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13화
“…….”
한참 동안 걷는데도 리오가 아무 말이 없자 루이체가 넌지시 그에게 물었다.
“오빠, 무슨 생각해?”
“‥음, 그 사람이 죽으면서 ‘퀸’이라는 말을 남겼거든‥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여왕 마마가 여기 계실 리는 만무하고‥아, 모두 잠깐.”
그 말에 일행이 모두 멈추자 리오는 몸을 굽혀 땅바닥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행은 리오가 뭘 하나 궁금해했고 리오는 곧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땅바닥에 손가락을 가져가 무엇을 주워 올렸다.
“흐음‥확실히, 이 근처에 멀쩡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처에 맨티스 크루저의 낌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라키가 인상을 쓰며 리오에게 물었다. 의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아니, 무슨 소리에요 리오?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리오는 자신의 손바닥을 펴 라키에게 보여주었고 라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오의 손바닥에 있는 긴 머리카락을 보며 되물었다.
“수십 년 된 머리카락일 수 있는데 어떻게 알아요!”
리오는 빙긋 웃으며 머리색이 비슷한 레이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말했다.
“레이씨, 실례지만 레이씨의 머리카락을 하나만 좀 뽑아주실래요?”
레이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 리오에게 건네주었고 리오는 레이의 상당히 긴 머리카락과 자신의 주운 머리카락을 보여주며 라키에게 말했다.
“이건 어떤 사냥꾼 아저씨에게 배운 것인데, 잘 보아라. 머리카락의 윤기가 별로 차이 없지? 머리카락도 엄밀히 말하면 인간 신체의 일부분이야. 신체와 떨어져 있거나 잘 손질하지 않으면 표면의 윤기가 상해버리지. 네 말대로 수십 년 된 머리카락이라면 이렇게 남아있지도 않아. 이 머리카락은 약 세 시간 전에 이 장소에 떨어졌다. 윤기를 보니 상당히 건강한 사람이야. 기생충조차 없는 것 같으니 아직 숨어 지내는 생존자가 있는 것 같아.”
라키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약간 황당하긴 했지만 자신의 할머니도 리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음‥사냥꾼들이 동물의 털을 이용해서 사냥감을 추적한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줄은 나도 상상을 못했군요 리오군. 그럼 빨리 찾아보는 것이‥.”
리오는 윙크를 하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이 근처엔 맨티스 크루저들이 없는 것 같으니 10분간 흩어져 찾죠. 물론 아이들은 제외고요. 라키는 레이씨와 같이 가도록 하고, 피로니는 할머니와 같이 가거라. 그럼 시작하죠.”
리오는 먼저 문이 삐걱거리는 주점부터 들어가 보았고 레이와 라키는 가옥 안으로, 루이체는 투덜대며 무슨 상점이었을지도 모르는 건물에 들어갔다. 레이필과 피로니 역시 상점으로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5분, 8분이 지나도록 일행 모두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리오조차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허탈한 모습으로 아까 모였었던 장소에 가야만 했다.
“흐음‥하긴, 이러니 맨티스 크루저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살아남았겠지. 다른 사람들은 어때요?”
모두는 고개를 저었다. 리오는 한숨을 쉬며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후우‥기척도 느껴지지 않다니, 설마 세 시간 동안에 맨티스 크루저에게 잡혀버렸나?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데‥?”
고심하던 리오의 시야에 검은색의 물체가 들어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굉장한 번식력을 갖춘 생물. 바로 쥐였다. 리오는 그 쥐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하, 그랬었군. 나도 이젠 늙었나?”
리오는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고 일행은 다시 리오를 바라보았다.
“흐음‥아무리 쥐라 해도 기척은 있는 법인데 지금 저 쥐의 기척을 느낄 수 없어요. 눈앞에 있는데도 말이죠.”
레이필을 비롯한 일행은 리오가 가리킨 쥐를 바라보았고 리오에게 힌트를 준 쥐는 사람들의 시선을 오래간만에 느낀 듯 재빨리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리오는 루이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루이체, 디스펠(Dispel) 마법을 10초 동안 근처에 써줘.”
루이체는 고개를 끄덕였고 주문 해제 마법인 디스펠을 리오가 말한 대로 근처에 적절히 사용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신경을 집중하던 리오는 루이체의 디스펠 마법이 풀리자마자 한 허름한 건물로 뛰었고 일행 역시 그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이 건물은 누가 탐색했죠?”
리오가 건물 내부의 이곳저곳을 뒤지며 일행에게 묻자 루이체가 얼굴을 붉힌 채 손을 살짝 들었고 그녀를 돌아본 리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괜찮아 루이체, 이제 찾았으니 괜찮아.”
계속 벽을 더듬어보던 리오의 손이 어느 한 지점에서 쑥 들어가자 레이필과 루이체를 제외한 일행은 깜짝 놀랐고 리오는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안으로 들어갔다.
“마법의 장벽, 이건 생물의 기척을 지워버리는 마법이죠. 맞죠 현자님?”
레이필도 장벽 안으로 들어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것도 수준이 아주 높군요. 그리고 아까 루이체 양이 디스펠 마법을 썼을 때 또 다른 마법의 장벽이 이 근처에 또 쳐진 것 같더군요. 이중으로 쳐져 있어 맨티스 크루저라 해도 알아낼 수 없었겠죠. 리오군도 알지 못했을 정도니까요.”
일행은 아래로 향해있는 계단을 계속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던전에선 리오가 앞장을 선다. 일직선 상의 던전에선 웬만한 괴물보다 트랩들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계단에 함정은 없었고 리오 일행은 곧 거대한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아 라키는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에이‥사람들 없잖아요. 헛고생 한 거 아니에요?”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한 발자국 나아가 안쪽에 대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레프리컨트 왕국 수도에서 나온 사람들이오! 레이필 현자님과 함께 왔고 그레이 공작님의 부탁도 받았으니 나오시는 게 어떠오?”
그러자, 대답 대신에 화살이 리오에게 왔고 리오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화살을 잡아내며 다시 말했다.
“맨티스 크루저는 아니니 걱정 마시오, 게다가 맨티스 크루저들의 외골격은 이 정도의 짧은 화살쯤은 튕길 수 있지. 두려워 말고 나와요.”
잠시 후, 한 어린 소녀가 어둠 속에서 나왔고 리오 일행을 본 그 소녀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고 그들 중 맨 앞에 선 사람을 본 레이필은 깜짝 놀라며 앞으로 달려가 그 사람의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
“아, 아니 당신은 도스톨가의 베스토르 훈작!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입니까?”
레이필의 모습을 본 베스토르-크로플렌 지방의 영주인 그는 눈물을 흘리며 레이필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레이필 현자님! 크로플렌 지방이 이 정도가 되었는데 제가 살아있어서‥으흐흐흑!!!”
레이필은 베스토르 훈작을 일으켜주며 물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해보세요! 사건의 전후를 알아야 해결을 하지요!! 훈작께서 눈물만 흘리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사건의 전후는 이랬다.
그 지방의 특산물인 미몬 열매의 안에 어찌 된 영문인지 맨티스 크루저의 알이 들어있었고 알이 들어있는 열매를 먹은 사람들이 모두 맨티스 크루저의 기생에 의해 목숨을 잃어갔고 사람들의 몸속에서 나온 맨티스 크루저들은 또 다른 사람들을 죽여 나간 것이었다. 맨티스 크루저들이 하루에 몇 마리씩 나왔다면 괜찮았지만 한꺼번에 날이라도 잡은 듯 수백 마리가 튀어나왔기 때문에 결국 도시에서도 처리하지 못하고 황폐화에 이른 것이었다.
다행히 도스톨 가문이 대대로 만들어둔 거대 대피장소 덕분에 생존자들은 무사했으나 그중에 또 맨티스 크루저가 기생하는 사람이 있기도 해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 비축해 두었던 식량도 1개월 분량밖에 남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무렵, 리오 일행이 와준 것이었다.
“‥이렇게 된 것입니다. 정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자님, 그리고 일행 분들‥.”
가만히 얘기를 듣던 리오는 베스토르 훈작에게 자신이 궁금했던 점을 묻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 들어오면서 ‘퀸’이란 말을 한 남자에게 들었는데, 퀸이 무엇이지요? 혹시 아시는지‥.”
퀸이란 말을 들은 훈작은 순간 사색이 되었고 침을 꿀꺽 삼키며 겨우겨우 대답을 해주었다.
“퀴, 퀸이란 것은‥맨티스 크루저들의 어미를 말하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경험한 바로, 맨티스 크루저들은 독립적으로 행동을 잘 안 합니다. 마치 개미들처럼 맨티스 솔저와 맨티스 워커, 맨티스 나이트, 그리고 여왕인 맨티스 퀸으로 계급이 구성되어 있죠. 맨티스 솔저와 맨티스 워커는 시민들 중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고 이 일에 우연히 휘말린 두 분의 검사 분들 덕택에 물리칠 수 있지만‥맨티스 나이트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상당히 뛰어나고 맨티스 솔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죠. 그 맨티스 나이트 때문에 두 분의 검사 중 남자분 한 명이 그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상당히 아까운 젊은이였는데‥.”
그 말을 들은 리오는 한숨을 쉬며 고심하기 시작했고 레이필은 다른 것을 훈작에게 물었다.
“현재 이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몇 명이죠?”
“총 4,835명입니다. 상당히 크고 비축량이 많은 대피소라 몇 개월은 안전하게 버틸 수 있었죠. 물도 지하수라 풍부하고‥게다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이유가 따로 있죠. 이 대피소를 만들면서 이중의 마법 진형까지 설치해 두었기 때문에 이 근처 500M 이내엔 어떠한 다른 생물의 기척도 알아낼 수 없답니다. 꽤나 고급의 마법 진형이라고 아버님과 조부님께 듣긴 했었지만 이렇게 뛰어난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조상님들께 감사할 따름이지요.”
한참을 고심하던 리오는 훈작에게 다시 물었다.
“검사 두 명 중 한 명이 죽었다고 했는데, 다른 한 명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어찌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훈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하고 있던 시종에게 부탁했다.
“그분을 모셔오게나.”
그 시종이 나간 후 리오는 맨티스 퀸에 대해서 더 자세히 묻기 시작했다.
“맨티스 퀸은‥어떤 존재입니까?”
“글쎄요‥겨우 살아남은 한 사람이 말하기를 보통의 맨티스 크루저보다 거대한 존재라 하더군요. 하지만 그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이윽고, 시종이 들어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모셔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