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17화
리오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피부 위를 줄줄 흐르는 땀을 털어내었다. 생각보다 깊고 더운 굴이었고, 맨티스 나이트들의 저항 정신이 상당히 투철했기에 그도 약간 지치는 듯했다.
“‥심심하진 않은데 너무 덥군. 망토라도 벗고 들어올걸 그랬나? 그건 그렇고 맨티스 퀸이 있는 방은 어느 쪽이지? 하필이면 여기서 굴이 양 갈래로 나뉘다니‥.”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앞에 뚫린 두 개의 굴을 바라보았다. 양쪽 굴에서 동시에 생기가 발산되고 있어서 그도 어디에 맨티스 퀸이 있는지 알기 힘들었다. 결국 그는 마지막 방법을 쓰기로 하였다.
“‥왼쪽이다.”
자신의 직감을 믿기로 한 리오는 왼쪽 방향의 굴로 날듯이 뛰어 들어갔다.
“아야야‥저 살아 있어요?”
루이체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일행에게 물었고 피곤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일행들은 한숨을 쉬며 자신들의 주위를 뒤덮은 채 비릿내를 풍기고 있는 맨티스 크루저의 시체들을 돌아보았다. 레이필은 레이의 손에 의지해 겨우 일어서며 말했다.
“아휴‥역시 나이와 여자라는 건 속일 수 없는 모양이네. 근데, 리오군은 어디 갔지요?”
일행 중 가장 생기가 넘쳐 보이는 트리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 기억으로는 리오씨가 맨티스 퀸이 있는 굴로 곧장 들어간 것 같은데요?”
“예엣!?”
그 말에 모든 일행은 깜짝 놀랐다. 셋 모두 주문을 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리오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이었다. 루이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서며 양손에 주문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죠! 도와주러 가야 해요!!”
“루이체 양, 하지만 체력이‥!”
레이필이 루이체를 말리듯 말하려 했으나 루이체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손에 모인 주문의 빛을 레이필에게 쐬였고 붉은색 빛에 감싸인 레이필은 가만히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액티브 주문을 사용하면‥!”
- [액티브]–정신력을 이용해 사람의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주문이다. 주문 사용자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지속 시간이 긴 이 주문은 사용 후에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온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각오를 해야 했다.
트리네를 제외한 모두에게 주문을 건 루이체는 급히 굴을 향해 뛰며 소리쳤다.
“빨리요! 길어봤자 20분이에요! 그 안에 맨티스 퀸을 쓰러뜨리거나 오빠를 데리고 도망을 치거나 해야 해요!!”
다른 일행도 곧 루이체를 따라 뛰었고 레이필만 나이를 생각한 탓인지 마법을 이용해 약간 공중에 떠서 그들을 따라갔다.
굴 끝을 향해 한참을 달리던 리오는 곧 넓은 방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맨티스 크루저들이 어린 유생 맨티스 크루저들을 돌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생을 돌보고 있는 맨티스 크루저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싸워왔던 맨티스 크루저와는 달리, 껄끄러운 외골격이 아닌 둥글둥글하게 생긴 외골격을 가지고 있었고 낫과 같이 생긴 앞다리도 가지지 않았다. 살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리오가 검에 손을 가져간 자세를 취하고 있자 어린 유생들을 보호하려는 듯 앞으로 나서 어설픈 전투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리오는 검을 잡은 손을 놓고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너희들은‥뭐지?”
리오가 살기를 거두고 물어오자, 맨티스 크루저 한 마리가 약간 앞으로 나서며 맨티스 나이트와 같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맨티스 나이트들의 부인이나 가족들이에요! 모두 여자들이죠.」
‘‥암컷이 있었나‥?’
리오는 표정을 굳힌 채 맨티스 크루저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의 여왕은 어디 있나? 가르쳐 줄 수 있나?”
맨티스 크루저들은 서로 소근거리기 시작했고 곧 리오에게 말했던 맨티스 크루저가 대표 격으로 대답했다.
「그 괴물은 옆방에 있어요. 이쪽으로 오면서 봤을 거예요, 굴이 두 갈래로 나뉘어진 것을, 오른쪽으로 가면 그녀가 있는 방이 나오죠. 당신, 몸을 보니 인간의 전사인 것 같은데 그 괴물을 물리치러 온 것인가요?」
리오는 맨티스 퀸에 대한 대우가 맨티스 나이트들과 이 맨티스 크루저들이 다른 것을 느끼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계속 물었다.
“‥너희들은 맨티스 나이트들의 부인이나 가족이라고 했는데, 왜 그들과는 다른 말을 하지? 그들은 철저한 봉사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던데‥.”
맨티스 크루저가 대답했다.
「흥, 말이 좋아 부인이에요. 우린 그들의 노리개일 뿐이었죠. 노리개가 되어서도 평생을 유생을 낳기 위해 살아야 했고, 또 유생은 맨티스 나이트가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해요. 혹독한 훈련에서 살아남는 유생은 극히 드물었고 결국 그들의 노예가 되었죠. 당신이 오기 직전까지 그들은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감시를 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그들을 모두 죽여 버렸으니‥.」
맨티스 크루저들의 몸이 움찔거렸고 리오는 그 순간 그들의 기를 놓치지 않고 느껴 보았다. 그러나 역시 살의나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유생들에게도.
「설마‥인간이 어떻게 맨티스 나이트들을‥!? 어쨌든 우리들 여자들에게 그들은 원수일 뿐이에요.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죠.」
리오는 속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그들에게 말했다.
“‥그럼, 날 믿을 수 있나?”
리오를 돕겠다며 안으로 들어온 일행은 안까지 즐비하게 뿌려진 맨티스 나이트들의 사체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설마 이 정도의 강력함을 보여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리오씨는. 예전에 와이번 몇 마리를 육탄전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고 보통은 아니라 생각은 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트리네의 말이 끝날 무렵, 넷은 어느덧 두 개로 나뉘어진 굴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리오와 마찬가지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레이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시간이 없었으니까.
“오른쪽이에요!”
넷은 모두 오른쪽을 향해 달렸다. 레이가 잠시 멈춰 서서 왼쪽을 바라보긴 했지만 결국 그녀 역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말았다.
리오는 맨티스 크루저들을 앞에 불러놓고 말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당신들이 나를 따라 지상으로 나와 봤자 맨티스 크루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 뻔하니, 다른 방향으로 굴을 파서 도망칠 수 있다면 가보시오. 아니면 지금 지상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이용해 도망치던지요. 난 당신들이 진짜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평화를 원한다 믿겠소. 만약 그렇지 않고 밖에 시체로 변해 있는 그 맨티스 크루저들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당신들을 믿은 내가 책임을 지고 지옥까지 쫓아갈 것이오. 자, 그럼 어서! 몇 분 후엔 이 굴이 붕괴될 정도의 전투가 벌어질지 몰라요. 아이들을 데리고 되도록 빨리 빠져나가시오!”
맨티스 크루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달려갔고, 안을 수 있는 아이는 안고 데리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큰 아이들은 손을 잡은 채 굴을 빠져나갔다. 그러던 도중, 맨 앞열에 있는 맨티스 크루저가 리오에게 물었다.
「당신‥이름이 뭐죠?」
리오는 슬쩍 돌아보며 대답했다.
“‥리오·스나이퍼라 합니다. 몸 조심하시길‥.”
바로 그때, 굴 전체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고 동굴의 오른쪽 벽 쪽에서 바위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드드드득–!!!
그러자 맨티스 크루저들과 유생들은 공포에 질려 소리를 치기 시작했고 리오는 자신에게 이름을 물은 맨티스 크루저에게 이유를 물었다.
“왜 이러는 겁니까!”
그 맨티스 크루저 역시 공포에 질린 듯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 그녀에요, 맨티스 퀸이에요!!!」
맨티스 크루저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오른쪽 벽엔 토사가 뿜어짐과 동시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고, 여섯 개의 광점이 도망치는 맨티스 크루저들과 리오를 쏘아보았다.
『어딜 도망치냐 노예들아! 나와 나의 기사들을 위해 봉사할 일이 남았지 않느냐!! 어서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겠나!!!!』
리오는 이를 악물며 거대한 흰색의 존재, 맨티스 퀸을 바라보았다. 10M는 훨씬 넘는 것 같은 신장은 말할 것도 없었고 건물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낫은 공포 그 자체였다. 맨티스 크루저들이 소리치며 뛰기 시작하자 맨티스 퀸은 여섯 개의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반역자!!』
맨티스 퀸의 낫이 노리고 있는 곳은 보통의 유생보다 약간 큰 맨티스 크루저의 유생이었다. 그 유생은 공포에 질려 팔로 머리를 가릴 뿐, 도망치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앗–!!”
순간, 보라색의 검광이 맨티스 퀸의 낫을 튕겨내었고 가까스로 목숨을 연장한 맨티스 크루저는 검은색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구해준 인간을 바라보았다.
“뭘 봐! 어서 저 아주머니들을 따라 도망쳐!!”
「아‥가, 감사합니다!」
맨티스 크루저는 머뭇거리다가 리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도망치는 맨티스 크루저들을 따라 사라져 갔다. 리오는 자신에게 재차 날아오는 낫들을 피하며 맨티스 퀸과의 거리를 벌렸다. 맨티스 퀸은 자신의 공격을 리오가 모조리 피해내자 감탄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호오‥내 부하들보다 훨씬 나을 듯하군. 아,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 너와 같은 인간 몇 마리를 생포했다. 물론 지금은 내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인형이 되었지. 상당히 강할 것 같아 생포를 했는데‥어떨지 시험해 볼까?』
곧 맨티스 퀸이 자리를 약간 뒤로 물리자, 세 개의 그림자가 멍한 눈으로 리오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루이체‥레이!! 레이필 현자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