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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48화


기병과 보병의 싸움. 양쪽의 기량이 같다면 이것은 기병의 승리이다. 물론 2대 1의 싸움이어서 그렇다는 건 아니다. 기병이 위치가 훨씬 높기 때문에 보병의 두상을 언제나 잡을 수 있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그리고 검과 창의 대결. 검이 사용하기 쉽고 가벼워 창보다 유리하다고 얼핏 보면 그렇게 생각된다. 그러나 실제 전투에서 창의 그 범위라는 건 놀랄만한 것이다. 게다가 회전, 반전 등의 여러 가지 기술 등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검으로 창을 상대하려면 상대방보다 기량이 3배가량은 되어야 한다.

“자아~ 부하들 먼저 눕힐까, 아니면 당신부터 눕힐까?”

지크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가르발에게 말했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가르발은 창을 거머쥔 채 거마를 달려 지크를 말발굽 밑에 그대로 깔아뭉개려 했다. 거마는 콧김을 세차게 뿜으며 지크를 향해 돌격했고 지크는 그 말을 한 번 위아래로 본 후 감탄하듯 입을 동그랗게 했다.

“오… 명마인데 그래? 그렇다면 죽일 순 없지.”

지크는 씨익 웃으며 그 말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말을 몰던 가르발과 거마는 목표가 갑자기 사라지자 흠칫 놀라며 정지했다.

“이, 이 녀석! 비겁하게 도망을 치는 거냐!!!”

“오, 그럴 리가?”

가르발은 자신의 뒤를 급히 돌아보았고 거마의 등에 어느샌가 올라타 있는 지크의 모습을 본 직후 사색이 되어 창을 휘두르려 했으나 지크는 미리 팔을 뻗어 가르발의 양팔 신경을 봉쇄하여 그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가르발의 완전한 패배였다.

“헤헷, 너무 쉽게 졌지 아저씨? 말에서 내려라, 그럼 이런 잔재주 말고 칼로 진짜 승부를 해 주지.”

가르발의 양팔을 다시 풀어준 지크는 몸을 날려 말에서 내렸고 가르발 역시 말에서 내렸다. 도적들은 가르발을 응원하려 했으나 가르발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것을 보고 숨을 죽이게 되었다.

가르발의 키는 2m 29cm, 지크는 1m 91. 하지만 키는 지금 상황에서 별 상관 없었다. 가르발은 이미 압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앗–!!”

가르발의 창은 정말 빨랐다. 일설에 따르면 공중에 떠 있는 백지 위에 창을 찔러 글자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라 한다.

타악–!

가죽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베르니카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입을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에도 보일까 말까 하는 가르발의 창이 지크의 왼손에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크는 왼손에 잡은 창을 뒤로 당기고 몸을 가르발 쪽으로 향하며 기합성을 내질렀다.

“외식, 풍아(風牙)!”

파앙!!

순간 스피드를 더한 지크는 어깨로 무방비 상태인 가르발의 몸을 밀어쳤고 가르발은 부서지는 자신의 갑옷과 함께 뒤로 몇 미터 날아가 쓰러지고 말았다. 베르니카는 그 순간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지크의 놀라운 기량 때문이었고, 또 한 번은 가르발의 대단한 맷집 때문이었다. 갑옷이 박살 날 정도의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르발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훗, 대단한 녀석이로군. 창이나 던져라, 난 체술엔 자신이 없거든.”

지크는 웃으며 왼손에 들던 창을 가르발에게 살짝 던져 돌려주었고 창을 다시 잡은 가르발 역시 씨익 웃어 보였다.

“뭐, 뭐야…? 저 표정은?”

주위에서 구경하던 도적들은 가르발의 얼굴에 떠오른 눈빛과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까지 자신들이 알아오던 두목, 가르발의 표정과 눈빛이 아닌 탓이었다.

“저건… 무인(武人)의 눈…!!”

지금 가르발의 눈빛은 베르니카 자신과 대결할 때의 흐릿한 눈이 아닌, 벨로크 공국 제 2대 장군, 일명 지창(地愴)의 가르발이라 불리던 때의 눈빛이었다.

가르발의 몸에서 황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곧 그의 창은 눈속에 가까운 스피드로 땅에 격돌하였다.

“받아보아라!! 그랜드 젝트–!!!!!”

쿠우웅–!!!

굉음과 함께 창 끝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가르발의 놀라운 힘은 땅을 가르며 지크에게 격돌하였고 지크는 순간 기를 끌어 올려 무명도를 자신의 앞 지면에 꽂으며 소리쳤다.

“쓸데없어!! 삼백 삼식, 공뢰(空雷)–!!!”

무명도에선 지크의 기가 만들어낸 뇌력이 강하게 분출되었고 그랜드 젝트와 충돌한 공뢰는 폭음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두 기의 충돌에 의해 생긴 먼지를 몽땅 뒤집어쓴 지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가르발을 바라보았다.

“오… 아저씨 대단한데 그래?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어. 헤헷… 그럼 나도 보답해주지. 흐읍…!”

지크의 양손에서부터 온몸에 걸쳐 스파크가 맹렬히 일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에서 전기가 생성되는 광경은 아무나 보기 힘든 것이었다. 가르발은 창을 수직으로 세우며 방어 자세를 취하였다.

“원거리 공격기는 나에게도 있어! 구백 육십식, 뇌도(雷道)–!!!”

기전력을 머금은 무명도는 눈속을 상회하는 스피드로 지크의 앞에서 휘둘러졌고 그에 따라 생긴 진공파도 기전력이 담긴 채 가르발에게 뻗어 나갔다.

“우, 욱!?”

가르발은 자신의 몸에 흐르고 있는 대지의 공력을 모조리 창에 부어 지크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그의 실력과 경험은 어떤 기술이 치명적인지 아닌지 분별할 수도 있었다. 가르발이 이번에 느낀 감각은 강렬했다.

-막지 못하면 죽는다.

뇌도의 진공파는 곧바로 황색 빛을 강하게 내뿜고 있는 가르발의 창과 충돌했고 가르발은 그와 동시에 창에서 손을 떼었다.

파자작!!

쇠가 갈라지는 소리와 동시에 가르발의 창은 두 조각이 되었고 남은 여파에 의해 가르발의 두꺼운 가슴엔 그리 깊지 않은 상처가 남게 되었다. 가르발은 상처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통증에 인상을 쓰다못해 눈을 감았고 결국 지크를 향해 손바닥을 펴 보였다. 항복의 표시였다.

“그, 그만! 나의 패배다!!”

가르발이 항복을 하자 지크는 무명도를 다시 집어넣고 가르발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약간 어두워져 있었다. 식순이 구백 대가 넘어가는 대 기술을 지금의 상황에서 흥분한 채 썼다는 것은 지크에겐 그리 좋지 못한 일이었다.

“쳇… 그만 돌아가 털복숭이. 오늘은 기분이 나빠졌어.”

가르발은 상처를 손으로 감싼 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남아있는 부하들에게 부상당한 동료를 부축하라는 말과 함께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옆에서 인상을 쓴 채 서 있는 지크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직도 너 같은 녀석이 레프리컨트 왕국에 또 있을 줄은 몰랐다. 진정한 무인이라고 하기엔 약간 그렇지만, 넌 대단한 녀석이다. 내가 인정했어. 난 그런 녀석에게 선물을 주지. 이 왕국에 처음 와서 만난 젊은이에게 준 선물은 내 자신이었다. 이제 줄 것은 저것 뿐이야.”

지크는 의아스런 눈으로 가르발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엥? 나, 나에게 저걸 준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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