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237화


‘큰일이군….’

리오는 린스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 무슨 일을 벌일지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표면적인 계급이 거역할 수 없는 위치였으므로 리오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예, 있습니다.”

문 밖은 잠시간 조용했다. 그 점이 리오에겐 더욱 불안했다.

“…들어가도 괜찮아?”

린스답지 않게 작고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상황의 심각함을 느낀 리오는 그녀를 보내야겠다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문은 열렸습니다, 들어오세요.”

리오가 대경실색하며 자신의 입을 막았을 때 상황은 이미 늦어 있었다. 무슨 마법에 걸린 것 같이 리오의 입은 술술 열렸고 린스는 곧 슬며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아~ 어서 들어오세… 어엇!?”

방 안에 들어온 린스의 모습을 본 리오는 멍하니 린스를 바라보았고 린스는 부끄러운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디서 화장품을 구했는지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던 린스가 마치 미인 선발대회에 나가는 여자들처럼 짙은 화장을 하고,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어 리오는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색한 둘의 침묵은 그대로 계속되었다.

“…하핫, 아하하하하핫–!!!!”

황당함에서 벗어난 리오는 곧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고 린스는 얼굴을 더더욱 붉히며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래! 남의 기분도 몰라주는 멍청이 주제에–!!!”

리오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감싼 채 계속 웃어넘겼다. 항상 보아오던 린스의 모습에 비해 화장한 그녀의 모습은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화장품을 가지고 화장을 한 것 같이 너무나도 어색한 탓이었다. 리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서 린스를 바라보았다. 다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그는 린스에게 물었다.

“화장 왜 하셨는지 여쭤봐도 괜찮나요?”

린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용히 대답했다.

“…꺽다리가 날 너무 애 취급하는 것 같아서… 화장도 하고 이런 야한 옷도 입어봤어. …그렇게 안 어울려?”

리오는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린스의 작은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 그녀가 나름대로 애를 써서 화장한 흔적이 보이는 듯했다.

“너무 어색해요, 후훗….”

리오의 대답에 악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린스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리오는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흐흑…! 그럼 이렇게 화장 안 할 테니 제발 날 떠나지 마…!! 꺽다리라고도 안 하고 멍청이라고도 안 할게, 제발… 아아앙~!!”

양손을 눈가에 가져간 채 울고 있는 린스를 바라보는 리오의 얼굴엔 쓸쓸한 미소가 흘렀다. 리오는 케톤이 쓰려고 빨아두었던 손수건을 가져와 린스의 얼굴을 손수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런 일로 눈물을 보이시니까 저에겐 어린 공주님으로 보이는 거예요, 울지 마세요 공주님.”

린스는 훌쩍거리며 리오의 손에 들려있던 손수건을 받아들고 자신이 손수 얼굴을 닦았다. 눈물 덕분에 그녀의 화장은 립스틱을 제외하고 거의 지워졌다. 입가에 번진 립스틱 자국을 본 리오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핫, 세수하세요 공주님. 그 후에 다시 얘기하죠.”

린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세면실로 가서 세수를 간단히 하고 다시 리오의 곁에 돌아왔다. 리오는 한숨을 후우 내쉰 뒤에 입을 열었다.

“전 지금 공주님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한번 한 약속이니 꼭 지켜야 하겠지요. 공주님께서 아시는 정도… 아니, 그 이상으로 전 강합니다. 그만큼 제 힘은 여러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써야 합니다. 제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저버릴 순 없습니다 공주님.”

린스는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역시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꺾을 순 없다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진짜 옆에 있어드리진 못하지만 전 꼭 공주님을 지켜 드릴 겁니다. 어디에 계시든지 말입니다.”

린스는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치잇, 그걸 어떻게 믿어! 자기가 뭐 신인 줄 아나? 언제 어디서건 지켜준다니….”

리오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으음… 그럼, 그 징표를 드리겠습니다. 제 친구가 준 물건인데요… 잠시 공주님께 빌려 드릴게요.”

리오는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조그만 은제 십자가를 린스에게 걸어주며 말을 이었다.

“공주님께서 진정으로 위험에 처하셨을 때, 이걸 손에 꼭 쥐시고 절 마음속으로 부르세요. 그럼 어디를 막론하고 달려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린스는 자신의 목에 걸린 십자가가 마음에 든 듯,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믿어 보겠어 꺽다리.”

“아앗, 절 그렇게 부르시지 않는다 하셨잖아요.”

리오가 검지 손가락을 들며 린스에게 말하자 린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색을 바꾸며 인상을 썼다.

“흥, 웃기지 마! 내 맘이야!!”

린스는 살짝 혀를 내밀고 리오의 방에서 뛰어나갔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훗… 확실히 아이다. 자아, 일 하나는 끝난 듯하니 잠이나 자 보실까?”

리오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린스를 설득하느라 온 정신력을 다 쏟은 탓에 피곤함을 느껴 그런 것인지 모른다.

“첸 양! 당신마저 설마 리오 씨를!?”

노엘은 자신의 앞에 다소곳이 앉아 얼굴을 붉히고 있는 레이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불안함을 나타냈다.

일은 레이가 노엘에게 자신이 리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 상담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레이의 얘기를 다 들은 노엘은 머리를 감싸며 옆에 놓여있는 컵에 냉수를 따라 연거푸 들이키며 긴장감을 애써 누르려 했다.

“레이 양은… 린스 공주님과 레이 양과 같은 상황에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레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와 린스가 대화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보아온 터라 그럴 것이라는 추측은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노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리오 씨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나요 레이 양?”

그 질문에 레이의 얼굴은 거의 홍당무가 되었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겨우 진정시킨 후에 레이는 겨우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 그건… 리오·스나이퍼 씨는 친절하시고, 저같이 목석같은 여자의 마음도 잘 이해해 주십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닙니다. 그분에게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자신과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의 신변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시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분께서 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린스 공주님을 더 좋아하시는지 전 상관하지 않습니다. 저같은 여자가 사모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할 것입니다.”

노엘은 다시 한숨을 쉬며 괴로운 표정으로 레이에게 다시 물었다.

“… 진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첸 양?”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