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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57화


“한 분씩 소개를 해 주시겠습니까 지크씨?”

‘왠 놈의 소개… 귀찮게.’

미네아의 부탁을 받은 지크는 떫은 표정을 애써 감추며 루이체부터 차례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기 이 애는 루이체라고 합니다. 제 동생이죠. 그리고 저기 있는 시꺼먼 녀석은 마키라고 하는데요, 절 죽이고 암살자가 되겠다고 용을 쓰는 녀석이죠.”

그 말을 들은 마키와 베르니카의 눈은 동시에 커졌다. 자신의 비밀을 숨김없이 밝힌 데에 따른 놀라움과, 암살자라는 말에 각각 놀란 둘이었다. 그러나 미네아는 태연히 웃으며 베르니카에게 진정하라는 듯 손짓을 했다.

“괜찮아요 베르니카씨. 직업에 귀천이 없듯, 암살도 직업이라 해 주는 것이 도리입니다. 게다가 아직 암살자도 아니신 것 같은데요 마키씨는? 호홋….”

베르니카는 못마땅하다는 듯 흠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고 마키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자, 그럼 저희 소개를 하겠습니다. 전 미네아·레프리컨트, 현 레프리컨트 여왕 마마의 친동생입니다.”

“이잉!?”

침대에 앉아 미네아를 바라보던 루이체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크게 떴고 마키 역시 반응은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 미네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호홋, 너무 그렇게 놀라실 건 없어요. 왕위 계승권이 없는 왕족은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여러분은 절 그냥 스물두 살의 여자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여자분은 베르니카, 원래 제가 성 안에 있을 때 호위 대장을 하신 분이신데 갑자기 방랑 생활을 하기 시작하셨죠. 나이는… 지크씨보다 한 살 위이실걸요?”

베르니카가 자신보다 한 살 더 많다는 소리를 들은 지크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헤, 어쩐지… 생각하는 게 노친네 같다 했는데 진짜였군.”

베르니카는 순간 화가 치밀었으나 참기로 하였다. 양쪽의 소개가 다 끝나고, 지크는 일어서며 미네아에게 말했다.

“미네아님, 왕국 수도로 가는 길은 잘 알죠?”

“당연하지요, 길 안내는 저와 베르니카씨가 해 드릴 것입니다. 길을 잊을 염려는 하지 마십시오.”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는 표시를 하였다. 그에 맞추어 루이체와 마키도 자리에서 일어섰고 곧 모두는 여관을 나서게 되었다.

“자아, 카루펠. 네가 힘 좀 쓸 때가 드디어 왔다.”

여관 앞에 매여져 있던 카루펠의 굵직한 목을 쓰다듬으며 지크가 말하자 거마 카루펠은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말 안장의 밑에 양손을 겹쳐 놓으며 미네아에게 말했다.

“타시죠 미네아님. 사양하지 마시고요.”

“예? 하지만 다른 분들은 괜찮으실까요?”

미네아는 잠시 망설였으나 남의 호의를 잘 사양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그녀는 지크의 도움을 받아 카루펠의 등에 올라탔다. 지크는 손을 털며 루이체에게도 말했다.

“자, 너도 올라가.”

루이체는 지크가 그 말만 하고 먼 산을 바라보자 약간 화가 난 듯 지크의 허리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나도 태워줘 오빠.”

그 말에 지크는 코웃음을 픽 칠 뿐이었다.

“웃기네, 넌 운동 잘하니까 쉽게 올라탈 수 있잖아. 여기에서 너 때문에 내가 에너지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

루이체는 결국 살짝 몸을 날려 미네아의 뒤에 앉고서 지크를 향해 중얼거렸다.

“치, 오빠 미워.”

“헤헷… 그럼 가볼까?”

순식간에 두 명이 늘어난 지크 일행은 계속해서 왕국의 수도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12신장이란 이름은 지크의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11장 <12신장, 나무의 라우소>

“으음…?”

피곤함에 지쳐 잠이 들었던 리오는 머리를 흔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옆 침대엔 노엘이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리오는 어이쿠 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다가 자신의 침대에 누군가가 또 있는 것을 보고 머리를 긁어댔다.

“레이양…? 어째서 이렇게….”

레이는 리오가 자던 침대의 옆에 의자를 놓고 거기에 앉아 침대의 빈 공간에 상반신을 웅크리고서 잠을 자고 있었다. 리오는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레이를 안아 자신이 자고 있던 침대에 눕혀주고서 이불을 덮어 주었다.

“여자는 따뜻하게 자야 한답니다, 후훗….”

중얼거리며 방에서 살짝 빠져나간 리오는 창밖을 바라보고서 시간을 확인하였다.

“어디보자… 이른 아침은 아니군. 그럼 먼저 식사라도 할까? 나도 먹기는 해야 하니까 말이야.”

리오는 여관의 식당으로 내려가 빵 몇 개와 우유를 주문하고 의자에 앉아 나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빵이 아직 덜 구워졌다는 주방장의 양해를 바란 말이 들려왔고 리오는 턱을 괴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오늘은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기를 소모하는 일이 이틀 연속으로 생기면 아무리 나라도 견뎌내지 못할 거야.”

사실 그렇게 리오의 체력이 약하진 않았다. 다만, 그도 오늘은 그리 움직이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그렇게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어깨를 누군가가 살짝 두드렸다.

“이봐, 꺽다리.”

리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자신을 괴롭히는 몇몇 일 중 하나가 그의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예, 린스 공주님. 어쩐 일로 일찍 일어나셨나요?”

리오의 아침 인사가 그리 반갑지 않았던 듯, 린스는 표정을 구기며 리오의 옆에 털썩 앉았다.

“뭐야, 나도 일찍은 일어난다구. 그건 그렇고 노엘은 괜찮아? 어제 한방에서 같이 잤으니 알 거 아니야.”

말이 좀 이상하긴 해도 린스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서 뵈니 잘 주무시더군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공주님. 근데, 공주님은 어디 이상 있는 데 없으신가요?”

“당연히 없지. 근데 그 레이인가 하는 여자애 말이야,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리오는 린스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오자 의아한 듯 바라보며 물었다.

“예? 레이양이 왜요?”

그때 마침 주문한 빵과 우유가 김을 뿜어내며 리오의 앞에 놓였고 린스는 잘 됐다는 듯 우유를 거침없이 들어 마셨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다시 점원에게 우유 한 잔을 주문하고서 린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우유를 반의 반 정도 마신 린스는 입가에 묻은 우유를 대충 닦아낸 후 대답했다.

“글쎄, 내 방에서 자도 괜찮다고 그래도 한사코 자기의 방에 가서 자겠다는 거야. 참 이상하지? 설마 무슨 보물이라도 숨겨놓은 게 아닐까?”

대답을 들은 리오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슬쩍 갸웃거렸다.

“글쎄요… 후훗,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 문제는 후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요, 식사 안 하셨으면 이 빵도 같이 드세요.”

우유를 그냥 마신 것에 속으로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린스는 리오의 권유가 떨어지자마자 빵 하나를 집어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리오는 피식 웃은 뒤에 천장을 바라보며 잠깐 생각했다.

‘속을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야… 철부지인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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