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56화
“저어… 오빠, 그 몰킨이라는 자, 등장에 비해 너무 빨리 죽은 것 같지 않아?”
돌아오는 길에 루이체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다른 사람에겐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물었다. 지크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푹 누르며 역시 작게 말했다.
“…저 여자들과 아이들을 다시 마을로 돌려보내는 게 더 급하다고 생각했어. 그 몰킨이란 얼간이는 물론 죽지 않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 그래…?”
한숨을 한 번 내 쉬어본 지크는 루이체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이어 말했다.
“저 짐 덩어리들에겐 절대 말하지 마, 알았지?”
루이체는 씨익 웃으며 지크의 등판을 살짝 치고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럼 어서 가자 오빠. 마키씨 쓸쓸하겠다.”
아이들과 선생이 무사히 돌아오자, 마을에선 납치당했을 때보다 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아이들의 부모들마저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런 소동이 귀찮은 지크는 미네아와 아이들에게 미리 말을 해 두고 슬쩍 여관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어이– 카루펠, 잘 있었냐?”
지크는 여관 앞에 묶여 있는 거마 카루펠의 굵직한 목을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고 카루펠은 콧김을 흥 뿜어내며 대답을 대신했다. 자신의 방으로 다시 들어온 지크는 침대에 쓰러져 자고 있는 마키를 보고 실소를 하고 말았다.
“흠, 기다리는 것도 일은 일이겠지. 하지만 암살자 하겠다는 애가 이렇게 퍼져 자고 있으면 곤란한 거 아닌가?”
그는 재킷을 벗어 던지고 옆 침대에 누우며 몰킨과 싸울 때의 일을 회상해 보았다.
‘그건 피가 아니었어, 물감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마치 기계의 오일 같았어.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몰킨뿐만 아니고 다른 12신장들도 모조리 인공의 육체를 가지고 부활했을 것이 확실하다. 슈렌이 말한 게 바로 이것이었나?’
오랜만에 진지한 생각을 해본 지크는 몇 분 뒤 피곤한 듯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까지….
루이체는 지크를 찾아왔다는 손님을 보고서 의외라는 듯한 눈빛을 비추었다. 그 손님이 어제 성전에서 구해왔던 유치원 선생과 베르니카였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오빠를 찾아오셨나요?”
미네아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제 일 때문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부탁드립니다.”
미네아의 말을 들은 베르니카는 깜짝 놀라며 곤란한 듯 미네아에게 말했다.
“당, 당치도 않습니다! 아가씨께서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실 이유는 없….”
그러나 미네아는 그냥 웃을 따름이었다. 베르니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만 숙였고 루이체는 이상하다는 듯 둘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알았어요,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루이체는 둘을 여관 1층에 기다리게 해 놓고 지크의 방으로 재빨리 뛰어 올라갔다. 방문을 연 루이체는 이불도 덮지 않고 아직도 자고 있는 지크의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휴… 도대체 저 미네아란 아가씨는 뭘 믿고 오빠를 찾아온 거지? 나 같으면 상종도 안 할 텐데….”
“진짜 그러나 내기할래?”
루이체는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누운 채 인상을 찡그리고 루이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이체는 미안한 듯 머리를 긁어댈 뿐이었다.
“히힛… 미안해 오빠. 그건 그렇고, 어제 우리가 구해준 그 유치원 선생 말이야. 그 재수 없는 애꾸눈 언니랑 같이 오빠를 찾아왔다고. 어서 내려가봐, 기다리고 있으니까.”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킨 지크는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매만지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유치원 선생? 내가 그런 사람을 구해줬었나… 아, 그 미인 누나 말이지? 진작 말을 하지 녀석….”
지크는 급히 자신의 신발을 신고 그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여관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 소리에 놀라 깨어난 마키는 아직도 잠이 덜 깬 듯 두리번거리다가 루이체를 보고 힘없이 물었다.
“으응… 언제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 녀석은?”
루이체는 속으로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온 지 하루 지났어요 마키씨. 그리고 오빤 아래층에 사람을 만나러 잠깐 내려갔고요. 자고 싶으면 더 자요.”
그 무렵,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미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르니카가 미네아를 정식으로 소개한 탓이었다.
‘젠장, 만화에서 흔히 접하는 내용이지만 직접 접하니 멍한데…?’
지크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자 미네아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어머, 숙녀를 그렇게 바라보면 실례라는 거 아시나요? 아, 제가 당신의 성함을 모르는군요. 어떻게 되시나요?”
지크는 아차 했지만 갑자기 저자세로 나오긴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미네아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로 자신을 소개했다.
“지크·스나이퍼라고 합니다.”
그리고 셋 사이에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지크가 자신의 소개를 너무나도 간단히 하자 미네아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호홋… 더 소개해 주실 건 없으신가요?”
지크는 자신이 왜 이러나 생각하며 더 말을 늘리려고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더 이상의 말거리가 그의 머릿속에선 떠오르지 않았다.
“예? 그, 그러니까… 나이는 스물넷이고요… 뭐 별다른 건 없습니다.”
‘이런….’
지크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어색한 자기소개였다. 미네아는 웃음을 참으며 자신의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호홋, 참 재미있으신 분이시군요. 제가 지크씨에게 드리고자 하는 부탁은요, 아이들의 일로 해서 전 유치원 선생님 자리를 스스로 떠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만 이 레프리컨트 왕국에선 요즘 들어서 위험한 일이 자주 발생한답니다. 평소엔 나오지 않던 많은 마물들과 도적단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지요. 어제 지크씨께서 마물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전 생각했습니다.”
‘아뿔싸…!’
지크는 다음 말이 무엇인지 듣지 않아도 충분히 추측해낼 수 있었다. 미네아는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저와 함께 **<레프리컨트 왕국>**의 수도까지 가주시면 하는데요… 부탁드립니다.”
지크는 ‘수도’라는 말을 듣자 안도의 한숨을 후우 내쉬었다. 반대 방향이면 어쩌나 하고 고민하던 그에겐 정말 구원의 목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마침 잘됐군요. 제 일행도 레프… 뭐라 하는 왕국 수도로 향하는 중이거든요. 같이 가 드리지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지크씨. 그럼 언제 출발하실 생각이신가요?”
지크는 팔짱을 끼며 이제야 속이 풀렸다는 듯 예전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지금 출발해야죠. 그럼 올라오시겠습니까? 제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예, 그러죠.”
미네아가 지크의 안내를 받아 위층으로 올라가자, 지켜보던 베르니카는 탐탁지 못한 표정으로 지크의 뒤를 쏘아보며 생각했다.
‘흥, 어째서 마마께선 저런 건달에게 부탁을 하시는 거지? 아무리 내가 부족하다 하지만….’
그때, 베르니카의 시선을 느낀 지크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서 올라와 애꾸. 반갑지 않더라도 같이 갈 사람들인데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어?”
“흥!!”
베르니카는 고개를 휙 돌리며 지크의 뒤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