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27화
“‥진지하게 놀아 줬으면 좋겠어. 그것뿐이다.”
리오의 조건을 들은 바이론은 곧 크게 웃기 시작했다.
“푸‥크하하하하하핫–!!!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군, 좋아, 승낙하지!!”
바이론은 리오의 오른쪽 어깨를 한 번 크게 내려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리오의 어깨가 박살 날 정도로 내려친 건 아니었다. 루이체가 리오의 등판을 두드릴 때보다 약간 강할 정도였다.
“저어‥지크·스나이퍼씨 여기 계십니까?”
그때, 얼굴에 주근깨가 듬성듬성 난 경기 관계자가 귀빈석에 들어왔고 지크는 턱을 괸 채 그 관계자를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나요.”
관계자는 이제야 찾았다는 듯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서 내려가 주십시오, 경기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으윽!? 왜 이제 부르는 거야!!”
그러고 보니 왜 다음 경기를 안 하나 생각했던 지크는 움찔하며 보호 담을 넘어 아래로 뛰어내렸고 관계자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 아니 자살까지 하실 필요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튀어나온 관계자의 말을 들은 바이론은 또다시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핫–!! 자살이라고? 크하하핫–!!!”
지크는 언제나처럼 안전하게 착지하여 경기장 위에 섰고 관중들은 지크가 번개같이 등장하자 야유를 멈추고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였다. 그의 상대 선수는 지크가 높이 20m정도의 귀빈석에서 뛰어내렸는데도 아무렇지 않자 그 순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막 경기가 시작되려는 찰나, 여자의 목소리가 관중석에서 들려왔다.
“헤이–!! 지크 오빠!!!”
지크는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루이체를 보고 자신도 손을 흔들려 했으나 루이체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오빠가 왜 나온 거야!! 어서 리오 오빠를 불러–!!!”
다정하게 손을 흔들어주려던 지크는 곧바로 주먹을 불끈 쥐며 맞대어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녀석–!! 집에 돌아가면 볼기를 쳐 줄 테다!!!”
곧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지크의 상대 선수는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자신의 봉을 휘두르며 지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타아아아아아앗–!!”
파악–!
지크는 왼팔로 봉을 간단히 막아내었다. 사실 거기까지는 별로 신기한 기술이 아니었다. 봉을 휘두른 젊은이도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고, 막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신기한 기술은 여기부터였다.
지크는 씨익 웃으며 오른손으로 봉 끝을 잡은 채 중얼거렸다.
“바이바이〜!”
그와 동시에 지크는 봉에 자신의 기를 먹였고 지크의 기를 머금은 나무 봉은 풍선처럼 가운데가 부풀기 시작했다. 봉을 잡은 젊은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단, 리오와 바이론, 루이체는 제외였다.
콰아아앙–!!!
봉은 팽창을 거듭하다가 이윽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해 버렸고 봉을 잡고 있던 젊은이는 그 위력에 그만 장외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끄아아아아악–!!”
장외가 허용되지 않는 예선전에선 곧 그 젊은이의 패배를 말하는 것이었다. 지크는 부러진 봉을 멀리 던진 후 오른손을 모아 이마에 대며 중얼거렸다.
“아미타불 극락왕생‥헤헷.”
그렇게 지크의 5회 경기가 끝났고, 곧 6, 7회의 경기가 연속으로 펼쳐졌다. 중요한 것은 그 두 경기 모두 12 신장들이 참가한 경기라는 것이었다.
다음 경기가 자신의 경기였기 때문에 장외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오는 손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내려오는 12 신장, 야수의 켈거를 바라보았다. 켈거는 자신의 도끼로 리오를 위협하며 대기실로 돌아갔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경기장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상대편도 올라왔다. 12 신장, 홍염의 프라였다.
“엇? 라우소가 두 번째 경기에서 내가 질 리가 없다고 했는데, 왜 너지?”
프라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녀석은 날 상당히 우습게 보고 있지‥물론 다른 신장들도 서로를 깔보긴 하지만 그 녀석은 더해. 존댓말을 꼬박꼬박 쓰는 것은 좋은데 속은 독사와도 같단 말이야. 자아, 말이 길어졌군! 시작하자 리오·스나이퍼!!”
프라는 리오보다 더 붉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프라의 머리는 그리 긴 편이 아니어서 리오와 형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은 가지기 어려웠다. 프라의 기가 높아지자 그의 머리털들은 위로 휘날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휘날리는 그 모습은 마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과도 흡사했다.
귀빈석에 다시 올라가 앉은 지크는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프라에 대한 평을 했다.
“‥머리만 저러니까 꼭 양초 같군‥.”
프라는 채찍을 사용한다. 그 사용 방법이 아주 특이해서 보통의 채찍 사용자가 쓰는 물리적인 운동 방법을 응용한 기술 말고 기를 이용해 자신의 채찍을 몸의 일부분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채찍을 꺼낸 프라는 자신의 기를 채찍에 주입했고 채찍은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사용자의 의지대로 원을 그리기도, 나선을 그리기도 했다. 그 광경에 관중들은 어느 때보다도 숨을 죽였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감탄했다.
“휘익–! 대단한데? 구경거리로 말이야.”
리오의 도발에 프라는 꿈틀거렸으나 더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판이 종을 울리지 않은 탓이었다.
곧 종이 울렸고 프라의 채찍, [파이어 윕]은 용수철처럼 주인으로부터 리오를 향해 튀어나갔고 리오는 멀찌감치 몸을 날려 채찍의 공격을 피하였다. 꽤 오래전부터 앉아서 구경을 하던 케톤은 리오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듯 그레이 공작에게 물었다.
“아니, 리오씨라면 저 정도 공격은 간단히 피해서 카운터를 날릴 수 있을 텐데 왜 저렇게 멀리 떨어지는 거죠?”
“허헛, 그건 말일세‥.”
그레이 공작이 웃으며 말하던 찰나, 그들의 뒤에 앉아 있던 하롯이 먼저 대답을 하였다.
“기술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야. 경험이 많은 젊은이 같구먼‥.”
케톤은 깜짝 놀라며 일어나 뒤에 서 있는 하롯에게 말했다.
“아, 아니 할아버지 지금 일어나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근데 기술의 특성이라니요? 전 잘‥.”
하롯은 주먹으로 케톤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계속 얘기했고 그레이 공작은 불만인 듯 투덜대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채찍을 사용하는 젊은이는 채찍의 방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 같아. 아까 채찍이 혼자서 뱀처럼 움직이는 것 보지 못했느냐? 그런 걸 생각했을 때 근소한 차로 피하게 되면 카운터를 날리려다가 오히려 카운터를 맞을 수 있지. 저 젊은이도 그걸 알고 있어, 그래서 저렇게 멀리 피해 다니는 것이야. 마치 상대의 허점을 노리고서 빙빙 도는 사자처럼 말이지. 어험‥그레이 공작님은 알고 계셨나?”
공작은 씁쓸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헛, 노망난 늙은이의 말도 맞을 때가 있구먼‥.”
곧이어 벌어진 소동을 뒤로, 리오는 정신을 집중한 채 프라의 채찍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방향이 꺾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리오는 약간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피하기만 할 건가!!”
프라는 다시금 채찍을 휘날렸고 리오는 이번엔 피하지 않고 왼팔로 채찍을 막아내었다. 아대로 팔을 두껍게 보호하고 있어서 팔이 상할 염려는 없었다. 리오는 곧바로 채찍을 손으로 잡아 왼팔에 둘렀고 채찍을 봉쇄당한 프라는 치를 떨며 소리쳤다.
“흥! 물리적인 힘으로 하자면 내가 12 신장 중 두 번째다!!”
프라가 자신을 12 신장이라 밝힌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듣지 못했지만 들을 수 있는 바이론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 섬‥리오 녀석의 물리적 힘은 가즈 나이트 중 세 번째지‥.”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의아하다는 듯 바이론을 바라보았고 바이론은 흘끔 지크를 보며 물었다.
“뭐 물을 거 있나?”
지크는 처음엔 질문조차 하지 않으려 했으나 한숨을 푸식 쉰 후 물었다.
“리오의 힘이 왜 세 번째지? 저 녀석의 힘이 너보다 약하다는 건 저번에 느껴 봐서 알고 있지만‥또 강한 녀석이 있어?”
바이론은 여전히 사악해 보이는 웃음을 지은 채 대답했다.
“‥넌 모르겠군. 하긴, 반대 되는 속성끼리는 잘 만나지 못하니까. 하지만 우리들 사이에선 속성의 제약이 나와 휀 빼고는 거의 없는 것과 같으니 가르쳐는 주지. 땅의‥.”
계속 말을 하려던 바이론은 지크의 옆에서 린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들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을 보고 피식 웃으며 전음으로 지크에게 말했다.
「‥땅의 가즈 나이트다. 그 녀석의 물리적 힘은 전 가즈 나이트 중 최강이지. 가즈 나이트 사이에선 물리적 힘이 여섯 번째인 너라면 아마 한 방에 날아갈걸? 크크크 섬‥.」
지크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바이론에게 몸을 날려 그의 옷자락을 잡고서 소리쳤다.
“뭐라고! 그 자식의 이름이 뭐야!!”
바이론은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지크의 손을 떼어내며 대답해주었다.
“크 섬‥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