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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93화


“도대체 무슨 짓을 한지 알기나 해? 넌 평민인 주제에 귀족을 건드렸다고! 그것도 후작을! 게다가 저 녀석은 여왕 마마에게 신용이 꽤 있기 때문에 다른 귀족을 건드린 것과 다르단 말이야!”

베르니카가 자신의 앞에 서서 언성을 높이는 동안 지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봐! 듣고 있는 거야!!”

베르니카가 결국 지크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치자 지크는 베르니카를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비켜 애꾸.”

베르니카는 지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하자 깜짝 놀라며 지크의 붉은 재킷을 잡은 손을 풀었고 지크는 곧바로 알현실의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돌려 보았다.

찰칵-

문은 잠겨 있었다. 베르니카는 깜짝 놀라며 문에 접근하려 했으나 지크가 팔로 그녀를 막았다. 베르니카는 밀리지도 않는 지크의 팔을 밀려 애를 쓰며 소리쳤다.

“비켜! 지금 이 시간에 알현실의 문이 잠길 리가 없다구!! 여왕 마마가…!”

딱!

지크는 순간 베르니카의 머리에 꿀밤을 주며 태연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지금 수준의 네가 이 문 손잡이에 손을 대면 한순간에 재가 되어 버린다구. 이 문엔 지금 수억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있지, 난 전기하고는 좀 친하기 때문에 괜찮은 거야. 이게 아마 여기선 결계라고 불릴걸? 넌 미네아님에게 가 봐, 여왕님은 내가 맡을게.”

“…알았어, 그럼 여왕 마마께 해가 가지 않도록 부탁해.”

지크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수준으로는 건드릴 일이 아니라는 소리는 이해한 베르니카는 지크에게 맞은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즉시 미네아가 있을 만한 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달려간 걸 확인한 지크는 문 앞에 서며 씨익 웃어 보였다.

“헤헷…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걸린 걸 후회하게 해 주지. 지금 기분도 그런데 말이야… 불쌍한 것.”

지크는 즉시 기전력을 끌어올려 오른쪽 주먹에 압축한 후 강하게 문을 후려쳤다.

“먹어랏-!!”

지크의 주먹이 문에 충돌한 순간, 엄청난 스파크가 문과 지크의 주먹 사이에서 폭발되었고 문은 이내 쩍 소리를 내며 알현실 안쪽을 향해 부서져 흩어졌다. 지크는 연기가 무럭무럭 나는 자신의 주먹에 입김을 후 불어 연기를 날린 후 알현실 안쪽을 향해 중얼거렸다.

“다행인데? 그렇게 늦진 않은 것 같아… 헤헤헷.”

알현실의 안에는 공포에 새하얗게 질린 여왕과 그녀의 앞에 서서 요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한 광대가 있었다. 그 광대는 자신이 친 결계를 박살내고 들어온 불청객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헤에… 늦진 않았지만 명을 줄였구나 멍청이, 하필이면 나에게 걸리다니… 후회해도 이젠 늦었어. 지금 기분도 그런데 말이야… 불쌍한 것.”

지크는 머리를 긁으며 그 광대가 말한 ‘어디선가 많이 들은 듯한 말’을 되뇌어 보았다. 광대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라, 여왕이 나의 [루나틱 파티(Lunatic party)]에 걸릴 때까지 네 생명은 보존될 테니까. 헤에헤헤….”

쿠득-

순간, 뼈가 엇갈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광대의 움직임은 멎고 말았다. 광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등뼈에 손가락을 박은 지크를 바라보았다.

“게에엑…!? 어느새?”

지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말이 너무 많았어 광대, 그건 그렇고… 너 인간 아니구나? 이따위 인형은 필요 없으니까 진짜 몸으로 다시 나타나봐.”

지크의 말을 들은 광대의 몸은 순간 헝겊 인형으로 변하였고 지크는 인형을 버린 즉시 여왕의 뒤로 돌아가 그녀를 뒤에서 양 팔로 안은 채로 주위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색이 되어 있던 여왕은 지크가 갑자기 진하게(?) 나오자 퍼뜩 정신을 차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턱으로 여왕의 목 뒤 혈을 눌러 여왕의 목소리를 잠시간 없애 버린 후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해야 당신이 어떤 방향에서도 내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요, 내가 앞에 서면 후방 공격을 쥐도 새도 모르게 당하고 말죠. 당신이 나와 같은 수준의 느낌을 가지지 않은 이상 이렇게 해야 한다고요. 하긴 뭐, 서른도 안되어 보이는데 이러시는 건 당연하죠. 그건 그렇고… 앞을 봐요.”

지크의 지시에 따라 앞을 본 여왕은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인형 대신에 이번엔 광대 옷차림을 한 키 2m가량의 거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헤에… 너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인간이 있다고는 처음 알았는데? 음속을 뛰어넘다니… 좋아, 내 소개를 하지. 난 차원의 신장, [워닐]님의 오른팔인 [조커 나이트]다. 조우커 나이트라 불러도 상관은 없어… 쿠헤헤헤헷. 아직 힘의 3분의 1밖에 얻지 못해 너와는 싸울 수 없을 것 같군. 넌 상당히 강한 것 같아. 어, 그러고 보니 너 붉은색 옷을 입고 있군… 네가 워닐님이 말한 붉은 전사인가…? 그건 중요치 않아, 오늘은 그냥 가 주지, 네 욕구를 채워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난 돌아가면 워닐님에게 얻어 맞을지 모르니까 이해를 부탁한다. 크헤헤헷… 그럼 난 이만….”

“아, 잠깐! 물어볼 것이 있다!”

조커 나이트가 사라지려 하던 찰나, 지크는 미소를 지은 채 조커 나이트를 불러 세웠고 조커 나이트는 그의 붉은색 눈을 깜빡이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네가 오른팔이라고 했지? 그럼 왼팔은 누구냐?”

조커 나이트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그 질문엔 대답할 가치가 없는 것 같군… 생각보다 멍청한 녀석이잖아….”

그 말을 끝으로 조커 나이트는 연기로 변하여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지크는 여왕을 놓은 즉시 조커 나이트가 남겨둔 인형을 재도 남기지 않고 공중에서 태워 버렸다. 뭔가 찜찜한 감이 느껴진 모양이었다.

“녀석, 감히 내 대답을 회피하다니… 건방지게. 자아, 다 끝났어요 여왕 마마, 이제 안심하시고… 어라?”

여왕이 있는 방향을 돌아본 지크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여왕이 의자 위에 털썩 쓰러져 기절을 한 탓이었다. 긴장감이 두 번이나 들었다 풀렸다 해서 감당을 못 한 듯했다. 지크는 어깨를 으쓱인 후 여왕에게 다가가 그녀를 어깨에 걸치며 조용히 알현실을 빠져나왔다.

미네아에겐 다행스럽게도 아무 일이 없었다. 미네아는 왕궁 의무실에서 쉬고 있는 여왕을 위문한 뒤 방을 나왔고 밖에 서서 시녀들과 잡담을 신나게 나누고 있던 지크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지크씨, 얘기하시는데 방해 좀 드려도 될까요?”

미네아가 다가오자 시녀들은 허리를 숙이며 조용히 뒤로 물러갔고 지크는 그녀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이, 나중에 다시 만나요! 그리고… 말씀이 있으시나요 미네아님?”

지크가 자신을 돌아보자 미네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있고 말고요. 제 사과는 베르니카님을 통해 들으셨을 거라 생각되지만 제가 이 자리를 빌어 직접 말씀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군요.”

지크는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멀리 뒤에서 자신과 미네아를 바라보고 있는 베르니카를 쏘아보며 나중에 꼭 보겠다고 자기 자신에게 맹약을 하였다. 지크는 계속 미네아의 말을 들었다.

“어제 밤엔 정말 죄송했습니다. 언니… 아니, 여왕 마마께서 너무 갑작스러운 분부를 내리시는 통에 제가 너무 흥분을 하였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지크씨.”

지크는 양 손바닥을 펴 보이고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이~ 무슨 말씀을요. 근데, 여왕님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그리고 대신 감사의 말을 전해 달라고 분부하셨답니다.”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헷, 괜찮아요. 그건 그렇고요, 여왕님이 계신 방에 그 레이필이란 할망구를 같이 있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 성의 병사 수천 명이 여왕님의 침실을 둘러싼다 해도 아까 침입해온 그 광대 녀석을 막진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러니 할멈에게 좀 무리를 해 달라고 말씀해 주세요. 저나 그 빈혈 녀석(바이론) 말고는 그 할멈이 가장 나을 것 같으니까요.”

“에, 지크씨의 의견 잘 받아들이지요. 그 할멈… 아니 레이필 현자님도 허락해 주실 겁니다.”

미네아의 승낙을 받은 지크는 한숨을 후우 쉬며 피곤한 표정을 지어 보인 후 말했다.

“저어… 그럼 전 가볼게요, 너무 피곤하거든요. 이틀 동안 계속 싸우려니 몸이 영…. 게다가 그 암살자 검둥이가 아프지요. 저라도 가 봐야….”

미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를 향해 다시 한번 웃어 보였다.

“역시… 지크씬 상냥하시군요. 라세츠 후작님처럼… 아, 그럼 가보세요.”

미네아에게 인사를 하고 왕궁을 즉시 빠져나오던 지크는 인상을 가득 쓴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라세츠의 이름이 나온 탓이었다.

“젠장… 그 비릿내 나는 제비 녀석이 뭐가 좋으시다고. 하여튼 여자 속은 알 수 없다니까… 그 검둥이도 그렇고. 아아… 지겹다.”

지크의 한탄을 뒤로, 그날의 석양은 천천히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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