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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04화


미네아는 볼 수 있었다. 분수대에 앉아서 하늘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붉은 장발의 한 남자의 모습을.

“누구실까? 성 안에서 본 일이 없는 분인데‥손님이신가?”

미네아의 눈엔 곧 그 사나이의 앞에 선 베르니카의 모습이 들어왔다. 미네아는 얼굴을 붉히며 커튼을 닫고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머‥베르니카씨의 남자 친구‥아니면 애인? 호호홋‥.”

보는 건 실례라 생각한 미네아는 저녁 만찬에 입고 나갈 자신의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음?”

파란 하늘을 감상하고 있던 리오는 문득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물 쪽에서 왼쪽 눈에 안대를 한 큰 키의 여성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경비병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리오와 시선이 마주친 베르니카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그 자리에 멈추었고 그 모습을 본 리오는 예전에 자신이 수도를 정찰할 때 본 누군가라는 것을 떠올리고 빙긋 웃어주었다.

‘아, 아니 저 남자는 여자만 보면 실실 웃는 게 취미인가? 저번에도 그러더니‥?’

베르니카는 곧 마음을 굳게 먹고 리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번엔 왜 도망쳤죠?”

리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베르니카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하려 했으나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저, 저‥그건‥.”

리오는 눈에 감긴 안대에 비해 레이보다 부끄럼을 더 잘 타는 여자구나 생각하며 턱을 괴고 베르니카에게 다시 물었다.

“옷차림을 보니 그냥 경비병은 아니신 듯한데‥성 안에서의 직책이 어떻게 되시나요?”

베르니카는 그런 것쯤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생각하며 당당히 말했다.

“저는 베르니카라고 합니다.”

리오는 멍하니 베르니카를 바라보았고 베르니카는 숨을 곳이 있다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후훗, 괜찮습니다. 어차피 성함도 알고 싶었으니까요. 제 이름은 리오·스나이퍼입니다.”

리오란 이름을 들은 베르니카는 퍼득 정신을 차리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다, 당신이 리오·스나이퍼!? 그렇다면 노엘의 애인이라는?”

“‥예? ‥하하하하핫‥!”

황당한 베르니카의 말을 들은 리오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가 이내 웃기 시작했다. 베르니카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몰랐다. 아니라면 정말 실례가 되는 행동이지 않은가.

“후훗‥나중에 노엘 선생님께 여쭤 보아야 할 것 같군요. 노엘 선생님과 아시는 사이신가 보지요?”

베르니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리오는 꽤나 수줍음이 많은 여자구나 생각하며 분수대에서 내려와 베르니카의 앞에 섰고 베르니카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주었다.

“아시는 사이시니 이름을 말씀하셨겠죠. 아, 저기 절 데리고 온 녀석이 오는군요. 어이!”

머리를 만지며 정원 쪽으로 걸어오던 케톤은 리오가 베르니카를 앞에 두고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케톤은 한숨을 쉬며 속으로 한탄했다.

‘베르니카 선배님마저‥.’

리오의 옆에 선 케톤은 베르니카를 향해 인사를 했고 케톤을 본 베르니카의 표정은 아까와는 정반대로 보통 때와 같은 무뚝뚝한 얼굴로 바뀌었다.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베르니카 선배님.”

“아, 그래 케톤. 공주님을 모시고 여행을 했다며? 별일은 없던 모양이군.”

리오는 베르니카의 태도가 케톤의 앞에선 돌변하자 별 사람 다 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케톤은 리오를 흘끔 보며 베르니카에게 물었다.

“저어‥벌써 아시는 사이신가요?”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오시더니 얘길 거시던데? 물론 저번에 수도를 정찰할 때 잠깐 눈만 마주치긴 했지만 말이야. 잘 됐군, 이분 소개 좀 해 줘. 잘 말씀을 안 하시는 분 같아서 말이야.”

케톤은 베르니카를 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뚝뚝하긴 해도 말을 잘 하지 않는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 예‥이분은 베르니카·페이셔트라고 하십니다. 레프리컨트 왕국 제 9 기사단 단장을 지내셨었죠. 지금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리오는 입을 동그랗게 하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고 베르니카는 아무 말 없이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베르니카의 태도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리오는 그럴 수도 있지 하며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자아, 이제 어디로 가 볼까 케톤. 이제 인사드릴 분은 안 계시지?”

미네아가 돌아온 것을 모르는 케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럼 이제 공주님을 다시 뵈러‥.”

“아, 잠깐! 케톤, 미네리아나 마마를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베르니카가 둘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하자 케톤은 깜짝 놀라며 베르니카에게 물었다.

“예!? 미네리아나 마마께서 돌아오셨습니까?”

“음, 나와 함께 오신 지 얼마 안 되었어.”

케톤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리오에게 말했다.

“그럼 미네리아나 마마께 인사를 드려야 하겠군요. 같이 가세요 리오.”

“음, 좋지.”

베르니카는 둘을 미네아의 방까지 안내를 해주었고 방 안에 들어선 케톤과 리오가 본 미네아는 무도회에 나갈 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어머, 케톤!? 정말 많이 자랐구나! 아, 이젠 기사님이라 불러야 하나? 호호홋‥.”

케톤은 활짝 웃으며 미네아에게 인사를 하였다.

“예,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미네리아나 마마. 별고 없으셨는지요?”

미네아는 의자를 손수 가져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케톤은 미네아의 성격이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을 보고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을 해보았다.

“그건 그렇고‥같이 오신 남자분은?”

리오는 허리를 굽혀 미네아에게 인사를 하며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리오·스나이퍼라 합니다 마마.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미네아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호홋, 영광이라뇨. 린스를 여기까지 무사하게 데려다주신 은인을 뵈었는데 제가 오히려 영광이지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상당히 성격이 원만한 여성이구나 라고 리오는 생각하며 미네아가 권한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리오님은‥노엘 선생님과 어떤 사이시죠?”

갑작스레 미네아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자 리오보다 더 놀란 것은 케톤이었다.

“예? 그게 무슨‥?”

미네아는 아차 하며 리오에게 즉시 사과를 했다.

“어머, 죄송합니다 리오님. 제가 얼핏 생각한 채 실례를 범했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마마.”

리오는 아무래도 무슨 얘기가 있었구나 생각하며 후에 노엘이나 린스에게 꼭 물어봐야 하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그 후에 그들의 대화는 저녁 만찬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루이체는 방금 짜낸 물수건을 들고서 마키가 누워 있어야 할 지크의 방에 들어갔다.

“들어가요 마키씨‥어라? 어디 갔지?”

마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에 갔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던 루이체는 아차 하며 큰일이 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절부절 하기 시작했다.

“으아‥! 내가 사용한 치유의 주문이 효과를 발휘할 시간이 되었다는 걸 깜박 잊었어!! 하지만 짐이 그대로 있는데‥어딜 잠깐 나갔다가 오려고 하는 건가? 으음‥가만, 그러고 보니?”

방문을 닫고 나가려던 루이체의 머리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성에서 열린다는 저녁 만찬이었다. 루이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고 안에 들어오자마자 앉아서 쉬고 있는 케이에게 말했다.

“케이씨! 우리 성에 가지 않을래요?”

“성에요?”

“그래요, 그 너구리랑 바람둥이가 저녁 만찬에 간다면서 우리만 쏙 빼놓은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노나 구경도 할 겸, 우리도 놀 겸 한번 들어가 보자고요!”

케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안하다는 듯 말했다.

“글쎄요‥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가서 입을 옷이 없잖아요?”

그 말을 들은 루이체는 씨익 웃으며 케이의 앞에 자신의 양 손바닥을 펼치고서 말했다.

“이래 봬도 전 할 줄 아는 주문이 꽤 있다고요, 잡다하긴 하지만. 옷을 바꾸는 것도 할 수 있지요! 하압!!”

기합과 함께 루이체의 양 손바닥에선 빛이 번쩍였고 케이가 입고 있던 수수한 동방 옷은 아름다운 드레스로 바뀌어졌다. 자신의 옷이 순식간에 변한 것을 확인한 케이는 손뼉을 치며 신기해했다.

“어머! 그럼 결정 된 거네요, 어서 가요!!”

루이체는 케이의 옷을 다시 평상복으로 바꾸어 주며 그녀에게 윙크를 해 보였다.

“좋아요, 가자고요!!”


“하아아암‥시간 다 됐어 노엘?”

오랜만에 성에서 낮잠을 실컷 잔 린스는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며 버릇처럼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노엘에게 물었고 마침 린스의 곁에서 책을 읽고 있던 노엘은 책을 덮으며 대답해주었다.

“예, 공주님. 지금부터 준비하시면 딱 좋으실 것 같은데요?”

“으응‥.”

린스는 눈을 부비며 욕실로 향하였고 곧 샤워를 마치고 나온 린스는 머리를 말리며 노엘에게 물었다.

“노엘은 무도회에 나갈 거야? 한 번도 나간 모습을 본 일이 없어서‥.”

“무, 무도회요‥?”

노엘은 순간 사색이 되며 말을 더듬었고 린스는 또 왜 그러나 하는 표정으로 노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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