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47화
나찰, 수라와 오크 군단의 숫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계속 싸우면서도 리오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정규군은 참가하지 않는 것인지‥.
“노엘! 왜 정규군들이 참가하지 않는 거죠?”
노엘은 화이어볼 마법을 한 번 쏜 후 대답해 주었다.
“아마도‥무리겠죠! 벨로크 공국이 침공한 것이 석 달도 안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벌써 왕성까지 다른 방향에서 들어왔을지도 몰라요!!”
리오는 움찔하며 왕궁이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빠진다면 바이칼 하나만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게다가 바이칼은 성격상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냥 가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리오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가보시오 리오 스나이퍼!!”
리오는 그 목소리와 함께 앞으로 수없이 뻗어가는 물줄기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물줄기들은 엄청난 압력으로 나찰, 수라 할 것 없이 모조리 관통하며 적들을 잠시 주춤하게 만들었다. 리오의 옆에는 곧 녹색 머리의 청년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타났고, 리오는 그를 보고 소리쳤다.
“너, 아니 당신은 물의‥!”
그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간단히 소개했다.
“예, 물의 힘을 가진 [레디·키드]라고 합니다. 여기는 당신 대신 제가 맡을 테니 어서 왕궁으로 가보십시오. 그곳에선 훨씬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리오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레디의 어깨를 툭 쳐준 후 다른 사람들에게 외쳤다.
“모두 부탁해요! 루이체도, 바이칼도!!”
리오는 즉시 몸을 공중으로 솟구친 후 왕궁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적들을 물리치며 레디의 곁으로 간 후 그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봐, 왜 차원이 봉쇄된 건지 알고 있나? 난 그것 때문에 여기서 싸우고 있어. 말 안 해주면 그냥 가버릴 거야.”
레디는 손을 모으고 지면 밑에 흐르고 있는 지하수를 최대한으로 조종하며 대답해 주었다.
“‥두 개로 나뉘어졌던 차원이 접근해 거의 합쳐지기 직전 상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두 차원의 완전한 결합을 막지 못하면 큰일이 일어나고 맙니다! 근데, 당신이 누구시길래 차원이 막힌 것을 아시죠?”
바이칼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들을 정신도 없는 상태였다.
“용제, 바이칼이다.”
지크는 성문이 부서진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카루펠을 몰고 돌진해 성 안으로 들어갔다. 지크는 지원이 한 사람이라도 더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하며 정원 쪽 건물에 있는 미네아의 방 쪽으로 카루펠을 몰았다.
“저기야, 세 번째 창문부터 이모의 방이야!!”
위치를 확인한 지크는 고삐를 린스에게 넘겨준 즉시 카루펠의 어깨를 밟고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고, 엉겁결에 고삐를 받아든 린스는 악 소리를 지르며 카루펠의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바꾸어나갔으나, 카루펠은 본능적인지, 아니면 지능적인지 린스가 바꾼 방향의 반대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린스가 몰려던 방향엔 왕궁 석탑 중 하나가 무너져 내렸다. 린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지크가 몸을 날린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파캉–!!
창문을 뚫고 방 안에 들어온 지크의 눈동자에선 곧바로 불똥이 튀었다. 라세츠가 미네아의 옷을 반쯤 벗긴 채 그녀를 강제로 범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베르니카는 기습을 당했는지 문 쪽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네, 네 녀석이 어떻게!?”
라세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지크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지크에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입 닥쳐–!!!”
퍼억!!
라세츠의 얼굴엔 지크의 강렬한 펀치가 날아들었고, 라세츠는 그 일격을 맞고서 벽을 뚫고 옆방에 처박혔다. 미네아는 담요로 몸을 가리며 지크에게 안겨들었고 지크는 충격 상태인 미네아를 안아 다독거려주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미네아님? 다치신 곳은 없고요?”
“지크씨‥!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미네아가 라세츠를 진심으로 믿고는 있었다는 것을 지크도 부정하고 싶었지만 알고 있었다. 그녀에겐 이런 일이 충격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지크는 한숨을 쉬며 미네아에게 말했다.
“후‥어서 간편한 복장을 입으세요, 밖에서 린스 공주님이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어서요, 시간이 없다고요!!”
지크는 더 급한 일이 있습니다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그녀의 정신이 실망감으로 완전히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옷을 급히 꺼내 갈아입는 동안 지크는 최대한 보지 않으며 베르니카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그냥 기절한 것뿐이었다. 지크는 기전력을 약하게 하여 전기적 충격을 베르니카에게 주었고, 순간 움찔한 베르니카는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으음‥! 아, 미네리아나 마마!!!”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일어서서 미네아를 찾기 시작했고,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럭저럭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베르니카‥괜찮나요?”
미네아가 힘없이 물어오자, 베르니카는 지크의 옷자락을 거칠게 잡으며 물어왔다. 저런 반응의 여자를 예전에 한 번 본 일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 흥분하는 것이라 지크는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이 자식! 미네아님에게 무슨 짓을 했어!!!”
순간, 지크는 베르니카와 미네아를 안으며 바닥에 몸을 날렸고, 순간 붉은색의 광선이 침대 위쪽을 할퀴고 지나갔다. 방 안엔 곧바로 불이 붙었고 지크는 몸을 살짝 일으키며 광선이 퍼진 지점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턱이 옆으로 돌아가 살가죽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흉측한 몰골의 라세츠가 서 있었다. 라세츠는 눈으로 웃으며 자신의 턱을 손으로 비틀었고, 그의 턱은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라? 네 녀석‥인간이 아니었나??”
라세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후훗, 아니다. 인간은 인간이지. 다만 좀 몸이 개량되었을 뿐이다. 벨로크 공국에게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난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은 몸을 그곳에서 받았다. 그게 바로 이 몸이지. 어떤가, 완벽하지 않나? 하하하하핫–!!! 게다가 힘도 강해졌다!!!! 이렇게 말이야!!!!!”
라세츠의 눈에선 붉은빛이 돌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고 있는 지크는 두 여자를 양쪽에 안은 채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방은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났고 지크는 그 충격에 의해 카루펠과 린스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보다 약간 떨어진 곳에 착지를 하게 되었다.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고폭(高爆) 레이저 광선!! 어떻게 이런 후질 대로 후진 시대에 저런 첨단 과학의 무기가‥!?’
지크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듯 미네아를 카루펠에 태운 후 베르니카에게 고삐를 건네주며 말했다.
“자, 경기장 쪽으로 말을 몰고 가!! 그곳으로 가면 푸른 장발을 한 녀석이 있을 거야. 만약 없다면 리오 녀석을 찾아가던가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던가 해!! 어떻게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
베르니카는 지크가 보통 때와는 달리 진지하게 나오자 멍하니 서 있게 되었고, 지크는 한심하다는 듯 베르니카의 앞에서 손바닥을 마주쳐 그녀가 정신을 차리게 했다.
“이봐!! 뭘 멍하니 서 있어!!! 어서 가란 말이야!!!!”
“아, 알았어, 그럼‥조심해!”
베르니카는 즉시 카루펠에 올라탔고, 카루펠은 긴 울음소리와 함께 성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네아는 혼자 남아 있는 지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지크씨, 꼭 살아야 해요!!!”
멀리 여운을 남기고 사라져 가는 세 명과 한 마리를 보던 지크는 곧바로 몸에서 기전력을 뿜어내며 불타고 있는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쓰레기.”
라세츠는 불타는 의자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지크에게 말했고,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군, 헤헷‥난 기다리는 것을 끝내기 위해 들어온 것뿐이야. 네가 좋아서 들어온 건 아니니 오해는 마라.”
“그래‥?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
라세츠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지크에게 물어왔다. 그 도중에 라세츠는 자신의 오른손을 폈고 그의 손바닥에선 길이 1m가량의 광선검이 나타났다. 지크는 손을 풀며 대답했다.
“네 목을 가질 날이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지‥! 오너라!!!”
라세츠는 가볍게 조소를 하며 중얼거렸다.
“훗, 재미있는 농담이군‥쓰레기가 말한 것 치고는 말이야.”