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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53화


루이체에 의해 잠시 밖으로 끌려나온 지크는 얼굴이 파랗게 변한 루이체를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동생이 얘기하길 기다렸다. 루이체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에 얘기를 시작했다.

“…12신장이 어떤 녀석들인지 오빠 알고 있어?”

“당연히 모르지.”

지크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이렇듯 태연하게 나오자 루이체는 허무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말을 이었다.

“12신장, 여신들을 보좌하는 임무를 맡은 그들의 힘은 오빠들 같은 가즈 나이트들에겐 못 미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1급 투천사와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넷 이상이 힘을 합친다면 아무리 지크 오빠라 해도 이길 수 없을지 몰라. 다행히 그들의 육체는 남김없이 파괴되어 완전히 부활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투천사(鬪天使)– 본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지만 흔히 천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귀여운 아기 천사(사실 필자는 별로 귀엽다 생각이 안 됨)나 아름다운 모습의 여자 천사들을 떠올린다. 그런 천사들의 모습은 표면적으로 활동하는 보통 천사들의 모습이고, 위에서 거론된 투천사란 말 그대로 물리적 전투를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천사의 한 계급이다. 힘의 차이는 1급에서 7급까지로 나뉘어져 있고 제일 강한 것은 1급이다. 참고로, 루이체는 4급 특천사(特天使).

“…그래? 별 녀석들이 다 있었군. 그럼 촌장님께 얘기나 더 들어보자.”

“응.”

지크와 루이체는 다시 촌장의 집으로 들어갔고 촌장은 손수 끓인 따뜻한 차를 마시며 둘에게 얘기를 계속해 주었다.

“요전에 벨로크 공국의 군인들이 이 마을 근처에 온 일이 있었소.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후로 이 마을의 처녀들과 아이들이 가끔씩 없어지는 일이 생겼다오. 게다가 몇일 전엔 유치원 아이들과 새로 오신 선생님이 행방불명이 되었지요. 어떻게든 해야 하겠지만… 힘 없는 민간인들이 뭘 할 수 있겠소. 당신들에게 힘이 있다면 우릴 좀 도와주구려….”

얘기를 다 들은 지크는 고개를 자신있게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촌장님. 사람들의 목숨까지 걸린 문제니 안 나설 수가 없죠. 저희를 믿어 보세요.”

지크의 자신있는 태도를 본 촌장은 빙긋 미소를 띄우고 지크의 큰 손에 자신의 주름진 손을 포개며 말했다.

“…부탁하오. 젊은이는 이상하게 믿음이 가는구려… 허허헛.”

촌장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지크는 여관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루이체와 함께 성역으로 향하였다. 지금 현재 의식이 거행되는지, 제물로 바쳐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전과 같이 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성역에 도착한 지크는 문이 있던 장소에 불투명한 결계가 쳐져 있자 코웃음을 치며 결계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결계…인가? 헤헷, 까짓 거….”

“잠깐 오빠!”

결계마저 주먹으로 부수기 위해 지크가 오른팔을 뒤로 뻗어 보이자, 루이체는 깜짝 놀라며 지크를 말렸다. 지크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왜 그러냐는 듯 루이체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발밑에 떨어져 있는 작은 돌맹이 하나를 집어 결계에 향하고서 지크에게 말했다.

“이걸 보고 후려치시지 무식한 오라버니. 에잇–!!”

루이체의 손에서 빠르게 벗어난 돌맹이는 결계와 충돌하자마자 검은색으로 타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커먼 탄소 가루로 변하여 근처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 광경을 본 지크는 휘파람을 휘익 불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이랬었군. 근데 난 이런 결계 마법 같은 건 잘 모르는데… 어쩌지 똑똑한 동생?”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지크가 말하자 루이체는 인상을 약간 찡그리며 자신의 양손을 앞으로 모아 결계 쪽으로 향하고서 대답했다.

“내가 나서야지 뭐, 바람난 너구리 씨.”

루이체는 서서히 성력(聖力)을 끌어올려 자신의 손바닥에 집중시켰다. 그녀의 양손은 부드러운 흰색의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루이체는 곧바로 성력이 담긴 양손을 결계에 갖다 대었다. 그러자 문을 가로막고 있던 결계에선 검은색의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고 결계 표면에선 파문이 크게 일었다. 이상 반응이 일어나자 루이체는 깜짝 놀라며 튕겨나듯이 결계에서 떨어져 나갔고 결계는 처음처럼 다시 잔잔해졌다. 급히 떨어지는 바람에 뒤로 넘어진 루이체는 땅바닥에 충돌한 자신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럴 수가…!? 디스펠(Dispel)-해제 주문, 또는 그와 비슷한 능력-이 먹히지 않는 결계가 있었다니…?”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크는 땅바닥에 앉아있는 동생의 머리를 손으로 슬슬 만져주며 씨익 웃어 보였다.

“헤헷… 내가 마법을 모른다고 결계까지 모른다 생각하면 오빠를 너무 우습게 본 거다 동생. 이 결계는 마법으로 만든 결계가 아니라서 너의 디스펠이 걸리지 않은 거야, 마력에 의해 생성되긴 했지만 말이지. 이건 **<차원 결계>**라고 하는 거야. 이걸 깨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지.”

루이체는 신기하다는 듯 지크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가 그런 것도 알아? 이야~ 힘만 센 너구리인 줄 알았는데, 굉장하네? 그건 그렇고 방법이라는 게 뭐야?”

지크는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결계에 시선을 둔 채 대답했다.

“저 결계를 만든 마력 이상의 파괴 주문이나 그 이상의 물리적 파괴력이 저 결계와 충돌한다면 깨는 건 간단하지. 문제는… 마법사라면 주문 한 번 써 보고 아, 이건 아니구나 하며 다른 주문을 쓸 수 있는데, 나같이 체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결계를 뚫으려면 한 번의 기회밖엔 없거든. 간단히 말해 전사계에게 이 결계 깨기란 죽기 아니면 살기야.”

그 말을 들은 루이체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보고 깨라고? 하지만 내 주문이 아니면 이길 상대가 아닐지 모르잖아, 내가 함부로 마법을 쓰면….”

순간, 지크의 큰 손이 루이체의 입을 가로막았고, 지크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 얘기 안 끝났어. 내가 지금까지 말한 건 보통 전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거야. 나에겐 별거 아니지, 헤헤헷…. 네 말대로 주문이 아니면 이기기 힘든 상대일지 모르니까 넌 여기서 놀아. 내가 처리하지 뭐.”

말을 끝낸 지크는 전신의 기전력을 모은 후 오른팔에 돌리기 시작했다. 푸른색의 스파크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격렬하게 일어났고, 지크는 오른팔을 뒤로 돌리며 자세를 취하였다.

“간다! 외식(外式) 천공(穿孔), 제 일격–!!!”

일갈과 함께 지크의 오른팔은 순간 결계에 틀어박혔고, 결계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스파크를 동반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자신의 팔이 결계 깊숙이 파고든 걸 확인한 지크는 오른손 손바닥을 펴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천공 제 이격–!!”

지크가 결계의 내부에서 기전력을 폭발시키자 결계는 지크의 팔을 중심으로 크게 벌어지는가 싶더니, 곧 거짓말처럼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헤헤헷… 들어가 볼까?”

지크는 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오른팔을 휘휘 저으며 문 안으로 들어섰고 루이체는 지크의 뒷모습을 존경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선 지크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안쪽이 변한 건 하나도 없는 듯했다.

지크는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 안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나와라 멍청이–!! 엉덩이를 차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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