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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44화


「지금까지 매우 잘 해왔군요 워닐. 만족합니다.」

「‥하지만 상당한 수의 신장들이 그들에게 당했습니다. 할 말은 없습니다.」

「‥그 일은 나중에 말합시다. 그건 그렇고, 이오스는 찾았나요?」

「‥역시 찾지 못했습니다.」

「흠‥다른 일은 넘어갈 수 있지만 이오스에 대한 일은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워닐도 알고 있다 생각합니다. 나와 나의 동료들이 손을 쓸 상황까지는 가게 하지 마세요. 알았죠? 그녀가 또다시 새벽의 군단을 만든다면 고생하는 건 신장들뿐입니다. 그 점을 명심하세요.」

「‥알겠습니다, 마그엘님.」

「그리고, 지금 참가하고 있는 바보 같은 경기엔 모두 기권하세요. 희생자만 더 늘 것 같군요. 가즈 나이트들은 다른 시시한 신도 아닌 주신의 직속 전사들입니다. 제 신벌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워닐 당신이라도 결코 이길 수 없어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즉시 계획을 변경하세요. 이것은 명령입니다. 가즈 나이트들이, 특히 그 리오라는 가즈 나이트가 그 물건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을 때 여왕의 손에서 그것을 탈취해야 합니다. 남은 신장들과 당신의 직속 부하인 조커 나이트로 단숨에 공격하세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즈 나이트들과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럴 경우 그들을 막을 방법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훗, 당신, 잊은 것 없나요?」

「예?」

「그녀라면 당신들이 그 물건을 빼앗을 동안 충분히 가즈 나이트들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미리 말해놨으니 오늘 즉시 실행하세요. 그 물건만 손에 넣으면 뒤처리는 저와 이스말, 요이르가 할 것입니다. 설마 가즈 나이트라도 신을 능가하진 못하겠지요. 그것도 세 명을요, 호호호홋‥.」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마그엘님.」

8강전이 열리는 날 아침, 지크는 아침에 일어서자마자 왼팔을 감싸 쥐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하게도 자고 나니 왼팔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으아아‥! 이, 이게 어떻게 된‥!!”

반시간을 끙끙 앓은 뒤, 지크의 왼팔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크는 집을 나서면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유를 알 길은 없었다. 아직까진‥.

“흠‥오늘은 속이 좀 후련하네.”

리오는 경기장으로 레이, 루이체와 함께 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레이는 리오를 슬쩍 바라보았고, 루이체는 리오의 옆을 찌르며 물었다.

“뭐가 후련해? 리오 오빠가 속이 안 좋을 이유는 없잖아.”

리오는 그냥 웃으며 루이체의 머리를 스윽 쓰다듬어 주었다.

“음‥별거 아니야. 4년 만에 체증이 싹 가신 것 같아서 그랬어.”

계속 길을 걸어가던 리오는 거리를 빙글 돌아보았다. 아침 공기가 유난히도 상쾌해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고 싶어진 탓이었다.

“어머, 노엘 선생님‥?”

레이 역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저쪽에서 걸어가고 있는 노엘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역시 노엘을 본 루이체는 곧 그녀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노엘 선생님!! 같이 가세요!!!”

노엘은 움찔하며 자신의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리오와 레이, 루이체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리오를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머뭇거릴 뿐이었다. 노엘에게 가까이 다가간 리오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안경 안으로 보이는 그녀의 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퉁퉁 부어 있었다.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제 우실만큼 우시고 성에 돌아가셔서 또 우셨군요. 그러시면 공주님이 걱정하시지 않습니까.”

노엘은 고개만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고 있는 레이와 루이체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같이 가요 모두.”

노엘은 곧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리오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따라 경기장으로 향했다.

여왕은 약간 시름에 잠긴 얼굴로 신관에게 명하여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 수여할 보물을 꺼내었다. 그 보물은 다름 아닌 팬던트였다. 은색을 띄고 있긴 했지만 반사광은 요사스러운 붉은 색이었다. 그 팬던트에 실린 마력은 레이필과 로드 덕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 칭해지는 것이었다. 엄청난 마법 방어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로드 덕은 그것을 고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부적 비슷한 것이라 최종 감정을 마쳤다. 사실 그런 보물을 쉽게 내줄 사람은 그리 없을 것이다. 여왕의 솔직한 심정은 그 팬던트를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주어 4년 전 저질렀던 자신의 과오를 잊고 싶다는 것이었다.

‘‥린스, 너와 함께 떨어졌던 이 팬던트‥이제 내일이면 없어지겠구나. 누가 가질런지는 몰라도‥.’

여왕은 손에 들었던 그 팬던트를 다시 상자에 넣은 후 신관에게 건네주었다.

“자, 내일까지 잘 보관하도록 하세요. 아셨죠?”

“예, 명심하겠습니다.”

신관은 곧 알현실을 빠져나와 창고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봐 자네, 그 물건은 어디다 보관하고 있나?”

신관은 자신을 부른 사람을 돌아보았다. 금발의 표독스러운 눈초리를 가진 미남, 바로 라세츠였다.

“아, 후작님이시군요. 하지만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

“흥, 뭐라고? 싸구려 신관 주제에 건방지게‥.”

라세츠는 피식 웃으며 신관의 멱살을 잡았고, 신관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 물건은 당연히‥왕실 보물고에 오늘까지 보관됩니다. 내일 검술 대회의 승자에게 이것이‥.”

대답을 대충 들었다고 생각한 라세츠는 거칠게 신관의 멱살을 풀어주었고, 신관은 옷을 매만지며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라세츠는 알현실 앞에 있는 병사들을 흘끔 본 후 반대편 복도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이제 오늘로서 레프리컨트 왕국의 왕이 되는군‥후후훗.”

“‥상당히 소란스러운 도시군. 어쨌든 인간이란‥.”

바이칼은 자신의 군청색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넘기며 중얼거렸다.

“이 세계에선 제대로 쉴 수 없겠어. 드래고니스로 다시 돌아가야 하겠군.”

투덜대며 바이칼은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골목으로 향했다. 주위를 다시 한번 확인한 그는 작은 마법진을 전개해 차원문을 열었고, 그의 앞에는 곧 영롱한 빛을 내는 문이 나타났다.

“‥역시 집이 최고야.”

바이칼은 미련 없이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차원문은 닫혔고, 바이칼의 모습과 함께 차원문도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푸지지직–!!!

“흡–!?”

거의 사라져 가던 차원문은 무언가에 강제적으로 열리듯 활짝 펴졌고, 그 안에 들어갔던 바이칼은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밖으로 튕겨져 날아가고 말았다. 몸을 공중에서 회전해 겨우 중심을 잡고 착지한 바이칼의 얼굴엔 아직까진 냉정한 기색이 남아있었으나 곧이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렇지가 않았다.

“‥차원간이‥봉쇄‥!?”

바이칼은 몸을 일으키며 다시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서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일이라면 그 녀석들이 분명히 이곳 어디엔가 있겠지‥!”

별 단서 없이 거리를 뛰어다닌 것이 반시간, 바이칼은 운이 좋게도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여자에 둘러싸인 채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오랜 친구를 본 바이칼은 기쁨 반, 당황함 반의 기분으로 그에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리오·스나이퍼!!”

경기장을 향해 길을 재촉하던 리오는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자, 약간 인상을 쓰며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일행도 뒤쪽을 돌아보았고, 리오를 부른 듯한 사람의 얼굴을 본 루이체는 순간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앗!! 바이칼이다!!!”

리오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향해 가볍게, 그러나 표정은 굳은 상태로 뛰어오고 있는 바이칼을 본 리오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인사 겸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바, 바이칼!? 네가 어떻게 여기에‥?”

그러나 바이칼은 리오를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먹이를 채 가는 독수리처럼 리오를 납치해 사라진 바이칼을 본 레이와 노엘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루이체를 살짝 흔들며 묻기 시작했다.

“루이체양, 도대체 저 남자는 누구죠‥?”

마찬가지로 이유를 모르고 있는 루이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확실치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

“‥얼음 덩어리 기질이 있는 녀석인데요‥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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