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87화 [1부 완결]
선대 용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자신보다 냉철하고 상황 판단이 정확한 아들의 자랑스러움이 섞여있는 행동이었다.
‘한 점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들아. 만약 조금이라도 틀어지게 된다면 환수신께서 날 다시 소환해야 하실 것이다. 널 믿고, 이 못난 아버지를 믿거라….’
그 말을 들은 바이칼은 숨을 들이키며 마음속으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을 전했다.
‘아버지는 못나시지 않았어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은 아버지와 어머니뿐입니다….’
이윽고, 두 거룡은 전 드래곤 중 최강이라 지칭되는 브레스, <메가 프레아>를 동시에 우르즈 로하가스를 향해 발사했고 두 개의 푸른 빛줄기는 하나로 합쳐져 대기를 갈랐다.
쿠우우우우.
거대한 굉음과 함께 우르즈 로하가스의 아크 쉴드와 합쳐진 메가 프레아가 충돌했고 한참 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어 갔다.
치지직.
곧, 거대한 규모의 스파크가 아크 쉴드의 표면에 흐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음과 함께 우르즈 로하가스를 지켜주던 아크 쉴드는 산산조각이 나 공기 중에서 사라져 갔다.
“됐어! 한 번만 더!”
지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또 한 번의 메가 프레아를 기대하였다.
바이칼 역시 또 한 번의 메가 프레아를 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에게 외쳤다.
‘아버지, 한 번 더요!’
그러나 그의 아버지에게선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바이칼은 흠칫 놀라며 선대 용왕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선대 용왕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가는 중이었다. 그의 모습은 이제 반투명에 가까웠다.
‘… 이것이 환수인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한 번 소환될 때마다 메가 프레아를 한 번 쏠 수가 있지. 그리고 다시 환수계로 돌아가는 것이란다… 자! 너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용제 바이칼, 내 아들아! 더는 부르크레서가 날뛰지 못하게 하거라!’
바이칼은 그 말을 듣고서 아무 대답도 없이 우르즈 로하가스를 향해 혼자 날아가기 시작했다. 선대 용왕은 자신의 아들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고속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널 사랑하고 있단다….’
그 말을 끝으로, 선대 용왕은 완전히 환수계로 사라져 갔다. 바이칼이 고속으로 날아간 이유는 그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아서였기 때문이었다.
‘… 쿠오오오옷!’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바이칼을 포착한 우르즈 로하가스의 자동 방어 시스템은 전 방어 화기에 동력을 주입하였고 장거리 포화가 점차적으로 시작되었다.
환수들의 힘에 의해 거의 회복된 상태인 바이칼에겐 그런 포화쯤은 우스운 것이었다. 기력으로 바이칼의 몸 주위에 공간 왜곡이 순간적으로 만들어지자 광학 무기들은 모조리 바이칼에게서 비껴져 나갔고 포탄 종류들은 중간에서 공간 충격의 여파로 폭발해 사라져 갔다.
콰아앙!
우르즈 로하가스의 표면에 착지한 바이칼은 곧 외부 장갑들을 뜯어내고 그 안에 메가 프레아를 주입하였다. 그 가공할만한 힘에 의해 우르즈 로하가스는 힘의 30%가량을 잃어버렸고 점점 지상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크으읏! 용서 못한다 용제! 드래곤 주제에 신에게 대항하다니!”
부르크레서는 전 투기를 쏟아내며 리오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리오의 팔 관절에서 우두둑 소리가 들려왔으나 리오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계속해서 부르크레서를 잡아두었다.
“훗, 저 요새에 보물이라도 감춰두었나 보지? 그럼 더더욱 놓아줄 수 없어!”
바이칼은 최대한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잔해에서 나오는 연기가 그를 괴롭혔지만 이 순간에 중요한 걸림돌이 될 리가 없었다.
‘크아아앗!’
푸른색의 거대한 핵융합광이 바이칼의 입에서 거세게 방출되었고 그 폭발력과 열에 의해 우르즈 로하가스의 ⅓이 파괴되었고 드러난 우르즈 로하가스의 동력실 안에서 바이칼은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 이것이었군!’
여섯 개의 거대한 보석들, 지금까지 이 세계의 생물들에게서 방출된 절망, 죽음, 혼란 등이 에너지화하여 집결된 <카오스 에메랄드>의 원석들이었다.
이 보석의 힘에 의해 부르크레서는 원래 이상의 힘을 가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드러나자 부르크레서의 표정은 하얗게 질렸고 바이칼은 볼 것 없이 그 보석들을 메가 프레아로 박살 내어 버렸다.
파아아앙!
메가 프레아의 힘에 의해 카오스 에메랄드는 모조리 분해되었고 동력원을 잃어버린 우르즈 로하가스는 처참한 몰골로 지상을 향해 격돌하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날개를 펄럭였고 거대한 폭발광을 뒤로한 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크, 크아아아아앗! 이럴 순 없어!”
부르크레서의 절규와 함께, 그의 몸에선 검은색의 카오스 에너지가 빠져나갔고 그의 모습 역시 약간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 나의 힘이, 나의 꿈이!”
계속해서 소리쳐 대는 부르크레서를 놓고, 리오는 주머니에 있는 은제 십자가를 목에 걸었다.
“두 번째로 네가 남겨준 물건이군… 언제나 함께 싸우는 거야 레나… 아니 세레나….”
그런 후, 리오는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의 기를 극한으로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6개월에 걸친 이 세계의 일을 종결짓기 위한 것이었다.
“보아라, 궁극 살신기…! <지하드>!”
리오가 쥐고 있는 두 개의 검에선 녹색의 신비로운 빛이 뿜어져 나왔고 곧 리오의 온몸에 그 빛은 흘렀다.
힘을 잃어버린 부르크레서는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였다. 부르크레서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후후후후… 결국 네가 이기는구나 리오 스나이퍼… 하지만 난 죽지 않아. 신의 영혼은 영원불멸이니 말이다. 수억만 년이 흐르더라도, 난 다른 어떤 차원에서 다시 나타나 고신들의 세상을 만들 것이다. 모든 세계의 균형을 잡는 것이 네 일이듯이, 다시 고신들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후후후후… 하하하핫!”
“…!”
이윽고, 부르크레서의 웃음소리는 곧 수천 개의 녹색 검광에 잘리워 공중으로 분해되었다. 사라지는 부르크레서의 몸 사이에서, 리오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 후훗….”
리오의 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녹색의 빛은 얼마간 계속되었다. 햇빛보다도 더 찬란히 빛나는 그 빛은 긴 싸움의 종결을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듯했다.
리카는 그 광경을 보면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지금까지의 일이 그녀의 눈앞에 물결처럼 흘러 지나갔다.
“히힛… 기분이 좋은데 왜 눈물이 나는 거지…?”
한창 감상에 젖어있는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주위에 사람도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리카는 불안한 듯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커헉…! 비, 빌어먹을, 신이면서 패하다니 바보 녀석…!”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소환사 바만다라가 아니었던가. 리카는 자신의 옆에 장비된 검을 뽑아들고 바만다라에게 조심스레 향하였다.
“으, 으읏!? 이 꼬마가!”
아무리 힘이 떨어졌다고 해도, 육마왕인 바만다라를 속이기엔 리카는 역부족이었다. 리카는 볼 것 없다는 듯 검을 강하게 잡고서 바만다라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앗!”
힘이 빠진 상태였던 바만다라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다시 한번 타르자의 펜던트를 들어 보였다.
“다른 공간으로, 어서!”
그녀의 몸이 공간 이동의 마력에 의해 빛나기 직전, 리카의 검이 바만다라를 찔렀고 급소를 정확히 찔린 바만다라는 펜던트를 든 채 그대로 즉사하고 말았다.
“아, 아앗!?”
그러나,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방출되던 공간 이동의 마력이 리카의 몸을 휘감은 것이었다.
“도, 도와줘! 클루토! 리오!”
“리, 리카!?”
클루토는 리카의 비명소리를 듣고서 그녀가 있는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도착은 할 수 있었지만 공간 이동의 마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리카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클루토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클루토! 클루토!”
그러나 펜던트의 마력은 타르자의 저주처럼 사정없이 리카를 다른 공간으로 날려 보내고 말았다. 남은 것은 한 줄기의 빛뿐이었다.
“리, 리카…?”
허망한 표정을 지은 채 무릎을 꿇은 클루토의 뒤로, 왕성 쪽으로 돌아오는 바이칼과 리오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리카아아!”
이 세계의 전투는 완전히 종결되어졌다.
한 소녀의 애처로운 비명과, 소년의 안타까운 절규를 남기고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