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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68화


로드 덕은 리오가 이파리들 사이에 홀홀 단신으로 뛰어들자 크게 소리치며 자신의 불안감을 표출했다.

“너, 너무 무모하지 않은가!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저 녀석들은…!!”

“하지만 현자님도 그러셨잖아요, 리오 씬 인간이 아닌 것 같다고….”

케톤의 말을 들은 로드 덕은 씁쓰름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고 리오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리오군이 살려달라고 소리쳐도 난 아무것도 안 할 거니 그리 알게.”

“설마요….”

케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리오를 돌아보았다.

“…아악!? 리오씨!!!”

케톤이 깜짝 놀란 것은 리오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이파리들 틈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케톤의 놀란 표정과는 달리, 리오는 태연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 질린 거냐….”

리오는 이파리들을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파리들은 리오의 투기(鬪氣)에 공포를 느끼고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리오의 투기는 거대한 폭풍처럼 이파리들을 덮쳤고, 이파리들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재로 변하며 사라져갔다. 리오는 씨익 웃으며 이파리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이제… 열인가?”

그 광경을 지켜본 리오의 일행들은 분명 리오가 자신들의 일행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저럴 수가… 투기만으로…!!”

케톤은 반은 감격, 반은 공포가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고, 옆에 서 있던 리마는 한기를 느낀 듯 자신의 몸을 팔로 감싸며 입을 열었다.

“저렇게 잔인한 자였다니… 하긴, 저 괴물 야채들 사이에 웃으며 들어간 사람이니 그럴 만도 하겠지. 그러나… 저건….”

그때, 막 도착한 케이가 숨을 헐떡거리며 로드 덕 옆에 다가서서 리오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생각했던 것 이상의 힘이야. 저 정도라면 아무리 오라버니라도 이길 수 없겠어…!!”

리마는 케이가 온 것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테크와 가브를 찾았지만 그 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이봐 동방 여자!! 내 친구들은 어떻게 됐지?”

케이는 리마를 생각하고 있질 못했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리마를 바라보았고 케이의 표정을 본 리마는 단숨에 달려가 케이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묻잖아, 테크와 가브는 어디 있어!! 설마, 설마… 죽은 건…?”

케이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리마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갑자기 상황이 변해버리자, 케톤과 로드 덕 역시 리오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리마와 케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가만히 이파리 열 마리 사이에 서 있던 리오는 케이의 상황이 난처하게 되어 있는 것을 힐끗 보고서 안되겠다는 듯 오른손에 잡고 있던 디바이너를 양손에 거머쥐며 중얼거렸다.

“…관중이 시선을 돌렸군, 빨리 처리해야겠어. 헙–!”

기합과 함께 몸을 솟구친 리오는 디바이너의 날 끝을 지면에 향한 뒤, 지면에 강하게 내리꽂으며 일갈을 터뜨렸다.

“지뢰 자르기–원(圓)!!!”

검 끝에서 생성된 충격파는 다른 때와 달리 앞쪽이 아닌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지면을 긁었고 충격파의 영향권에 든 이파리들은 모조리 곤죽이 되며 재로 변해 공기 중에 사라져 갔다.

“후우–“

리오는 호흡을 조절하며 자신의 기를 평상시대로 낮춘 후에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잠깐, 둘의 일은 내가 설명하지.”

“아앗?”

갑자기 리오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자, 케톤은 기겁을 하며 리오와 이파리가 있던 분수대 근처와 부서진 분수에서 뿜어져 나온 물에 흠뻑 젖은 리오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리오는 케톤의 등을 한 번 툭 쳐준 뒤에 리마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테크는 죽지 않았어, 다만… 그를 지키다가 가브가 희생되었지.”

그 말을 들은 리마는 순간 리오를 쏘아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거짓말하지 마 이 괴물!! 네가 가브를 죽인 거지! 가브와 테크가 저런 시시껄렁한 야채들에게 그냥 당했을 턱이 없어!!! 어서 솔직히 말해봐!!”

얼굴에 흐르는 물을 대충 닦은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이다. 이파리의 수가 월등히 많았어. 너도 싸워 봐서 알 텐데, 저 이파리와 일대일로 대결하면 아무리 급수가 높은 전사라도 승산이 적어.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테크를 살린 가브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그러나 리마는 진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리오의 젖은 망토 자락을 움켜쥐며 더욱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엔 차츰 슬픔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럼 저 여자는!! 왜 저 여자는 멀쩡하냐구!!”

리오는 순간 할 말을 잃었으나 표정을 바꾸지 않고 한숨을 쉰 후 다시 대답했다.

“…케이양은 그 자리에 없었어.”

그 말에 케이와 리마의 얼굴색은 단숨에 하얗게 변해 버렸고, 다른 두 사람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둘이 당하고 있을 때 케이는 다른 장소에서 안전하게 있었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사실이었지만 리오의 말은 계속되었다.

“근접한 장소에서 이파리들과 싸우고 있었다, 내가 보장하지. 케이양은 아무 잘못이 없어.”

그러나, 리마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등에 장비된 어쌔신 나이프를 뽑아 들며 번개같이 케이에게 달려들었고 케이는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케톤은 그 상황을 보고서 입은 열 수 있었으나 몸은 움직이질 못했다.

“아, 안돼요 리마씨!!!”

케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리마의 어쌔신 나이프는 케이의 목을 향해 은색의 호선을 거침없이 그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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