 갔다.
“마, 막아내다니!?”
라기사크는 흠칫 놀라며 왕성 안을 투시해 보았다. 검은 머리의 여자 수도사가 숨을 헐떡이며 쓰러져 있는 것이 보여졌다.
“치이잇! 인간들이 사용하는 절대 방어막이라는 건가!”
수도사의 마법 주문 중 최고위, 절대 방호 망인 <스트라이>를 해낸 세레나는 갑자기 밀려오는 피로감에 왕성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자신의 능력 이상의 주문을 사용했을 때 오는 현상이었다.
“하아, 하아! 이제는!”
“흐읍!”
바이칼은 자신을 묶고 있는 포박 주문을 깨뜨리고 나서 아크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친분 관계가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바이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호홋, 굉장히 강한데? 보통의 인간 같으면 포박에도 못 견딜 텐데 말이야. 종족이 뭐지, 잘생긴 남자?”
바이칼은 언제나처럼 싸늘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드래곤… 그리고 그들의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