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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42화


리오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노엘은 몸을 달렸고 리오는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를 중앙 계단에 모여있는 몽마들에게 휘둘렀다.

“꺼져랏–!! 소나기–!!!”

검을 잡은 리오의 양손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자, 계단 위에 모여있던 수십 마리의 몽마들은 비를 맞은 것 같은 무수한 상처를 입은 후 괴성과 함께 모조리 증기로 변하며 사라져 갔다.

“대, 대단하군요!”

계단을 뛰어오르는 도중에도 노엘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리오는 아무 말 않고 노엘의 뒤로 돌아가 그녀의 뒤를 봐주기 시작했다.

“계단 위에 보이는 문은 어디로 통하는 거죠?”

리오의 다급한 물음에 노엘은 안경이 없어서인지 눈을 찡그리며 계단 위에 있는 큰 문을 바라보았다.

“아… 저것은 알현실로 통하는 계단이에요! 진짜 알현실로 통할지는 모르지만… 아마 맞을 거예요!!”

계단을 다 오른 노엘은 문의 손잡이를 강하게 밀쳤다. 그러나 문은 쉽게 열려주지 않았다. 뒤따라온 리오가 밀쳤는데도 문은 꿈쩍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이런…!”

그들의 뒤에선 몽마들이 괴성을 지르며 올라오고 있었다. 리오도 마음이 다급해졌는지 오른손에 든 디바이너로 문 중앙을 수직으로 내리그었고 쇠가 잘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은 굉음을 내며 열려졌다. 문 안으로 노엘을 밀어 넣은 리오는 밀려오는 몽마들을 돌아보았다.

“더 이상 방해하지 마라!! 지뢰 자르기 이단(二段)–!!!”

바닥에 파라그레이드를 꽂은 리오는 충격파가 생성되기 직전에 디바이너를 또 꽂아 크기가 훨씬 큰 대 충격파를 만들어 내어 몽마들을 향해 방출했다. 산산이 찢겨져 나가는 몽마들을 뒤로 한 리오는 노엘을 따라 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문은 또다시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리오는 불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열리지 않는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함정…?”

“…!”

주위를 둘러보다 우연히 아래를 보게 된 케톤은 슬쩍 테크에게 신호를 보냈고 테크가 자신을 보자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테크는 인상을 구기며 바닥을 바라보았고 그는 바닥에 나타난 그림자를 보고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휘어진 거대한 낫의 그림자가 바닥에 선명히 나타나 있었던 것이었다.

“…!!”

마귀 삼인중은 빠르게 케톤과 테크를 향해 몸을 날렸고 목표가 된 둘은 빠르게 몸을 돌려 각자의 무기를 마귀 삼인중에게 휘둘렀다. 테크의 맨 이터는 길게 뻗어나가 마귀 하나의 목을 관통했고 케톤의 레드 노드는 충돌한 마귀의 낫과 마귀의 몸을 두 동강 내어버렸다. 나머지 마귀는 동료 마귀들에게 가려진 케톤과 테크를 쉽사리 공격하지 못한 채 자세를 바로 한 둘의 협공을 받고 바닥에 쓰러져야만 했다. 맨 이터를 정상으로 만든 테크는 피식 웃으며 바닥에 엎어진 마귀 삼인중을 바라보았다.

“흥, 별것 아닌 자식들이잖아… 이런 녀석들에게 당했다니 노엘이란 여자도 알 만하군.”

“뭐라고…?”

테크의 고약한 말버릇은 케톤을 자극하는 데 충분했고 테크는 좋은 기회라는 듯 케톤과 거리를 벌리며 자세를 취하였다.

“억울하다면 덤벼라 애송이!! 아침의 승부를 다시 가려보자!!!”

이번엔 케톤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듯 레드 노드의 끝을 테크에게 돌리며 소리쳤다. 자신은 몰라도 자신의 가족과 일행을 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는 그의 성격이었다.

“원한다면 좋다!! 각오해랏–!!!!”

둘의 검은 아침과 같이 심하게 충돌하며 불꽃을 튀겼고 서로는 어느 때 이상으로 긴장한 채 대전에 임하였다.

그러나 그 사이, 마귀 삼인중의 몸은 천천히 땅속으로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 리오에게 밀려 문 안으로 들어선 노엘은 문 안이 진짜 알현실인 것을 확인하자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후후훗… 왔군 노엘·메이브랜드….”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노엘은 사색이 되며 목소리가 들려온 자신의 앞쪽을 바라보았다. 노엘을 겁탈하려던 몽마… 가 변했던 모습의 남자였다. 깔끔히 다듬어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천천히 노엘에게 다가왔고 노엘은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오, 오지 마 시렌…! 당신은 나에게 말을 걸 자격이 없어!!!”

남자는 싸늘히 웃었다.

“훗훗, 나에게 몸을 빼앗긴 것이 그리도 싫었나? 하긴… 약간 강제성이 있긴 했지. 그래도 노엘, 너의 첫 남자에게 이럴 순 없는 거야, 안 그래?”

그 말에 노엘은 귀를 막으며 더욱더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고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노엘을 지켜보았다.

“듣기 싫어!! 날 사랑한다는 건 거짓이었어!!! 사랑한다면서 강제로 나에게 그럴 순 없는 거야!! 난 당신을 증오해, 증오한다구!!! 아, 안 돼!!!”

순간, 남자는 노엘의 몸을 덮쳐왔고 노엘은 강력히 저항하며 그를 떼어 놓았다. 그 와중에 그 남자의 얼굴엔 상처가 났고 그는 씁쓸히 웃으며 다시 노엘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후… 그 일이 있은 지 이제 3년이야. 이젠 풀어질 때 아닌가?”

“그렇지 않아!! 여자에게 그 정도의 상처란 풀어지지 않는 거야!!!”

남자는 손을 뻗어 노엘의 갸름한 턱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했고 노엘은 눈을 질끈 감으며 몸부림을 쳤으나 아까와 같이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남자는 조용히 말했다.

“쳇… 3년이란 세월 동안 깨끗이도 살아왔나 보군. 그래 봤자 넌 처녀가 아니야!! 알았나!! 넌 이 시렌·라세츠의 여자라구!!! 더 이상 저항하지 마!!!!”

“시, 싫어–!!!”

그때, 문 건너편에서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엘!! 어서 그에게 용서를 빌어요!!! 어서요, 그래야 나이트 메어가 풀리고 내가 살 수 있다구요!! 아아악–!! 몽마들이, 몽마들이…!!!”

노엘의 안색은 다시 창백해졌다. 남자의 목소린 바로 리오의 목소리였던 것이었다. 노엘은 떨리는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어서요! 어서요 노엘!!! 어서요!!!!!”

정말로 다급한 목소리였다. 몽마들의 심한 공격을 받는 것만 같았다. 노엘을 잡고 있는 남자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아… 어서. 나에게 용서를 빌고 내 여자가 된다 약속해, 이 자리에서! 그렇지 않으면 네가 좋아하는 저 남자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어. 저 남자를 살리고 싶다면 어서 말해라… 어서!!”

노엘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천천히 리오가 자신에게 말했던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노엘은 결국 자포자기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나, 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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