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15화
“리오입니다만,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세요 리오씨.”
대답을 해준 것은 레이필이 아니고 손녀인 피로니였다.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엔 피로니와 레이필이 마주 보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이미지 트레이닝‥피로니 때문에 그러시는가 보군.’
상상으로 마법이나 검술 등의 훈련을 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한 사람은 해봤자라는 말이 나오는 훈련법이기도 했다.
레이필은 눈을 뜨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무슨 용건이죠 리오군?”
“음‥예, 마법을 좀 배우고 싶어서 찾아뵈었습니다. 배워두면 후에 괜찮을 것 같아서요.”
레이필은 그 말을 듣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 기사분이 4급 정도의 마법을 익히고 있는 것도 굉장한 축에 드는 것인데 저에게 마법을 또 배우신다고요? 흠‥그럼 무엇을 가르쳐 드릴까요? 단, 배우는 건 리오씨의 역량에 달렸어요.”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딜·캐논]과, 그 밖에 현자님이 만드신 공격계 개발 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예에!? 호호홋‥진담인가요 리오군?”
레이필은 반은 장난, 반은 놀란 표정으로 리오에게 말했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예, 가르쳐만 주십시오.”
레이필은 가만히 리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으라는 손짓을 해주었다.
“좋아요, 전승술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이상 제가 손해 볼 일은 없으니까요. 앉아보세요, 마법진부터 그려 드리죠.”
“감사합니다 현자님.”
레이필은 마법진을 종이에 그려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흠‥리오군의 동생인 루이체 양이 배우러 왔다면 이해를 하겠는데‥리오군이 배우러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군요. 아, 그러고 보니 루이체 양 말이에요, 나이에 비해 보조 마법의 수준이 상당히 높던데, 거기에 대해 아는 것 있나요?”
리오는 순간 아차 했다. 하지만 대답할 거리는 별로 없었다. 천사라서 그래요 라고 솔직히 말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정체 역시 탄로가 나기 때문이었다.
“예‥머리가 좋아서 마법은 곧잘 합니다. 가끔씩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때도 있죠. 하하핫‥.”
리오는 대충 둘러댄 후 억지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나라도 안 믿는다‥.’
그러나 레이필은 다행히도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넘어가 주었고 리오는 십 년을 감수했다 생각하며 레이필이 그려준 마법진을 보았다.
“음‥이것이 딜·캐논의 마법진입니까?”
“예, [선더 크레이브]주문과 [파이어 스톰]주문의 마법진을 합한 것이지요. 물론 합하기 위해선 고도의 주문력이 또 필요하지만요. 상당히 복잡하죠?”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휘유‥상당히 어렵군요.”
레이는 잠자리에 누운 채 오늘 아침 출발하기 직전의 일을 회상해보았다. 사실 오늘 출발하기로 한 일행은 리오와 레이필, 라키와 피로니까지 모두 네 명이어야 했다. 배웅한답시고 같이 간 루이체가 갑자기 따라간다고 생떼를 쓰자 레이필이 그녀를 붙여주었고 조금 후 막 출발하려던 리오에게 자신이 이렇게 소리친 것이었다.
“같이 가자고 약속 하셨잖습니까!!!”
리오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로 루이체가 자신과 리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안 좋아졌다.
“하아‥.”
레이는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쉬었고 그 한숨 소리에 잠이 얇게 들었던 루이체가 깨어나고 말았다.
“우웅‥어디 아파요 레이씨? 천장 날아가겠어요.”
루이체가 자신 때문에 깼다는 것을 안 레이는 즉시 그녀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깨어나셨죠?”
“하아암‥괜찮아요, 잠은 며칠 동안 충분히 잤으니까요. 우리 심심한데 얘기나 할래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레이가 고개를 끄덕인 것 같아 루이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저에겐 아시다시피 오빠가 셋 있어요. 리오 오빠하고‥지크 오빠하고‥슈렌이라는 오빠가 또 한 명 있죠. 어딘가에서 쫓겨난 절 맨 처음 자신들의 집으로 데리고 온 사람이 바로 리오 오빠였어요. 그때 제 나이가 여덟 살이 막 되었을 무렵이었죠. 지크 오빠는‥저에게 자유로움과 무술을 가르쳐 주었어요. 너무 자유로운 게 흠이 되어버렸지만요. 슈렌 오빠는‥음‥말이 재미없는 오빠였지만, 제가 열여섯 살 때 처음으로 집을 나간 일이 있었어요. 그때 절 찾으러 백방으로 뛰어다닌 오빠가 바로 슈렌 오빠였어요. 아마 세 오빠 중에 가장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오빠일 거예요. 그리고 리오 오빠는‥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오빠에요. 저에게도 마음을 잘 보이지 않거든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원‥하지만 이상하게도 리오 오빠가 제일 좋아요. 아마 레이씨도 저랑 같을 거예요, 같은 여자니까 이해해요. 얄미울 정도로 여자를 끌어당기는 기운이 있거든요. ‥레이씨 자요? 이잉‥나 혼자 말한 거잖아! 잠이나 자야지‥.”
그러나 레이는 잠든 상태가 아니었다. 잠이 들었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조용히 캄캄한 천장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19장 [맨티스 퀸]
“으음‥.”
오래간만에 누워서 자본 리오는 일어나 몸을 이리저리 풀어보며 생각했다.
‘맨티스 퀸이라‥12 신장 녀석들보다 강하다고 했는데‥아무래도 누구 한 명에게 정체가 탄로 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그땐 다 기절해 있어서 힘을 개방했다고는 하지만‥에이, 그때 가보면 알겠지 뭐. 머리나 감아볼까‥?’
리오는 자신의 머리를 묶은 끈을 풀며 세면대로 향했다. 아직 사람들은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리오는 마치 벌집을 연상시키는 대피소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몇 달 사는 것도 고행이겠군. 무슨 동굴족 같잖아‥?”
“아, 일찍 일어나셨군요.”
리오는 자신을 부른 사람을 돌아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약간 수척해 보이는 엘프 트리네였다.
“예, 잠이 좀 없어서요. 그런데‥숲의 요정족이신데 이렇게 동굴 생활을 하셔도 괜찮으세요? 사람들보다 불편하실 것 같은데요.”
트리네는 그냥 웃을 뿐이었다. 리오는 한숨을 쉬며 트리네에게 물었다.
“흐음‥맨티스 퀸에 대해서 더 아시는 것 있으신가요? 정확히 어떤 괴물인지 알면‥.”
“‥인간족이라면 맨티스 퀸은 절대 이기지 못해요.”
“…?”
뜻밖의 답에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었고 트리네는 계속 말했다.
“맨티스 퀸은‥하등 동물의 정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페릴도 그래서 죽음을 당한 것이고요.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맨티스 나이트들의 검에 쓰러졌죠. 밖에 돌아다니는 맨티스 워커, 맨티스 솔저들과 맨티스 퀸을 지키는 맨티스 나이트들을 같은 수준으로 보시면 안돼요. 그들은 인간 이상의 지능과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죠. 전 하이엘프라 맨티스 퀸의 [마인드 크러시]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제자인 페릴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요‥. 그의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죠‥그를 꼭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약속을‥.”
가만히 얘기를 듣던 리오는 트리네가 말한 ‘하등동물’이라는 말에 약간 걸리는 감이 있었는지 그녀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럼 인간이 맨티스 크루저보다 하등 동물이라는 말입니까?”
트리네는 고개를 저었다.
“보통의 맨티스 크루저는 하등 동물이죠. 그러나, 지금 리오씨와 저, 그리고 다른 분들이 상대하려고 하는 맨티스 크루저는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맨티스 크루저의 조상들이에요. 1000년 전에 왕국까지 세웠을 정도지요. 인간은 사실 나약한 존재에요. 정신 수준이 높아 맨티스 크루저보다 고등 동물일 뿐이죠. 육체는 보잘것없이 나약하지만 말이에요.”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트리네에게 되물었다.
“그럼, 우리가 할 전투를 무모하다 생각하신다 이 말입니까?”
트리네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번과 같이 수십 명의 병사들과 마법사 몇 명, 그리고 저와 페릴이 갔을 때보다 이번 다섯 명이 훨씬 강하고 승산이 있다 생각해요. 그 현자님‥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마력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리오씨의 동생이라 하는 분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죠. 그리고 몸도 보통 단련된 것이 아니었고요. 레이란 아가씨가 겉으로는 나약하게 보일지 몰라도 같이 갈 네 명 중에선 리오씨 다음으로 강할 거예요. 두 개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그 두 영혼 모두 반대이긴 하지만 상당히 단련되어 있어요. 한 영혼은 정신적으로, 또 한 영혼은 육체적으로 단련되어 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오씨 당신만이 맨티스 퀸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 말에, 리오는 가만히 트리네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훗, 저 역시 인간인데 어찌 그렇게 자신하실 수 있으시죠?”
그러자 트리네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음‥호홋, 하이엘프의 예감이라고나 할까요? 예감일 뿐이에요, 그럼 열심히 해주세요 리오씨.”
말을 마친 트리네는 곧 어디론가 가버렸고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생각했다.
‘아무리 하이엘프가 아니라 하이엘프 할아버지라도 그 정도의 감각은 없는데‥역시 보통의 엘프가 아니야. 하지만 아직은 우리 편이니 캐고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
리오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몇 시간 뒤, 리오를 비롯한 다섯 명은 준비를 마치고 대피소를 떠났다. 리오는 자신의 굵은 팔 근육을 가볍게 주무르며 거리를 같이 걷고 있는 일행에게 말했다.
“음‥날씨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