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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47화


나무 위에서 현장을 관찰하던 지크는 갑자기 들려온 노호성에 의아스럽다는 듯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가벼운 갑옷을 입고 있는 흑녹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어울리지 않는 대검을 들고 서 있었다. 시력을 확대하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지크는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중얼거렸다.

“뭐야… 애꾸눈이잖아?”

그녀는 약간 사납게 생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왼쪽 눈에 검은색 안대를 하고 있었다. 그 안대의 위아래로 삐져나온 흉터– 그런 쪽에 도가 튼 지크는 그것이 검에 의한 상처라는 것을 한 번 보고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잘 다듬어지기만 한다면 절색의 미인이 되는 것도 가능한 얼굴이었다.

“뭐, 뭐야 저 년은…?”

도적단들은 그녀와 동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 검사에게 일이 막힌 적은 있었으나 여자 검사에게 일이 막힌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였다.

“후… 으하하하하하하–!!! 저 년이 말한 걸 들었나? 우리 보고 방금 전에 멈추라고 소리친 거 맞지? 가소로운 것, 하하하하핫–!!!!”

도적단들은 배를 움켜쥐고 자신들에게 소리친 여검사를 향해 조소를 던졌다. 그녀의 눈썹이 꿈틀거린 건 바로 그때였다.

“가랏–!!”

아직까지 웃고 있던 도적단을 향해 몸을 내달린 여검사는 상상 이상의 빠른 스피드로 맨 앞에 있던 도적 세 명의 팔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팔이 날아간 도적 셋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구르기 시작했고 웃고있던 다른 도적단은 이내 웃음을 멈추고 각자의 무기를 들며 여검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계집!! 네 팔다리를 바쳐랏–!!!!”

그 광경을 지켜보았던 지크는 나무 아래로 가볍게 착지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대단한데 저 애꾸눈? 내가 만나본 여자 중에서 검술의 감각이 가장 뛰어나군….”

지크의 눈은 정확했다. 그 여검술사는 남자도 들기 힘들 것 처럼 보이는 큰 대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도적들의 팔과 다리를 자르는 것이었다. 마치 물 흐르듯 가뿐한 동작이어서 도적들은 당하면서도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도적단의 선봉대는 여검사 한 명에게 결국 깨끗이 당하였고 후방에서 그 광경을 보던 도적단의 두목은 팔다리를 잃은 채 땅바닥에서 신음하고 있는 부하들의 모습을 보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저, 저 계집은 어디서 나타난 거냐!!! 에에잇, 내가 직접 나서겠다–!!!!”

두목은 자신의 장창을 빼어들고 거마를 달려 마을 안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그 두목의 눈빛과 모습을 본 지크는 약간 발걸음을 빨리하여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로 달려갔다. 두목의 솜씨가 보통이 아닌 듯싶어서였다.

그것은 여검사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자세를 고치며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도적단 두목을 노려보았고 두목은 여검사의 몇 미터 앞에서 말을 멈추며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요망한 계집!! 내 부하들의 목숨을 건들지 않은 건 고맙다만 팔다리를 자른 건 이 자식들의 두목인 내가 용서할 수 없다!!! 내 이름은 [가르발·브라시아]다!! 나와 한 번 솜씨를 겨루어 보자!!!”

그 사나이의 이름을 들은 여검사는 흠칫 놀라며 두목에게 물었다.

“자, 잠깐! 설마 당신이 벨로크 공국 제 2 대장군인 가르발!? 어째서 당신 같은 사람이 도적질을 하는 거지?”

벨로크 공국이란 말이 여검사의 입에서 나오자, 가르발의 눈빛은 잠시 흐려졌다. 그러다 그는 머리를 털며 자신의 창을 휘둘러 보이고서 다시 여검사에게 소리쳤다.

“그런 건 상관없다! 난 지금 현재 내 직업인 도적을 충실히 하는 것뿐이야!! 어서 이름을 밝히고 덤벼라!!!”

여검사는 한숨을 후우 쉬며 입을 열었다.

“…모르겠군, 당신 같은 강직한 사람이 도적으로 변하다니… 하지만 당신 말대로 난 검으로 사람을 살리는 내 일에 충실할 수밖에 없겠지. 내 이름은 베르니카, [베르니카·페이셔트]. 그럼 간다–!!!”

그때, 그들의 움직임을 멈출 만한 큰 웃음소리가 한 가옥의 지붕 위에서 들려왔다. 몸을 굽힌 채 웃고 있는 불한당, 그는 바로 지크였다.

“아하하하하핫–!!! 검으로 사람을 살려? 하–하하하하핫!!!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멋있는 말이야, 웃기기도 하고 말이지. 하하핫….”

베르니카는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가르발도 마찬가지였다. 지크는 한참 웃은 뒤에 지붕에서 내려와 말을 계속 이었다.

“헤헷… 활인검? 하긴, 식칼로 요리를 해서 아사 직전의 사람을 살린다면 그것도 활인검이라 할 수 있겠지. 정말 웃기는군, 검술을 비롯한 모든 무술의 본질은 얼마만큼 인간을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죽이느냐야. 게다가 검은 그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지. 그것으로 사람을 살리는 건 불가능해 애꾸눈 아가씨.”

갑자기 상황은 돌변하고 말았다. 베르니카는 처음 만나자마자 자신의 사상에 찬물을 끼얹는 이 남자에게 검 끝을 향했고 가르발은 인상을 가득 쓴 채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웃기지 마!! 네가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내 꿈에 그런 말을 퍼붓는 건 용서할 수 없어! 도대체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지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미안하지만 그것이 진실이야. 뜻은 좋지만. 나와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듯 한데 어쩌지? 난 내 칼을 뽑으면 꼭 피를 봐야 하는 성격이라서… 헷.”

베르니카는 자존심이 상한 듯, 결국 다짜고짜 지크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갑자기 목표가 없어진 가르발은 자신의 장창을 땅바닥에 꽂으며 둘의 싸움이 끝나길 기다리기 시작했다.

“저 건달 녀석이 어디서 굴러왔는진 모르지만…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군. 기다리마 베르니카…!”

“하아앗–!!”

긴 기합성과 함께 베르니카의 검은 지크를 향해 맹렬히 호선을 그었고 지크는 여유롭게 그 날카로운 섬광을 피하였다. 검을 계속 피하던 지크는 입맛을 다시며 무명도에 손을 가져갔다.

“너무 무르군… 사람을 너무 오랫동안 베어보지 않았나 애꾸눈? 그럼 가르쳐주지.”

지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베르니카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살기를 느끼고 몸을 뒤로 웅크렸다.

“흐읏–!?”

베르니카는 자신의 눈앞에서 바람에 따라 날려가는 자신의 모발들을 황망히 바라보았다. 조금이긴 했지만 잘려나가는 느낌도, 잘리는 상황도 느낄 수 없어서였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지크의 몸은 베르니카의 뒤로 돌아가 있었다.

“…이것이 살인검이야 애꾸눈.”

자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베르니카는 경악을 하며 자신의 몸을 뒤로 돌렸다. 순간, 무명도의 차가운 날 끝이 그녀의 목 언저리에 닿았고 그녀는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 그녀를 바라보던 지크는 피식 웃으며 무명도를 거두었다.

“풋, 이 정도에 떠는가? 너무 불쌍하군. 그럼 여기서 잘 보고 있어.”

지크는 베르니카의 어깨를 툭툭 치며 기다리고 있는 가르발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베르니카는 의아스러운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았고 방금 전의 짧은 대결을 본 가르발은 입을 벌린 채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털복숭이와 원숭이 일당들은 내가 처리하지. 헤헷….”

지크는 가르발을 향해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그어 보이며 웃었다. 너의 목숨을 받겠다는 도발의 뜻이었다. 평소 같으면 노호성을 지르며 창을 휘둘렀을 가르발은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걸 느꼈는지 신중하게 창을 뽑으며 말 위에서 자세를 취하였다.

“네, 네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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